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Know Kimmy?

키미는 이런 사람이군요
브랜더 김키미

내가 보여주고 싶은 자아와 타인이 생각하는 내 모습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 김키미는 타인이 말하는 내 모습을 살피며 다듬어 나가는 사람이다. ‘카카오 브런치 브랜드 마케터’, ‘작가’ 많은 역할이 있지만 키미가 선택한 명칭은 ‘브랜더’다.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단단한 자아를 찾는 데 몰두한 키미는 ‘나다움’에 집중한다. 오늘의 키미를 만든 건 ‘왜?’라는 질문에 대한 집착과, 구체적인 대답과, 소비로 쌓아온 취향과, 시간을 아껴 해온 많은 것이었다. 키미와 대화를 나눌 때면 내가 물은 질문이 한 번씩 되돌아왔다. “그러니까, 이걸 물어보시는 거죠?” 그 진중한 태도에 매료되어 왠지 조금 더 귀 기울이게 된 시간. 대답과 대답 사이에서 간간이 느낀 편안함이 무엇인지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이젠 그 답을 알 것 같다. 그건 바로 마음의 평화였다.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촘촘하게

컵이 참 예뻐요. 커피도 맛있고요.

1인용 모카포트라 두 잔으로 나눠서 좀 연할 거예요. 그 컵, 쿠바에서 사 온 건데 모양이 좀 특이하죠? 쿠바는 가난한 나라여서 공산품 같은 게 잘 없더라고요. 특별히 먹을 만한 음식도 없고요.

 

오, 쿠바에 다녀오셨군요. 쿠바는 주식이 뭐예요? 

어… 글쎄요. 생선? 워낙 가난한 나라여서 풍족하게 먹는 문화가 없더라고요. 뭘 먹어도 조금씩. 그래도 카리브해 주변에 로브스터가 많이 잡혀서 아주 쌌어요. 

 

로브스터 양껏 드셨겠네요(웃음).

근데, 그런 거 있잖아요. 손님을 위해 차려 주는 로컬 음식 말고 원주민들이 으레 해 먹는 향토 음식을 먹으면 별 감흥이 없는 거요. 심심하고, 이게 무슨 맛이지 싶고. 쿠바도 그랬어요. 일상에서 늘상 먹는 식으로 조리한 요리여서 ‘그냥 로브스터 맛이구나.’ 이런 느낌(웃음).

 

만나자마자 먹는 얘기부터 하니까 배고파지네요. 꼬르륵 소리들리기 전에 소개부터 해봐야겠어요(웃음).

반가워요. 저는 김키미고요, 카카오 브런치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있어요.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쓴 작가이기도 하고요. 저희끼리는 ‘오나브’라고 불러서 오랜만에 책 이름을 풀네임으로 불러 보네요.

 

그럼 저도 오늘은 ‘오나브’라고 부를게요. 김키미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거예요?

김키미에 앞서 킴프로라는 이름이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써온 닉네임인데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커서 뭐 되고 싶어?”라고 묻다가 배우 하고 싶은 친구는 이배우, 교수 되고 싶은 애는 류교수, 하면서 성과 직업을 붙여서 별명처럼 만들었거든요. 그때 저는 “나는 뭘 하든 프로가 될래.” 하면서 킴프로가 됐어요. 그때부터 이 닉네임을 사용해서 지금 SNS 계정도 킴프로를 쓰고 있죠. 그러다 2016년 카카오에 입사하면서 영어 이름이 필요하게 됐는데 마땅히 쓰고 싶은 이름이 없더라고요. 저다운 이름을 갖고 싶어서 성 KIM을 조금 변형해서 ‘Kimmy’란 이름을 만들고, 프로를 확장자처럼 사용했어요. ‘Kimmy.pro’로요.

 

책은 킴프로도, 키미도 아닌 ‘김키미’로 냈어요.

제 본명은 ‘김혜민’인데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이름이잖아요. 한 번에 기억에 남는 이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엔 키미로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본명처럼 자연스럽게 불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을 붙여 김키미라고 지었죠. 거슬러 올라가면 키미도 성에서 온 거니까 성과 성이 결합한 이름이네요.

 

지금은 김키미가 본명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어요.

