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uration | 더하고 덜어낸 다짐

좋아하는 걸 수호하는 몸짓은 아름답다. 김겨울 작가가 취미에서 찾는 건 오롯한 기쁨이자 순수한 즐거움이었고, 그건 그를 웃게 하는 쉼 같았다. 여기에 적어둔다. 춤과 피아노를 이야기하는 김겨울의 얼굴이 얼마나 해사했는지. 누구도 그에게 피아노를 잘 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피아노 잘 치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기꺼운 마음으로.

쉼표를 만들며

살아가는 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테니 평범하게 자기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제 소개를 너무 많이 하고 살아서 이젠 자동으로 나와요(웃음). 저는 김겨울이라고 하고요. 유튜브에서 ‘겨울서점’이라는 채널을 하고 있어요. MBC 라디오에서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 디제이를 맡고, 라디오 게스트도 몇 군데 나가고 있어요. 몇 권의 책도 썼고요.

 

소개에 뮤지션 이야기가 없네요?

지금은 활동을 안 하니까요. 꾸준히 음악을 해야 그래도 뮤지션이라 얘기할 명분이 생기는데, 안 한 지 오래되어서 얘기하기 좀 민망하네요.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해서 소개하는 편이군요.

보통은 그렇지만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음악은 사실 다시 하겠다는 마음이 지금은 크게 없어요. 지속적인 커리어로 생각하고 있으면 이야기할 텐데 그런 게 아니어서 얘기를 잘 안 해요.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검색하면 이력이 다 나오니까 강연 같은 델 가면 뮤지션이라고 꼭 소개해 주시더라고요(웃음). 그럴 때 되게 쑥스러워요. 하지만 유튜버나 작가는 지금 저에게 분명한 직업이죠.

 

김겨울’이라는 활동명을 지을 때 큰 고민이 없으셨다고요. “ㄱ과 ㅕ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고 ㅇ과 ㄹ에서 따뜻한 울림이 돈다.”는 이야기가 참 좋았어요. 문자의 형태보다 소리에 집중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제 본명이 좀 흔해서 음악 할 때 쓸 이름을 새로 지으려 했는데요. 고민하다가 제가 좋아하는 걸 하나씩 떠올려 봤어요. 쓸 만한 이름을 찾다가 겨울이란 계절을 좋아하니까 겨울로 하면 어떨까 싶어서 검색을 해봤거든요. 김겨울로 검색했는데 많이 나오지 않았고, 특히 뮤지션으론 아무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써야겠다 했어요. 겨울도 좋아하고 어감도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제 김겨울로 꽤 오랜 시간을 지내오셨잖아요. 이 이름에 어떤 뜻을 붙여보고 싶어요?

예전에 인상 깊은 댓글을 본 적이 있어요. “김겨울의 글과 말에선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서늘함과 포근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 문장들이 따듯한 위로로 느껴져서 신기하다.”는 맥락이었는데요. 그런 서늘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겨울은 차가우면서도 따듯한 계절이기도 하고요.

 

직업은 생계랑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여러 인터뷰에서 유튜브 수익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도 유튜버라고 본인을 소개했어요. 직업의 1순위가 수익은 아닌 듯한데, 어떤 요소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는 20대 때 아르바이트를 정말 많이 하면서 살았는데, 그걸 직업이라 부르진 않았어요. 오랫동안 취미로 글을 열심히 썼지만 그게 돈이 되진 않았기 때문에 그땐 제 직업을 작가라고 소개하지는 않았고요. 돈을 버는 동시에, 자신이 그것을 장기적인 커리어라고 인식하고 있을 때 직업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유튜버로 버는 돈이 많지는 않은데… 정확히는 돈은 벌지만 제작비로 다 나가는 구조예요. ‘이만큼’을 벌면 그대로 ‘이만큼’을 쓰죠. 하지만 외부 활동을 할 때 유튜버는 제 중요한 명함이 되기 때문에 저에겐 분명한 직업이에요.

지속성도 직업의 중요한 요소로 보는군요.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사실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잖아요. 어떤 면에선 불안정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장기적이라는 게 꼭 미래에도 유지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지금껏 제가 장기적으로 해오고 있다는 뜻이죠. 유튜브를 시작한 1년 정도는 저를 유튜버라고 소개하진 않았어요. 유튜브 수익 기준이 안 돼서 돈이 전혀 안 됐거든요. 그러다 2-3년 차가 되면서 유튜버라 말할 수 있게 됐는데요. 그걸로 돈을 벌게 됐기에 수익성이 있고, 벌써 5년 차가 되어가니까 지속성도 생겼죠. 이젠 직업이라고 말할 정도의 커리어가 됐다고 봐요.

 

겨울서점은 책을 콘텐츠로 다루는 ‘북튜브’예요. 책을 읽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은데, 하루를 어떻게 꾸리고 있어요?

