Natasha Morgan

Landscape Architect and Urban Designer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스파르고 크릭Spargo Creek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저는 항상 도시에서 살아왔어요. 멜버른 도심에서 단 6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았죠. 하지만 지금은 도시의 삶이 그립지 않아요. 쇼핑센터가 1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이곳에는 신호등이 없어서 제가 필요한 모든 것을 15분 안에 얻을 수도 있어요(웃음). 제가 조경학자로 일할 때는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한 달에 하루 정도였지만, 여기서는 매일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다가 안개 낀 모습을 보고 아름 답다고 느끼는 때도 있어요. 이곳에서는 날마다 그런 아름다움에 감사하게 되죠. 전 좋은 직업을 가졌었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해왔지만, 그때는 느낄 수 없던 감정들이에요.

이곳으로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저는 조경학과 건축학을 공부했어요. 크랜버른 로열 보태닉 가든Cranbourne Royal Botanic Gardens의 오스트레일리안 가든Australian Garden 프로젝트를 맡아 6년간 일했고, 10년 동안 건축학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그러다 멜버른 생활을 끝내고 채소밭을 가꾸거나 요리를 하면서 이러한 것을 공유하고 싶어졌어요. 저는 좋은 잔디, 비옥한토양 그리고 예술과 문화가 있는 장소를 찾았고 3년 반 전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서 이곳을 발견했어요. 그렇게 정착해 ‘오크 앤드 몽키 퍼즐Oak and Monkey Puzzle’이라는 집에서 자연을 벗 삼아 지내며 디자인, 원예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와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어요.

집 이름이 독특해요. 무슨 뜻인가요?

‘오크 앤드 몽키 퍼즐’은 제가 살고 있는 이 모든 공간을 칭해요. 이름은 집 주변에 있는 나무의 이름을 따서 지었어요. 스튜디오 옆에 있는 참나무Oak Tree와 집 앞에 있는 삼나무Monkey Puzzle Tree요. 둘러보면 알겠지만 이 지역은 거의 유칼립투스밖에 없어서 이 거대한 두 그루의 나무가 굉장히 눈에 띄어요. 참나무는 아마도 골드 러시 때 유럽에서 건너온 것 같아요. 삼나무도 오래된 나무예요. 빅토리안 시대의 나무죠. 저기 보세요. 잎사귀와 가지 모양이 굉장히 이상하죠? 저 나무를 처음 보면 누구나 신기해해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186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고요. 1860년대 우체국이었던 곳이에요. 제가 조금 보수한 부분도 있는데 우체국의 창구였던 원래의 벽은 살려 두었어요. 벽을 만들 때 생긴 손자국이 아직도 그대로 있죠. 당시에 살았던 누군가의 흔적이 이 벽에 남아 있는 거예요. 저는 이곳이 역사가 있는 공간이라 좋아요. 우체국은 사람들이 오가며 무언가를 교환하던 곳이잖아요. 더 이상 우체국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역사가 이곳에서 계속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서로의 재능을 공유하면서요.

다양한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여러 분야의 장인을 만날 것 같아요. 이 지역에도 예술가 커뮤니티가 있나요?

정말 훌륭한 예술가 커뮤니티가 있어요. 이곳에 살면서 이 지역 사람들이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졌어요. “그래, 같이 해보자.”는 식으로 많은 워크숍이 이루어졌답니다(웃음).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드러나길 바라지 않아요. 그런 점이 이 지역, 혹은 일반적인 장인들의 공통점인것 같아요. 그들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들과 준비하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해요.

겨울에 지역 장인들과 ‘창의적 대화Creative Conversation’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저는 사람들이 어떤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궁금해요. 그것에 굉장한 흥미를 느끼고요. 제 경우에는 건축학, 조경학, 원예학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죠. 전 대화를 통해 답을 발견해가는 작업을 좋아해요. 점들을 하나씩 연결해나가는 것과 비슷하죠. 그건 생각이 어떻게 완성되는지에 관한 통찰력을 얻는 거예요.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가 찾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요. 그 모든 것들은 보통 작은 대화에서 시작돼요. 그리고 타인과 공유할 줄 아는 자세를 배우는 것도 포함되죠. 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관계’거든요.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에는 도심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런 환경은 절대 가질 수 없잖아요(웃음). 제가 깨달은 것은 도시 사람들은 이런 환경을 그리워한다는 거예요. 그들은 아파트에 살며 주5일, 혹은 주 6일 일해요. 야외에서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자연과 호흡하고 기술을 배우는 것에 굶주려 있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경험이 있나요?