본명은 이전부터 저를 알던 친구나 가족들이 불러주는 이름이고, 김키미는 퍼스널 브랜딩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지은 이름이에요. 그러니까 김혜민으로 저를 아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로 브랜딩하기 이전의 저를 아는 사람들이죠. 재밌는 건 이제 친구들도 저를 키미라고 부른다는 거예요. 처음엔 “야, 너가 왜 나를 키미라고 불러?” 그러면서 웃었는데 이젠 서로 다 익숙해졌어요. 김키미로서의 저는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꺼내서 만든 자아인데요. 이젠 원래 저를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그 모습이 저라고 인식되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는 《오나브》에서 언급한 페르소나와도 연관되는 거 같아요.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와 나만 알고 싶은 나를 구분한다는 내용이었죠.

있는 그대로의 나를 키워드로 하나하나 나열해 보고 그 안에서 보여주고 싶은 나를 찾았어요. 워커홀릭, 일잘러, 신뢰, 성장캐, 미래지향적인 사람, 자발적 자기계발러 같은 단어가 보여주고 싶은 저였어요. 결국엔 브랜딩을 잘하는 사람으로 연결되고 싶었죠. 제가 보여주고 싶은 저는 일과 저를 연결한 저더라고요.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미래까지 지속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저요.

 

그 과정을 《오나브》를 통해 보여준 거고요. 왜 나를 찾는 데 집중하게 됐어요?

불안해서요. 꿈꾸던 회사에서 꿈꾸던 일을 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할까 싶더라고요. ‘조직에 속하지 않은 채로도 불안하지 않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퍼스널 브랜딩에 집착하게 됐어요. 내 안에 단단한 자아가 있어서 외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휘청거리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데, 조직에 속하거나 그렇지 않는 건 자의로 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럴 때 불안해지지 않기 위해 나를 제대로 알아야겠더라고요. 그게 바로 ‘나다움’이라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퍼스널 브랜딩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스스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한 건데,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알았음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제가 처음부터 퍼스널 브랜딩을 잘 알아서 책을 쓴 건 아니었어요.

 

지금은 불안이 좀 해소됐어요?

엄청 많이요. 이전엔 ‘퇴사하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정말 컸어요. 나를 소개할 때 소속된 조직을 빼고 설명이 될까 싶었죠. 근데 지금은 《오나브》라는, 조직에 기대지 않고 제 의지만으로 만들어낸 콘텐츠가 생겼잖아요. 책을 내기 전에는 “카카오 브런치의 브랜드 마케터입니다.”라고 소개해야 했는데, 지금은 “《오나브》의 저자이고 브랜더입니다.”라고 소개할 수 있게 되었어요. 회사 이름은 저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이 책에 신뢰를 더하는 스펙으로만 작용하게 된 거죠. 아직 그럴 생각은 없지만, 퇴사하고 제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든 저를 설명할 말이 생겼다는 게 좋아요. 지금 하는 일은 이력으로 남을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 책은 나중에 제가 무슨 일을 하든 명함처럼 내밀 수 있고,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온전한 제 콘텐츠예요. 이렇게 완결된 무엇을 내놓고 나니 불안감이 사라진 거죠.

퍼스널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다움을 찾는 거라고 했죠. 이 과정에서 ‘왜’에 대한 집착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나한테 계속 질문하는 거예요. “왜?”라고요. 모든 질문에 두루뭉술하게 대답하기보단 구체적으로 대답하는 경험을 쌓는 게 좋아요. “나는 이걸 왜 좋아하지?”라는 질문에 “멋있어서.”,“보기에 좋으니까.” 같은 대답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답해 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찾게 돼요.

 

그게 정확한 답이라는 걸 어떻게 알아요?

