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ati’s Fine Meats

예술을 사랑하는 푸줏간 주인

호주 멜버른의 칼튼Carlton 지역은 골드러시Gold rush 때 유럽에서 이주해온 유럽인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한 곳이다. 골목골목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중에서도 ‘작은 이탈리아’로 불리는 라이곤 스트리트Lygon st에는 이름난 푸줏간이 있다. 리오 도나티Leo Donati의 작업실이다. 백이십 년 동안 정육점으로 자리를 지켜온 이곳을 도나티 가족이 인수한 건 지난 1972년. 지금은 도시 전역에서 찾아올 만큼 굳건한 입지를 자랑한다. 

‘Meat, Butchery, Italian, Salumi, Opera….’ ‘도나티스’를 소개하는 단어들 중 하나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오페라라니, 하지만 이곳을 찾는 단골들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웅장한 오페라 선율이 울려 퍼지는데, 오늘의 선곡은 푸치니G.Puccini의 <나비 부인>이다. “차오Ciao!” 하고 인사를 건네는 주인 리오의 뒤로, 여느 때처럼 도나티 가족들이 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벽에 걸린 돼지머리 그림과 진열대의 샤퀴테리Charcuterie(돼지고기 식품)가 묘하게 어울린다. 

잘 손질된 스테이크용 고기부터 이탈리아 전통 방식대로 돼지뒷다리를 절여서 말린 햄 프로슈토Prosciutto, 이탈리안 소시지 모타델라Mortadela, 세이지와 노끈으로 묶어 작은 선물처럼 보이는 숙성된 닭고기, 차곡차곡 쌓여있는 우설까지.

가끔은 고기를 사서 나왔을 뿐인데 갤러리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작은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예술적 감각과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해온 장인의 존재는 그 자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동네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지난 5년 동안 도나티스를 통해 자연 방목 고기들을 공급받아왔다. 걸어서 2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리오의 가게가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필요한 고기가 생기면 고기를 운반할 트롤리를 끌고 가서 원하는 만큼 가져왔고, 덕분에 늘 좋은 재료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나티스는 이곳 생활에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향수를 채워주기도 한다. 불고기가 먹고 싶으면 꽃등심을 햄처럼 얇게 썰어달라고 하고, 꼬리곰탕이 생각날 때면 소꼬리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번거로운 주문인데도 흔쾌히 작업해주는 리오와 길을 지나갈 때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어주는 도나티 가족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마트가 즐비하고 진열된 고기를 쉽게 살 수 있는 요즘, 칼튼 주민들과 주변 식당들은 꾸준히 도나티스를 찾고 있다.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로컬 식재료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호주인들의 의식과 소비 습관은 결국 더 좋은 먹을거리로 되돌아온다.

가게를 운영한 지 오래되었다고 들었어요.

1965년부터 이 업계에서 일했고, 1972년 처음 가게 문을 열었어요. 그러고 보니 마흔 해가 넘도록 한 자리에서 일해왔네요. 우리는 이탈리안 정통 방식으로 작업한 질 좋은 고기를 선보이고 있어요.

잘 정돈된 고기와 함께 예술작품을 감상한 적은 처음이에요.

나는 이곳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요. 그래서 평소 좋아하는 것들로 공간을 꾸미기로 했죠. 오페라를 들으면서 작업하고, 그동안 모은 작품 몇 점과 샤퀴테리 책들을 늘 가까이 둡니다. 커다란 인조 잔디는 브리즈번 출신 작가인 세바스찬 디마우로Sebastian di Mauro에게 구입했어요. 어느 날 작가가 찾아와 전시를 위해 다시 빌려 가기도 했죠. 그의 또 다른 작품 중에 정제되지 않은 원당 성분으로 만든 조각품도 좋아해요. 아, 철제 의자는 영국 디자이너 톰 딕슨Tom Dixon의 ‘파일론 체어Pylon chair’인데, 색감이 선명하고 멋진 것 같아요. 손님들이 이런 부분에 흥미를 느끼고 가게를 기억해준다는 게 기뻐요.

분위기도 한몫했지만, 도나티스의 명성은 좋은 고기를 선보이기 때문이죠.

오랜 시간 동안 경험을 공유해온 생산 업체들이 있어요. 우리는 매일 그들과 소통합니다. 내가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한결같은 고기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하나하나 직접 체크하고 품질이 조금이라도 만족스럽지 못하면 주저 없이 돌려보내거든요. 우리는 자연 방목으로 얻은 고기를 양심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한 가게를 평가하는 또 다른 기준은 단골손님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우리 가게를 찾는 고객층은 주부와 학생부터 오너 셰프까지 그 폭이 넓습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찾아오는 분들도 있고요. 어떤 손님들은 오늘 저녁 식탁에 무엇을 올릴지 묻거나 요리에 대한 조언을 구하죠. 서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공유하기도 하고요.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고 즐기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맛있는 음식은 깊은 대화를 이끌어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가게를 운영하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역시 아내 비비안을 만난 일이겠죠. 삼십 년 전부터 손님이었고, 지금도 함께 있네요(웃음). 그녀는 두 자녀를 둔 엄마이자 이곳의 정규 직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가족들이 함께 일하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그건 정말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우리는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늘 상의하고 공유해요. 특히 아들 마첼로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어요. 아들은RMIT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가끔 공사를 맡아 진행하는 프리랜서인데요. 가업에 매력을 느껴 여기서 함께 일하고 있어요. 아직은 이 일이 잘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도나티스 가족만의 요리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탈리아 사람인 어머니께서 전수해주신 레시피를 알려줄게요. 구운 소고기에 녹색 후추 소스를 곁들인 요리인데, 우리 가족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예요. 아, 비비안이 직접 적어주겠다고 하네요.

DONATI’S FINE MEATS
402 Lygon st Carlton VIC 3053
+61 3 9347 4948
월~금 7:30~18:00, 토 6:00~13:00

로스트 비프 필렛
LOST BEEF FILLET WITH GREEN PEPPERCORN

재료 (6인용 기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 1큰술, 비프 필렛 2kg, 디종머스타드 185g, 절인 그린페퍼콘(녹색 후추) 55g, 브랜디(요리용 맛술로 대체 가능) 125ml, 크림 125ml


만들기
1 오븐을 220도로 예열해둔다. 깊은 로스팅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고기를 올린다.
2 머스타드 소스를 고기 위에 바르고 그린페퍼콘을 뿌린다.
3 오븐에서 레어를 원하면 20분, 미디엄은 30분 굽는다.
4 오븐에서 고기를 꺼내 다른 접시에 옮겨둔다.
5 고기 표면의 머스타드와 그린페퍼콘을 칼등으로 긁어서 통에 담아둔다.
6 고기는 쿠킹호일에 싸서 10분간 둔다.
7 로스팅 팬을 중간 불로 가열한다. 머스타드, 그린페퍼콘, 브랜디, 고기에서 나온 육즙을 함께 저어준다.
8 끓기 시작하면 크림을 붓고 소금과 통후추로 간을 한 뒤, 끈적임이 생길 때까지 1~2분 더 끓여준다.
9 고기는 1센티미터 두께로 슬라이스하고, 그 위에 소스를 붓는다.
10 찐 감자와 브로콜리 등 야채를 곁들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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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혜진

글·사진 전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