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uration | 바깥의 작업실

바깥의 작업실

“고양이 두 마리가 같이 지냅니다. 고양이들이 놀라지 않게 ‘노크’ 부탁드립니다.” 공간은 이토록 솔직하다. 문을 열기 전부터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기운을 슬몃 내보인다. 부탁에 따라 두어 번 노크했을 때, 안에서 “네.” 하는 짧은 목소리가 들렸다. 초대받은 사람의 긴장을 풀어주는,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응답이었다.

‘콰야’라는 이름은 밤을 지새운다는 의미의 한자어 과야過夜에 조용한Quiet과 탐색Quest의 Q를 더해 만든 이름이라고 들었어요. 흥미로운 조합이에요.

사실 저한테 이름이 엄청 중요한 건 아니었어요. 제 본명이 아닌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때라 의미를 담기보단 제 작업이랑 연계되겠다 싶은 단어들을 찾아보았죠. 좋아하는 분위기의 단어를 이어 붙여서 없는 단어를 만들어 이름으로 삼았어요.

 

밤 야夜 자를 써서인지 작업도 주로 밤에 하신다고요. 하루 루틴이 궁금하네요.

루틴…이랄 게 전혀 없네요(웃음). 매일매일 패턴이 달라요. 눈뜨면 오늘 뭐 할지 생각하고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그때그때 해야 할 것들을 해요. 상황에 맞게 일상을 보내고 있죠. ‘지금 작업할까.’ 싶으면 작업하고, ‘이 정도 했으면 좀 자도 되겠다.’ 싶으면 집으로 가요.

 

쉬는 날은요?

따로 없어요. 그래서 요일이나 시간 개념이 없는 편이에요. 그나마 매일 하는 거라곤 작업실에 나오는 거, 일하지 않더라도 고양이들이 여기 있으니까 매일 오게 돼요. 집이 바로 근방이기도 하고요.

첫 커리어가 패션 회사 디자이너였다고요. 그림으로 전향하는 데 큰 고민이 없었다고 해서 놀랐어요. 내 길이라는 확신이 있던 건가요?

확신을 갖고 뭘 하는 편은 아니어서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계속 준비를 하고는 있었어요. 퇴근하고 나면 그림 작업하고 새벽에 잠들고 그랬거든요. 잠을 제대로 못 자니 회사 일엔 잘 몰두하지 못했고, 사실 디자인 업무가 즐겁지 않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한테 즐거운 그림을 찾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입시 때부터 그림과 디자인에 대한 욕구가 반반이었어요. 근데 주변에서 디자인을 해야 나중에 밥벌이도 되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고 하니까, 그럼 그림은 나중에 하고 패션 디자인을 먼저 해보자 싶었어요. 지금은 좀 반대가 된 것 같아요. 그림 작업을 우선으로 하고, 나중에도 옷에 관심이 있다면 그때 패션 디자인을 해보려고요.

 

옷에 대한 관심도 완전히 놓은 건 아닌가 봐요.

그렇긴 한데 관심이 많이 줄었어요. 디자인이든 그림이든, 저는 무언가를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표현 방식 안에서 다른 영역에도 관심이 생겼지요. 글을 쓰거나, 영상을 찍거나…. 작가가 되겠다, 영상을 해보겠다는 게 아니라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느낌으로 대하고 있어요. 관심을 가지면 언제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여러 분야에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는 거네요. 

네. 평생 그림만 그리겠다는 마음은 아니에요.

 

어? 의외네요. 그럼 지금 직업 정체성은 어떻게 돼요? 

‘표현하는 사람.’ 지금 이 시점에 제게 딱 맞는 표현방식이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다른 걸 할 여유가 생기거나 또 다른 기술을 익힌다면 병행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작업 얘기를 좀 해볼게요. 이전에 ‘Knock Your Eyes’라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죠. 길 아무 데나 포스터를 붙여두는 작업이었는데요. “힘든 하루를 마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우연히 핀 꽃을 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길 바랐다.”는 설명이 재미있었어요. 이 또한 하루의 끝, 밤 시간대와 연결되는 이야기 같아서요.

프로젝트라고 하니까 조금 거창한데 큰 목적 없이 재미있겠다 싶어서 해본 작업이었어요. 작업 초기엔 제 그림들을 보여줄 기회가 없다 보니 직접 기회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원한다고 갤러리나 미술관 등에서 전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제 그림을 보여줄 곳이 어딜까 생각하다가 사람들이 다니는 길가, 벽 같은 걸 떠올렸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건데, 무척 재미있었어요. 해외여행 가서도 낯선 길가에 제 그림들을 붙이곤 했죠. 근데 이것도 하다 보니까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제 작업을 출력한 거지만 누군가에겐 그냥 전단지 같을수도 있고, 언짢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게 어쩌면 폭력적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또 누군가 이걸 수거해 간다고 생각하니 짐을 만드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죠. 쓰레기를 만든다는 생각도 있어서 점차 안 하게 되었어요.

 

길가에 무작위로 붙이면 쌍방 소통은 불가능하잖아요. 피드백을 바란 작업은 아니었나 봐요.

맞아요. 저는 단순히 제 작업이 바깥 풍경에 있다는 게 재미있었어요.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은 갤러리나 전시장처럼 갖춰진 곳들이에요. 카페나 문화 공간처럼 유연한 곳이라고 해도 어쨌든 실내에 구성된 공간이어서 바깥 풍경과 대치될 일이 잘 없어요. 실내엔 조명도 있고, 벽도 깨끗하게 정돈돼 있고, 작품 배치 순서나 동선도 신경 쓰기 때문에 제 작업이 잘 가꿔진 작품처럼 보여요. 또 그곳에 찾아오는 사람도 ‘전시 보러 가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오시는 분들이니까 어느 정도 틀이 잡히게 되죠. 반면 ‘Knock Your Eyes’는 바깥 공간에 걸려 있어서 좀 낯설고 이질적인데요. 그만큼 재미도 있었어요. 그 작업 경험 때문인지, 저는 길을 걷다 스프레이로 그린 작품이나 작은 낙서가 보이면 생각이 많아져요. 아마 제 그림도 누군가 우연히 마주하는 데서 재미있는 지점이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한 것 같아요.

내 그림을 불특정 다수가 본다는 데 두려움은 없었어요? 

음… 비슷한 맥락일 거 같은데, 한번은 제 작품을 옮겨주시는 배송 기사님 트럭에 동승한 적이 있어요. 기사님께 전시 보러 전시장에 가신 경험이 있는지 여쭈었더니 한 번도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작품에 관심 없는 사람도 많을 텐데, 이런 분들께 작업이 닿았을 때 그게 어떻게 보일까 궁금증이 생긴 거죠. 작업 초기여서 두려움이나 부담이 더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더 많은 분이랑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서인데, 그런 생각과도 잘 맞는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해요. 제 그림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거기서 파생되는 대화가 있기를 늘 바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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