아, 정확한 답보다는 ‘구체적인’ 답을 해야 해요. 정확한 답이라는 건 수학이 아닌 이상 나오기 힘들어요. 반면, 구체적인 답은 계속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하는 거라서 물어보고 답을 하면 또 다른 질문이 나오고, 또 다른 답과 질문이 이어지거든요. 구체적으로 답을 하다 보면 좀 더 내가 원하는 것에 가까워져요. 심리 상담을 받을 때 느낀 건데, 상담 선생님이 질문하는 방식이 꼭 그렇더라고요. 저에게 A를 물어서 답을 하면, A-1, A-2, A-3… 계속 좁혀나가는 질문을 하세요. “정확한 단어로 말해보세요.”, “감정을 단어로 표현해 보세요.”라며 구체적인 답을 원하고요.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땐 제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는 폭이 좁았는데요. 그 질문을 계속 받다 보니까 구체적으로 제 감정을 표현하는 게 가능해졌어요. 그 경험이 좋아서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시작했죠.

 

질문으로 나를 디깅 하는 거네요.

어우, 되게 좋은 표현이네요.

 

(웃음) 퍼스널 브랜딩은 회사라는 옷을 벗는 일 같아요. 그럼 진짜 나는 회사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이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 같아요. 책을 내기 바로 전까지만 해도 저를 대표하는 건 회사였어요. 그게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나쁘거나 싫진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고 원한 일이기 때문에 이걸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좋고 자랑스러웠거든요.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회사 바깥에서 진정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게 되겠죠. 그래서 지금 어떤 조직에 속해서 어떤 일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하지만 회사가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는 거군요. 지금 하는 일을 ‘꿈꾸던 일’이라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걸 꿈꿨어요?

브랜딩하는 사람이요. 저는 직원이 두 명 있는 오픈 마켓 디자이너부터 쇼핑몰 MD, UX 디자이너를 거쳐 카카오 티스토리 서비스 기획자로 이직하게 됐어요. 카카오 입사 전까지는 거의 혹사 당하다시피 일을 했기 때문에 제 삶을 많이 잃었거든요. 워라밸이 전혀 맞지 않았죠. 너무 바빠서 제가 원하는게 뭔지 생각하면서 일할 겨를도 없었어요. 카카오에 입사하고서 좀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내가 원한 게 뭐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브랜딩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단 꿈이 떠오르면서 회사에 어필하기 시작했어요. 서비스 기획자가 아닌 브랜딩을 하고 싶다고요. 그래서 생긴 지 3년 차 된 카카오 브런치로 들어갈 수 있게 됐죠. 제가 합류할 시점이 브랜딩이 필요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타이밍이 좋았어요.

안 해본 일이어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없었어요?

많았어요.

 

직장에서의 실패는 잘못하면 생계에 위협이 될 수도 있잖아요.

맞아요. 제가 합류하기 전부터 브런치는 브랜딩이 잘되어 있는 플랫폼이었거든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란 슬로건이 있고 그에 맞는 플랫폼을 만든 거니까요. 초보라고 이해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어떻게 하면 누가 되지 않고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브랜드 마케터로서 일을 잘하려면 목적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 돌아보았고, 결론이 저를 브랜딩하는 거였어요. 그걸 목표 삼아 계속 일해나갔죠. 퍼스널 브랜딩을 계속 생각하다 보니, 브런치 작가들이 스스로 어떻게 브랜딩하는지를 유심히 보게 되더라고요. 비슷한 맥락이니까요. 그들의 방법을 퍼스널 브랜딩으로 끌어오면서 조금씩 저를 다듬어갔어요. 조직의 이익과 제 이익을 함께 생각한 거죠. 

 

일과 생활이 합치된 이상적인 경우 같은데, 일과 나를 동시에 발전시키기 위해 처음 한 생각은 뭐였어요?

“브런치를 유명하게 만들어야겠다.” 저를 브랜딩하려면 지금 내가 속해 있는 카카오 브런치의 인지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명함을 내밀었을 때, 사람들이 “오, 이런 데 다니네?” 하고 알아봐 주길 바랐거든요. 브런치가 잘돼야 저한테도 이로우니까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인 거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지 말라고 해요. 꿈꾸는 일을 하는 건 어때요?

그거, 이젠 너무 옛날 얘기 같아요. 지금은 덕업일치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저 역시 그런 사람이고요. 과거에 그런 얘기가 왜 나왔을까 생각해 보면, 소모적인 업무 환경이 만연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입사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좋아하던 것에서도 사랑을 잃게 되니까 그런 조언이 나온 게 아닐까요? 물론 지금이라고 소모적으로 일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깨어 있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는 게 오히려 많은 사람의 꿈이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엔 퍼스널 브랜딩이 노동하는 자아와 나다운 자아를 분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 둘을 일치시키는 작업 같기도 해요.

