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uration | 성장하는 기쁨

행복 보험 같은 게 있다면 여기 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아무 조건 없이도, 어떤 이유 없이도 무작정 행복해지는 여기. 또박또박 써 내려간 예쁜 글자 안에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다이어리 틈에도, 빵을 가르는 칼날 소리에도, 빼꼼 내미는 발끝 위에도 행복이란 글자가 동동 떠다니는 것 같다. 행복을 부유하는 롤리와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삶에도 절박한 시절과 지난한 날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은 그 시간에 포옹을 보내고 싶다. Not Lonely, Be Happier!

오늘의 행복

어제의 도움닫기

롤리 오롤리데이 대표 박신후

초대해 주셔서 고마워요. 식탁이 보기만 해도 고소하네요.

제가 디렉팅했던 브랜드 중 하나인 ‘다이브인브레드dive in bread’의 빵을 좀 준비했어요. 마침 점심 즈음이라 편하게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 뛰어가서 사 왔죠(웃음). 시금치 치아바타, 고르곤졸라 바게트인데 옆에 있는 꿀 발라서 드셔 보세요.

 

다이브인브레드 이야기로 시작해서 빵집 사장님인 줄 아는 분도 계실 것 같아요(웃음). 소개부터 들어볼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오롤리데이oh, lolly day!’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밑미meet me’라는 자아성장큐레이션플랫폼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롤리’ 박신후예요. 이 외에도 카페 ‘낫론니,비해피어not lonely, be happier.’와 빵집 다이브인브레드도 운영했죠. 하고 싶은 게 워낙 많고 행동도 빠른 사람이라 많은 일을 하면서 분주하게 지내고 있어요.

 

최근에 더 바빠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유튜브, 클럽하우스까지 활발히 활동하시던데요.

사실 살면서 안 바빴던 적이 없어요. 요새는 바쁨 농도가 좀 더 짙어졌다고 해야 하나, 이전에는 친구들과 만나고 사적인 일들까지 해내느라 바빴다면 지금은 온전히 업무로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작년 초반까지는 오롤리데이 대표로 하는 일이 가장 큰 업무였는데요. 작년 중순에 밑미를 시작하면서부터는 큰 역할 두 개를 병행하는 사람이 됐어요. 그래서 이렇다 할 쉬는 날이 잘 없죠. 그래도 오늘은 집에서 만나서인지 일하는 건데도 피크닉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그렇게 느낀다니 다행이에요. 워라밸은 잘 맞추면서 지내고 있어요?

일반적인 의미의 워라밸이라면 ‘아니요’(웃음). 워라밸의 정의가 저한테는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옛날에는 저도 워라밸을 단순히 업무와 일상의 균형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덟 시간일하고, 여덟 시간 자고, 한 시간 취미생활하고…. 근데 이렇게 따지면 살면서 한 번도 워라밸이 좋았던 적이 없는 거예요. 요즘 제가 생각하는 워라밸은 워크 안에서의 밸런스, 라이프 안에서의 밸런스가 얼마나 잘 맞느냐예요. 열 시간을 일하더라도 그 안에서 재미있는 일, 좋아하는 일의 비중이 어느정도냐 하는 거죠.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거나 못하는 일을 잘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잘 해나가는 게 훨씬 밸런스가 좋은 거라고 봐요. 그럴 수만 있다면 일을 열두 시간 해도, 스무 시간 해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체력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라이프 안에서 잠자는 시간을 충분히 두려고 해요. 저는 모든 욕구 중 수면욕이 가장 강한 사람이거든요. 체력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어서 수면이 깨지면 균형이 무너지더라고요. 보통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은 자려고 노력 중이죠. 일하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확보해 두면 저만의 여가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 틈새를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어요.

 

나만의 워라밸 기준이 생긴 거네요. 그럼 다시 물어볼게요.롤리표 워라밸은 요즘 어때요?

잘 유지되고 있어요. 라이프에서의 밸런스는 리추얼로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밑미에서 온라인 리추얼 ‘원데이 원드로잉 X 짧은 글쓰기’를 이끌어가고 있거든요. 리추얼 메이커가 되었으니 반강제이자 의무적으로 매일 하나씩 그림을 그려야하죠. 반년 정도 하고 나니까 습관이 되어서 아무리 피곤해도 드로잉을 하고 글도 한 줄 이상은 꼭 쓰려는 몸으로 바뀌었어요. 그냥 지나가 버렸을 법한 일들이 기록으로 남으니까 좋더라고요. 대단한 이벤트를 그리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행복을 곱씹으며 그리고 있거든요. 오롤리데이 직원들이랑 시시콜콜 대화하는 거, 밑미 친구들이랑 춤추고 노래 부르는 거…. 사실 이런 작은 순간들은 기록해 놓지 않으면 휘발되어 버리잖아요. 우리 머릿속엔 큰 이슈만 남으니까요.

리추얼 메이커로 지내면서 타인의 기록을 보는 건 어때요?

엄청 재밌어요. 제가 하는 건 그림일기다 보니까 내밀한 이야기가 오가는 건 아니지만 일상이 다 보이거든요. 어떤 분은 소소한 데서 재미를 느끼고, 어떤 분은 진지한 이야기를 담기도 해요. 옛날이야기로만 채우는 분도 있고요. 세상엔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이 있는데 그들에게서 공통적인 부분을 찾는다면, 결국에는 공감해 줬을 때 모두가 행복해한다는 거예요. 타인의 기록을 보면서 ‘즐거우셨겠어요.’라든지 ‘힘드셨겠군요.’ 같은 이야기가 오갈 때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결국 다들 관심받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닐까요?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면 의미 있는 기록이 되니까요.