친구가 운영하는 ‘시보리Shibori’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일본의 인디고Indigo 염색을 배우는 건데, 굉장히 아름다운 공예지만 복잡한 기술을 필요로 해요. 아마 사람들은 평생 그 기술을 실생활에서 사용할 일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들은 ‘세상에 드문’ 기술을 배우면서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어요. 처음 워크숍을 하던때도 기억나네요. 호주의 각기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들은 서로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마지막 다 함께 식사를 할 때쯤엔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어요. 그들은 서로를 안고 전화번호를 교환했죠. 참여한 사람들 모두 이곳을 떠나며 최고의 날을 보냈다고 말했어요. 그때 정말 큰 감동을 받았어요.

 

맞아요. 요즘 사람들은 바쁘게 살고 있어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다른 것에 집중해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아요.

저는 이곳을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가을에는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발견한 송이버섯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와 요리하죠. 오직 그 계절, 그 순간에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이에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싶어해요. 도시는 훌륭하지만 각박한 곳이기도 하죠. 그리고 도시의 사람들은 진실하고 순수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해요. 그들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떤 것들이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지 알고 싶어 하죠.

이곳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인터넷이 정말 느려요. 휴대폰 신호가 잘 안 잡히는 것도요. 하지만 그런 것조차 장점이 될 수 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 중 하나는 밤에 정원에 나와 물을 주다가 하늘을 바라보는 거예요. 이곳엔 불빛이 없기 때문에 도시와 달리 하늘이 무척 어두워요. 대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별이 보여요. 그걸 볼 때마다 제가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하늘이 정말 가깝게 느껴지거든요. 밤은 어둡고 별은 밝고, 제가 별 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아이들의 교육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가 아이들의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닌지 걱정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줄 수 없었던 뭔가를 아이들에게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동물을 무척 사랑해요. 댐에 놀러 갔다가 잡아 온올챙이를 개구리가 될 때까지 키우기도 해요. 우리는 함께 인터넷에 검색해서 이게 무슨 개구리인지, 무엇을 먹여야 하는지 공부하죠. 우리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우는 방식은 상당히 자연적이에요. 이런 배움은 값을 매길 수 없어요.

제 딸은 아마도 뇌수술을 하는 의사나 로켓을 만드는 과학자가 될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여기에서만큼은 진짜‘어린이’로 자랄 수 있어요.

자연 속에서 지내는 아이들의 하루는 어떤가요?

아이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아홉 시에 학교에 가서 오후 세 시 이십 분쯤 집으로 돌아와요. 그때부터 더러운 발과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뛰어노는 거죠. 여름철에는 종일 밖에서 놀아요. 이곳의 겨울은 길고 습하기 때문에 밖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거든요. 또 한 가지 교육적으로 좋은 점은 제가 채소밭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웬만한 식재료는 모두 이곳에서 구해요. 아이들에게 농담으로 “내 당근 먹지 마!”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밭에 가 직접 당근을 뽑아요. 흙을 떨지도 않고 먹죠. 도시에서는 이런 것을 할 수 없어요. 심지어 많은 아이가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오는지조차 모르죠. 당근은 땅속에서 자란다는 것, 완두콩은 덩굴에서 자란다는 걸 몰라요.

얼마 전 밭에 완두콩을 더 많이 심었어요. 다 같이 밭에 앉아 완두콩을 까먹었는데 너무 달콤해서 꼭 사탕 같았어요.

채소밭도 그렇고 정원이 참 아름다워요. 처음 이사 왔을 때 이곳은 조경이 전혀 안 되어 있었어요. 저는 마치 스카우트Scout에서 야영을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칠판에 앞으로 할 일들을 하나하나 적으며 이곳을 정비하기 시작했죠. 지금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져요. 한 달 전 정원의 모습은 두 달 전과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정원의 꽃으로 작업도 많이 해요. 계속해서 다른 식물을 심어보고 있는데, 겨울이 길기 때문에 겨울 동안 씨앗을 얻을 수 있는 식물도 키우고 있어요. 가게에서 쉽게 구할수 없는 꽃을 키우기도 하고요. 모두 다른 장미 향을 맡아보는 것, 바람결에 흔들리는 풀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 이런 경험이 저에게는 중요해요. 그래서 풀은 일부러 길게 내버려두는 것도 있어요. 이건 양귀비 풀인데 정말 아름답죠.

 

이 디테일 좀 보세요. 마치 조각품 같지 않나요?

이곳은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방문하기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인가요?

여름이요. 계절마다 분위기가 다른데 여름에 볼거리가 가장 많아요. 정원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장미가 만발하는 12월이거든요. 하지만 겨울도 무척 아름다워요. 겨울에는 짙은 안개를 자주 볼 수 있어요. 주변의 소리도 다르게 들리죠. 지난겨울에는 이틀 동안 눈이 왔어요. 그때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몰라요. 이곳에선 겨울에 눈을 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거든요.

멜버른 곳곳에서 크고 아름다운 정원과 공원을 만날 수 있어요. 멜버른 사람들에게 정원과 공원은 어떤 의미인가요?