아직은 제가 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나라는 브랜드와 생계를 연결하는 건 계속해서 실험해야 하는 문제 같아요. 지금 저는 사실 퍼스널 브랜딩을 실험하기 좋은 위치에 있어요. 고정 수입이 있으니 수익을 따지지 않고 제가 원하는 걸 해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실험하기가 훨씬 용이하죠. 먼 미래에 저는 아마 계속해 온 일들을 쌓아 프리랜서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프리랜서가 된 다음에 퍼스널 브랜딩을 해나가기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지금 미리미리 찾아놓는 게 현명하다고 봐요. 그래야 김키미라는 브랜드가 현금성 자산으로 바뀔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물론 생계와 퍼스널 브랜딩이 합치되는 게 가장 이상적일 거예요. 퍼스널 브랜딩을 하면서 동시에 수익도 얻는 거죠.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에서 그런 균형을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켜켜이 쌓이는

취향 너머엔

돈이 없으면 여유가 없어지고 하루하루가 빡빡해져요. 그렇지만 돈보다 중요한 게 많다는 생각도 드는데, 돈에 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돈을 다른 사람들하고 조금은 다르게 여기는 것 같아요.저에게 돈은 수단 이상이 될 수 없어요. 목표일 수 없다는 거죠. 한 번도 돈을 목적 삼아서 일하거나 브랜딩을 해본 적은 없어요.

 

어, 왜요?

돈이 목표가 되면 저 자신보다도 돈이 우선이 될 거 같거든요. 저는 천성이 돈에 관심이 없는 편이에요. 어릴 때도 순진한 면이 있어서 좋아하는 일을 잘하려고 노력하면 돈이 따라올 거라 생각했죠. 돈이 따라오면 그 돈으로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고, 그 돈으로 제가 좋아하는 걸 소비할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저는 사실 저축을 못하고 돈이 생기면 다 써버리는 타입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삶이 지금의 저를 이룬 것 같아요. 지금 제 취향과 관심사와 가치관은 아끼지 않고 소비하면서 생겨난 게 아닐까요? 브랜딩 작업은 취향을 쌓는 것과 같아요. 계속 소비하면서 알아가는 시간이 분명히 필요한 거죠. 저에게 돈은 저를 찾아갈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일 뿐이에요.

 

돈으로 어떤 취향을 찾았어요?

글쎄요. 너무 많은데….

 

음… 그럼 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뭐예요?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저는 제가 맥시멀리스트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소비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닌 거죠. 물론 그런 시절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취향을 쌓아놓고 나니까 이제는 내가 사야 할 게 뭔지 보이더라고요. 지금은 이것저것 사들이며 취향을 찾기보다는, 나름대로 찾아낸 취향에 깊이를 더해가는 단계 같아요. 요즘은 1인 가구에게 적당하다고 여겨지던 것들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소비하고 있어요. ‘1인 가구에게 적당한 게 어딨어, 내가 만족해야지.’ 소비에 대한 생각이 이런 식으로 바뀌어서 만족도에 초점을 맞추어서 큰돈을 들이고 있어요. 최근에는 침대도 비싼 걸로 바꿨고, 냉장고도 혼자 쓰기엔 엄청 큰 걸 들였어요. 김치냉장고를 따로 사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큰 걸로 바꿨죠.

 

많은 사람이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고 하잖아요. 키미 님은 돈에도 욕심이 없어 보이고 일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근데…갑자기 많은 돈이 생긴다면 어떨 거 같아요?

어… 저는 일확천금에 대한 니즈가 크게 없어요. 천성이 소처럼 일하는 사람인 거 같아요. 일하는 거 좋아하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일하고 싶고요. 일하지 않으면 불행해질 것 같아요. 돈이 엄청나게 많아도 일은 계속할 것 같아요.

일확천금에 대한 꿈이 전혀 없어요?

