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gkok tree house

도시의 유산을 남기는 호텔

도시의 유산을 남기는 호텔

방콕 트리 하우스가 위치한 방 크라차오 섬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버려진 섬이었다. 그런데 태국의 정치가이자 호텔리어였던 한 사람은 자신의 재산으로 도시 유산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이 섬에 친환경 호텔인 방콕 트리 하우스를 지었다. 호텔이 지어지고 이 섬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사람들은 섬에 쌓여있던 쓰레기를 치우고, 방콕의 남은 마지막 ‘녹색지역’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으로 시작된 일

십여 년 전, 처음으로 태국이라는 나라를 밟기 전만 해도 나는 방콕에 개발되지 않은 오래된 도시의 모습이 남아있을 것이라 상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미 방콕에는 고층건물과 백화점이 들어서 있었고, 도심 곳곳은 공사현장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십 년이 지난 지금 서울만큼 큰 대도시로 발전했다.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섰고, 쇼핑몰과 편의시설이 하루아침에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덤으로 세계 최고의 교통체증과 소음, 공해까지 생겨버렸다.

구불구불한 차오프라야Chaohpraya 강의 하류, 강의 곡류 안쪽에는 ‘방 크라차오Bang Krachao’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다. 자동차 도로가 없어 섬 내에서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로만 이동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섬에는 단 여섯 가구만이 생활을 이어갔다

방콕 도심이 날마다 화려하게 발전해가는 동안 방 크라차오는 방콕사람들의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지고 있었다. 방콕은 ‘물 위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시내 곳곳에 작은 하천들이 흐르고 있다. 하천을 따라 수상버스가 다니고 강 주변에는 수상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강은 방콕 사람들의 생활과 긴밀한 존재였다. 강 주변의 수상가옥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은 강물을 따라 점차 방 크라차오 섬으로 모여들어 쌓이기 시작했고, 섬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버렸다.이 섬이 다시 방콕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한 사람에서 비롯되었다. 태국의 정치가이자 호텔리어였던 ‘찌라유 뚤리아논트Jirayu Tuly￾anont’는 우연히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에 소개된 방 크라차오 섬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방콕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였지만 그 기사를 읽기 전까지 ‘방 크라차오’라는 섬에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방 크라차오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탓에 강변에는 오물과 악취가 가득했고, 섬 내부는 맹그로브Mangrove 나무와 야자수로 거대한 정글을 이루고 있었다. 정글 때문인지, 방콕 시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와 곤충, 동물들이 모여들었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도시의 의미 있는 유산을 남기는 일에 사용하고 싶었다. 호텔리어였던 그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쓰레기 섬의 강변에 호텔을 짓기로 결심했다. 섬으로 밀려 들어온 오물을 걷어내고 대나무 등 친환경 자재와 재활용한 철근을 사용해 혁신적인 호텔을 짓기 시작했다. 3층짜리 스위트룸으로 이루어진 열두 동의 호텔은 ‘방콕 트리 하우스Bangkok tree house’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

방콕 트리 하우스는 차량출입이 불가한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호텔로 들어갈 수 있다. 다행히도 방 크라차오는 방콕의 도심에 자리한 섬이어서 선착장에서 섬까지는 배로 십 분이 채 안 걸렸다. 호텔 선착장에 도착하니 발판으로 보이는 나무판자들이 오로지 고무통만을 의지한 채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맥주병인 나는 무서워서 선뜻 나무판자에 발을 딛지 못했다. 결국 용기를 내어 발을 내디디고, 강가에서 뻗어 나온 맹그로브 나뭇가지를 팔로 이리저리 저으며, 혹시 강에 빠질까 조심조심 걸어가다 보니 아름다운 호텔이 눈앞에 있었다.

INTERVIEW 방콕 트리 하우스 호텔 매니저

방콕 트리 하우스는 친환경 건축으로 지어졌다고 들었어요.
친환경 건축은 단순히 건축과정에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을 최소화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주변 환경과 친밀하고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인간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죠. 또 우리는 호텔이 건축된 이후에도 자연환경의 파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나무로 지어진 호텔 전체는 금연구역이고, 모기약과 살충제는 절대로 사용할 수 없어요. 모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퇴치할 수 있는 스프레이만 제공 돼요. 또 객실과 호텔시설을 청소하는 데 사용되는 세제나 샴푸, 보디클렌저도 쉽게 분해되는 유기농 제품만을 사용하고 있어요.

‘친환경 건축’이라 하여도 결국엔 개발 도중 또 다른 환경파괴가 오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돼요.
사실 호텔이 지어지기 전 이곳은 그저 쓰레기 섬에 불과했어요. 아무도 이 섬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죠. 하지만 호텔이 지어지고 난 후, 이곳은 방콕 사람들의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죠. ‘방콕의 마지막 남은 녹색지역’, ‘방콕의 폐’라는 별칭까지 얻게 되었어요. 극심한 교통체증과 공해, 도시의 반복되는 생활에 지친 ‘방콕커’들은 정글 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마지막 남은 방콕의 정글을 지키기 위한 활동들이 자발적으로 펼쳐지고 있어요. 아마 호텔이 지어지지 않았다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이 섬에는 또 도로가 놓이고 아파트와 쇼핑몰이 들어서게 되었을지도 모르죠.

섬 주변 강에 여전히 쓰레기 많이 떠 있던데, 계속해서 쓰레기가 밀려들어 오나요?
도심에는 계속해서 쓰레기가 버려지고 그 쓰레기가 방 크라차오 섬으로 쌓이고 있어요. 하지만 이곳에 묵는 숙박객들이 그것들을 눈으로 보고 체감하면서 더욱더 환경보호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저희 호텔은 에코캠페인을 통해, 손님이 묶는 1박의 요금당 1킬로그램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비용을 기부하고 있어요. 2014년까지는 약 4톤(4천 킬로그램)의 쓰레기 처리비용을 후원했습니다.

