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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뮤지움, 우따따, 스너글북스
시대가 바뀌면서 보편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의 우선순위도 달라졌다. 어른들이 주는 대로 흡수하는 아이들에게도 흐름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 2020년대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배워야 할 콘텐츠와 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헬로우뮤지움
‘헬로우뮤지움’을 소개해 주세요.
헬로우뮤지움은 미술관이라기보다 미술을 만나는 작은 예술놀이터예요. 일반 미술관이 미술사적인 가치나 미학적인 가치에 중심을 둔다면, 헬로우뮤지움은 생태적인 가치와 어린이문화해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규모도 작고요. 저는 생명 존중을 토대로 모두에게 열린 예술, 예술 평등주의를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예술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기, 바람, 자연처럼 모두에게 주어진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 예술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30대 중반 스타트업처럼 미술관을 시작해서 15년째 운영 중이에요.
2019년에 ‘어린이 에코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새로 단장했어요. 정체성을 확립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우선 에코미술관이라는 의미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에코미술관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사회적 개념으로는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는 미술관을, 박물관학적인 의미로는 지역사회 기반의 로컬 미술관을 뜻해요. 저희는 이 두 가지 모두가 미술관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미술관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어린이와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를 위해서 존재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삶과 연결된 삶의 장소예요. 1년에 한두 번 가는 곳이 아니라, 매일 피트니스 센터에 가듯이 자주 가서 마음과 영혼의 근육을 키우는 곳이죠. 헬로우뮤지움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 존재해요. 다음 세대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생명 감각과 생태적 양심의 회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술 작품을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런 방향성에 대해 관람객과 나누기 위해 새 단장을 하게 됐어요.
<헬로 초록씨!>가 헬로우뮤지움의 대표 전시가 아닐까 생각해요. 작가 선정, 작품 선정, 전시 구성 등의 단계에서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생태 감수성이 작품에 깊이 녹아 있는 작가들을 선정하려고 해요. 생명이 살아 있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생명 감각이며,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서로 돕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 생태 감수성이에요. 우리 모두 현대화된 도시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본적인 감각과 감성을 잃기 쉽잖아요. 학교의 교과서나 체험 교실에서 자연물을 가지고 교육하기도 하지만, 헬로우뮤지움에서는 생명과 생태 이야기를 수십 년간 고민하고 삶의 지혜를 녹여낸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어요. <헬로 초록씨!>도 마찬가지죠. 전시에서 신경 쓰는 부분은 작품의 메시지와 작가의 신념이 작가의 생활 방식에도 실천적으로 스며들어 있느냐예요. 작품과 함께 삶의 방식을 제안하기 위해서죠. 전시 참여 작가 중에 그린 디자이너 윤호섭 선생님이 계셨는데, 생태적 가치를 주장하기보다는 삶으로 보여주시는 분이에요. 종이 한 장도 의미 있게 사용하시고, 그림 그리는 페인트, 지류 모두 환경적 배려가 담긴 것으로 사용하세요. 이런 작가분들과 아이들의 만남을 꾸리는 것이 헬로우뮤지움의 전시, 교육 방식이에요. 작품만 좋다고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삶도 중요하게 여겨요.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운영이 중단된 상태지만, 헬로우뮤지움의 시그니처가 전시 연계 프로그램 ‘아트동동’이죠. 아이들이 작품, 작가와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면 느끼는 점이 많으실 것 같아요.
맞아요. 아트동동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면서 예술을 경험하는 어린이 전문 도슨팅 프로그램인데요. 전시를 경험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예술과 소통하지만 작품을 만나는 방향으로 약간의 길 안내는 필요하거든요. 아이들에게 정보 전달이 아닌 스스로 관찰하고 해석하게 하는 과정, 보고 느낀 점을 언어로 표현하게 하는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헬로우뮤지움의 특별한 오퍼링이에요. 그 중심에는 ‘놀이’가 있고요. <헬로 초록씨!> 활동 중 아이들이 낙서하는 활동을 보며 헬로우뮤지움에서의 경험이 아이들만의 목소리로 뿜어져 나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저희가 주고자 하는 생태적 가치가 전달되었을까 궁금했는데, “나무야 미안해”, “나는 나무를 지켜줄 거야”, “자연아 매일 고마워” 같은 낙서를 보고 자연과 생명은 아이들 마음속에 친구처럼 존재한다는걸 느꼈어요. 하나의 전시를 통해 마인드가 변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헬로우뮤지움에서는 최근 온라인 전시, 비대면 교육 등을 펼쳐왔어요.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 깊어요.
