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uration | 공간을 사유하는 방법

고요의 집엔 특별한 게 있다? 아니,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이 있다. 오로지 취향만 남는 곳, 여기는 고요의 집이다.

고요와 고요의 집


안녕하세요. 소개로 대화를 시작해볼까요?

안녕하세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탠 크리에이티브를 운영하고 있는 최고요입니다.

 

간결하네요(웃음). 오늘은 고요의 집에서 만나게 됐어요.

여섯 번째 고요의 집으로 초대하게 됐네요. 이곳은 작년에 첫눈에 반해 이사하게 된 공간이에요. 이사를 앞두고 집을 알아보는데, 집들 컨디션이 별로여서 계속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네 동네에 왔다가 친구 소개로 둘러보게 된 곳이죠. 이 동네로 이사 올 생각은 없었는데,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서 바로 계약하고 이사하게 됐어요.

 

‘고요의 집’은 지금도 운영되는 블로그 이름이죠. 셀프 인테리어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어요.

호주에 살다 돌아와서 서울에 집을 구한 뒤 직접 인테리어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고요의 집’이라는 타이틀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작은 작업들을 공개했고, 어쩌다 보니 네이버 블로그 메인에 소개되는 등 관심을 받게 됐어요. 고요의 집을 가꾸어온 지 벌써 10년이나 흘렀네요.

 

셀프 인테리어는 부지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같아요. 블로그 운영도 그렇고요.

맞아요. 부지런해야 해요. 벽이랑 가구에 페인트칠도 하고, 이것저것 부품도 교체하고, 공사 비슷한 것도 하고…. 이런 작업들을 다 하려면 손품을 팔아 알아보는 일까지 해야 하죠. 하지만 전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에요(웃음). 그래서 부지런해지려고 많이 노력해야 했어요.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았거든요.

 

우울해지지 않으려고 시작한 일이로군요.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어요.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일을 찾았고, 그게 바로 블로그였어요. 그러다 누군가 포스팅한 셀프 인테리어 게시물을 보게 됐는데 저도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셀프 인테리어라는 개념이 정착되지 않은 때여서 특별한 명칭도 없이 그간 하나둘 해온 작은 작업들을 공유하기 시작했죠. 누군가 제 인테리어를 보고 더 멋진 방을 만들어내면 좋겠다는 기대도 있었어요.

 

10여 년 전에는 셀프 인테리어에 관한 정보가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지금에 비하면 그렇지만, 그때도 인터넷을 찾아보면 뭔가 나오긴 했어요. 실전 인테리어는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벽에 페인트를 칠할 수 있다는 사실만 알아도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모든 게 신세계였죠. 그땐 아주 작은 것도 정보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지금이 정보 찾기에 편하다는 생각도 잘 안 드는 것 같아요. 얼마나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지에 대해 무감각한 거죠. 하지만 지금은 미디어나 책만 봐도 사람들의 관심이 확실히 늘어났다는 게 느껴져요. 10년 전에는 셀프 인테리어 책도 드물었고 셀프 인테리어라는 용어도 없었거든요. 참고할 만한 집이나 롤모델도 딱히 없었고요. 제가 인테리어 하는 데 영감을 받은 장소는 구체적인 집이라기보다는 영화에서 본 장소나 여행지에서 묵은 숙소 같은 곳이었어요.

 

블로그가 주목받고 있다는 걸 언제 실감하게 됐나요?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실감이라고 하면 3-4년 전 일이 생각나는데, 그즈음 셀프 인테리어를 콘텐츠로 한 방송들이 여럿 생겼거든요. 방송국에서 섭외 연락이 왔올 때 ‘이런 분들도 고요의 집을 아시는구나!’ 하고 느끼게 됐어요. 지금도 섭외 연락이 올때마다 놀라요.

사람들은 고요의 집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했을까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쉽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듯해요. 큰돈 들이지 않고 평범한 소품으로 따라 할 수 있는 내용들이어서요. 실제로 저는 일반적인 것, 가지고 있는 것, 오래된 것 등 특별하지 않은 소품을 주로 활용하거든요. 특히 네 번째 고요의 집 인테리어를 보고는 ‘우리 집이랑 구조도, 오래된 정도도 비슷하네!’라는 생각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우리 집도 예뻐질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죠.

