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 Mom With A Determined Mind

하우키즈풀 방수형 대표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사랑받는 디자인 브랜드 ‘하우키즈풀’은 ‘솜씨 좋은 엄마가 만든 물건’에서 취향의 한 카테고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진짜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엄마라서 시작한 일, 엄마지만 잘하고 싶은 일, 엄마이기에 계속할 수 있는 일…. 방수형 대표는 브랜드를 말할 때도, 가족을 말할 때도 ‘엄마’라는 단어를 사이사이 밀도 있게 채워 넣었다. 그 두 음절 덕에 그녀가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건 대화가 끝나갈 무렵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취향의 한 카테고리로

“한 가지 꿈은 취향의 한 카테고리가 되는 거예요.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어울리고 어른들도 누구나 쓸 수 있는 브랜드를 말할 때 ‘그거 하우키즈풀 스타일이네요.’라는 말이 나오면 좋겠어요.”

작고 귀여운 쇼룸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우키즈풀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저와 저희 아들에게 주고 싶은 물건을 직접 만들기 위해 시작한 브랜드예요. 지금은 아이와 아이 같은 어른들을 위한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처음에는 엄마가 만들고 아이가 즐긴다는 콘셉트였지만 아이가 계속 자라면서 아이 물건을 제가 함께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마 많은 엄마들이 공감하실 거예요. 이왕 같이 쓰는 거, 귀여운 걸 좋아하는 나 같은 엄마들을 위해 실용적이면서 감각적인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슬로건 속 ‘아이 같은 어른’이 바로 저인 거죠.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많이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신학기 시즌에 한 해의 3분의 2 정도 되는 매출을 냈다면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를 가다 안 가다 하니까 저희도 바쁘다가 안 바쁘다가 그래요. 그런 변화가 있고 나서부터 신학기 시즌에 집중하지 않고 1년 내내 혹은 분기별로 상품들을 어필해요. ‘이 주의 상품’, ‘이 상품의 숨겨진 기능’ 같이 새로운 제안을 하는 거죠. 온라인상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홍보 방법을 좀더 고민하고 시도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예전에는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고, 솔드아웃 되고, 다음 상품의 프리오더를 진행하는 순서였다면 지금은 상시 판매하는 상품을 더 알리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안 하던 방식이라 어렵긴 하지만 상황에 맞춰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하우키즈풀이 벌써 7년이 되었죠? 브랜드를 오픈하기 전에는 육아에 전념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네. 디자인을 전공하고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긴 했는데, 일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러려고 디자인 전공했나….’ 인턴이니까 당연히 바닥부터 배우는 게 맞는 건데 어린 마음에 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만 두고나서 은행에 다니시던 아버지가 은행도 좋은 직장이니 지원해보라고 권유를 하셨어요. 덜컥 합격을 했고 딱 3년 다니고 사표를 냈죠. 3년은 저 자신과의 약속이었거든요. 그리고 학교 다닐 때부터 관심 있었던 미술사로 대학원 준비를 하다가 결혼을 했어요. 아이 낳고도 계속 준비를 했는데, 육아하면서 공부하기가 어디 쉽나요. 생각해 보면 열정이 부족했나 싶지만 그 길은 포기하고 아이 키우고 살림하며 살았어요.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던 거예요? 

일을 하고 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집에만 있는 게 너무 무기력했어요. 아이가 어린이집 다녀올 동안 집안일을 하고, 남편이 퇴근하면 저녁상을 차리는 생활을 3년 정도 했는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매일 그런 날들을 반복하다보니 삶에 대한 만족감이나 보람이 없었어요. 물론 살림을 프로페셔널하게 하시는 분들, 살림이 적성에 잘 맞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그런 성향이 아니더라고요. 밖에 나가서 뭐라도하고 싶었어요. 그때는 개인이 물건을 만들어 블로그에서 판매하는 게 유행이었어요. 어느 날 친구에게 요즘엔 디자인전공한 엄마들이 이런 거 직접 만들어서 판다고, 참 대단한 것 같다는 얘길 했는데 친구가 대번에 “너도 하면 되지.” 하더라고요. 머리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 같았어요. 아무리 찾아도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찾기 어려웠지만 직접 만들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거든요.

 

친구 분이 마음속에 있던 뭔가를 건드려주었나 봐요.

