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h, Travel, Love’ ZERO PER ZERO

지구 여행자에 아로새겨진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퍼제로

낯선 도시로 떠날 생각에 조금은 달뜬 당신. 주머니엔 지도가 있고, 그 사실에 당신은 자주 안도할 것이다. ‘지구, 여행, 사랑’ 세 단어를 함빡 녹여 우리의 안심을 아름답게 매만지는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퍼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았다. 그들의 디자인 스토리는 흥미롭고 단단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만든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제로퍼제로. 이들은 세계 속 다양한 도시와 사람들의 작고 복잡한 일상을 주제로 그래픽디자인의 세계를 넓혀나간다. 서울의 어느 작은 스튜디오에서 전 세계로 그래픽 언어를 송신하며 2013년부터 오프라인 숍 제로스페이스도 운영하고 있다.

제로퍼제로 로고에 표기된 ‘EARTH, TRAVEL, LOVE’는 작업을 통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들었어요. 

처음부터 지구, 여행, 사랑 이야기를 하겠다고 정해놓고 제로퍼제로를 시작한 건 아니에요. 로고에 이 문구를 삽입한 건 몇 년이 채 되지 않았거든요. 문득 그간 쌓인 작업물을 되돌아보니 이 세 단어로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로퍼제로의 출발은 도쿄의 지하철 노선도였죠.

김지환(이하 ‘지환’):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어 일본어를 배울 무렵, 때마침 학교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생겨서 도쿄에 가게 됐어요. 2006년이었죠. 한 가지 과제로 한 학기를 진행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도쿄의 기념품을 만드는 과제에 당시 관심 가지고 있던 지하철 노선도를 이용해보기로 했어요. 현지인의 눈으로 일본 지하철을 보는 것과 외국인의 눈으로 보는건 많이 다르거든요. 일본의 특이한 점은 일본 전국 곳곳에 철도망을 가지고 있는 JR, 두 개의 지하철 회사, 일곱 개의 주요 사립 철도 그룹과 그 외 다수 소규모 회사들로 지하철 시스템이 이루어져 있다는 거예요. 모든 회사가 경쟁자인 셈이라 노선도를 따로 제작하고 있어서 교통 정보의 호환성이 엄청나게 떨어져요. 모든 회사의 노선을 정리한 노선도가 없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합치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와 동시에 시각적인 차별점도 고려했어요. 직선을 사용한 기존 노선도와 다르게 원호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이 작업의 출발이었죠.

지하철 노선도 자체를 도쿄의 기념품으로 만든 거네요.

물론 노선도 자체가 기념품이 될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생각한 건 ‘레일웨이 캘린더 포스터’였죠. 도쿄는 노선 수가 백여 개나 되고, 총 역은 모두 1,500개가 넘거든요. 역을 나타내는 동그라미에 날짜 스티커를 붙여서 역 하나하나가 1일이 되게끔 만드는 아이디어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노선도 자체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로퍼제로에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노선도를 디자인하는 데 집중했어요. 처음엔 포스터 형식으로 제작했지만, 포스터를 가지고 여행을 다닐 수는 없으니 접지 형태의 휴대용 지도로 발전시켜 다양한 사이즈를 만들었죠.

 

지하철 노선도가 거리나 방향 면에서 실제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리디자인이 더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공공 디자인의 교과서로 불리는 영국의 지하철,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노선도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오늘날 노선도의 시초예요. 해리 벡Harry Beck이 언더그라운드 노선도를 디자인하기 전에는 모든 국가가 실제 지형에 지하철 노선을 그려서 제작했기 때문에 정확한 거리와 방향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하철 노선은 아무래도 도심 지역에 몰려 있다 보니 중심가만 빽빽한 지도가 그려졌고, 외곽 쪽은 여백이 많을 수밖에 없었죠.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리 벡은 역 간 거리를 균등하게 조정하여 노선도를 도식으로 재구성했어요. 수직선과 45도 각도, 몇 가지 색상만으로 단순하게 표현한 이 노선도 역시 실제 거리는 무시하고 제작되었어요. 한 역에서 다른 역으로 어떻게 가는지 알고 싶어 하는 승객에게 역의 자연적인 위치 같은 건 상관없다는 점에 착안해, 철도의 경로를 오직 위상학으로만 바라본 거죠. 당시 정보 디자인 쪽에서는 무척 혁신적인 일이었어요. 실제 지형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저희는 이런 특성에서 힌트를 얻었고, 노선에 약간의 변형을 더해서 도시 콘셉트가 반영된 노선도로 발전시켜보고자 했죠. 