그날그날 좀 다른데요. 어제는 새벽까지 편집을 하다 잤고…보통은 아침에 일어나서 오전에 이메일에 답장하려고 해요. 날마다 메일이 수십 통씩 오니까 웬만하면 오전에 답하고 그다음엔 그날그날 해야 할 것들을 처리하죠. 원고 마감이 있으면 원고를 쓰고, 유튜브 촬영하면 편집을 하고, 강연이 있으면 강연 나가고, 라디오 녹음이 있으면 방송국에 가고요. 보통 그날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 9시, 10시쯤 되는데요. 그럼 못 한 나머지 일들을 시작해요. 아침 먹고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저녁 먹고 일하고 잠드는 루틴(웃음).

 

이번 주제어가 ‘취미’, 그리고 여가’인데… 쉴 틈이 없어 보여요(웃음). 쉴 때는 보통 뭘 하세요?

책 읽죠. 영상 편집 창을 띄워 놓고 여섯 시간, 일곱 시간 일하고 있으면 책이 너무너무 읽고 싶어요. 책을 콘텐츠로 유튜브를 하는데, 오히려 유튜브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단 자각을 자주 하거든요. 영상 올리려고 책을 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주말엔 그래도 의식적으로 쉬려하는 편이라 일요일 아침이면 러닝도 하고 조용한 곳에서 책도 읽어요. 보통은 책이 여가의 1순위고, 그다음에 몸을 움직이는 일이나 운동을 하고, 춤을 추고, 피아노를 치면서 지내요. 근데 사실 일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이런 일들은 미리 시간을 확보해 놓지 않으면 안 하게 돼요. 할 시간이 없거든요. 그러고 싶지 않아서 피아노는 꼬박꼬박 레슨을 매주 두 번씩 받고, 춤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연습하고 있죠.

 

취미 생활을 위해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거네요.

그렇죠. 근데 어떤 사람이든 여가는 일부러 만들어 내고 있을거 예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하는 걸 취미라 하진 않잖아요. 가만히 누워 있는 걸 취미라 하지 않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본인이 신경 쓰지 않으면 결국은 여가도 가지기 힘들지 않나 싶어요. 일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취미를 위한 시간을 의식적으로 마련해 놓아야 가능한 거죠.

 

그럼 일도, 여가도 아닌 오롯하게 쉬는 시간도 따로 만드나요? 

언젠가 이렇게 열심히만 살면 안 되겠단 자각이 와서 지금은 달력에 미리 표시해 두고 하루 정도는 온전히 쉬려고 해요. 일주일에 하루, 길면 열흘에 하루 정도는요. 그날은 쉬는 날이기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일 관련 연락도 대체로 받지 않아요. 그냥 누워만 있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죠. 유튜브도 잠깐 보고요. 이런 시간이 없으면 버틸 수 없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어요.

놀이하는 사람의

순수한 기쁨

《독서의 기쁨》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많은 독자들이 한 가지 분야를 편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 그러나 독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능력은 서로 다른 영역의 정보와 감정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책을 읽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그 배경을 파악할 것을 권장하지요. 독서를 가벼운 취미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저에게는 독서가 취미이기만 한 건 아니죠. 아무래도 업무의 성격이 생겼기 때문에 독서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요. 이 독서는 일을 하기 위한 독서, 이 독서는 공부하기 위한 독서, 이 독서는 재미를 위한 독서, 이 독서는 길티 플레저(웃음)…. 저는 어릴 때부터 편독이 없었어요. 다양하게 읽는 걸 좋아해서 가리지 않고 많이 읽었죠. 자기 계발서까지 다 챙겨 읽던 시절이 있었어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 이런 책도 읽었고요(웃음). 그래서 장르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데요. 그걸 읽는 제 마음가짐은 그때그때 다른 거죠. 예를 들어 라디오 게스트가 고른 책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저는 최선을 다해서 읽어야 하지만 제가 소개할 필요는 없으니까 디제이로서의 소임을 다할 정도로만 읽죠. 또, 유튜버로 책 소개를 해야 한다면 읽은 책을 다시 확인해 봐요. 제가 표시했던 부분을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하는 거죠. 그리고 진짜 즐기는 독서는 아무 생각 없이 읽어요. 나름대로 정리도 하고 질문도 하면서 읽죠.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독서가 좀 달라지는 거네요.

강연할 때 많이 하는 얘기가 있는데 ‘모든 독서는 독서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거예요. 독서를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거든요. 누군가 제게 책 읽는 방법에 대해 묻는다면 답은 해줄 수 있지만, 제가 권유하는 방식이 정답은 아니에요. 각자 필요한, 혹은 좋아할 만한 독서가 있으니까요. 그게 독서의 좋은 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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