맞아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해 준 덕분에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친구가 디자인 업계에서 오래 일했는데, 자기가 도와준다고 일단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첫 아이템은 레인보우차트라고 한글 자음과 알파벳 포스터였어요. 당시에 세 살이었던 주호에게 딱 필요했거든요. 블로그로 판매를 시작하면서 지금으로 치면 인플루언서들에게 포스터를 보내드렸는데, 절반은 되돌아오고 절반은 제 마음이 갸륵해 보였는지 글을 올려주셨어요. 그렇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친구에게 본격적으로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친구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프리랜서로 막 시작할 때라 기회를 잡았죠. 그때부터 외주로 일을 맡기는 방식으로 함께해 오고 있어요. 그 친구가 지금 하우키즈풀의 디자인 실장님이에요.

 

귀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네요. 그래서 삶의 생기는 다시 찾았나요?

생기와 활기는 찾았는데… 어둠도 같이 왔어요(웃음). 일 시작하면서 남편과 갈등이 있었거든요. 처음엔 저도 남편도 소일거리 정도로 생각한 일인데, 갈수록 제가 큰 판을 벌이니까 당황스러웠나 봐요. 남편이 준 백만 원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왕 시작한 거 흐지부지 끝내기 싫어서 더 열심히 했어요.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블로그 셀러분들이 조용히 일을 접는 걸 보면서 나름의 자존심도 지키고 싶었고요. 제가 일하지 않는 상태에서 결혼을 했으니 남편 나름대로 자신이 그린 ‘아내상’이라는 게 있었을 텐데, 그 이미지에서 자꾸 멀어지니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예요. 일이 점점 잘되면서 주변에서는 다들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는데 집에 돌아오면 남편은 적처럼 돌아서 있으니 너무 힘들었어요. 초반 3~4년 동안 그런 기간이 있었고, 대화를 정말 많이 했어요. 남편은 이제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예전에는 대화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요즘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하우키즈풀의 디자인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는 게 특징이에요. 디자인에 확실한 소신이 있어 보여요.

첫째 기준은 질리지 않아야 한다는 거예요. 책가방, 도시락가방, 노트, 필통 모두 일상에서 쓰는 거잖아요. 귀엽고 산뜻하고 유니크한 거 다 좋지만 어느 순간 지겨워질 수 있어요. 그냥 그 자리에 늘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웠으면 해요. 둘째는 실용성을 넘어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는 건데요. 직접 겪은 자잘한 생활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어, 주머니가 너무 많으면 아이들이 소지품을 어디에 뒀는지 잘 못 찾기 때문에 가방에는 꼭 필요한 만큼만 수납공간을 만들어요. 무조건 세탁할 수 있는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저희는 아주 원론적인 고민만 해요. 가볍고 쓰기 편하고 질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왕 사는거, 고이 모셔놓지 않고 자주 손이 갔으면 좋겠어요.

 

모든 제품군에 골고루 쓰인 선명한 색감도 하우키즈풀이라는 브랜드를 설명해 주는 것 같아요.

하우키즈풀의 키 컬러는 레드, 옐로, 블루, 블랙 네 가지예요. 성별을 가르는 색은 절대 쓰고 싶지 않아서 고민 끝에 결정했어요. 일곱 살 후반쯤 되면 남자아이들이 핑크색에 대한 논란을 많이 겪어요. 여섯 살 때까지만 해도 핑크색 티셔츠를 잘 입고 다니다가 학교에 가면 으레 “너는 왜 여자 색 티셔츠를 입었냐.”며 놀림 받는 거죠. 그런 구분을 처음부터 없애주고 싶었어요. 파란색을 좋아하는 여자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 방향성이 분명해야 브랜드를 찾아주시는 분들께도 저희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홈페이지 카테고리 중 ‘PLAY’에는 가족의 즐거움이 될 만한 상품들이 있어요. 이 카테고리는 어떻게 만들고 있어요?

