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One With Nature

Photography Okada Mayumi

느리고 고요한

일상에서 포착한 행복

반가워요. 마유미네 가족사진을 지켜봐 왔어요. 간단히 소개해 줄래요?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에 사는 오카다 마유미라고 합니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틈틈이 필름 사진을 찍고 있어요. 주로 아이들 모습을 담는데요. 첫째 아이인 딸은 초등학교 3학년이고, 둘째 아들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집에서는 딸과 아들을 삐와 뽀라고 불러요.

 

귀여운 애칭이네요. 마유미네 가족은 홋카이도에 살고 있죠?

맞아요. 홋카이도에서도 주변이 온통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시골 마을이에요. 이 지역에서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예전부터 사람이 많고 분주한 곳보다 조용한 동네에서 육아를 하고 싶었어요. 이곳이라면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반년 전에 이사 왔어요.

 

모난 곳 없이 둥글고 자연스러운 일상을 바랐나 봐요.

도시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뺏기는 하루를 보냈어요. 하지만 이곳으로 온 이후에는 타인의 시선을 그리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이 동네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아요. 도시에서 느껴본 적 없는 새들의 목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으며 계절을 만끽할 수 있어요. 이웃분들도 모두 너그럽고 친절하고 서로를 기꺼이 도와주죠. 아이들도 무척 사랑해 주시고요.

 

가끔은 조금 심심하지 않을까 싶은데 무얼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해져요.

특별한 일과는 아니지만 매끼 밥을 잘 챙겨 먹고, 아이들과 함께 동네 논에 가서 개구리도 잡고 공원에서 놀기도 하면서 평범한 나날을 보내요. 겨울이 오기 전에는 날씨가 좋으면 도시락 챙겨서 소풍을 가곤 했어요. 도토리와 낙엽을 주워서 장난감을 만들기도 하고요. 저는 항상 아이들에게 충분히 자기, 좋은 음식 먹기, 많이 웃기를 강조해요. 그런 기본적인 행위가 일상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런 말들을 잔소리처럼 느끼지 않도록 작은 놀이로 만들어 보기도 해요. 최근에는 아이들이 간식 먹는 걸 좋아해서 함께 영양가 있는 재료로 달달한 간식도 만들었어요.

 

홋카이도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고 알고 있는데, 겨울의 일상은 어떤가요?

빠르면 11월부터 눈이 오고 3월까지 이어져요. 하루에 눈이 1m 이상씩 쌓이고요. 아이들은 스키나 썰매를 타고, 눈사람도 만들면서 노니까 정말 좋아해요. 비록 저는 잔뜩 쌓인 눈을 삽으로 퍼내느라 힘들지만요(웃음). 날씨가 좋으면 바깥으로 나가서 아이들과 몸을 움직이려고 해요. 계절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싶어요.

 

삐와 뽀는 활동적인 성향의 아이들인가요?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사랑스러웠어요.

삐는 밝고 명랑해요. 모두에게 살갑게 대하고 어린아이들을 잘 돌봐줘요. 제 일을 곧잘 도와주고 집에서 뒹굴거리는 것보다 운동을 좋아하죠. 뽀는 가끔 고집이 셀 때가 있어서 하고 싶은 걸 꼭 해야 하고, 혼자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해요. 아직 어린데도 제가 힘들진 않은지 살펴보는 세심한 아이이기도 해요. 둘은 낯을 가리지 않아서 처음 보는 사람과도 빠르게 친해져요.

 

두 아이 모두 초등학교 생활은 즐겁게 하고 있나요? 학교에서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겠어요.

특히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고 있어요. 일본에서는 학교에서 춤, 수영, 스키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구기 스포츠를 배우거든요. 농구, 야구, 축구나 배구처럼요. 그중에서 흥미를 느낀 종목이 있다면 동아리에 가입해서 더 오래 즐길 수 있죠. 삐와 뽀는 일주일에 한 번 체조 수업을 듣는데요. 아이들이 아직 자신이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체조로 기본적인 체력을 키워주고 싶었어요. 기초 체력을 만들어 두면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 유용하게 쓰일 테니까요.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눈이 내리는 나라에 살고 있으니 아이들이 스키는 꼭 잘 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필름 사진은 어떤 계기로 찍게 됐어요?

우연히 필름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게 되었는데, 순간 이유 모를 감동이 밀려왔어요. 디지털카메라 작업과는 달리 모호함과 이야기가 숨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요. 제 직업이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더하고 빼는 디지털과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필름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끌렸나 봐요.

 

주로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는데, 언제 카메라를 들게 되나요?

보통은 일상생활 모습을 포착해요. 왠지 아이들이 이전보다 부쩍 자란 게 느껴질 때도 카메라를 꺼내죠. 저는 사진으로 평범한 일상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싶어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시간을 두고 돌이켜보면 오직 그때에만 존재했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요. 일상이 바쁠 때는 잊어버리기 쉬우니까 사진을 찍어두면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돼요. 그리고 그 나이에만 볼 수 있는 귀여운 에피소드나 제스처를 보는 것도 소소한 기쁨이에요.

 

아이들도 엄마가 찍어주는 사진을 좋아할 것 같아요.

음, 사실 별로 관심 없어 보여요(웃음).

 

그런가요? 왜 그런지 알고 있어요?

필름은 사진을 찍고 보여주는 데까지 오래 걸리잖아요. 그래서인지 나중에 찍은 결과물을 보여줘도 무덤덤하더라고요. 오히려 영상 찍은 걸 더 재밌게 봐요. 이렇게 보니 사진 촬영은 정말 혼자만의 즐거움 같네요. 그래도 저와 아이들이 언제라도 그걸 돌아보고 다양한 기억과 감정을 되살릴 수 있다면 행복할 거예요.

 

아이들도 지나온 시간이 좀더 쌓이면 나의 모습이 기록된 엄마의 사진을 더 좋아할 거예요. 나중에 삐와 뽀가 사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길 바라요?

무엇보다 제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어요. 사진 찍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너희를 사랑해서 찍는 거야.”라고 말하거든요. 진심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어른이 될 거예요. 더 나아가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돌봤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아이들을 존중해 줄 테고, 아이들도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겠죠.

 

곧 새로운 해를 맞이하겠네요. 내년에는 가족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지금처럼만 지내도 좋지 않을까요? 커다란 변화 없이 지금처럼 계절과 자연을 즐기고 싶어요. 날씨가 따뜻하면 소풍을 가고, 눈이 오면 눈사람 만들러 가면서요. 그리고 스스로 한 다짐도 하나 있는데, 내년부터는 저도 체육관에 다녀보려고요. 인생에서 건강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세가 좋지 않고 운동을 충분히 하지 못하거든요. 열심히 일하면서도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어요. 아이들과 저 자신을 위해서.

 

언제나 지금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을 이어가고 건강하기. 좋은 다짐이네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요! 일본 속담 중에 ‘행운은 웃음의 문에서 온다’라는 말이 있는데, 전 그걸 믿어요. 마음과 몸의 균형에서 비롯된 웃음은 행운을 가져다줄 거예요. 웃으며 지내는 날을 늘리고 싶네요.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에디터 이명주

Photography Okada Mayu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