도쿄, 베이징, 뉴욕, 서울, 홋카이도, 암스테르담, 파리, 유럽 등 지하철 노선도가 도시 아이콘으로 각기 다르게 디자인된 점이 눈에 띄어요.

제로퍼제로 노선도에서 가장 직관적인 부분이 바로 도시 아이콘이에요. 뉴욕은 ‘I♥NY’ 로고의 하트, 파리는 대표 건축물인 에펠탑, 도쿄는 일장기의 원형 등 도시 아이콘을 노선도와 결합해 모양을 변형하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그래서 특별한 아이콘이 없는 도시의 경우에는 만들고 싶어도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워요. 그 점이 레일웨이 시리즈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도시 아이콘을 이용하는 작업이니까 도리어 핵심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도시 아이콘이 있어도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레일웨이 포스터를 시작할 때부터 파리는 꼭 하고 싶은 도시 중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에펠탑이라는 대표 아이콘을 변형하는 게 어려워서 제작에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길쭉한 탑 형태 안에 노선도를 넣는 게 쉽지 않았고, 넓은 배경 처리도 고민이었어요. 그러던 중 배경을 구름으로 채워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구름에는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파리 지하철 시스템을 담아 디자인했어요.

지하철 노선도를 리디자인하기 위해 기존 노선도를 꼼꼼히 살펴봤을 것 같아요. 가장 잘 구성된 도시는 어디였나요?

지환: 파리요. 노선도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살펴보면 디자인 하면서 고민했을 지점들이 보이거든요. 파리는 다른 도시에 비해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고 그 내용도 복잡했어요. 그런데 그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해결했더라고요.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노선도가 지하철 노선도의 표준이자 기준이어서 그 디자인과 색감을 그대로 따르는 도시들이 많아요. 그러나 파리는 언더그라운드 노선도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을 파리 만의 방법을 찾아 적용했어요.

진솔: 저는 뉴욕의 노선도 중 70년대에 마시모 비녤리Massimo Vignelli가 디자인한 노선도가 제일 좋아요. 해리 벡의 45도 노선도를 발전시킨 디자인인데 조형적으로 무척 아름답거든요. 현재 뉴욕 공식 맵은 비녤리 디자인은 아니지만 인상 깊어요. 형태적으로는 지형도 위에 노선도가 얹어진 모습인데, 실제 지도와 비교해보면 맨해튼 쪽으로 확대되고 외곽으로갈수록 축소되는 등 지형이 많이 왜곡되어 있어요. 뉴욕은 맨해튼처럼 대부분 길이 격자로 구성되기 때문에 지형과 노선도를 결합해도 위화감이 덜하다는 점을 이용한 거죠.

제로퍼제로의 노선도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나요?

작업 초기엔 노선도를 변형하는 데 집중해서 실용성보다는 하나의 디자인 작업이라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했어요. 작업 중반부부터 실제로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선도에 지형적인 요소를 최대한 반영하여 위화감 없이 만들고자 했어요. 그렇게 실용성을 담아 발전시킨 게 시티맵 시리즈죠. 앞면은 노선도, 뒷면은 실제 지도로 구성하여 현지에서 여행을 다니면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저는 딱딱한 디자인이 갑갑해서 어릴 때 지도 보는 걸 정말 싫어했어요. 손글씨가 들어간 제로퍼제로 월드맵이었다면 달랐을 텐데….

진솔: 정말요? 반대로 저는 지도를 엄청나게 좋아했어요. 볼 때마다 아름답다고 생각했거든요. 의외로 세상엔 그림 지도가 많아요. 저희가 처음으로 딱딱하지 않은 지도를 만든 건 아니에요(웃음). 월드맵의 시작은 집에 있는 오래된 지구본에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칠하면서였어요. 그 위에 글씨를 쓰고 저만의 지구본을 만들었는데, 이걸 이용해 지도로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죠.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한국어판 지구지도와 지구본도 만들고, 색상도 다양하게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작업할 때마다 가상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즐거웠던 작업이에요.