 

인터넷이라는 특성상 늘 좋은 반응만 있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블로그를 보는 분들은 제 작업을 찾아온 분들이니까 다들 긍정적이에요. 그런데 언젠가 한 인터넷 신문에 고요의 집으로 기사가 난 적이 있었어요. 단독 기사도 아니고 서너 명의 인터뷰이로 기획된 기사였는데, 메인 이미지로 고양이를 안고 있는 제 사진이 쓰였거든요. 그 때문인지 저에게 아무렇지 않게 막말을 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월셋집에 저런 짓을 왜 하느냔 얘기부터 된장녀라는 댓글까지 봤죠. 그 기사에서 다룬 제 작업은 공간을 분리하는 인테리어였는데요. 좁은 집에 별짓을 다 한다며 고양이가 불쌍하다는 말까지 하더라고요. 고요의 집 블로그에는 호의적인 분들만 찾아온다는 걸 느꼈죠.

 

덩달아 속상하네요. 키보드 워리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만일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했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인터넷에서 인테리어 정보도 찾고, 블로그도 인터넷을 통해 하고 있는 만큼 도움을 많이 받은 셈인데요. 그렇지만 인터넷이 없었더라도 어떻게든 인테리어를 했을 것 같아요. 인테리어를 전공한 건 아니기 때문에 공간에 관련된 책 같은 걸로 시도하지 않았을까요? 어떤 시대를 살든 저에게 공간은 너무 중요하고, 제 취향의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는 언제나 있었으니까요.

 

블로그를 하기 전에도 셀프 인테리어를 해왔나요?

마음먹고 시작한 건 서울에 와서였고 호주에서는 저예산으로 집을 가꾸는 방법을 터득했던 것 같아요. 호주에서는 유학생 신분이다 보니 시내에서 살려면 좁은 집에 여러 명이 살아야 했어요. 베란다를 개조해서 사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저는 그게 싫어서 외곽에 낡은 집을 구하게 됐어요. 중고로 필요한 가구를 보충하면 제가 가진 예산으로도 혼자 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때 저는 이사 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가구를 판매하는 ‘무빙 세일’을 애용했어요. 학생들이 사용하던 이케아 물품 같은 걸 저렴한 가격에 들여오곤 했죠. 또, 빈티지 가구도 많이 알아봤는데요. 원하는 모양을 찾되, 비교적 저렴한 소재로 고르면 그래도 예산 내에서 마음에 드는 걸 구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아, 충격 그 자체였어요(웃음).

취향을 담아서


‘충격’이라니! 첫 번째 고요의 집 이야기가 궁금해지는데요.

저예산으로 계약할 수 있는 집의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열악했어요. 500에 35만 원짜리 집을 알아봐야 했는데, 대부분 반지하 집이더라고요. 반지하가 아니더라도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오로지 ‘밝고 깨끗한 집’을 구하는 데만 집중했어요. 그렇게 고른 집은 신축 건물에 샌드위치 판넬로 지은 옥탑방이었어요. 그나마 가장 깨끗한 곳이었죠.

 

그렇게 고요의 집이 시작된 거로군요. 집을 구하기 전에 동네를 알아보는 작업이 우선일 텐데, 어떤 동네를 선호했나요?

첫 번째 집은 회사 근처 동네로 골랐어요. 출퇴근을 생각해서 역세권으로 찾게 되었는데, 저예산으로 밝고 깨끗한 집을 구하려면 치안이나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동네에 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호주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여서 서울 동네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고 그나마 깨끗한 집이 그 옥탑방뿐이었기에 계약하게 됐는데, 살다 보니 옆 동네와 격차가 크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때 ‘내가 모르는 동네엔 가지 말자.’는 나름의 원칙이 생겼죠. 최소한 한 번쯤은 가본 동네, 친구가 사는 동네는 되어야 제가 살 만한지 알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 뒤로는 점점 더 쾌적한 동네로 옮겨 다녔고, 그러다 살고 싶은 동네에도 살아보게 되었는데요. 그게 바로 네 번째 고요의 집이 있던 이태원동이에요. 평소에 이태원동을 보며 ‘어머, 이런 동네도 있었네. 정말 좋다.’고 생각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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