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Village TOTO

예술가의 방이 모인 붉은 벽돌집 햇빛스튜디오·워크스·Studio fnt·TWL

토토빌딩을 찾아 종로5가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한다. 거리의 낡은 간판을 재미있다는 듯 살피고, 견고한 건물의 자태에 감탄하다 보니 어느덧 ‘종로구 율곡로 187’. 1988년 6월 28일에 세워진 토토빌딩 앞이다. 뾰족한 모서리를 가진 이 붉은 벽돌집엔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팀들이 층층이 모여 산다. 1층엔 TWL, 2층엔 스튜디오 fnt, 3층엔 양혜규 스튜디오, 4층엔 텍스처 온 텍스처, 그리고 5층엔 워크스와 햇빛스튜디오. 오늘은 노크에 응해준 몇몇 팀의 방문을 열어보는 날이다. “토토빌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한 가지 질문을 마음에 품고, 붉은 벽돌집으로 성큼 들어선다.

5F

햇빛스튜디오 | 박지성·박철희

무지개가

피어나는 방

구석엔 건장한 어른만큼 큼직한 주황색 새우 인형, 창틀엔 쪼르륵 세워진 자그마한 개구리 피겨들…. 이 엉뚱한 소품들 사이에서 두 남자가 분주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다. “커피 좀 드실래요?” 하는 말에 괜찮다고 하니 정말 괜찮냐며 세 번이나 되묻는 이들. 차가운 물을 한 잔 건네받고 테이블에 앉았는데, 테이블에 오른 음료가 제각각인 것부터가 왠지 재밌다. 맥주잔에 담긴 갓 따른 콜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카만 커피, 그리고 투명하고 차가운 물. 방문 선물로 건넨 초콜릿을 그 자리에서 뜯어 열심히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왠지 쾌활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햇빛스튜디오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지성: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가 하는 일이라면 다 하고 있어요(웃음). 하고 싶은 영역이라면 가리지 않고 즐겁게 하고 있죠. 저희는 그래픽 디자인을 하자고 마음먹고 만난 건 아니었어요. 둘이 만나 하고 싶은 걸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자인 스튜디오가 된 경우죠. 각자 하고 싶은 걸 유지하면서 두 프리랜서의 교집합으로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졌달까요. 지금은 그래픽 디자인이 메인이지만, 그 외 일들이 무게감이 다르지 않게 공존하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 외 일’엔 어떤 게 있었나요?

지성: 각자가 중심이 된 여러 프로젝트가 있는데, 제가 중심이 된 작업은 다양한 창작자를 모아 직접 만든 배지를 판매한 ‘후룻숍hooroot shop’이나 워크스와 함께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았던 행사 ‘과자전’이 있어요. 퀴어 도서만 판매하는 퀴어 책방 ‘햇빛서점’은 철희가 중심이 된 활동이었고요. 후룻숍과 햇빛서점의 정체성을 합쳐 퀴어 퍼레이드에서 ‘퀴퍼를 내 가슴에’라는 배지 프로젝트를 협업하기도 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지금 말한 작업들은 개인 활동에 가까워요. 저희는 팀과 개인에 경계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고 있어요.

 

따로 또 같이인 셈이네요. ‘햇빛’이라는 이름이 궁금해요.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거든요(웃음).

철희: 햇빛서점은 디자인 스튜디오를 시작하기 전에 만든 퀴어 서점이에요. 2015년 우사단길에 자리 잡았고, 그 이후 디자인 작업을 시작하면서 ‘햇빛서점 안에 있는 스튜디오’라는 의미로 동명의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LGBT의 상징은 무지개고, 그런 무지개를 만드는 게 햇빛이어서 햇빛이란 단어를 선택하게 됐고요. 아, 그리고 2015년만 해도 퀴어가 노는 데는 무조건 음지여야 했거든요. 그런 이들이 양지로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고른 이름이기도 해요.

 

햇빛스튜디오는 어떤 동네, 어떤 공간을 거쳐 지금의 토토빌딩에 자리 잡게 되었나요?

철희: 우사단길이 첫 작업 공간이었어요. 여섯 평 정도 되는 곳에 서점과 작업 책상 두 개, 그리고 화장실까지 있었죠. 엄청 좁았어요. 

지성: 거기서 3년 정도 있었고 그다음이 여기예요. 저는 이 건물 2층에 있는 스튜디오 fnt에서 인턴과 계약직으로 8개월 정도 일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토토빌딩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 2018년 여름에 5층에 자리가 났단 소식을 듣고 바로 들어와서 한 건물에서 지내고 있어요. 가깝게 지내온 디자인 스튜디오 워크스와 5층을 함께 사용하고 있죠.

 

이 작업 공간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을 소개해주세요.

