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가을을 누리는 네 가지 방법
슬픔이 이토록 반갑게 느껴질 수 있을까. 다린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한없이 슬퍼지지만 그 마음에 깊이 머무르고 싶어진다. 솔직하고 따뜻한 말들을 꾸밈없이 부르는 목소리. 듣고 있으면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수한 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9월의 끝자락, 가을이 시작될 무렵에 그와 만났다.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에 다린이라니… 아끼는 마음 가득 담아 이 가을을 보낸다.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인터뷰 장소로 연희동을 추천했어요.
지금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연남동에 살았어요. 이 주변을 자주 산책했는데 인터뷰 장소로 떠오르더라고요. 여기는 푸어링아웃인데, 좋아하는 카페예요.
요즘 공연 준비로 바쁠 것 같아요.
한 달 뒤에 발매될 EP의 선공개 곡이 3일 뒤에 나올 예정이에요. 어제도 계속 곡 작업을 했어요. EP 발매를 기념으로 공연 준비도 같이 하고 있는데, 책이 나올 쯤엔 모두 공개되어 있겠네요. 요즘은 식물 키우기도 시작했어요. 새로운 취미가 생겨서 그런지 더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고양이들과 같이 살고 있어서 식물 키우기가 쉽지 않겠어요.
맞아요. 주로 고양이에게 안전한 고사리 종류 식물을 들이고 있어요. 다른 종의 식물도 키우고 싶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데 많지 않더라고요. 아쉽지만 고사리를 소나무처럼 잘 키워보려고요(웃음). 오늘 고양이들이 아파서 작업실을 못 보여드려 아쉬워요. 필름 사진으로 식물 사진도 찍어두고 있는데 보내드릴게요.
좋아요(웃음). 뮤지션은 프리랜서잖아요. 하루하루 스케줄이 다를 것 같은데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편인가요? 매일 곡을 쓰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말한 적도 있죠.
뭔가를 남기지 않으면 불안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나아졌지만 곡을 쓰려는 시도는 매일 해요. 곡을 완성하지 않더라도 메모를 하거나 사진을 남기거나 기타를 잡아요. 곡을 쓰기 위한 행위를 매일 하는 거죠. 제 기록은 아마도 불안에서 기인하는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제가 제 추억을 남기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거든요. 아무도 모르게 시간이 가는 거죠. 그래서 불안해요. 시간이 아무 의미 없이 흘러버리는 게 억울하기도 하고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걸까요?
시간은 애초에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아까운 마음은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온전히 제 의지가 아닌 이유로 어떤 레이스에 던져졌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나를 고른 것도 아닌데, 왜 나로 살고 있지?’ 하는 공상에 가까운 생각들이요(웃음). 집에서 그냥 쉴 때도 제가 저 자신으로 고립되는 시간이 죄책감처럼 다가오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이젠 재미로 기록을 하기도 해요. 전에는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찾아서 기록했다면 지금은 말할 것과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어요. 애써 꾸미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편한 옷을 입은 느낌이에요.
편해진 계기가 뭐였는지 궁금해요.
글쎄, 뭘까요. 그냥 하나의 사이클인 것 같아요. 어떤 굴레처럼 인생의 고민이 생기면 질문을 던지고 씨름을 하고 결국엔 답을 찾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요. 지금 편한 상태도 반복되는 사이클 중 하나인 거겠죠. 어떤 계기나 사건은 없었어요.
3일 뒤에 나올 싱글 곡 제목이 ‘Fine’이에요. 지금 다린의 마음과 닮았네요.
이번 곡은 ‘아무 말 안 해도 돼. 다 괜찮아질 거야. 지금 슬퍼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결국 찾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노래예요. 저한테 정말 필요한 말이었어요. 요즘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졌잖아요. 내 탓이 아닌데 내 탓처럼 되어버리는 일이 너무 많아요. 그냥 안타까운 일이 우리 세대에 일어난 것일 뿐인데요. 이렇게 힘든 상황에 놓인 제 주변 사람들, 그 너머의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노래예요. 이번 EP를 만들면서 저 자신에게 부탁했던 건 ‘마음을 오염시키지 말자.’였어요. 욕심 가지지 말자는 의미에서요. 늘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조금이라도 아쉬운 점이 보이면 자책하게 되더라고요. 나를 미워하지 말자, 자책할 빌미도 만들지 말자고 생각하는 데 집중했어요. 지금도 그래요. 오늘도 집에 가서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리며 좀더 잘 말할 수 있었는데, 하고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이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AROUND Club에 가입하고 모든 기사를 읽어보세요.
AROUND는 우리 주변의 작은 것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