공원과 정원은 멜버른의 긴 역사를 함께해온 장소들이죠. 이러한 환경은 멜버른 사람들에게 굉장히 중요해요. 공원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바비큐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웃음). 또 도심 어느 공원에서나 개를 데리고 산책할 수 있죠. 모두 호주의 중요한 문화예요. 멜버른의 원예학과 정원 디자인의 역사는 1800년대에 시작되었고 이것은 도시의 부富로 이어졌어요. 정부와 부호들이 관련 사업에 투자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도시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죠.

멜버른은 거대한 녹지를 여전히 잘 가꾸고 있어요. ‘인터내셔널 플라워 앤드 가든 쇼International Flower & Garden Show’라는 행사도 있고 개인 정원을 대중에게 오픈하는 ‘오픈 가든Open Gardens’ 기간도 있어요. 이때는 평소 들어갈 수 없던 프리빌리지 가든을 구경할 수 있어요.

당신은 이미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있지만, 마지막으로 멜버른에서 좋아하는 정원을 꼽는다면 어디가 있을까요?

로열 보태닉 가든과 아주 큰 무화과나무가 있는 RMIT 대학교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의 정원을 좋아해요. RMIT 대학교는 제가 공부한 곳이죠. 그렇지만 사실 이렇게 유명한 곳들보다는 이름 없는 정원들이 더 기억에 남아요. 제가 좋아했던 곳들은 모두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마주친 정원들이었어요. 아름답게 꾸며놓은 주택가의 정원이요. 어렸을 때 저녁을 먹고 나면 어머니와 항상 산책했어요. 그때마다 다른 이들의 정원이 무척 예뻐서 담장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곤 했죠. 지금도 도심에 가면 그런 방식으로 예쁜 정원을 만날 수 있어요. 주인의 취향이 느껴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정원이요.

JOSH BOWES | ARTIST

조쉬 보우스 | 예술가

“사람들은 돌담을 보며 미적 즐거움을 느껴요.

예전과는 달리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도 돌담을 쌓을 수 있게 된 거예요.”

‘오크 앤드 몽키 퍼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워크숍에서 드라이 스톤 월링Drystone Walling(모래와 석회를 섞은 반죽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석으로만 지은 돌담)을 가르치고 있어요. 영국 출신인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드라이스톤 월링을 처음 접했죠. 어렸을 적에 농장에 머물며 할아버지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그림을 그리면서 예술적인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드라이 스톤 월링은 현대 사회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기술로 알고 있어요. 16년 동안 이 작업을 해왔어요. 저는 이렇게 오래된 공예를 통해 단순히 돌담을 만드는 것이 아닌 창조적인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놀랍도록 아름답고 기능적인 작품을 만드는 거죠. 이제는 농사를 짓기 위해 이런 돌담을 쌓을 필요가 없어졌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보며 미적 즐거움을 느껴요. 예전과는 달리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도 돌담을 쌓을 수 있게 된 거예요.

돌을 다루는 게 어렵진 않나요?

돌은 아름다운 재료이면서 다루기 힘든 재료예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죠. 오랜 시간 돌을 다루다 보니 재료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어요. 최근에는 돌을 다듬고 조각해서 작품도 만들 수 있게 됐고요. 많은 사람이 드라이 스톤 월링은 직소 퍼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고 얘기해요. 하지만 돌은 직소 퍼즐의 조각처럼 서로 맞춰지도록 디자인된 것이 아니에요. 맞도록 우리가 깎아내야 하죠.

 

작업에 필요한 돌은 어디에서 구하나요?

주변 농장에서 구해요. 이 지역은 1850년대 금광이 있던 곳이라 당시 금을 캐려고 파낸 돌이 많이 남아 있어요. 150년 넘게 그저 돌더미로 쌓여 있었고 여전히 농부들에겐 필요 없는 것이죠. 그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돌을 실어와요. 수업이나 제 개인 작업에 사용하면서 돌을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들고 있어요. 돌 조각을 위한 재료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적당한 것을 찾아요. 제가 원하는 만큼 단단한 돌을 찾기 위해선 직접 돌을 두드려 봐야 하죠. 두드렸을 때 ‘딩’ 하고 소리가 맑게 울리면 그건 좋은 돌이에요.

수업은 얼마나 자주 열리나요?

계절에 따라 달라요. 겨울에는 조금 어렵죠. 춥지 않은 계절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진행하고 있어요. 학생은 보통 8~12명 정도 참여하고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요. 우리는 정말 다양한 곳에서 온 학생들과 만나요. 호주의 모든 지역에서 온 여러 직업의 사람들이에요. 성별과 연령도 다양 하죠. 지난 수업에는 70대 외과 의사도 있었고, 경찰관이 온 적도 있어요.

무엇이든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서 이렇게 느린 작업을 한다는 게 아름다워요.이건 다양한 재료가 필요하지 않은 예술 작품이에요. 그냥, 돌만 있으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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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Kim Nameun

Photographer Hasisi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