철희: 넓은 거요. 창고가 있어서 정말 편해요.

지성: 작지만 부엌이 있어서 이것저것 해 먹을 수 있는 게 좋아요. 엄청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고, 간단하게 굽는 정도지만요. 이사했을 땐 간단한 요리와 함께 스튜디오 오픈 파티를 하고 싶었는데 벌써 이사 온 지 1년 반이 지났네요. 연말연시 파티도 생각했는데 그것도 타이밍을 놓쳤고요(웃음). 올해는 구실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모아 파티를 열어보고 싶어요.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엄청나게 큰 트리랑 탁구대였어요. 넓어야만 놓을 수 있는 것들.

철희: 맞아요(웃음). 옛날엔 탁구도 잘 쳤는데 요새는 제가 실력이 안 돼서 밸런스가 안 맞아요.

지성: 이전엔 철희가 더 잘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자전거도 두 대나 걸려 있고, 엄청 넓어진 셈인데 작업 공간이 작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할 것 같아요.

지성: 그럼요. 대체로 좋은 영향이에요. 충무로가 가까워서 자전거 타고 감리를 보러 갈 수도 있다는 게 제일 편하죠. 워크스랑 지내게 되면서 책을 빌려보거나 컬러칩을 같이 볼 수 있는 것도 좋고, 가끔 힘들게 하는 클라이언트 얘기를 시시콜콜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웃음).

철희: 퇴근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가지 못하는 곳이 된 게 제일 좋아요. 무슨 뜻이냐면, 이태원에 있을 땐 집에서 30초 거리에 스튜디오가 있어서 클라이언트한테 전화가 오면 “잠깐만요.” 하고 사무실에 가고 그랬거든요. 토토빌딩으로 오고 나선 퇴근하면 업무도 손에서 놓을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해요.

 

맙소사. 생각만 해도 괴로워요. 토토빌딩에서 마음대로 층을 옮기고 싶다면 몇 층으로 가고 싶어요?

철희: 2층이요. 

지성: 담배 피우러 내려가기 제일 편하니까요. 1층에서 가게를 하고 2층에 사무실이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토토빌딩 다른 층 이웃들과는 친하게 지내고 있나요?

철희: 어느 정도는요. 2층 스튜디오 fnt에 선배들이 있으니까 작업하다 궁금한 게 생기면 내려가서 물어보기도 해요. 3·4층이랑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 아직 그분들과 뭔가를 해본 적은 없어요.

지성: 가끔 배달 음식이 우리 층으로 오는 정도죠(웃음). 대부분 원래 아는 사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같은 건물에서 지내는 게 좋아요. 긴밀하게 뭔가 계획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나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메신저나 SNS로 안부를 확인하다 종종 건물에서 마주치면 더 반갑기도 하고요. 물론 하루에 한 번도 못 마주칠 때도 있지만요. 

 

만나면 보통 어떤 이야기를 해요?

지성: 작업 얘기보단 고양이 얘길 더 많이 해요(웃음). 다들 고양이를 키우고 있거든요. 저도 고양이 두 마리랑 살고 있는데, 두 마리 모두 토토빌딩 주차장에서 데려온 길냥이들이에요.

 

고양이까지 토토빌딩과 연관이 있군요(웃음). 함께 지내는 이웃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지성: 이웃들보다도 관리인 아저씨 이야길 하고 싶어요. 2층 관리실에 계시는 분인데, 자칭 이순신이라고… 인터뷰 좀 해주시면 안 되나요? 연세가 여든 정도 되셨는데 대단한 분이시거든요. 토토빌딩의 모든 안내를 손글씨로 써서 그림까지 그려서 붙여 두세요. 택배 맡아놨다고 말풍선을 그려서 안내문을 만드는데 말풍선 그림이 얼마나 완벽한지 몰라요. 그분의 아이덴티티도 토토빌딩의 지분이죠.

철희: 그분이 특종이에요. 

 

이따 슬쩍 내려가봐야겠어요. 토토빌딩 공식 질문을 준비했는데요. 각 층에 있는 이웃을 ‘○○ 이웃’으로 정의해주실래요?

1층 TWL l 선물 가게 이웃
2층 스튜디오 fnt l 선생님 이웃
3층 양혜규 스튜디오 l 친해지고 싶은 이웃
4층 텍스처 온 텍스처 l 조용한 이웃
5층 워크스 l 룸메이트

햇빛스튜디오
토토빌딩 5층에 머무는 햇빛스튜디오는 박지성, 박철희로 이루어진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2015년부터 행사, 아이덴티티, 캐릭터 디자인 등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작업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H. sunnystudio.kr

5F

워크스 | 이연정·이하림

따뜻하고

씩씩한 방

탁구를 치기 시작한 햇빛스튜디오를 등지고 몇 걸음 들어가니 금세 워크스다. 같은 층을 나눠 쓰고 있는데도 묘하게 분위기가 다르다. 햇빛스튜디오의 공간이 좀더 활발하고 개구지다면, 워크스의 이곳은 잔잔하고 안온하다. 마치 여름과 겨울이 흐르듯 잘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인터뷰할까요?” 살짝 입을 떼니 나란히 앉아 컴퓨터를 보고 있던 두 사람이 고개를 들어 맑게 웃어 보인다. 정말이지 건강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웃음이다

워크스를 소개해주세요.