객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트리 하우스에는 3층짜리 스위트룸 열두 개 동이 있어요. 1층에는 화장실과 샤워실, 거실이 있고, 2층은 침실, 3층은 옥상으로 구성되어있어요. 옥상에 올라가면 야자나무숲이 눈앞에 펼쳐져요. 숲 속에서 신기한 부리와 다양한 색을 가진 새들을 찾아볼 수 있지요. ‘The View with a Room’은 옥상에 마련된 객실이에요. 이곳은 벽이 없는 완전한 야외객실이고 에어컨은 물론, 조명을 비롯한 어떠한 전기시설도 없어요. 이 객실에 마련된 것은 몇 개의 양초와 침실의 모기장뿐이에요. 밤이 되면 숲 속에서 들짐승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불빛을 따라 곤충이 모여들기도 하지만, 정글 숲 한가운데서 매우 특별한 밤을 보낼 수 있어요.

홈페이지를 보니 강물에 침대가 떠 있는 ‘River Nest’라는 객실이 있던데, 그 객실에 묵었던 숙박객이 있었나요?
객실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싶지만, 강물에 띄워진 에어베드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거예요. 이용한 손님은 아직 단 한 명도 없었고요. 왜냐하면 강에서 악어가 나올지도 모르거든요(웃음). 사실 River Nest는 실제로 이용하는 객실이 아니라 트리 하우스의 상징적인 객실이에요.

자전거는 숙박객을 위해 대여해주나요?
네, 방 크라차오 섬 안에서는 차가 다니지 않아서 스쿠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야 해요. 사실 방콕 도심은 자전거를 타기에 매우 불편하지만, 방 크라차오는 자전거를 타기에 매우 좋은 곳이에요. 그래서 숙박객들에게 자전거를 빌려주고 라이딩 코스를 추천해주고 있어요. 호텔에 묵지 않고 자전거 라이딩만 하러 오는 손님들은 선착장 입구에서 자전거를 저렴하게 빌릴 수 있어요. 섬 내에는 별다른 휴식공간이 없어서, 이들이 호텔 라운지 카페에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요.

길이 전부 외나무다리라 늪으로 떨어질까 무서워요.
완전 초보자가 타기에는 다소 위험할 수 있어요. 늪지대에 길을 만든 것이라 잘못하다간 떨어질 수 있죠. 그리고 태국과 운전대 방향이 반대인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은 맞은편에서 다른 자전거가 왔을 때 비켜주는 방향을 헷갈려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럴 때는 그냥 자전거에서 내려서 기다렸다가 가는 것이 좋아요.

방 크라차오 섬 안에 또 다른 여행지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주말에는 ‘방남픙Bangnampeung’이라는 작은 수상시장이 열려요. 관광지로 유명한 다른 수상시장에 비해 무척 작은 규모지만,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오래된 재래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군것질들을 판매하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라서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요. 

오후 시간대에는 방 크라차오 섬 내에 있는 ‘씨나콘크안칸 식물원Si Nakhon Khuean Khan Botanical Park’으로 피크닉을 가는 것도 좋아요. 호텔에 준비된 바구니와 담요 등을 이용하면 되고, 호텔직원이 피크닉준비를 도와드릴 거예요. 그냥 걸어서 섬을 산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가끔 대형 이구아나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사람을 해치지는 않으니 기념사진을 찍어보세요(웃음).

Life in the woods

방콕 트리 하우스는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집필한 《월든Walden》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고 홈페이지에 적혀있다. ‘숲 속의 생활Life in the Woods’이라고도 불리는 책 월든은 저자인 소로가 1845년 월든 호숫가의 숲에 들어가 오두막집을 짓고,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홀로 자급자족하는 삶을 기록한 책이다. 이십칠 세의 젊은 시인이자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그는 단 한 번도 집이라는 것을 지어본 적이 없었지만, 4개월에 걸쳐 오두막집을 완성했다. 그는 호숫가의 오두막에서 소박하고 간소한 생활을 하며 자연과 깊은 교감을 하고 깨달은 것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이를테면 호수 표면의 움직임이나, 숲에서 나는 생생한 소리의 묘사 같은 것이었다. 그는 농사를 짓고 낚시를 하는 것으로 돈과 일의 노예가 되지 않아도 만족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증명했다. 누구나 ‘더 많이, 더 빨리!’를 추구하며 자본주의의 기세가 무섭게 떨쳐나가고 있던 시기에 그의 조용한 실천은 간디와 톨스토이, 마틴 루터 킹을 비롯한 많은 철학자와 혁명가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방콕 트리 하우스에 머무는 것은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그 불편함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자발적인 선택이지만, 외딴 섬에 고립되어 있는 것은 오히려 고립이 아닌 ‘해방의 기분’이 들게 한다. 또 도시의 소리를 차단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십 분 남짓한 거리의 강 건너 도심을 바라보며 드는 작은 안정감은 마음 한구석에 남겨두기로 했다. 월든 호수 대신 차오프라야 강의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거나, 도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나무 열매들을 관찰하는 등 섬의 진짜 주인들과 깊은 교감을 나눌 수도 있다. 섬에는 건물이 거의 없어서 밤이 되면 완전히 캄캄해진다. 대신 하늘의 별이 훨씬 잘 보이고, 강 건너편 도심의 야경도 무척 아름답다. 우리의 짧은 여행을 ‘소로’의 위대한 목적에 감히 빗대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잠시나마 그가 추구한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여행이 될 것이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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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혜미

글·사진 김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