네. 그걸 꿈꾸면 돈이 목표가 되어서 나를 잃게 될 거 같아요. 또 제 인생에 일확천금은 없을 거 같다는 느낌이 있죠. 그건 솔직히 굉장한 행운이잖아요. 저는 한 번에 큰 행운을 바라기보다는 일상의 소소함에 관심을 두고 싶어요. 그게 저한테 이득일 것 같고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려면 여유를 지키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개인 시간이 전혀 없이 일하던 시절에도 저는 일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워커홀릭이었어요. 근데 워라밸을 맞춰가면서부터는 워커홀릭의 초점이 좀 달라졌죠. 이전엔 회사 일,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는 일만 했다면 지금은 조직의 성과와 나의 성과를 두루 이루려고 해요. 워라밸을 지키고 변한 건, 개인 활동과 퍼스널 브랜딩에 쏟는 시간이 월등히 많아졌다는 거죠. 지금은 기업과 개인 브랜딩의 균형을 맞춰가는 게 제 미션이에요. 개인 활동을 한다고 회사 일에 소홀해지거나 조직의 성과에 기여도가 낮아진다면 회사에서도 신뢰받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반대로, 회사 일에 몰두한다고 개인 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만족감이 떨어지겠죠. 둘 다 잘하려고 노력하느라 몸이 찢어질 것 같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이 균형만은 놓고 싶지 않아요.

 

소비에 대해서 좀 더 물어볼게요. 책은 ‘읽는 기쁨’ 이전에 ‘사는 기쁨’이 즐거움이라고 했어요. 왜 우리는 사는 데서 기쁨을 누리는 걸까요?

소비를 통해 나의 워너비를 들여다보는 거 아닐까요? 제가 책을 사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건 ‘나는 이런 책도 읽는 지적인 사람이야.’라는 기분을 가질 수 있어서예요. 책을 소유하는 데서, 혹은 이상적인 작가에게서 워너비를 이룰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책을 사고, 이런 책을 읽는 제가 좋아요. 요즘 사람들이 브랜드를 소비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나를 사랑해.’ 그런 마음인 거죠.

 

맞아요. 특정 브랜드 좋아함으로써 내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날 더욱 다층적으로 해석되는 ‘소비’를 정의해 주신다면요?

두 가지 패턴이 있을 것 같아요. 가성비 관점에서 소비,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나를 투영한 소비. 가성비 관점의 소비는 제품력이나 기능, 가격을 따지면서 하는 소비일 텐데요. 반면, 나를 투영한 소비는 가성비를 따지는 성향을 많이 보이지 않을 거예요. 아무리 비싸도 ‘이 물건을 사는 나를 사랑’하면 소비하게 되는 거죠. 이건 나에게 투자하는 거니까요.

 

최근에 나를 투영한 소비로는 어떤 게 있었어요?

이불이요. 이 이불로 바꾸기 전에는 칙칙한 회색 침구였어요. 최근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나다운 집이 무얼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그건 나를 닮은 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를 닮은 집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를 생각하게 됐고, 나를 닮지 않은 것들을 바꾸기에 이르렀죠. 집을 빙 둘러보니 침구에 눈길이 가는 거예요. 저는 컬러풀한 사람이고 싶거든요. 컬러풀한 사람이라는 게 생기 있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생각이나 인사이트가 컬러풀할 수도 있고, 만나서 대화했을 때 새로운 자극을 주는 사람이란 의미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집 구석구석에 제가 좋아하는 그림, 좋아하는 물건, 컬러가 많은 것들을 많이 두었는데 침구만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초록과 파랑으로 구성된 이 침구를 봤을 때 ‘이게 나다!’ 하고 곧장 구입하게 됐어요.

 

그럼 최근에 한 가성비 소비는요?

이 테이블이요. 무료. 이 의자도요. 무료(웃음). 집 근처에 자주 가던 카페가 있었거든요. 지금은 없어졌는데, 영업을 마감하면서 버릴 거라고 하시기에 제가 다 들고 왔어요.

 

꼭 맞춰서 구입한 것처럼 잘 어울리는데요?

가성비 소비도 제가 하는 거여서 나를 투영하는 면이 있는 거 같아요. 아, 이 장식장도 공짜예요. 텍스처 온 텍스처Texture On Texture라고 친구들이 운영하는 브랜드가 있는데, 오프라인 전시에서 사용한 작품 일부죠. 창고에 있는 걸 버린다고 하길래 냉큼 가져간다고 하곤 이렇게 집에 두고 쓰고 있어요. 