하림: 2014년에 워크스라는 숍을 운영하다가 그 이름으로 그래픽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 팀이에요. 여성 디자이너 듀오로, 다양한 분야에서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진행 중이죠.

 

워크스에겐 눈에 띄는 이력이 있죠. 어느덧 하나의 브랜드가 된 ‘과자전’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어요.

연정: 세상에 없는 가상의 이벤트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한 작업이었는데요. 같이 지내는 햇빛스튜디오의 지성 씨가 객원 멤버로 매번 함께해온 행사였죠. 순전히 재미로 시작해서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소하게 과자를 먹고, 판매하고, 즐기기 위한 작은 행사였는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행사가 커졌어요. 몇 평 되지 않는 이태원의 작은 숍에서 시작한 행사가 잠실종합운동장, 코엑스까지 가게 됐고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기도 했으니까요. 근데 저희의 본분은 기획자가 아니라 그래픽 디자이너여서… 회를 거듭할수록 프로페셔널하게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림: 그래서 자연스럽게 과자전에 대한 생각 자체가 줄어들었죠.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을 따로 두지 않을 정도로 과자전이란 브랜드에 대해 생각을 안 하고 지내는 중이에요. 휴식기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디자인 작업이 많아져서 온전히 이쪽에 집중하며 지내고 있어요. 저희가 훨씬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디자인 작업에 더욱 집중하는 시기로군요. 디자인 작업은 어떤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나요?

연정: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에 익숙하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작업해왔어요. 그런데 작년 즈음부터 다양성이라는 특징이 오히려 작업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걸 느끼게 됐죠. ‘다채로운 이미지’를 워크스 특징으로 규정지어버리면 클라이언트가 매번 그런 부분을 기대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작업 스타일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하림: 매번 결이 다른 걸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노동이라는 측면에선 힘든 일이죠. 그래서 올해는 이런 부분을 조금 정비해보려고요. 

 

올해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야기네요. 워크스는 지금 토토빌딩 5층에 머물고 있는데, 어떤 공간을 거쳐 이곳에 자리 잡게 되었나요?

연정: 첫 작업 공간은 이태원 우사단길에 있었어요. 거기서 7년을 지내면서 틈틈이 사무실을 알아봤죠. 이사 가고 싶단 생각을 한 건 오래되었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계속 우사단길에 있었거든요. 토토빌딩 공간은 마음에 들었는데 우리만 쓰기엔 너무 넓어서 가까이 지내던 햇빛스튜디오에게 제안하고 같이 이사하게 되었어요. 

 

공간도 넓어지고 함께 사용하는 팀도 생긴 셈인데, 작업 환경이 바뀌면서 새로운 영향을 받기도 할 것 같아요.

연정: 아무래도 두 번째 작업 공간이니까 첫 번째 작업 공간과 비교하게 되는데요. 이태원 스튜디오는 좁아서 회의하거나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 불편했어요. 그땐 한 테이블에서 모든 걸 다 해야 해서 치우고 세팅하는 것만 해도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공간도 분리할 수 있을 만큼 넓어졌고, 창고도 생겨서 너무 편해요. 

하림: 출퇴근 길도 중요해요. 우사단길 작업 공간은 언덕이 가파른 주택가였는데 여긴 회사가 많은 곳이어서 출근하는 무드가 생기거든요. 집과 적당히 거리가 있는 것도 좋아요. 너무 붙어 있으면 생활과 일이 구분되지 않는데, 거리가 생기니까 일하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햇빛스튜디오와 하나의 공간을 사용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연정: 아직까지는 좋아요. 도움받는 일도 있고, 같이 일할 땐 회의하기에 편하죠. 따로 미팅 잡을 필요 없이 바로 이 테이 블에서 만나면 되니까요. 이태원에서도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낯설거나 새삼스럽진 않아요. 저희가 자리를 비웠을 때 대신 택배 받아주는 것도 좋고요(웃음). 같이 밥 먹는 일은 의외로 잘 없는데, 가끔 같이 먹으면 그것도 재미있어요. 아직까진 딱히 불편한 점이 없어서 만족하고 있죠.

 

토토빌딩 5층에서 지내는 건 어떠세요?

