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 | 최예슬

AROUNDER 2기

어라운더가 읽은 책,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

어라운더는 어라운드의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독자입니다. 어라운더 2기로 활동한 한별 님은 어라운드가 최예슬 작가와 함께 출간한 단행본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를 읽고 후기 영상을 남겼습니다. 책 속 문장과 함께 사계를 담은 영상을 만나보세요.

 BOOK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 절기 따라 걷기》

요가와 명상을 안내하며 남은 일상에는 글을 쓰는 작가 최예슬은 어떤 계절의 흐름을 지나고 있는지, 변화하는 자연에 따라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흐르는지 곱씹다가 절기가 전해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는 “24절기를 챙기며 그 순간 제철인 것을 누리는 삶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향으로 자신을 이끄는,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의 초대장” 같다고 말합니다.

Review

어라운더 김효리

작가 최예슬이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제철의 문장을 들여다보니 한국의 아름다운 24절기를 4계절로만 묶여 통용되는 건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삶의 순환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성실히 다가오는 24절기를 따라가 보자. 24개나 되는 절기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그 계절에서 비롯되는 문장을 수집해 보자. 삶을 살아내는 것보다 아름다운 문장을 모아두는 게 당장에 가벼운 선택지일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문장이 쌓여 미래로 향하는 탄탄한 지반이 되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예슬이 절기와 함께 묻는 당신의 안녕이 담긴 섬세하고 다정한 문장을 온몸에 차곡차곡 비축해 두고 싶어서 눈으로 책과 풍경을 한 번, 손으로 필사를 한 번, 귀로 자연의 소리를 한 번, 코로 공기의 향을 한 번 느꼈다. 앞으로 남은 일은 제철인 음식을 제때 부지런히 챙겨 먹는 일.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서 압축한 4계절 속 8개의 절기를 필사와 함께 영상에 버무렸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어서 가장 날 것의 소리에 적막을 더하고, 필사의 생생함을 담고 싶어서 서투른 글씨를 담았다. 영상과 책을 취하는 동안 스며드는 다정한 빛을 여과 없이 머금기를.

영상 속 등장하는 필사 문장들

들어가는 글

“모르겠다는 마음을 안고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할 때, 불확실성은 막연한 두려움의 시간을 지나 찬란한 가능성이 됩니다. 절기가 전해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한 해를 보내는 동안 그걸 분명하게 배웠어요. 24절기를 챙기며 그 순간 제철인 것을 누리는 삶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향으로 저를 이끄는,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의 초대장 같았습니다.”
p.6-7

봄, 입춘

“문득 찾아오는 가난한 마음을 허락하고, 그러다가도 두려움 없이 사랑하는 나를 응원하면서 삶이 펼쳐둔 공간으로 스스럼없이 뛰어들 수 있다면 꽃봉오리에 봄 햇살이 닿아 피어나듯 나라는 꽃이 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p.19

봄, 청명

“나는 이 계절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만약’이라는 배를 띄워 바다로 보내기로 한다. (중략) 삶의 바다를 유영하다 언젠가 도착한 뭍에서 마침 마주한 배 하나가 내게 이야기해 줄 것이다. “그때 보낸 ‘만약’이 바로 지금 곁에 있는 친구를 초대했어.”
p.44-45

여름, 망종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을 모내기하듯 힘내어 해보는 망종이다. 망설이던 걸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 양 명랑하게 하다 보면 서툴고 어설프기는 해도, 경험했거나 경험하게 될 삶의 모든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한 새로운 눈 하나가 선명하게 태어난다. 신비롭고 경이로운 마음의 장면들과 내게 있는지도 몰랐던 새로운 힘을 운 좋게 발견하기도 하면서 여름의 열기 속으로 들어간다. 무엇도 늦지 않았고, 무엇도 이르지 않다. 지금 하게 되는 모든 것이 가장 적당한 때에 하게 된 필연이라는 걸 믿기만 하면 된다.”
p.72-73

여름, 소서

“몸이 한없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계절의 편지가 정확하게 도착한 것일 수도 있다. 작은 더위라는 이름을 가진 소서의 더위는 곧 찾아올 장마의 물을 머금고 있어서 몸도 마음도 눅눅해지는데, (중략) 가뭄이 들면 물을 대고, 홍수가 나면 물을 빼는 일, 수많은 생각보다 더욱 힘이 있는 건 그런 단순한 일이다.”
p.84

가을, 처서

“가을볕에 포쇄하듯 한 해의 삶이 빼곡하게 적힌 나라는 책을 펼쳐둔다. 글자들이 햇살 속에서 바람을 맞는동안 봄과 여름 사건 사이, 여름과 가을의 마음들 사이, 행간은 새롭게 읽히기 시작할 것이다. 다르게 이해된 행간은 이제 흘러올 문자엥 대한 환영의 마중물이다.”
p.107-108

가을, 백로

“이미 도착한 게 있고, 오는 장면을 분명히 보았는데 나를 스쳐 멀어간 것이 있다. 아예 오지 않았으면 몰라도 오는 장면을 슬쩍 본 건 달려가 붙잡고 싶어진다. 그래도 내가 마주한 시기가 백로라면, 그 마음을 거두어야 한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은 때가 되지 않은 것, 올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올 것을 믿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렇게 지금 남겨진 걸 다시 보는 시간.”
p.114

겨울, 입동

“겨울에 함께 도착했다. 입동에는 우리가 만나 부드럽고 따뜻한 질문의 공을 서로 돌렸으면 좋겠다. 모든 계절을 살아내느라 수고가 많았다고, 분주한 계절 동안 미뤄둔 인사를 건네고 다가오는 추운 날엔 서로 마음을 기대며 때때로 쉬어간다면 좋겠다. 그렇게 뿌리를 맞대고 보낸 우리의 겨울은 다가오는 삶의 든든한 토대가 될테니까.”
p.143

겨울, 소한

“옛사람들은 ‘소한’에 얼음을 캐서 저장고로 가져오고, 씨앗을 내놓으며 그 해에 수확하고 싶은 것을 정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얼음은 모두 녹고 말 텐데 왜 그렇게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썼을까? (중략) 중요한 것은 나중에 어떻게 변하게 되느냐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경험하느냐. 얼음을 캐서 운반하는 동안 모두들 한겨울 내내 움츠린 채로 사리던 몸을 한 번 더 움직이며 드문 열기를 느꼈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했겠지.”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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