 

용도가 원래 진열장이 아니에요?

네. 저 나무 판이 벽이고, 봉을 기다랗게 연결해서 벽과 벽과 벽이 되는 작품이에요. 큰 기능은 없는 오브제였죠.

 

성공적인 가성비 소비네요. 이 방에 정말 잘 어울리거든요. 이번 호를 준비하면서 소비에 대해 계속 생각해 봤는데, 물건에 국한하지 않으면 그 폭이 엄청 넓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시에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것도 있단 생각이 들었는데요.

있죠. 시간이요. 시간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어요. 제 삶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시간이에요. 저는 시간 관리에도 철저한 편이고, 시간을 아끼는 게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시간을 벌기 위해서 택시도 많이 타고 지내죠. 이동에 드는 시간만 줄여도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요. ‘시간은 금이다.’라는 옛말이 있는데요. 저는 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해요. 금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시간은 아니잖아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돈으로 살 수 없도록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해요

반면에, 의외로 돈으로 사기 쉬운 것 중 하나가 경험 같아요.

그렇죠. 돈이 있으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사실이에요. 저는 일부러 부유한 경험을 사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부러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의상을 사서 입고 다니고, 일부러 되게 비싼 음식을 먹어보고, 일부러 럭셔리한 호텔에 묵어보고. 그런 경험들은 일부러 맘먹고 하지 않으면 하기 힘들잖아요. 스스로 돈을 지불해서 경험했을 때 느끼는 게 확실히 있거든요. 이게 왜 비싼지 경험을 통해 나를 레벨업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먹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아요. 좋은 음식을 먹어보면서 음식 재료뿐만 아니라 서비스나 셰프, 직원들의 태도도 눈여겨보게 되거든요. 그걸 보면서 ‘나도 일할 땐 이런 태도를 가져야지.’ 같은 인사이트를 얻기도 해요.

 

여기서 또 일과 연결되네요(웃음). 최근에 돈 들여 먹은 비싼 음식 중 기억에 남는 건 뭐예요?

너무 많은데…. 음… 이제 저는 일부러 ‘이거 먹으러 갈래!’그러는 단계는 지났어요. 이젠 그게 보통의 일상이 되었거든요. 지금은 식당에서 금액은 신경 쓰지 않고 재료나 요리만 보고 주문하곤 해요. 돈 걱정하지 않고 펑펑 먹는 게 제가 돼버린 거죠.

 

것도 돈이 없으면 누릴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에 돈으로 하여금 삶의 질에도 차이가 생길 것 같아요.

물론이죠. 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엄청나게 달라져요.

 

잔인하게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일부러 부유한 경험을 사야 할 때가 있다면, 돈이 충분치 않을 때인 거 같아요. 저도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기 전까지는 돈이 어느 정도는 필수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어요. 돈 때문에 속상한 적도 있었고, 돈이 필요할 때도 있었죠. 요즘 ‘금수저’라고 부르는 그걸 저는 ‘사다리’라고 표현하는데요. 누군가는 바닥에서 사다리를 짚고 올라가는 것부터 시작하는 반면, 누군가는 사다리 중간부터 올라가고, 또 누군가는 사다리를 소유하기도 해요. 저는 바닥부터 사다리를 밟아 올라간 사람이었어요. 근데 사다리가 아예 없는 사람도 있거든요. 이 사다리를 누구에게나 나눠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정치하고 싶어질 것 같아요. 너무 큰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일부러 외면하려는 것도 있죠.

 

좀 거대한 문제죠.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기부 정도인 것 같아요.

 

여행도 돈으로 사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여행도 좋아하는 걸로 알아요.

엄청 좋아하죠.

 

예산을 짜서 여행하나요?