 

롤리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어요?

네. 심리상담사가 끌어가는 밑미 리추얼 프로그램 ‘나를 껴안는 글쓰기’에 참여했을 때인데요. 타로카드를 콘텐츠로 ‘바보’의 여행을 따라 글을 써보는 내용이었어요. 여왕, 황제, 사제들을 만나면서 “나를 군림하려던 사람이 있나요?”, “아픈 경험을 떠올리고 그때로 돌아가서 나에게 말을 걸어 보세요.”같은 질문을 통해 나의 경험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해요. 이 프로그램은 제 리추얼과는 달리 묵직한 이야기가 오가요. 개인적인 문제부터 사회적인 어려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죠. SNS에서 쉽게 배출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들 후련해하시더라고요. 

저도 어디에서도 할 수 없던 이야기를 여기서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저를 괴롭혔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데, 쉽게 말할 수 없는 사건이었거든요. 오프더레코드로 여기서만 말할 테니 인터뷰에는 싣지 말아 주세요(웃음). (소곤소곤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까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다들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후련해해요. 다른 참여자들도 남들에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면서 안도감을 느끼고요. 다른 참여자와 경험을 나누면서 위로도 많이 받았어요.

 

내밀한 마음을 꺼내는 프로그램이었군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공유하는 데 거부감은 없었어요?

안전하다고 확신했어요. 이건 그냥… 믿음이에요. 그 프로그램에서는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거든요. 심리상담을 받으러 가서 선생님을 믿지 않으면 상담이 진행되지 않잖아요. 그거랑 똑같아요. 누구나 치부가 있고, 아픔을 겪어요. 우리는 그 마음을 연대하기 위해 모인 거고요.

 

계속 뭔가 하는 이야기만 해주셨는데 틈틈이 쉬기도 하는 거죠…?

저요(웃음)? 그럼요. 진짜 힘든 날에는 아무것도 안 해요. 하루 종일 누워서 드라마를 보거나 멍 때리며 시간을 죽이는 날도 있어요. 얼마 전엔 <겨우, 서른>이라는 43부작 중국 드라마를 다 보기도 했는걸요. 주변 사람들이 ‘도대체 일하면서 어떻게 그걸 다 본 거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놀 때도, 쉴 때도, 일할 때도 무조건 확실하게 하려고 해요. 강약중강약 조절을 잘하는 거죠.

 

저는 쉴 때도 일 생각이 나던데 그렇진 않아요?

당연히 그래요. 근데 전부 제가 좋아하는 일들을 업으로 삼고 있어서 일 생각을 하는 게 스트레스는 아니에요. 어제도 이 의자에 앉아서 책 보다가 갑자기 회사 생각이 나서 비전, 미션, 코어밸류를 두 시간 동안 집중해서 정리했어요. 늘 그런 식이에요. 푹 쉬다가도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각 잡고 일하고(웃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그래서 좋은 거 같아요.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피하라고도 하고요. 어떻게 계속 해나가는 거예요?

좋아하지 않는 일을 많이 겪어봐서요. 저는 실행을 많이 해본 사람이어서 좋아하지 않는 일도 많이 해봤거든요.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아니었던 일도 있고요.

 

예를 들면요?

요식업이요. 너무 힘들었어요.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맛있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니 요식업은 당연히 잘 맞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막상 업계에 들어가 보니까 모르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저희 엄마가 수십년간 식당을 운영하셨는데요. 그런 엄마를 보면서 쉽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게 오산이었어요. 우리 엄마 진짜 대단한 사람이더라고요(웃음). 직원 관리도 오롤리데이랑은 완전히 달라요. 직접 부딪쳐보니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뭔지 선명해지기도 했어요.

 

어찌 보면 실패한 셈인데 다음 도전이 두렵진 않았어요?

안 그랬어요. 저는 걱정이 별로 없는 사람이거든요. 사람들이 도전을 못 하는 이유는 대체로 걱정 때문인 거 같아요. 행동보다 생각이 먼저 몸을 지배하고 묶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행동하지 못하고 계속 생각만 하게 되는 거예요. 근데 제 생각은 이래요. ‘어차피 행동하지 않아도 머릿속을 맴돌 거라면 (주먹을 불끈 쥐며) 직접 하자!’ 그래야 깨닫는 타입이란 걸 스스로 알고 있거든요. 계속 행동해 나가다 보니 좋아하는 일이 선명해지고 좋아하는 일을 많이 벌이는 사람이 되었어요. 경험이 많아지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고요.

 

실패는 좋은 자산이지만 극복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저는 회복탄력성이 좋아요. 회.복.탄.력.성. 발음이 왜 이렇게 어렵죠(웃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어릴 때 어려운 일을 많이 겪어서 그럴지도 몰라요.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방법을 어린 나이에 혼자 터득했거든요. 지금은 많은 사람이 저와 ‘행복’이라는 단어를 엮어서 생각하지만 우울증이 아주 심했던 적도 있어요. 사는 것보다 죽는 걸 더 많이 고민한 시절도 있고요. 그게 열아홉, 스무 살 때 일이에요. 어릴 때 정신적 힘듦을 심하게 겪고 나니까 대수롭지 않아지기도 했어요. ‘실패하면 어때, 다시 올라오면 되지.’ 이런 마인드가 생긴 거죠. 물론 원래 성격이 낙천적인 것도 한몫했고요. 근데 우울증에 걸리면요, 이런 천성도 소용이 없어요.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건 결국 자기 몫이에요. 누군가 도와줄 순 있겠지만 저를 끌어줄 순 없어요. 저는 무너진 자존감을 세우고 바닥을 치고 올라오면서 저 자신을 신뢰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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