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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도 짧은 원피스를 입고 맨 다리로 다니던 아이는 이제 길이가 길고 따뜻한 옷만 찾는다. 그런 아이의 도약을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스승은 이제 아이를 응원하며 행여 아플세라 애잔해한다. 스승에서 제자로, 글쓰기 동료에서 선생이란 동지로… 긴긴 연으로 묶인 둘의 연결은 세대를 넘나들며 이 진영의 땅을 다진다. 그 땅에서 움튼 싹은 연대라는 양분을 먹고 필히 강인하게 자라날 테다.
이제 두 분은 글쓰기 교사로서도 동료 의식이 생겼을 것 같아요. 글쓰기 수업할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예요?
슬아: 수업마다 온도 차가 있는데, 일단 초등학생에겐 사랑밖에 안 줘요.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다음 주에도 즐겁게 쓸 수 있도록 사랑과 격려와 용기와 칭찬을 듬뿍듬뿍 주죠. 유년기의 좋은 기억이 나중에도 글을 꾸준히 쓸 수 있게 한다고 믿거든요. 중학생 수업에선 책임져야 할 문장이 생기니까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려고 하고, 고등학생에겐 친구에게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모두 친절하게 대하지만 강약이 조금씩 다르달까요. 어딘도 초등학생에겐 격려만 주지 않아요?
어딘: 그럼요, 저도 초등학생은 예뻐하기만 해요.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글 쓸 힘’을 주는 거예요. 아이들이 잘 쓰면 얼마나 잘 쓰며 또 못 쓰면 얼마나 못 쓰겠어요. 아이들은 그저 ‘글 쓰러 모이는 거 재밌네. 맛있는 빵도 먹고, 떠들기도 하고. 다음 주에 또 오고 싶네.’ 하고 마음먹게 만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렇게 2-3년 정도를 꾸준히 다니면 대부분 글쓰기 스킬이 생기거든요.
두 분 글에서 ‘첫 문장’이란 단어를 발견했어요. 어딘은 “첫 문장은 섹시하게!”를 외쳤고, 슬아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첫 문장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게 되었다고요. 글쓰기에 있어 첫 문장이 뭐라고 생각해요?
슬아: 어디에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작가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준비하는 사람’이라고요. 둘 다 비슷하게 어렵지만 저는 첫 문장이 좀더 어려운 것 같아요. 초등학생들은 빨리 쓰고 놀아야 하니까 다들 거침없이 써요. 그렇게 급히 쓴 문장 중에 진짜 좋은 게 있거든요. 그걸 보면서 공들이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제목에서 최대한 점프한 첫 문장을 쓰고 싶어요. 제목과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첫 문장은 제목의 힘을 약하게 만들거든요.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첫 문장이 끝내준 소설이 하나 있는데, 이민진의 《파친코》예요.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렇게 시작하죠. 진짜 역사에 휘말린 사람들이 상관없다고 생각할 리 없잖아요. 상관이 너무 있지만 상관없는 것처럼 억척스레 살아가는 모습이 잘 묻어나서 좋았어요. 이 첫 문장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전시도 했대요. 어떻게 이런 기세를 가질 수 있는 걸까요? 좋은 첫 문장을 쓰려면 저에겐 세월이 더 필요하겠다 싶었죠.
좋은 첫 문장은 독자를 그다음으로 데려가는 것 같아요.
슬아: 맞아요. 첫 문장만 봐도 얼마나 고수인지 바로 티가 나죠.
어딘: 잘 쓴 첫 문장엔 확실한 끌림이 있어요. 제가 글방에서 “첫 문장은 섹시하게!”라고 한 건, 일단은 합평을 위한 이야기였어요. 제자들의 글을 두고 어떤 글을 먼저 합평할지 쭉보게 되잖아요. 그때 첫 문장이 좋은 글에 눈길이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첫 문장은 사람의 첫인상 같은 거죠. 예쁘고 멋있게 생긴 것도 좋지만, 그보다 매력적인 게 눈길을 사로잡으니까요. 첫 문장도 그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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