지환: 제로퍼제로만의 세계 지도는 꼭 해보고 싶은 작업 중 하나였어요. 저희 작업물도 초기 스타일은 그래픽적인 느낌이 강해 조금 딱딱하거든요. 지도는 노선도와 달라서 임의로 변형이 어려워요. 그래서 컴퓨터 서체로 작업하면 어떤 나라는 빽빽하고 어떤 나라는 느슨한 모양새가 되죠. 반면, 손글씨는 글씨 자체를 변형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이 넓으면 두 줄로 쓰고, 비좁으면 기울여 쓰는 게 가능해요. 또 세계 지도의 배경 색은 약속한 것처럼 파란색인 경우가 많은데, 제로퍼제로 월드맵은 밝은색을 배경에 깔고 각 나라에 다양한 색을 입혔어요. 이런 구성 때문에 눈에 잘 들어온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아요.

제로퍼제로 손글씨와 그림은 인기가 정말 많잖아요.

진솔: 그간 제로퍼제로 일러스트 작업에 손글씨를 함께 활용해왔지만, 본격적으로 손글씨만 활용한 건 월드맵이 처음이에요. 그 이후 손글씨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제로퍼제로의 오프라인 숍인 제로스페이스 내에서도 손글씨를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컴퓨터로 출력하면 읽지 않을 내용도 손글씨로 적으니 손님들이 꼼꼼히 읽어주시더라고요. 손글씨는 크기가 작아도 특유의 존재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요즘 시대에 종이 지도는 다소 낯선 도구이기도 해요. 저는 사실 여행지에서는 구글 맵을 보거든요. ‘현 위치’ 표시가 중요한 방향치여서요(웃음).

지환: 저도 세부적인 위치는 구글 맵으로 확인해요. 하지만 여행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종이 지도를 챙기는 거예요. 도시의 전체적인 모양을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해서죠. 큰길이나 랜드마크의 위치가 머릿속에 있으면 계획을 짜기 수월해요. 도시의 성격도 알 수 있고요. 지도 안에 무엇을 담느냐는 도시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도시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나거든요. 어떤 도시엔 여행자를 위해 하루 코스, 반나절 코스를 제시하는 종이 지도도 있는데요. 이런 지도는 도시를 한눈에 파악하기 좋아요.

앞서 이야기한 작업들이 세계 각국의 도시를 다룬 거라면, 우리나라에 집중한 국보 시리즈도 만들었어요.

시티맵 시리즈의 일환으로 ‘서울’을 진행하면서 구석구석을 눈여겨보게 됐는데, 서울은 곳곳에 궁이 있다는 점이 특이했어요. 이런 특징을 일러스트 작업으로 확장하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궁의 외관만 그리면 심심할 것 같아 구조를 평면도처럼 제시하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그 안에 전통의상을 입은 임금, 중전 등 다양한 인물을 함께 담았는데,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현한 옛 인물들이 재밌게 표현되어서 핀 배지까지 제작하게 됐어요.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 국보 시리즈죠. 우리나라 국보 300여 개를 동일한 그래픽 스타일로 표현해서 핀 배지, 엽서,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보》라는 책까지 만들었어요. 그렇게 했던 작업이 쌓여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하는 커다란 카테고리를 이루었어요. 이 시리즈는 아무래도 관광지에서 인기가 많지만, 일반 소품숍에도 입점되어서 내국인이 많이 찾기도 해요. 어딜 가나 기념품은 외국인 용이 따로 있다는 게 아쉬워서 저희 소품은 내외국인 구분 없이 접근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들었죠.

최근에는 공항에서 제로퍼제로의 물건들을 자주 봤어요. 여권 케이스, 네임 택…. 반갑더라고요.

여행 소품은 시중에 이미 많기 때문에 저희 제품에 경쟁력이 생길 거란 기대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지하철 노선도가 시티맵과 연결되고, 시티맵의 서울이 국보 시리즈로 발전한 것처럼 여행 소품도 자연스럽게 접근한 작업이었죠. 시티맵을 리뉴얼하면서 커버에 후가공을 넣어 종이의 질감과 박으로만 구성했는데 리뉴얼된 커버 느낌이 좋아서 이런 방식을 다른 데도 적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트래블 노트, 패스포트 노트, 그리고 여권 케이스가 탄생했죠. 제로퍼제로의 여권 케이스는 종이로 만들었는데, 지금껏 없는 소재다 보니까 걱정이 많았어요. 아무리 새로운 시도여도 다른 사람들이 따라 만들 것 같지 않은 아이디어였거든요(웃음). 패브릭이나 가죽은 우리 분야가 아니어서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데 종이나 인쇄는 경험이 있다 보니까 시도하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만큼 다른 소재로 만들어달란 요청도 많았어요. 하지만 다른 재료로 만들었다면 지금 같은 반응은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종이로 된 여권 케이스는 어떤 면에선 파격적이잖아요. 이처럼,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이 맞아떨어질 때 제로퍼제로만의 제품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여행 소품들이 여행자들에게 어떻게 가 닿기를 바라나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설렘과 추억 같아요. 여행 전에는 여행지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잖아요. 사용하고 돌아왔을 때, 사용감이 남은 그 자체가 여행의 추억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제품들이 여행 전후의 즐거움을 담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여권 케이스는 종이로 만들어져서 손상되기 쉬운데, 역으로 그 사용감이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게 해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요즘은 걸어가자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패밀리 시리즈가 가족과 함께하는 다정함이었다면, 걸어가자 시리즈에선 혼자만의 여유가 느껴져요. 패밀리 시리즈는 최근 몇 년간 진행한 메인 작업으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 시리즈였어요. 그런데 제로스페이스에 와주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삼십 대 미혼이거든요. 그래서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통해 그들이 좀더 공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주도적으로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느낌을 표현하고자 홀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림을 그렸고, 여기에서 점차 발전된 게 걸어가자 시리즈예요.