아니요. 여행 가면 진짜 펑펑 써요. 펑펑, 펑펑! 거기서도 좋은 음식 먹고, 좋은 경험하려고 노력하며 지내죠. 여행을 하다 보면 일상에선 접하지 못한 나, 새로운 나, 또 다른 페르소나를 만나게 돼요. 여행하는 페르소나도 있고, 여행지에서마다 다른 페르소나도 있죠. 만나본 적 없는 저를 만나는 게 좋아요. 그런 경험에 돈을 지불하는 건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결국엔

이너피스

《오나브》에서 페르소나 이야기를 하며 ‘보여주고 싶지 않은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그게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감추거나 비밀스러운 건 없는 거 같은데, 전략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제 모습은 있어요. 사진광이라는 거? 저는 사진을 정말 좋아하는데 SNS에는 굳이 드러내지 않거든요. 사진집도 내고, 사진 수업도 했지만 굳이 드러내는 자아는 아니에요. ‘김키미라는 사람, 브랜딩 하나는 진짜 잘하지.’라는 이미지만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거든요. 제 정보가 너무 많아지고 복잡해지면 저라는 사람을 인식하는 과정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해요. 바쁜 현대인들은 한 사람을 알기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거든요. 하나만 정확히 전달하고, 저라는 사람이 더 궁금해질 때 ‘아, 이런 면도 있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게 전략적으로 좋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욕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어요. 저라면 A도, B도, C도 다 잘한다고 자랑하고 싶을 것 같거든요.

저 욕심 진짜 많아요. 근데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어떻게 하는게 영리한 행동인가를 생각하는 거예요.

 

그럼 욕심의 1순위는 ‘브랜딩을 잘하는 사람’인가요?

맞아요. 가장 높은 가치라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생각했을 때 우선순위 1번에 두어야 할 가치라는 거죠.

 

내가 하는 브랜딩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정의하는 내 모습은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김키미를 뭐라고 정의해 주길 바라요?

‘브랜드’.

 

그냥 브랜드?

네. “난 브랜드라는 거 잘 모르는데 김키미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대.” 그걸로 충분한 거 같아요.

 

어, 브랜드가 뭐예요?

《오나브》에서 이야기했듯, 마케팅이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하고 내 이름을 말하는 거라면, 브랜딩은 “당신은 이런 사람이군요.” 하고 타인에게서 듣는 거예요. 상대방에게서부터 피어나는 거라고 볼 수 있죠. 상대방에게 어떤 이미지를 줄 것인가. 그걸 생각하고 활동할 때 브랜드가 되는 것 같아요. 그게 기업이든, 조직이든, 개인이든 뭐든지 간에요.

 

타인이 정의하는 내 모습은 제각기 다를 것 같아요. 일치하는게 더 어렵지 않을까요?

다능인들이 특히 더 그럴 것 같아요. 명확한 브랜딩이 이루어지기 전의 복잡한 이미지가 그런 결과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사람마다 인식하는 데도 차이가 있을 테니 분명히 표현은 다를 테지만 그 전반을 이루는 커다란 카테고리는 존재할 거라고 봐요. ‘키미는 진중해.’, ‘위트 있어.’, ‘영리해.’ 이 말들은 모두 다른 표현이지만 전혀 다른 이미지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이런 표현 근간에는 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다고 보거든요. 또한 모두 연결된 이미지 같고요. 표현이 좀 다르더라도 그 근간에 동일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타인이 정의한 내 모습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뭐였어요?

《오나브》 첫 화에도 등장하는 토스 콘텐츠 매니저 손현 님이 인스타그램에 제 책 리뷰를 올리면서 “나만 알고 싶은 키미의 강점인데” 하고 운을 뗀 글이 하나 있거든요. 그 글에, 제가 말하긴 좀 머쓱하지만 “진솔함과 겸손, 고민과 위트”라는 표현이 있어요. 이 중에서 진솔함과 겸손이 나란히 있다는 게 고마웠죠. 저는 겸손하면서도 솔직하게 저를 표현하는 사람이고 싶거든요. 겸손함이 있어야 제게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솔직함이 있어야 감추지 않고 드러내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요. 제가 그렇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데 누군가가 저를 그렇게 봐준다는 게, 그 점이 일치한다는 게 정말 기뻤어요.