하림: 높아서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 게 좋아요. 경치가 제법 좋거든요. 다만,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걸어 올라와야 하는데 짐이 있을 땐 좀 불편해요. 많을 땐 솔직히 ‘많이’ 불편해요.

연정: 종종 미팅 오는 분들이 워크스를 찾지 못해서 연락하는 경우가 있어요. 건물 외부에 간판도 없고, 층수가 바닥에 표시되어 있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여기가 몇 층인지 알 수 없거든요. 바깥에서도 잘 보이는 간판을 하나 달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해요.

 

특히 좋은 점이 있다면요?

하림: 최고 장점은 공간이 넓다는 거, 화장실을 비롯한 공용 공간이 깔끔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다른 층에 좋은 이웃들이 있어서 서로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도 좋고요.

연정: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비롯해서 비슷한 업계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괜히 더 관심이 가요. 퇴근할 때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면 ‘저기는 아직 일하고 있구나….’ 하면서 왠지 힘을 주고 싶기도 하죠. 일단은 일하는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요.

하림: 아, 1층에 TWL이 있어서 선물 사기에도 좋아요(웃음). 선물 살 시간도 없이 바쁠 땐 TWL이 가까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죠.

연정: 동물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2층 스튜디오 fnt엔 고양이 미미가 있고, 4층 텍스처 온 텍스처엔 강아지들이 있거든요. 4층을 지나가면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가끔 산책하는 것도 보게 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출퇴근도 같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귀여운 이웃들이 숨어 있었네요(웃음). 토토빌딩에서 특별히 탐나는 층이나 자리가 있나요?

하림: 지금 만족스럽긴 한데… 4층?

연정: 저도요. 조금만 낮은 층이면 좋겠어요. 우사단길에서 1층에 있었기 때문에 1층은 별로 가고 싶지 않지만 5층보다는 한 층이라도 낮으면 좋겠어요.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게 고층에겐 단점이겠네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니까 토토빌딩을 테마로 포스터 작업을 맡겨보고 싶어요. 물론 가상으로요. 어떤 분위기로 만들고 싶으세요?

연정: 그건 2층에 있는 스튜디오 fnt의 이재민 실장님이 잘하실 것 같아요. TWL에서 ‘춘우장’이나 ‘만추장’ 같은 행사를 할 때도 포스터를 곧잘 만드시거든요. 2층에 가서 물어봐 주실래요? 실장님 생각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하는 걸 보고 싶거든요(웃음).

 

꼭 여쭤볼게요(웃음). 마지막 질문이에요. 다른 층 식구들을 ‘○○ 이웃’으로 정의해본다면?

1층 TWL l 선물 가게 이웃
2층 스튜디오 fnt l 선배 이웃
3층 양혜규 스튜디오 l 작가 이웃
4층 텍스처 온 텍스처 l 사진 이웃
5층 햇빛스튜디오 l 친구 이웃

워크스
햇빛스튜디오와 함께 5층 공간을 나누어 쓰는 워크스는 이연정, 이하림이 만나 2014년부터 시작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독특하고 다채로운 표현으로 그래픽 디자인, 시각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쇄물, 제품, 웹사이트, 전시, 브랜딩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햇빛스튜디오의 박지성과 함께 브랜드 ‘과자전’도 기획하고 운영한다.

H. work-s.org

2F

Studio fnt | 이재민·김희선·길우경

바르고

정직한 방

똑똑, 두 번의 노크를 신호처럼 보내고 문을 열자 빼곡한 앨범 아트워크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책장과 책장 사이에는 고양이의 흔적이 있고, 저 구석엔 자그마한 부엌과 탕비실도 있다. 패브릭으로 가려둔 창고 공간과 몇 개의 책상, 그리고 집중하고 있는 직원들. 살짝 둘러보겠다고 조용히 이야기하고 이곳저곳 살펴보고선 촬영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fnt 식구들. “대화요? 우리 대화는 메신저로 하는데?!” 웃으면서 시작한 2층 투어다.

스튜디오 fnt의 출발이 궁금해요.

재민: 저 혼자 자그마한 오피스텔에서 일하다가 그러데이션 되듯 김희선, 길우경 파트너와 함께하게 됐어요. 셋의 역할이 칼같이 구분되는 건 아니고, 업무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상호보완적으로 협업하는 관계예요. 작은 규모의 디자인 회사니까 모든 구성원이 유동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로 일하는 게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죠.

 

함께하다 보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을 것 같아요.

재민: 누구나 트러블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저희는 어쩌다 보니 되도록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 감정을 소모할 일이 없게끔 작동하는 나름의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희선: 동업이 쉽지 않다 보니 그 비결을 묻는 분들이 종종 있었어요. 기본적으로는 ‘그래도 셋이 함께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의식이 공통으로 있는 것 같아요. 각자 업무에 대한 존중의 마음, 일종의 존경심을 갖고 있고요. 때때로 생기는 의견 차이는 이재민 실장님이 언급한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가동해서 조율하고 있어요.