비대면 시대의 뉴노멀 라이프를 사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고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 기본적인 사회성 형성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수행 중심의 수많은 단순한 과제를 부여받고 있어요. 요즘 유아와 초등학생들이 가장 하기 싫어 하는 게 온라인 수업이라고 하더라고요. 헬로우뮤지움의 시도들은 오프라인 미술관 교육에서 최상의 가치로 여기던 ‘아이다움’을 온라인 경험으로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에요. 미술관이 비영리 기관이다 보니 2021년 재정이 마련되는 대로 시도해 보고 싶은 일들이 구체화될 것 같아요. 2020년은 수많은 시도를 통해서 현재의 언택트 방식이 어린이를 위해서 더 아이답게 진화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유아기에 생태 감수성을 익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술관에서 생태 감수성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생태 감수성이 유아기에 형성되어야 하는 EQ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다중지능 이론에 자연 친화 지능이 속해 있듯이,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죠. 도시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연 친화 지능이나 생태 감수성을 키우기는 어렵지만, 자연과 떨어진 거주지에서도 아주 작은 습관을 통해서 생명 감각과 감수성을 키울 수 있어요. 아이와 날씨에 반응하고, 언어로 표현해 보세요. 예를 들면, 공원에 가거나 산책을 할 때 따뜻한 햇볕, 차가운 바람을 몸으로 느끼면서 잠시 눈을 감고 몸이 감각하는 날씨를 표현해 보는 거예요. 집에서 씨앗을 키우며 자라는 변화 과정을 관찰하고, 식물의 형과 색을 관찰하는 것도 쉽게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방법이죠.
우따따
‘우따따’를 소개해 주세요.
우따따는 ‘딱따구리’에서 운영하는 성평등 그림책 큐레이션 서비스예요. 딱따구리는 우따따를 포함한 성평등·성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다양한 비대면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교육 회사고요. 한국양성평등진흥원과 여성가족부, 서울시교육청 등과 함께 교육 교재를 기획하고 집필하기도 해요.
성평등 그림책 큐레이션이라니 새로워요. 구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달 우따따 박스를 받아보실 수 있어요. 우따따 정기구독 박스는 후기 영아 라인과 유아 라인두 가지로 나뉘어 있고, 고정 주제 안에서 그림책을 선정한 다음 양육자분들이 유용하게 활용하실 수 있는 가이드, 칼럼과 육아 팁을 함께 보내드려요. 유아 라인에는 아이들을 위한 워크북도 포함되어 있고요. 후기 영아 라인의 경우 아직은 성에 대한 인지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성평등 이전에 기본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자신과 타인을 인식하고 건강하게 관계 맺는 법을 알려 주려고 하고 있고, 유아 라인은 아이들이 차별과 편견을 깨고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어요.
우따따를 꾸려가는 분들이 궁금해요.
저희 팀은 그림책 전문가, 유아교육 현장 전문가, 성평등 교육전문가, 육아 에세이 저자로 구성되어 있어요. 어린이 책 편집자 출신 팀원이 책의 퀄리티를 검증하고, 양육자 가이드를 전반적으로 집필해요. 캐나다와 한국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양국의 어린이집 교사였던 팀원은 아이들의 월령별로 적합한 책과 시기마다 생기는 문제를 짚어주고, 한국에서 벗어난 시각의 교육 방향을 제시하고요. 마지막 팀원은 《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라는 성평등 육아 에세이의 저자로 아이와 실질적인 피드백을 주고받고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고민해요. 저는 광고 홍보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페미니즘에 눈을 뜬 후, 여성 인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해오다가 성평등 콘텐츠를 만들고 있네요.
성평등 그림책을 고르는 자체 선정 기준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림책은 우따따 내부적으로 만든 ‘우리 집 책장은 평등한가요?’라는 그림책 큐레이션 가이드에 따라 선정돼요. 선정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중점적으로 보는 것 중 하나는 성비예요. 어떤 콘텐츠든 남성 주인공 위주의 콘텐츠가 많고, 특히 그림책은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쌓여 있는 편견의 역사도 깊은 편이에요. 주인공의 비율로 따지면 남성, 동물 다음이 여성이죠. 성인지 감수성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여성 서사가 언급되는 이유는 여성 서사를 다루는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여성을 단편적이고 납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죠.
아이들은 미디어를 통해 편견을 학습한다고 하잖아요. 사회에서 아름답고 순종적이고 허영심이 많고 감정적인 모습의 여성성을 많이 비추기 때문에 용감하고 씩씩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거절할 줄 아는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그림책을 선정하고 있어요. 반면 미디어에서 강조하는 남성성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남을 괴롭히거나 놀리고, 말썽을 일으키거나 규칙을 깨는 모습이죠. 남성이 전형적인 모습 또는 유해한 모습으로 나오는 내용도 최대한 배제하고, 다정하고 예술을 즐기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회에서 우리가 보통 남성의 모습이라고 부르지 않는 남성 캐릭터를 선정하고 있어요. 단순히 성비의 불균형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다양성을 고려해요.