 

남들이 정의하는 나도, 내가 정의하는 나도 계속해서 변할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는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오나브》를 쓴 이후로 지금까지는 브랜드의 생애주기로 치면 도입기였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잘되면 성장기로 진입하고, 그다음 성숙기가 되겠죠. 퍼스널 브랜드에 있어서 배우고 싶은 사람이 한 분 있는데, 김하나 작가님이에요. 작가는 자신을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면서 그 순서가 중요하다고 했어요. 이전엔 읽는 사람, 그다음엔 쓰는 사람, 이제는 말하는 사람, 그리고 말하고 듣는 사람이 되었다고 하죠.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서 브랜드 디렉터, 작가, 그리고 팟캐스트진행자까지 수순을 밟아온 건데요. 이게 너무도 자연스럽고 영리하게 진행되었는데, 재밌는 건 모든 게 전략적으로 계획된 점이란 거예요. 저도 김하나 작가처럼 영리하게 제 스텝을 변화시키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럼 키미가 꿈꾸는 다음 단계는 뭐예요?

《오나브》에서 전달한 메시지를 활용해서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지식을 주는 거요. 정답을 줄 수는 없겠지만, 함께 찾아갈 수 있도록 질문은 해줄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기 위해 지금 프로젝트를 하나 구상하고 있어요.

 

비공개인가요?

구체적인 내용은 계속 바뀌는 중인데요. 결국엔 퍼스널 브랜딩을 하려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걸 꿈꾸고 있어요. 그걸 가시화하는 게 최종 목표고요.

 

《오나브》에서 “모두가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걸 실천하는 거네요.

퍼스널 브랜딩이 좋다는 걸 알았으니 알리고 싶어요. 왜, 좋은 걸 알게 되면 소개하고 싶어지잖아요.

 

어… 저는 저만 알고 싶은데(웃음).

어? 그런 심리도 있겠군요(웃음). 좋았던 경험을 나누고 싶은건데, 이때 상대방에게 강요해선 안 돼요. 다만 제 경험이 좋아보여서 상대방도 하고 싶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저는 제가 하는 모든 게 좋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 《오나브》를 읽지 않은 독자들은 책에 관심이 생겼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퍼스널 브랜딩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준다면요?

단단한 자아요. 작가 소개에 “퇴사하면 한낱 미물이 될까 두려웠지만 스스로 브랜드가 되기로 결심한 뒤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썼거든요. 그 과정이 저한테는 내 안에 대나무 묘묙을 심는 것과 비슷했어요. 흔들리지 않는 대나무, 대쪽 같지 않은 대나무, 바람이 들면 엄청 흔들리는 대나무, 그러나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단단한 자아가 뿌리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에요. 브랜딩에 접근하다 보면 불안에 맞서 나를 지켜내는 힘을 얻을 수 있어요. 지금 불안한 분들은 나다움에 접근하고, 나를 좀 더 파고들면서 퍼스널 브랜딩을 해보길 바라요. 저처럼 불안에서 벗어나는 과정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아, 그리고 불안하단 감정이 나에게만 있는 감정이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어요. 시대가 불러온 불안 정서는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거든요. 저는 이 시대에 대한 올바른 감각이 불안으로 발현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불안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떨쳐버릴 수 있기를 바라요.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김키미 | 웨일북

브랜더 키미는 아주… 건강한 사람이었다. 인터뷰도, 사적인 대화도, 촬영도 아주 건강하게 해내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또 다른 나를 마주하고 새로운 내 모습을 쌓아가게 될 테다. 키미 역시 새로운 자신을 마주하고 계속 발전해가겠지. 나는 그가 쉬지 않고 더 나은 쪽을 향해 가리라 짐작한다. 그가 말하는 많은 단어와 문장이 진중함 속에서 제 갈 길을 알고 있는 듯 보였으니까. 행여 구멍에 발이 푹 빠지더라도 훌훌 털고 일어나리라 생각했다. 긴 하루를 푸근히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키미에게서 무척 많은 사진이 도착했다. 그 안엔 키미의 집 이곳저곳을 촬영하는 포토그래퍼와 내 모습이 수도 없이 담겨 있었다. “두 분의 다정함이 예뻐서 많이 찍었네요.” 그 말에 마음이 끝까지도 좋았다. 이너피스, 그쪽을 향해 좀 더 씩씩하게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