우경: 다른 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듣는 편이에요. 기본적으로 존중하는 마음으로요.

 

스튜디오 fnt가 머물러온 동네들이 궁금해요. 어떤 동네, 어떤 공간을 거쳐 토토빌딩에 안착하게 되었나요?

재민: 처음에 사업자를 얻었던 장소는 홍대입구역 앞에 있는 홍익인간오피스텔이었어요. 이때는 저 혼자 거주하며 일도 하는 곳이었고요. 파트너들이 합류하며 적합한 사무 공간을 찾아 몇 번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요. 직장인들이 정말 많았던 광화문의 내수동, 근처에 중국음식점이 많았던 동교동을 거쳐 지금의 연건동 토토빌딩에 자리 잡게 됐죠.

 

여기서 지내는 건 어떠세요?

희선: 동교동에서 이사를 결심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아주 우연히 토토빌딩을 발견했어요. 작년에 5년 임대계약을 갱신했으니 큰 이변이 없다면 이곳에서 10년을 보내게 될 것 같아요. 율곡로 특유의 정취, 곱게 나이 든 건물의 아름다움, 자연스레 모여든 좋은 이웃들, 창경궁으로 산책하러 갈 수 있다는 점 등등…. 여러 측면에서 만족하고 있죠. 크고 작은 시위나 주변 공사로 인한 교통 체증, 겨울에 방한이 안 된다는 단점도 물론 있지만요(웃음).

 

작업 공간을 구할 때 특히 집중했던 세 가지를 꼽아주신다면!

재민: 넉넉한 공간, 쾌적한 온도, 주변의 인프라. 지금 이 공간은 첫째 이유에 좀 특화된 편이네요. 클라이언트나 제작소 등의 거래처와 멀지 않다는 점에서 셋째 이유도 어느 정도 충족하는 곳이고요. 하지만 둘째 조건에서는 조금…(웃음).

희선: 적절한 넓이와 구조, 예산 내의 임대료(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거주지와의 거리를 필수 조건으로 생각했어요. 한적하면서 외지지 않은 곳이면 더욱더 좋았고요. 오피스나 상업 시설이 밀집된 곳의 번잡함을 피하면서도 최소한의 교통편의나 문화시설이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우경: 두 분이 말씀하신 주변 인프라 같은 객관적인 요소를 떠나서 마음이 편안한 곳을 생각했어요. 아무리 좋아 보이는 곳이라도 그곳에 있을 때 마음이 편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작업 공간을 구하기 전에 최대한 여러 번 방문해보는 것이 그런 이유인데, 저는 그런 일종의 감을 믿는 편이에요.

 

이전 작업 공간과 비교하여 토토빌딩에서 특히 좋은 점이 있다면요?

희선: 토토빌딩의 전체적인 무드를 좋아해요. 그리고 창경궁이 가깝다는 것도요.

우경: 여기에서 일하고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이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저희가 머무는 1·2층을 제외하고도 다른 층에 근무하시는 분, 청소해주시는 분, 건물을 관리해주시는 분 모두 너무 좋은 분들이라서 뵐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재민: 가깝고도 먼 존재인 ‘미미’요. 이 공간에서 같이 지내고 있는, 몇 해 전 동네에서 구조한 고양이예요.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혼자 사무실에 나와 있을 때도 이 공간 어딘가 또다른 존재(게다가 고양이)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위안이 돼요.

보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네요(웃음). 작업 공간이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바도 있을 것 같아요.

재민: 지금 우리는 예전보다는 고정적인 공간이 덜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랩톱으로 어디서든 작업하는 디자이너들을 많이 볼 수 있으니까요. fnt가 편의상 물리적 공간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진정한 작업 공간은 무형의 어떤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토토빌딩에서 특별히 탐나는 층이나 자리가 있나요?

재민: 4·5층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그래도 2층이나 3층이 적당할 것 같아요. 그런데 4·5층 창문에서 바라보는 뷰와 채광이 멋지긴 하더라고요. 저희 층은 뷰라고 할 게 딱히 없죠. 

 

함께 머무는 이웃들은 어때요?

희선: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오가며 마주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요. 텍스처 온 텍스처의 강아지 택수, 연두가 보고 싶어서 4층에 들르거나 5층 문 앞에 있는 대형 트리를 구경하러 가기도 해요. 5층의 햇빛스튜디오와 프로젝트의 일부분을 함께 진행하기도 하고, 종종 4층의 텍스처 온 텍스처에 촬영을 의뢰하기도 하는데요. 계단 몇 개만 오르면 협업할 수 있다는 점이 내심 뿌듯해요.

