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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산책
여름이 다가오면 피망은 탱글탱글 물이 오른다. 가장 신선할 때에는 얇게 채 썰어 물에 담가뒀다가 샐러드에 넣어 달콤한 오일드레싱과 먹으면 의외의 매콤한 악센트가 생긴다. 아삭한 식감도 일품이다. 간혹 빨갛게 숙성된 홍피망을 파프리카와 헷갈리기도 하는데, 파프리카는 피망의 개량종이다(네덜란드어로 파프리카는 피망을 뜻한다고 한다). 모양새는 비슷해도 파프리카의 당도가 피망보다 2배가량 높아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맵지 않은 고추와 맛이 비슷해서인지,
피망은 종종 스위트 페퍼Sweet Pepper 라 불리기도 한다. 고추의 매움과 양파의 단맛을 모두 가지고 있어 여기저기 쓰임이 좋은 피망은 피자 위, 샌드위치 안쪽을 자주 채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근과 함께 어린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채소여서 접시 끝으로 따로 밀려나 있는 모습을 만화에서 자주 볼 수도 있다. 피망은 과연 어떤 채소일까. ‘애들은 모르는’ 피망의 맛이 존재하는 것일까? 피망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몇 가지 요리를 소개한다.
RECIPE 01
피망을 통째로
생강과 간장에 조리다
채소 한 종류만 가지고 어떤 요리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해져, 각 재료의 성격을 파악해 보는 버릇이 생겼다. 피망을 예로 들자면, 맵고 떫은맛은 세로로 뻗어있는 섬유질에서 나오기 때문에 볶음 요리를 할 때에는 결에 따라 세로로 썰어 조리하고, 데치거나 조릴 때는 가로로 썰어 고의적으로 국물에 매운맛을 흘려보낼 수 있다. 꼭 썰어야만 할까? 그렇지 않다. 통째로 그릴에 구워 먹거나 조려 먹어도, 구워서 껍질을 벗겨 식초에 담가두었다가 마리네로 먹어도 된다.
재 료
피망 3~4개, 물 100cc, 간장 3Ts, 미림 3Ts, 청주 1Ts, 생강 5g
* Ts(테이블스푼)
TIP 더운 곳에 익숙한 피망을 너무 찬 냉장고 속에 넣어두기보단 신문지에 싸서 햇빛이 들지 않는 시원한 곳에 두자. 피망은 안쪽에서부터 상하기 때문에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면 꼭지와 씨를 모두 제거한 상태로 넣어둬야 한다.
만드는 법
피망은 잘 씻어 이쑤시개로 10곳 정도 구멍을 뚫는다. 냄비에 모든 재료를 넣고 뚜껑을 덮어 약불에서 15분가량 조린다.
RECIPE 02
피망과 고기를
매콤달콤하게 볶아
바질잎을 뿌리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매운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 성황을 이룬다는 흐름, 어찌 보면 자연의 흐름과 비슷하다. 여름이 되면 맵고 짠 음식을, 겨울이 되면 순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찾게 되는 건 우리의 몸이 끊임없이 계절에 반응하고, 또 말을 건네고 있다는 표시다. 피망은 중남미에서 태어난 열대성 채소이다. 여름이 다가와 피망이 익어 오르면 뜨거운 불에 고기와 함께 매콤달콤하게 볶아 땀을 닦아가며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소개할 태국음식, ‘가파오 라이스’가 바로 그런 ‘여름의 음식’이다. 피망이 더운 시기에 매콤한 맛을 가지고 태어난 것에도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재 료
(2인분) 피망 1개, 홍피망 ½개, 양파 ½개, 다진 돼지고기 혹은 닭고기 200g, 마늘 1쪽, 건고추 1개, 바질 잎 6~7장, 참기름 1Ts, 청주 1Ts, 달걀 2개, 밥 적당량, A(피쉬소스 1Ts, 미림 1Ts, 굴소스 2ts, 간장 2ts, 설탕 1ts, 소금, 후추 약간)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마늘을 잘게 다지고 양파와 피망은 약 1cm 넓이로 썬다.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건고추를 부셔 넣어 약불에서 향을 낸다. 양파와 피망을 넣어 양파가 투명해질 정도로 볶은 뒤 다진 고기를 넣고 중불에서 잘 부셔가며 볶는다. 고기의 색이 다 변하면 청주를 넣어 잡내를 날려준다. A의 조미료와 바질잎을 3~4장 잘게 찢어 넣고 볶는다. 구운 달걀과 밥, 볶은 고기를 함께 그릇에 담아 바질잎을 뿌린다.
RECIPE 03
피망을 프라이팬에 굽고
속까지 부드럽게 찌다
그릴에 기름을 두르고 피망을 통째로 구우면 단맛이 가득 올라와 부드러운 양파처럼 느껴진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라 언제든 조리가 가능하다. 혼자 맥주를 마실 때,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고기만 먹기 부담스러울 때, 마땅한 간식 거리가 없을 때도 그저 피망을 잘라 그릴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릴이 없다면 프라이팬으로도 충분하다. 아래 소개한 매콤한 된장을 곁들이면 허전함을 채울 수도 있다.
재 료
피망 적당량, 꽈리고추 적당량, 식용유 적당량, 물 2~3Ts, 된장(참기름 1Ts, 다진 생강 2Ts, 된장 50g, 설탕 20g, 미림 2Ts, 물 50cc)
* Ts(테이블스푼)
TIP 된장을 만들어 곁들이면 좋다. 참기름에 다진 생강을 넣고 볶다가 된장 50g, 설탕 20g을 넣고 볶는다. 미림 2Ts과 물 50cc를 넣어 걸쭉히 조린다.
만드는 법
그릴에 기름을 두르고 피망과 꽈리고추를 올려 강한 불에서 구워준다. 굴곡이 있는 피망이 전체적으로 잘 익을 수 있게 꾹꾹 눌러준다. 그런 다음 물을 2~3스푼 넣고 뚜껑을 덮어 속까지 부드럽게 익도록 강한 불에서 3~4분가량 찐다.
글·사진 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