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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마음을 위로하는 노래 한마디, 동요
CHILDREN’S
SONG
어린이의 마음을 위로하는
노래 한마디, 동요
어린이를 배려하는 수많은 방식 중, 그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을 키우는 일은 가장 밑바탕이 될 것이다. 그렇게 어른들은 어린이를 위해 멜로디를 이었고 노랫말을 지었다. 더 다정하고 더 섬세한 노래 한마디, 동요가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잊고 지냈지만, 실은 많은 사람들이 동요를 빌려 성장했다.
아이들을
부른다
‘동요’의 사전적 정의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노래’를 말한다. ‘동가’라고도 하며, 어린이의 감정과 심리를 운율에 맞춰 표현한 것이다. 보통 동요는 음악성과 더불어 형식과 수사를 중요시하는데, 아마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계가 그만큼 생동감 넘치고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낮추고, 아이의 시선을 그대로 그려낸다. 노래를 만드는 사람은 어른이지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아이다. 그러니 동요 한 곡을 완성하려면 아이를 탐구하고 관찰하며 그들을 생각하고 상상하는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동요는 아이들이 어울려 놀면서 부르는 음악이다. 속성과 목적 자체가 그렇다. 아이들은 놀면서 자라지만, 결국 부르면서 자란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놀이에서 노래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잘 알아야 하고, 아이들 생활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도 인식해야만 한다. 기본 바탕에 무엇이 먼저 와야 하는지 모른 채 노래를 만들면, 아이들이 부르지만 아이들을 위한 노래라고 할 수 없는 법이다.
간결하고 전달하기 쉬운 성격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쉽게 하여 전래동요, 전승동요, 구전동요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이들이 맞닥뜨리는 모든 것이 동요 주제가 될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이랑 하는 놀이, 자연과 맺은 관계, 시간의 흐름, 계절의 변화. 그렇다 보니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은 하나의 서사가 즐겁게 펼쳐진다. 노래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시선을 동화시키기도 하지만, 다양한 주제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들의 유연한 세계는 더욱 확장되고, 자연스럽게 사회화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동요가 가진 책임과 의미는 생각보다 넓고, 무겁고, 굳건하다.
부르며
보낸 나날들
1920년 이전의 동요를 대개 전래동요라고 부르는데, 백제 무왕이 왕이 되기 전에 아이들에게 부르게 한 ‘서동요’, 동학혁명의 전봉준과 관련된 ‘새야새야 파랑새야’, 흙 놀이를 하며 부르는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다오’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 이후에는 어른이 만든 창작 동요나 외국 동요를 번안한 노래가 주가 된다. 만화영화나 TV 프로그램의 주제가가 동요로 불리기도 했다. MBC <뽀뽀뽀>나 ‘꺼야꺼야, 할 거야!’라는 가사의 KBS <혼자서도 잘해요> 등이 대표적이다. 동요 내용은 대부분 어린이를 재우기 위한 자장가, 아이들을 위로하는 노래, 생일이나 다양한 행사를 기리는 노래, 자연 현상을 관찰하는 노래, 수수께끼 등 언어유희가 포함된 노래, 어린이의 감정 표현을 돕는 노래 등이 있다.
소파 방정환이 결성한 어린이 운동단체인 ‘색동회’는 1923년 5월 1일 창립되었다. 이날이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어린이날이 되었다. 1920년대에는 색동회를 주축으로 ‘따오기’, ‘반달’, ‘고향의 봄’ 같은 동요가 발표됐다. 1930년대에는 교회나 사회단체, 방송 등을 통해 보급되기 시작했고, 1940년대에는 전반기에 태평양전쟁과 일제 탄압으로 동요가 발표되지 못했다. 아무것도 허용되지 않던 암흑기에는 아이들의 목소리조차 내비칠 수 없던 것이다. 해방 뒤에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동요가 조금씩 보급되기 시작했다. ‘구슬비’, ‘나란히 나란히’, ‘어머님 은혜’ 등 많은 동요가 차근차근 아이들 곁을 채우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마음은 지난한 시대에도 동요를 통해 많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1950년대에는 한국전쟁 이후 KBS의 계몽 운동을 중심으로 기존과 다른 새로운 동요가 창작되었다. ‘나뭇잎 배’, ‘초록 바다’, ‘파란 마음 하얀 마음’ 등이 이때 탄생한 동요다. 1960년대에는 어린이합창단의 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는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을 기념한 ‘앞으로’가 애창되었다. 그 뒤 각 방송국에서 새로운 동요를 공모하여 1980~90년대부터 매년 창작동요제, 창작동요대회, 고운 노래 발표회 등이 개최됐다.
하나의 문화가 탄생하고 정착하기까지 시대의 흐름과 가치관의 변화, 대중의 시대정신 등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동요 또한 시대별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흐름대로 변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이를
배려하는 마음
한국 동요 역사에서 많은 세대를 아우르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권길상 작곡가다. 1927년 여름에 태어난 그는 1945년 12월, 안병원 작곡가와 함께 ‘봉선화동요회’를 조직해 동요 보급 운동을 시작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한인음악가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가 작곡한 동요들 중 우리와 친근한 것으로 ‘스승의 은혜’, ‘꽃밭에서’, ‘모래성’, ‘자장가’, ‘둥근 달’, ‘시냇물’, ‘봄’ 등이 있다. ‘꽃밭에서’는 부산 피난 시절, 1952년 가족이 있는 대구에 갔다가 우연히 본 어린이 잡지 《소년세계》에 실린 시인 어효선의 <꽃밭에서>를 읽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그는 “6.25 전쟁의 폐허에서 끝없어 보이는 고통을 겪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울함과 좌절, 절망에 흠뻑 젖은 시대를 버텨내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아름다운 노래로 보듬어주고 싶었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연령대와 계층에 따라 아이돌 노래나 힙합, 발라드와 뽕짝을 좋아하는 것처럼 어린이들이 신나는 멜로디와 따라 하기 좋은 가사가 담긴 동요를 좋아하는 것이 딱히 특별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문화가 존재하고 잘 정착했다는 점이다. 어린이의 감정과 고민, 두려움과 관심을 이해하고 표현한 하나의 단단한 문화가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다. 어린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은, 가장 낮은 곳에 귀 기울이고, 가장 연약한 존재를 돌보는 것과 같다. 동요 ‘아이들은’에서는 이런 노랫말이 나온다.
아이들은
작사 선용 작곡 정윤환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즐거운 노래로 가득찬 것은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모를 거야 아이들이 해인 것을
하지만 금방이라도 알 수 있지 알 수 있어
아이들이 잠시 없다면 아이들이 잠시 없다면
낮도 밤인 것을 노래 소리 들리지 않는 것을
에디터 이자연
일러스트레이터 배중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