 

이웃들과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하나요?

희선: 아니요. 서로의 빠른 퇴근을 기원해요(웃음).

 

토토빌딩 워크숍을 기획해본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요?

재민: 멕시코로 휴가를 갔다가 며칠 전에 돌아온 햇빛스튜디오의 박지성 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들을 부러운 마음으로 감상했는데요. 토토빌딩에는 포토그래퍼인 텍스처 온 텍스처뿐 아니라 사진을 잘 찍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풍광이 멋진 곳에 함께 가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5층 워크스 쪽에 이런 질문을 드렸더니, 이재민 실장님께 같은 질문을 던져달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토토빌딩을 테마로 포스터를 디자인한다면, 어떤 분위기의 포스터가 탄생할까요?

재민: 각자 하는 일도 개성도 다른 여러 팀을 ‘하나의 이미지’로 아우르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 내용과 방향이 너무 중구난방이라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할 것 같네요. 그런데 오늘날의 포스터는 정보를 전달하는 고전적인 역할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아요. 역할뿐 아니라 구성에 있어서도 문자와 이미지 등의 조형 요소를 레이아웃하는 전통적 방식을 탈피해, 메시지를 모호하게 흐린다거나, 무작위의 효과에 기댄다거나, 여러 요소를 단순히 나열해 기록하는 등의 새로운 표현을 많이 볼 수 있어요. 토토빌딩 포스터는, 아마도 그러한… 일종의 ‘아카이브’로 구현된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조화롭게 느껴지는 이미지는 아니겠지만, 한 장의 단면도로서 2020년 시각문화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작은 단서와도 비슷한 역할 즈음은 해줄 수 있을지도….

 

토토빌딩에서 스튜디오 fnt는 어떤 방을 맡고 있을까요?

희선: 성실한 작업자의 방?

 

토토빌딩 공식적인 마지막 질문이에요. 각 층의 이웃을 ‘○○ 이웃’으로 정의해본다면!

희선: 이건 너무 어려워요. 적당한 묘사가 하나도 생각이 안 나요. 넘어갈까요?

Studio fnt
토토빌딩 2층에 머무는 스튜디오 fnt는 2006년에 시작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로, 이재민, 김희선, 길우경 세 명의 파트너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 디자인, 문화예술 행사를 위한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H. studiofnt.com

1F

TWL shop & studio | 김희선 공동대표·강은혜 홍보 담당·정지연 숍 매니저

큐레이션이

이루어지는 방

2층에서 ‘퉁퉁한 고양이 미미’를 찾다 실패하고 1층으로 내려왔다. 통유리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여기가 바로 토토빌딩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선물 가게’다. 가벼워 보이지만 단단한 유리문을 살짝 열고 들어서니 “안녕하세요.” 조용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나를 맞는다. 스태프의 넉넉한 미소와 방금 우린 웰컴티를 건네받으며 마음을 데우는 이곳은 Things We Love의 첫 자를 딴 선물 가게, 아니 TWL 숍 앤 스튜디오다. 2층의 스튜디오 fnt 소속 길우경, 김희선 두 분이 공동대표로 운영하고 있다.

2층에서 뵙고 다시 뵙네요(웃음). 2015년 어라운드와의 인터뷰에서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려면 좋은 일용품을 파는 가게라는 인식이 생기는 게 먼저’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죠. 지금 돌아보는 TWL의 모습은 어떤가요?

토토빌딩은 일반 상권과 동떨어져 있는 곳이고, 저희도 이사 전엔 전혀 염두에 두지 않던 동네에 위치하고 있어요. 지하철역과 거리도 꽤 되고요. 그런데도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꾸준히 들러주시는 걸 보면 감사하고 신기해요. 저희 제안에 귀 기울여주고 신뢰를 전하는 분들이 있는 걸 보면 2015년의 목표도 어느 정도는 이뤄진 것 같고요. 물론 여전히 노력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지만요.

 

다른 층과 달리 매장인 만큼 공간 구성에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이곳을 오가는 손님들이 어떤 느낌을 받기를 원하시나요?

대부분의 편집숍이나 인테리어 용품 매장은 콘셉트가 정해져 있거나 카테고리를 정해서 운영되고 있는데요. 저희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우리’의 취향을 바탕으로 ‘지금의 생활’을 이야기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작가의 작품부터 전통 공예품, 실용적인 양산품 등 정말 다양한 유형의 아이템이 공존하는데, 묘한 일관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곤 해요. 욕심을 내보자면 오랜 내공의 살림 고수들부터 살림 새내기분들, 공예 및 디자인 애호가들까지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둘러보고 경험해주신다면 뿌듯할 것 같아요. 