아, 맞다! 망원동 곳곳에서 눈에 띄던데 망원동 지도를 만드는 건 어땠어요?

진솔: 마을 지도 아이디어는 일본 사가에 여행 갔을 때 받아온 아트 맵에서 떠올랐어요. 지도 이름이 ‘사가 아트 맵’이었는데, 사가의 디자인 숍을 모아 소개해놓은 거였죠. 우리도 이런 지도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작한 게 망원동 지도 ‘망원경’이에요.

지환: 망원경은 이름부터 정하고 시작한 작업이었어요. 저희가 망원동에 온 지 올해로 7년이 되었는데, 당시에는 지금처럼 외국인이나 관광객이 많지 않았어요. 가게들이 골목골목에 숨어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처음 오신 분들이 찾기 어렵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가는 사람들이 여러 가게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망원경이란 이름을 붙였죠. 처음 제작할 땐 가게가 지금처럼 많지 않아서 모든 가게를 담을 수 있었는데 최근엔 상권이 커져서 망원경에 전부 담기가 어려워졌어요. 추가로 인쇄할 때마다 가게 정보도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곳곳에서 무료로 배포한 덕분에 망원동에서 실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노란 종이를 들고 망원동 구석구석을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죠. 

또 어떤 작업이 탄생할지 궁금해져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저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특별한 목표나 방향을 정하고 작업하지는 않아요. 지하철 노선도가 시티맵을 만들고 패밀리 시리즈가 걸어가자 시리즈를 만들었듯, 메인 작업에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식으로 작업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방향도 자연스럽게 정해지고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더라고요.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정하지 않고 꾸준히 지금에 이른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식으로 해나가고 싶어요.

A. 서울시 마포구 희우정로16길 32, 제로스페이스

T. 02 322 7561

H. zeroperzero.com

O. 일요일13:00~18:00, 평일13:00~19:30

토요일13:00~20:00

제로퍼제로의 미공개 작업기

이름 없는 작은 마을

저 먼 유럽 어딘가에 제로퍼제로가 도시를 짓고 있대. 이야기를 좀 들어보려는데, 진솔 씨가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아, 얼마 전에는 이 마을에 있는 카페의 엽서가 완성됐어요. 끼적인 낙서같은 거지만, 스케치를 보여드릴까요?” 냉큼 그러자고 했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작업이라 준비된 건 없지만, 제로퍼제로만의 가상의 마을을 만드는 중이에요. 지도부터 시작해서 마을 하나를 완성하는 거죠. 이곳은 스위스나 노르웨이에 있을 법한, 산이 있는 작은 마을이에요. 마을을 만드는 데 중심이 되는 요소는 마을 지도라고 생각해요. 지도 디자인에 앞서, 이 작은 마을에서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한지를 결정해야 해요. 이 마을엔 어떤 요소들이 있고,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설정하는 단계가 필요하죠 .누군가 이 도시에 기차를 타고 오게 될 거예요. 그 사람을 위해 기차역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부터 건설해야겠죠. 그리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려고 해요. 인포메이션 센터가 완성되면 센터 안에 비치된 엽서나 물품 등 세부적인 소품을 만들 거예요. 가상의 도시에 집과 길도 만들어야겠죠. 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상상하면서 버스도 만들고, 버스를 탈 수 있는 티켓도 구상하고…. 우린 천천히 이 마을을 살찌워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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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