플레이 카테고리 중 처음 만든 게 제 첫 실패작이기도 한데요(웃음). 주호가 다섯 살 때쯤 모래 놀이에 푹 빠져 있어서 플레이매트를 만들었어요. 판매가 저조하기는 했지만 아이를 즐겁게 해주는 걸 만들면서 행복하더라고요. 그다음이 매년 만들고 있는 캘린더예요. 아이가 유치원에서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 오고, 집 안 곳곳에 전시해 주기를 원하니까 아예 그걸 붙일 수 있도록 윗부분을 비워둔 캘린더를 제작했어요. 아이가 있는 집은 엄마와 아이가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는 놀이거리가 늘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크리스마스트리도, 카드도 엄마랑 함께 해볼 수 있게 키트로 만들었어요. 더 잘하고 싶고 꾸준히 해나가고 싶은 카테고리인데, 시중에 무료도안도 워낙 많고 저렴한 만들기 재료가 많아서 좀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고민해요.

마음을 움직여야 하네요.

맞아요. 한번 구매해 봤는데 괜찮은 브랜드에는 계속 마음이 가게 되잖아요. 저부터도 그러거든요. 저, 남편, 주호 셋이 백화점에 들어가면 한 시간 만에 쇼핑을 마쳐요. 늘 가던 매장에서 추천해 주시는 걸 보고 마음에 들면 바로 구매해요. 

 

한 시간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웃음)?

(웃음)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새로운 걸 접하기가 어렵기도 해요. 한번 써보고 만족도가 높으면 주위에서 다른 제품을 추천해 줘도 원래 쓰던 것만 쓰게 되더라고요. 선물을 받거나 우연한 기회가 있을 때 제품이 정말 마음에 들면 그때 갈아타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하세요?

색이 분명한 브랜드요. 어떤 브랜드는 시즌마다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하잖아요. 여름에는 ‘이 브랜드가 이런 느낌이구나.’ 했는데 겨울에는 ‘어? 이런 느낌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잘 보면 시즌마다 유행하는 아이템이나 컬러, 패턴이 다 들어가 있어요. 반면에 어떤 브랜드는 유행과는 무관하게 자기들이 추구하는 방향대로 신제품을 내요. 그런데도 오픈하자마자 솔드아웃이죠. 그런 맥락에서 ‘키티버니포니’의 행보를 늘 관심있게 보고 있어요. 제품마다 하나의 목적이 있고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활발하게 하면서도 색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그런 브랜드가 좋아요. 시대에 뒤처지더라도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꾸준히 내놓는 곳들이요. 저희도 그렇게 나아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시중에 있는 노트보다 서너 배 비싼 가격을 주고 저희 것을 선택하시는 데는 취향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모두의 취향을 맞추려고 이리저리 흔들리기보다는 그 취향을 지켜드리고 싶어요.

 

하우키즈풀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무엇을 얻기를 바라나요?

큰 기업이 아닌데도 편견 없이 선택해 주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신뢰를 드리고 싶어요. 한 가지 꿈은 취향의 한 카테고리가 되는 거예요.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어울리고 어른들도 누구나 쓸 수 있는 브랜드를 말할 때 ‘그거 하우키즈풀 스타일이네요.’라는 말이 나오면 좋겠어요. 저의 처음을 시작하고 함께해 준 고객님들의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오래오래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훗날 돌아보았을 때 ‘내 취향 나쁘지 않았네.’ 하는 생각이 든다면 좋겠어요.

돈이 다가 아니라는 걸

“20대 때까지는 제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집이 부유하지도 않았고, 계속 그런 환경에서 커왔으니까 난 안 될 거고, 못 할 거고, 특별한 케이스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가뒀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고, 아주 적은 돈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고싶어요. 돈이 아닌 마음의 문제라고요.”

집 안에도 경쾌한 색감이 많이 묻어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차분한 공간이네요.

원래 귀엽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지만 가족들과 같이 사는 집이라 자제하고 있어요(웃음). 집은 편안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출근하기 전에 식탁, 싱크대, 거실 테이블 위에 아무것도 없게 해놓고 나와요. 퇴근하고 들어왔을 때 그 상태로 유지되어 있어야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집에 물건도 많이 들이지 않았어요. 주호가 여덟 살이 되면서 이 집에 이사를 왔는데요. 집 안의 물건들을 세 식구의 생활의 흐름 속에서 가장 편한 자리에 정리해 두었어요. 각자의 공간은 각자가 컨트롤할 수 있도록요.