기준에 맞는 그림책을 고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네. 정말 찾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고전 책은 선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엄마는 항상 앞치마를 하고 있고, 여자 친구들은 외부 활동을 할 때도 치마를 입은 그림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거든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부분이 수정되어서 나오는 책들도 있어요. 최근에는 성 고정관념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출판사, 편집자, 작가들이 많아져서 점점 고정관념이 없는 책들이 많이 나오는 추세인 것 같아요.
교육 대상을 청소년이나 성인이 아닌 아이들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제 주변에서 문제점을 보아 오다가, 어느 날 교실 내 남녀 간 갈등 구조와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벌써부터 편견과 차별을 학습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영유아 콘텐츠를 뒤져봤더니, 이미 국내에서도 교과서에 있는 성차별 사례를 분석한 자료들도 있었고, 그걸 문제로 인식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자료들을 보면서 어리면 어릴수록 뭐든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가진 고정관념을 그대로 흡수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갓난아기 때부터 여자아이에겐 리본과 머리띠를 선물하고 남자아이에겐 자동차 장난감을 선물하잖아요. 고정관념은 한 번 생기면 깨기가 어려워요. 아이들이 타의적으로 성 고정관념을 학습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어요. 영유아에게 애니메이션이나 유튜브 영상을 안 보여주시는 분들은 많아도 그림책을 안 보여주시는 분들은 없으니, 접근 가능성이나 파급력을 고려해 그림책을 선택했고요. 소비자들이 문제가 있는 기업에 항의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비자에게 구매해도 좋은 내용의 책을 권하고, 그 책이 많이 팔리면 그걸 본 다른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잘못된 부분을 배제해 나가는 식으로 바뀔 거라는 기대도 있었어요.
양육자 가이드를 만들 때는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는지 궁금해요.
양육자 가이드는 저희가 알려드리고 싶은 내용을 세세하게 짚어주고, 양육자가 아이들과 함께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들로 구성해요. 그림책 내용을 확장해서 생각하기 좋은 내용이 들어가 있는 거죠. 양육자 자신의 성인지 감수성을 좀더 길러주는 구실을 하기도 해요. 사실 그림책 몇 권 본다고, 가이드 몇 번 읽는다고 편견과 고정관념이 한 번에 깨지지는 않잖아요. 그렇지만 문제점을 한 번 인지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같은 상황을 볼 때 문제를 인식할 수 있겠죠. 저희는 그런 틈을 만들고 싶어서 가이드를 드리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는 양육자분들도 만족해하시는 것 같아요.
성인지 감수성이 여성만을 위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요. ‘역차별’이라는 문제 제기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우따따에서도 그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나요?
성인지 감수성이나 성평등이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여성의 이야기를 좀더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그동안 한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한쪽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균형을 맞출 수 있거든요. 남자아이를 둔 양육자분들 중에 “남자아이들이 공주 이야기 보는 걸 안 좋아하지 않을까요?”, “그건 남자아이들에게 여성성을 가르치는 거 아닌가요?” 하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남자아이들에게 소꿉놀이를 해도 된다, 울어도 된다, 돌봄을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이를 뒤처지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시죠. 여성성과 남성성은 한쪽이 뒤처지거나 앞서가는 것이 아니에요. 저희는 사회가 말하는 남성성 혹은 여성성이 아이들이 장차 하고 싶은 일이나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제한을 주기때문에 그게 아니라고 가르치고 있는 거예요. 이 사회의 가부장제 문제를 함께 없애고 싶은 마음으로요.
아이와 함께 읽어볼 만한 성평등 그림책을 추천해 주세요.
후즈갓마이테일의 《코숭이 무술》 추천해요. 이 책은 어느 한쪽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은 같은 존재라고 말해요. 우리에게는 단지 차이만 있을 뿐이고, 각자 잘하는 게 있다고 이야기해주죠. 또 하나는 불의여우에서 나온 《남자가 울고 싶을 땐》이라는 책인데요. 남성들에게 울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우는 것이 나약함을 상징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다양하게 드러내는 방식 중에 하나라는 메시지가 담긴 책이에요.
스너글북스
‘스너글북스’를 소개해 주세요.
스너글북스는 “Books. Kids. Life is Good”이라는 슬로건으로 국내외의 아름답고 가치 있는 그림책을 엄선해 선보이는 큐레이션 서점이에요. ‘꽉 끌어안는다’는 뜻의 단어 ‘Snuggle’에서 영감을 받아 ‘스너글북스Snuggle Books’라고 이름 지었어요. 매월 새로운 주제에 맞춘 컬러와 작가별로 그림책을 소개하고, 간단한 북 바인딩 워크숍에서부터 어른들을 위한 독립출판수업, 키즈 워크숍을 진행하며 매일 책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주제를 정하고 매주 다른 그림책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보통 어떤 주제로 진행되나요?