 

손님들에게 웰컴티를 내어드리고 있어요. 오늘 마신 차도 정말 맛있더라고요.

숍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오소리차인데요. 오픈 때부터 손님들께 내어드리고 있는 웰컴티는 방문에 대한 감사의 뜻도 있지만, 차를 드시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공간을 둘러봐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어요. 웰컴티가 드리는 따뜻함과 친근함을 공간에서도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거예요.

정돈된 느낌이 안정적인 곳이에요. 디스플레이는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나요?

현재의 주제와 계절에 맞게 주기적으로 바꾸고 있어요. 진행하는 브랜드 기획전이나 팝업에 맞게 가구와 집기의 배치도 달라지고요. 디스플레이에 따라, 낯설게 느껴지던 제품에 대해 나름의 힌트를 얻고 구매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 외에도 공간에 꽃과 식물을 더하는 등 매달 조금씩 다른 변화를 주고 있어요.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새롭고 기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TWL의 춘우장, 만추장은 이제 봄가을이면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행사가 되었어요. 각종 행사와 전시 등이 진행되는 이곳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 공간이란 생각이 들어요.

TWL은 ‘충만하고 충실한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는 저희의 바람이 투영된, 긴 호흡의 프로젝트예요. 한 해를 이루는 계절과 절기를 반가이 맞이하고, 맛있는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고, 충실한 도구를 사용하며 생활의 기본기를 다지고, 일상의 관심사를 깊이 들여다보고자 하는 바람이 깃들어 있죠. 이런 마음이 매년 봄가을에 열리는 ‘춘우장’과 ‘만추장’이 되었고,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홈그라운드의 ‘여름의 맛’ 시리즈가 되었고, 한 해를 훈훈히 마무리하는 ‘동지연’이 되었어요. 앞으로도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 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이야기와 장면이 떠오르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토토빌딩 1층에서 지내는 건 어떠세요?

대체로 만족하고 있어요. 5년 훌쩍 넘게 지냈으니 정도 많이 들었고요. 

 

다른 층 이웃들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4층의 텍스처 온 텍스처, 5층의 워크스는 춘우장과 만추장의 오랜 멤버이기도 해요. 토토빌딩 이웃이 된 후에는 행사날 각자의 공간을 개방하여 참여하고 있는데, 편리함을 넘어 행사를 좀더 풍성하게 만드는 장치가 되었어요. 종종 들러 제품을 구매하거나 전시를 보시기도 해서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저희도 이분들의 멋진 작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응원하고 있고요.

 

토토빌딩에서 지내는 다양한 창작자들의 작업을 볼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가까이에서 지내보니 각 층이 얼마나 치열하고 성실하게 작업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어요. 가끔 저희가 행사 준비로 늦게까지 남아 있을 때 다른 층 분들이 퇴근길에 들러 인사를 건네주기도 하죠. 건강한 일상을 살고, 작은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해져요.

TWL의 두 대표님은 스튜디오 fnt 소속이기도 해요. 1·2층에 회사가 이웃하고 있는 건 어때요?

두 사업체의 필요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장소를 찾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어요. 각각 필요한 공간의 너비, 위치적 특성, 임대료와 건물 분위기까지 모두 갖춘 이곳을 발견했을 땐 뛸 듯이 기뻤죠. 저희는 스튜디오 fnt와 TWL 양쪽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요. 두 공간이 이웃하고 있다는 점이 여러모로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나쁜 점은 전혀 없고요.

 

TWL은 토토빌딩의 많은 방 중 어떤 방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1층 매점? 학교 다닐 때 늘 가고 싶은 곳이 매점이었다는 게 떠오르네요(웃음). 다른 사람 혹은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을 고를 수 있고, 가끔 맛있는 게 있어서 이웃들도 기분 좋게 들를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토토빌딩에서 함께 지내는 이웃들을 ‘○○ 이웃’으로 정의해본다면!

이 가운데 저희가 이사 오기 전에 먼저 계셨던 유일한 분이 양혜규 스튜디오 분들인데요. 공사하느라 소음과 먼지를 일으키며 폐를 끼친 것 같아 두고두고 죄송했어요. 종종 계단에서 마주치면 존경과 죄송한 마음을 담아 공손히 인사하곤 하죠. 4층의 텍스처 온 텍스처와 5층의 워크스·햇빛스튜디오 분들은 타이밍 적절하게 이사 오셔서 그저 반갑기만 하고요.

TWL
토토빌딩 1층을 차지한, 통유리로 된 공간 TWL. Things WeLove의 첫 자를 이름으로 가진 이곳은 ‘좋은 일용품’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생활용품 브랜드다. 사용하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물건부터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 건전하고 충실한 생활용품을 두루 다룬다. TWL 스태프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오리지널 제품군과 TWL이 엄선한 해외 제품군, 그리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통 공예품 등을 선보이면서 직접 기획한 행사와 전시도 진행 중이다.