 

집을 취향대로 꾸미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있죠. 저도 빈티지 가구 좋아해요. 그런데 그게 우리 집에 들어오면 어떻게 될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값이 나가는 건 안 들여놓게 되더라고요. 가볍게 쓰고 망가져도 아이에게 화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사요(웃음).

 

물건을 살 때 기준이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서 한번 마음에 들면 색깔별로 쟁여두고 그래요. 생활 범위에서 벗어나는 수준이 아니라면 가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요.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가 첫째 기준이에요. 정말 갖고 싶지만 구매하기엔 너무 고가라면 굳이 저렴한 가격의 비슷한 스타일은 사지 않아요. 물건도 하나의 작품이잖아요. 또 하나는 인터넷으로 소비를 잘 하지 않고 직접 입어보고 신어보고 만져본 후에 구매한다는 것 정도예요.

 

소비 패턴은 라이프스타일과 직결되잖아요. 가족의 소비 패턴도 궁금해요.

남편은 취미 생활인 낚시에 투자를 많이 하고 저는… 지금은 취미가 없어서 찾는 중이에요. 아무래도 가장 지출이 많은 부분은 식비인데, 개인적으로 “그 식당 맛은 있는데 너무 비싸.” 이런 말 별로 안 좋아해요. 비싸고 좋은 재료로 싸게 팔 순 없거든요. 밥집에 돈을 아끼면 실패하거나 탈이 나더라고요. 제가 일을 해보고 나서 더 많이 느껴요.

 

주호에게 가장 많이 쓰는 부분은요?

책이요. 제가 책 읽는 걸 좋아해요. 머릿속에 내용을 담는다기보다 책을 읽는 평온한 시간이 좋아요. 주호에게도 그걸 알려주고 싶어요. 주호가 예민한 편이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어려워해서 책으로 먼저 접하게 해주면 처음엔 재미없다고 하다가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계속 읽더라고요. 교육적인 것보다 추리소설이나 만화책같이 놀면서 볼 수 있는 걸 많이 사주고, 거기서 흥미를 느끼면 다음 단계로 확장해요.

주호가 열한 살이니 인생의 절반이 넘는 세월을 브랜드와 함께했네요. 상품에 주호 의견이 많이 반영될 것 같아요.

결혼을 안 했다면, 주호가 없었다면, 내가 이 일을 했을까? 이렇게까지 일이 커졌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제가 엄마라서, 주호가 주호라서 참 다행이에요. 샘플이 나오면 주호에게 가장 먼저 써보라고 주고 공손하게 부탁해요. 이걸 사는 이모들에게 어떤 점이 좋고 나쁜지 잘 알려주면 좋겠다고요. 그럼 하나하나 잘 이야기해 줘요. 주호가 그림일기장을 잘 쓰다가 어느 날 줄을 그어서 쓰기 시작하는 걸 보고 줄 일기장을 만드는 식으로, 새 제품을 만들거나 리뉴얼하는 타이밍도 주호를 관찰하면서 잡아요. 저희 제품을 가장 많이 쓰는 유저가 저랑 같이 사니까 좋은 점이 많아요(웃음).

 

주호랑 보내는 시간이 많이 줄지 않았어요?

아무래도요. 그래도 주호가 언제든 엄마를 만나러 올 수 있도록 사무실을 집 바로 앞에 얻어서 최대한 안정감을 주려고해요. 코로나19 전에는 단둘이 에버랜드 가서 하루 종일 논다거나 서울에 호텔 잡고 놀다 오곤 했는데 요즘엔 그러기가 어려워서 아쉬워요. 온전히 주호와 함께 있어주지는 못하지만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 좋지 않을까 짐작해요. 물론 저희 시대와 주호 때의 성인지 감수성은 많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엄마가 사업하는 모습, 집에서 밥 안 하고 식기 세척기로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 고정관념 없이 자랄 수 있지 않을까요?

 

주호가 용돈으로 생활한다고요. 용돈 관리는 어떻게 시작한거예요?

