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uration | 바다를 곁 하고

휴일의 송정은 그야말로 물 반 서퍼 반이다. 해변을 따라 걷는 동안 파도에 따라 쉼없이 흔들리는 보드, 물결 위로 올라타기 위해 몇 번이고 뛰어오르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마주쳤다. 음악을 크게 틀어 놓은 서핑 숍들을 지나쳐 골목으로 들어서자 그라핀이 모습을 드러낸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았다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꽤나 수줍어 보인다. 바다로 향해 거침없이 달겨드는 서퍼들과는 사뭇 다른 몸짓을 지녔다.

서핑하며 바다를 온몸으로 느끼고 나면 영감이 쌓일 것 같아요. 

학부 시절에는 서핑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제가 몰랐던 부분이나 역사를 공부하면서 디자인했어요. 서핑이나 비치 컬처에 대해 알게 된 뒤엔 신에서 통용되는 것들을 저만의 방식대로 구현해 보려 하고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서핑하는 동안에는 디자인을 생각할 겨를이 없긴 해요. 어떻게 하면 더 잘 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저 파도를 타도 괜찮을지 판단하느라 바쁘거든요. 바다에서 나와 스튜디오로 돌아와서 어떤 파도에 대한 이미지를 작업할 때가 되어서야 제가 경험한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해요. 파도의 곡선이나 물결, 부서지는 포인트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죠. 이게 작업에 온전히 다 표현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상상에 기대며 막연하게 접근하진 않는 것 같아요. 

 

서퍼들에겐 각자 파도에 대한 기억이 있을 텐데요. 디자인은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 구체성과 보편성을 어떻게 녹이려고 하는지 궁금해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게 어렵긴 해요. 그래서 처음엔 서퍼들이나 바다에 관심이 많은 사람한테 와닿을 만한 디자인을 하려고 했어요. 제 작업 중에 ‘웨이브 아나토미’라는 인포그래픽 포스터가 있어요. 파도가 생성되고 변하면서 부서지는 장면을 도면으로 표현한 건데, 공을 꽤 많이 들였어요. 감사하게도 서핑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더 눈여겨보게 돼요. 아까 학부 시절 서핑을 배우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규칙과 에티켓이라고 했죠. 어떤 룰이 있나요? 

제일 기본적인 규칙이 ‘하나의 파도에는 한 사람만 탈 수 있다.’는 거예요. 쉽게 말하자면 새치기를 하지 말자는 거죠. 보통 파도가 부딪치고 깨지면서 해변까지 오잖아요. (손으로 물결 모양을 만든다.) 서핑하기 좋은 파도는 어느 한 지점부터 조금씩 깨지기 시작해서 하얀 면이 넓게 퍼지는 모양으로 밀려오거든요. 완전히 부서지기 직전에 올라타서 경사면을 타고 미끄러져야 해요. 쪼개지는 면이랑 가까운 서퍼가 우선권을 가지게 되는 거고요. 먼저 올라탄 사람이 깨진 면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 옆에 있던 사람이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 동시에 파도를 타게 되면 충돌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거든요. 모두가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선 최대한 파도를 잘 보면서 길을 잘 계산해야 해요. 때로는 양보도 필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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