A. 서울 종로구 율곡로 187 토토빌딩 1F
H. twl-shop.com
O. 화-토요일 12:00-20:00, 일요일 13:00-19:00, 월요일 휴무

일하는 기쁨으로 가득한 방

관리실 | 이순신 토토빌딩 관리인

햇빛스튜디오가 “그분이 특종이에요.” 하고 말한 게 생각나 관리실의 문을 똑똑 두드려봤다. 2층 정면에 위치한 작은 방이다. 도대체 그 ‘특종’이 무엇인가 싶어 이야기라도 나누어보려는데, 빼꼼 열린 문 틈만 보고도 “특종이다!” 한마디가 새어나온다. 새하얀 A4용지에 손글씨로 빼곡하게 채운 안내문부터 귀여운 꽃 그림과 완벽한 말풍선까지. 아, 이건 작품이다!

에디터: 안녕하세요?
관리인: 오늘 오신 손님이구먼. 식사는 했어? 좋은 일 해, 여기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요. 다들 좋으신 분이고.
에디터: 선생님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왔어요. 저는 이주연인데, 선생님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관리인: 아이, 내 이름은 왜, 나는 그냥 이순신이라고 하면 돼.
에디터: 이순신 선생님 얘기가 궁금해서요. 다들 선생님 칭찬을 하시더라고요.
관리인: 나? 내가 뭘, 한 것도 없는데. 취미가 일인 사람이에요, 저는. 여기 공기처럼 있는 사람이야. 공기는 꼭 필요하지만 보이지 않아서 있는지 모르잖아요. 내가 그래요. 필요로 하기 전에 미리 다 준비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해주고, 나는 토토빌딩의 공기예요. 아유, 내가 말을 잘 못해가지고….
에디터: 아니에요. 더 듣고 싶은걸요! 여긴 몇 시에 오세요?
관리인: 아침 10시(인지 6시인지 확실하지 않다. 잘 들리지 않았다)
부터 저녁 4시까진데, 출근해서 두 시간 동안 화장실 청소를 싹 해요. 이리 와 봐. 여기 화장실이거든? 들어와 봐. 깨끗하지? 내가 다 청소하는 거야.
에디터: 와, 진짜 깔끔하네요.
관리인: 여기 있는 분들은 건물 사용하시면서 돈을 지불하잖아. 돈 내는 만큼 출입하고 사용하는 데 아무 일 없게 하는 게 내 몫이야. 이 일이 취미여서 나는 항상 기쁘고 또 기뻐. 젊을 때 31년 동안 공무원 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거든. 근데 여기서도 똑같아. 매일 보람을 느껴.
에디터: 여기서 몇 년이나 일하셨어요?
관리인: 2017년부터 일했어. 난 여기 너무 좋아. 훌륭하신 분들이고, 내가 못 따라가지. 항상 나오는 게 기뻐. 집에 갈 때 건물 사모님한테 문자로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이렇게 보고해. 나는 내일도 여기로 다시 오는 거야. 첫째는 일을 사랑하고, 무조건 일이 좋아서 여기에 있어. 숨 쉬고, 두 다리 멀쩡하고, 밥 먹을 수 있고, 나는 이게 너무 좋아.
에디터: 즐겁게 일하시는 거 보니까 저도 좋아요. 여기 그림도 많네요. 안내문도 다 손으로 직접 쓰신 거예요?
관리인: 그런 건 내가 다 해. 영어도 다 내가 쓴 거야. 내가 영어를 좀 잘해. 헤헤. 나 TV에도 나오고, 글도 많이 쓰고, 카메라도 있었어. 근데 이게 너무 좋아서 이 일만 계속하고 싶어. 여기서 좋은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 나는 이제 너무 오래 살아서 나를 학대하지 않고 살고 싶어.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건데, 나는 여기가 너무 좋아서 자꾸 나오는 거야.
에디터: 선생님, 앞으로도 건강하게 즐겁게 일하셔야 해요.
관리인: 밥은 먹었어? 여기 오면 또 연락해. 내가 이 아래 카페에서 커피 사줄게. 근데 이리 잠깐 와 봐.

(건물 바깥으로 이순신 선생님을 따라 나선다.)

관리인: 이리 와 봐. 여기 내가 꾸며놓은 덴데, 외국인들이 막 와서 사진 찍고 가. 인스스스…트….
에디터: 인스타그램이요?
관리인: 맞아. 내가 발음이 잘 안 돼 이제. 거기에 외국인들이 사진을 막 올려. 나는 토토빌딩에 있는 훌륭하신 분들이 담배를 피워도 여기서 즐겁게 피우면 좋겠어. 여기 꽃이 예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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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