3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용돈을 줬어요. 3학년 때는 3,000원, 지금은 4학년이니까 4,000원을 줘요. 월요일마다 용돈을 주면서 장부 검사를 하는데, 장부랑 실제 돈이랑 정확히 맞지 않으면 페널티로 300원씩 제해요. 돈을 주고받을 때 확실하게 확인하도록 훈련시키고 싶어서요. 주호가 계산기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덧셈 뺄셈을 잘못했을 수도 있지만 얄짤없어요. 한두 번 까인 뒤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더라고요(웃음). 과자도 사 먹고 떡볶이도 사 먹으라고 용돈을 주는 건데 주호가 돈을 안 쓰고 자꾸 사무실에 와서 과자를 공짜로 집어 먹으려고 하길래 안 된다고, 정 먹고 싶으면 한 봉지에 100원씩 내고 먹으라고 했어요. 용돈을 주는 의도에 맞지 않는 거니까요. 엄마 건 아무거나 먹어도 되고, 다 써도 되고, 엄마는 뭐든 사줘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두고 싶진 않아요.

경제 교육 효과가 좀 있나요?

그런 것 같아요. 주호에게 용돈을 주게 된 이유가 있는데요. 가끔 갖고 싶은 걸 이야기하면 되도록 생일이나 기념일에만 사줬거든요. 그런데 그걸 마냥 기다리게만 하는 건 아니다 싶었어요. 본인 힘으로 할 수 있는 만큼 벌고 모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식탁 정리 200원, 빨래 정리 300원, 이런 식으로 집안일 리스트를 A4 용지에 적어서 주방 옆에 붙여 놓고 일주일마다 완료한 집안일에 해당하는 돈을 줬어요. 그러다 정해진 날 정해진 만큼의 돈을 받고 싶다고 해서 용돈을 주기 시작한 거예요. 이제 집안일은 돈이 더 필요할 때만 해요. 밥 다 먹고 나면 “어머니 식탁 치우지 마세요! 제가 치울 거예요!”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럼 저는 식탁을 슥 보고 “오늘은 식기가 별로 없으니까 200원으로 할까요?” 하죠. 돈 이야기할 때는 존댓말 쓰거든요(웃음).

 

200원이요? 너무 깐깐하신 거 아니에요(웃음)?

(웃음) 지금은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려고요.

 

주호가 갖고 싶은 게 있다고 이야기할 때는 어떻게 하세요?

생일이나 어린이날 같은 날에 뭔가를 사달라고 하면 화끈하게 사주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아이들은 매일매일 갖고 싶은 게 생기잖아요. 욕구를 조절해 줄 필요가 있을 때는 조금 긴 이야기를 해요. 이걸 사기 위해서 엄마는 몇 시간을 일해야 하는지, 사달라는 대로 사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요. 그리고 질문도 하죠. “이게 지금 굳이 필요할까? 한 번만 더 생각해 볼까?”, “지난주에 산 건데 또 산다는 게 엄마는 이해가 안 되네.” 하고요. 그럼 주호는 자기가 사는데 도대체 엄마가 왜 이해해야 하냬요(웃음). 그렇게 말은 해도 다시 고민해 보고 신중하게 결정하더라고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아이에게 가격보다는 가치로 판단하게 하고 싶어서 ‘비싸다’는 말을 가급적 안 하려고 했는데, 자랄수록 필요해진 것 같아요.

 

돈에 관해 알려주고 싶은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20대 때까지는 제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집이 부유하지도 않았고, 계속 그런 환경에서 커왔으니까 난 안 될 거고, 못 할 거고, 특별한 케이스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가뒀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고, 아주 적은 돈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돈이 아닌 마음의 문제라고요.

 

돈에 대한 관점이 아니라 삶에 대한 관점이네요.

맞아요. 하우키즈풀은 여러 의미에서 제 인생의 아주 커다란 터닝포인트예요. 제가 깨달은 것들을 주호도 깨닫는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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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S RITUAL

CONSUMTIONS

일주일에 한 번 카페 가기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데이트하는 날을 정해서 둘이 집 근처 카페에 가요. 바닐라 셰이크를 시켜놓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집에서 대화하는 거랑 또 다른 느낌인지 주호가 정말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집까지 걸어가는 것도 재미죠.

시시때때로 서점 가기

저도 주호도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서점에 가요. 책이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어려운 것보단 쉬운 걸 권해요. 제가 읽히고 싶은 만화책을 사주고, 주호도 자기가 읽고 싶은 만화책을 골라요. 주호가 선택한 책은 값도 주호가 지불하고요.

에디터 이다은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