키즈 워크숍 주제의 가장 큰 카테고리는 자연이에요.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감을 듬뿍 담은 그림책들을 아이들과 함께 충분히 읽고 느끼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알려주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없다고 믿어요. 세부적으로는 예술의 기본 요소들과 미술 재료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주제를 정해요. ‘매직 페이퍼’, ‘색의 100가지 얼굴’, ‘Play Shapes!’ 등 매달 테마가 달라지죠. 워크숍은 클래스당 보통 한 시간 삼십 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요. 주제와 관련된 그림책들을 읽은 아이들은 주어진 재료로 자신의 이야기를 작업해요. 매번 수업 시간이 짧다고 느껴질 만큼 아이들의 몰입감과 작업에 쏟는 열의가 대단하답니다.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바로 ‘시의적절함’이에요. 모든 것은 때가 있기 마련이고 아무리 좋은 것도 상황과 때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이죠.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아이들이기도 하고요. 코로나19로 세상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한 2020년에는 몸, 집, 맛, 길, 책 등 딱 한 글자로만 정의되는 주제를 제시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했어요. 집에만 머물면서 생긴 생활의 변화가 수업에도, 아이들 작업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어요.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워크숍 주제 선정이나 수업 준비는 온전히 저희 몫이지만, 일단 워크숍이 시작되고 나면 아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와 기발하고 아름다운 아이디어에 매번 감탄하게 돼요. 아이들은 어른 흉내를 내는 작은 사람이 아니라 이미 자신만의 세계를 마음에 품고 있는 어엿한 한 명의 존재니까요. 혹시 표현이 서툴거나 시간이 좀더 걸릴 순 있겠지만 아이들 이야기는 그 자체로 환한 빛을 내고, 마음과 열정을 다한 각자의 아트워크 속에서 눈부시게 빛이 나요. 아이들의 작업은 언제나 탐나는 영감의 원천이에요.
시대가 바뀌면서 삶에서 중요한 가치도 바뀌고 있어요. 지금이 시대의 어린이들이 꼭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며 어른들이 달라진 것 이상으로 우리 아이들의 생각도 급변하고 있죠. 말 그대로 학교와 학원 등을 가지 못하게 되면서 ‘배움’의 의미와 가치도 앞으로 완전히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직접 가서 보고 만지고 느끼지 못하게 되는 시대이기에 역설적으로 상상력과 이야기의 힘은 더 중요해졌어요. 시대가 혼란스러울수록 ‘제대로 읽고 날카롭게 질문하는 힘’을 가져야만 자신만의 단단한 안목과 관점을 가진 어린이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독서력이 가장 중요한 거죠.
워크숍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스너글북스에서의 배움을 어떻게 기억하기를 바라나요?
스너글북스의 슬로건인 “Books. Kids. Life is Good”은 T. S. 엘리엇의 문구에서 따와 변형한 건데요. 좋은 책과 아이들 덕분에 인생은 충분히 풍요롭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스너글북스에 오시는 분들도 그러한 기쁨을 발견하고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그림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나 ‘유치한 동화’가 아닌 어엿한 하나의 예술 장르예요. 그림과 스토리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멋진 종합 예술이죠. 스너글북스 서가에 서 당장 그림책 몇 권만 뽑아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워크숍에 오는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바로 “여기가 어떤 곳인 것 같아?”인데, 아이들마다 대답이 다 달라요. 서점,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스너글북스를 다양하게 느끼고 다르게 대답을 해주어서 참 좋아요. 아이들이 말한 것처럼 스너글북스가 그림책 서점인 동시에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해요. 우리 아이들이 읽고 생각하며 배우는 삶을 살기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어서 계속 클래스를 열고 있어요.
그림책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연습하는 방법 중 집에서 실제로 따라 해볼 만한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지름길은 없어요. 양질의 그림책을 꾸준히, 많이, 반복해서 읽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에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책이죠. 엄마가 먼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좋은 그림책을 찾아보고 많이 읽어보셨으면 해요. 스너글북스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서점에서 훌륭한 그림책들과 작가들을 수시로 소개하고 있으니, 어렵지 않게 많은 정보와 자료들을 찾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좋은 그림책 한 권은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고,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많고,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살아 숨쉬거든요. 이도 저도 어렵다면, 토미 웅거러, 모리스 샌닥, 존버닝햄 등 이미 검증된 작가들의 그림책들을 이번 겨울방학에 모조리 섭렵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에디터 이다은
사진 헬로우뮤지움, 우따따, 스너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