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르꼬드아쉬 대표 진상준, 황희원
스무 살에 만나 18년 동안 서로의 곁을 내어준 부부가 함께 만든 옷이 있다. 자신의 취향을 혼자만의 것이라고 믿던 아내와 그 취향을 더 많은 이와 나누고 싶었던 남편. 둘의 마음이 섞여 오래도록 입고 싶은 옷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세 자매는 엄마 아빠에게 사랑을 배워 앞으로 나아갈 길을 다진다. 르꼬드아쉬는 부부의 일이자 가족의 길인 셈이다.
‘르꼬드아쉬’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희원 르꼬드아쉬Lecode_h는 프랑스어로 ‘아쉬(h)의 코드가 맞다’라는 뜻이에요. 여기서 아쉬는 제 이름 희원에서 따온 거고요. 제 취향을 반영하는 상품을 선보이는 거죠. 처음에는 제과를 배우다가 예쁜 앞치마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앞치마를 만들다 보니 아이들 블랭킷도 만들고 싶고, 무거운 가방이 힘드니까 원단 가방도 만들게 됐어요. 그 이후로 가방을 주로 만들어왔는데 많은 분들이 제가 입은 옷에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저와 같은 취향을 가지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고 옷도 시작하게 됐어요.
상준 대학교 때 경영학과 CC였어요. 졸업하고 저는 은행, 아내는 항공사에 들어갔는데, 결혼 후에 제가 개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방으로 갈 일이 생겨 아내 혼자 서울에서 아이들을 봐야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아내가 자기 일을 찾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저도 무조건 다 하라고 지지해줬죠. 그렇게 르꼬드아쉬를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하고 잘하는 거예요. 그런데 규모를 키울 생각을 전혀 안 하더라고요. 저는 전부터 의류 쪽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같이 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3~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같이 일하고 있어요.
아, 캠퍼스 커플이었군요! 함께한 세월만큼 합도 잘 맞을 것 같아요. 업무는 어떻게 분담하고 계세요?
희원 해외에서 원단 수입하는 일이나 업체 컨택은 남편이 다 맡아 하고 있어서 저는 상품 구상에 집중하고 있어요. 저는 소심한 면도 있고 그릇이 좀 작은데 남편이 결정을 확실히 해줘요. 스무 살 때 만났으니까 함께한 지 18년이 되었거든요. 저와 르꼬드아쉬의 무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지금은 척하면 척이에요.
상준 굳이 롤을 나누자면 아내가 큰 그림을 그리고 제가 현실화하는 작업을 해요. 이 옷엔 어떤 안감을 쓰고 싶은지, 이 가방을 멨을 때 어떤 분위기를 냈으면 좋겠는지 디테일한 부분들을 이야기하면 제가 샘플링을 해서 보여줘요. 그다음 구체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최종 완성을 하고, 공장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퀄리티가 나올 수 있도록 관리를 하죠. 아내가 브랜드의 모든 방향을 다 잡고 저는 그걸 서포트하는 쪽이에요. 그래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로 프랑스와 영국에서 원단을 들여온다고 알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희원 원단은 보통 유럽이나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고, 예전에는 손염색을 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수입을 했어요. 사실 어떤 브랜드의 무슨 원단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데, 저를 설레게 하는 원단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보면 영국과 프랑스 쪽이 많더라고요.
상준 원단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히스토리예요. 스토리가 명확하면서도 완전히 자연적인 백 퍼센트 코튼 원단을 선호해요. 사실 구김도 가고 옷으로 만들었을 때 태가 나기 힘든 소재일 수도 있지만 코튼만의 매력이 있어요. 저희는 언제든 꺼내 입을 수 있는 옷, 착용함으로써 삶을 더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예쁜 옷은 너무 많지만 매일같이 입을 수 있는 옷은 별로 없고, 또 정말 편한 옷은 멋지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편하면서도 멋진 옷을 만들 수 있는 소재가 코튼이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리버티요. 아내가 어릴 때부터 리버티의 광적인 팬이었어요.
희원 리버티는 원단 자체의 퀄리티가 워낙 좋아서 뭘 만들어도 예쁘지만, 만약 내가 옷을 만든다면 리버티로 원피스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옷을 만들면서 르꼬드아쉬 안에 ‘라 비드 르꼬드아쉬La Vie De Lecode_h’라는 스토리를 추가했는데요. 르꼬드아쉬의 삶이라는 뜻이에요. 조용하고 조화로우며 자연스러운, 그리고 자신의 삶을 꽉 껴안을 수 있는 열정 가득한 삶의 모습을 만들고 싶어서 붙인 이름이에요. 르꼬드아쉬 제품은 트렌드나 시즌에 구애받지 않는 옷들이에요.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두께가 얇은 편인데 저는 한겨울에도 입거든요. ‘언제나 옷장에 계속 가지고 있고 싶은 옷을 만들자. 그런 옷이라면 만들 거야.’ 그렇게 생각했죠. 예쁜 옷이 아니라 입는 사람의 애티튜드가 돋보이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상준 좋은 소재, 고급 원단을 찾다 보니 수입을 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고른 원단에 미안하고싶지 않아서 원단에 걸맞은 숙련도 높은 분들에게 제작을 맡기고 있어요.
상품마다 다른 원단을 쓰고 계시잖아요. 상품군에 어울리는 원단을 어떤 식으로 매치하나요?
희원 저희는 가방이든 옷이든 디자인을 한 다음 소재를 고르는 게 아니라 원단을 많이 본 다음 그에 맞는 상품을 정해요. 반대로 접근하는 거죠. 애초에 제가 가방과 옷을 만들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한 아니라 좋아하는 원단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전공자가 아니어서 더 그럴 수도 있겠어요.
상준 시장이나 공장에 계신 분들이 저희에게 독특하단 말씀을 많이 하세요. 요즘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방 제조하는 곳에 가서 저희가 하고 싶은 걸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하시는 게 너무 많았어요. 지금은 저희 말고도 가죽 가방에 원단을 매치하는 경우도 많고, 전형적인 가죽 가방 디자인에 소재를 원단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아요.
원단의 패턴과 컬러가 화려해 보이지만 완성된 옷은 어쩐지 수수하다는 느낌이에요.
희원 옷은 입는 사람의 애티튜드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적인 것도 좋아하지만 스스로 생각할 때 강인한 면도 있거든요.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가 있는 옷들도 정적인 사람이 입으면 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요. 성향에 따라 뻔한 옷만 입는 게 아니라 반대 무드의 옷을 입어도 그 사람의 분위기로 소화하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대표님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거죠?
상준 많이 반영된 게 아니라 백 프로 아내 취향이에요(웃음).
희원 모든 상품을 저 자신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어요. 어릴 때 제 옷과 가방, 신발들을 보고 친구들이 ‘희원이스럽다, 할머니 같다.’ 그랬거든요. 그때는 제 취향이 멋지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그게 제 아이덴티티였던 것 같아요. 르꼬드아쉬를 하면서 생각보다 제 취향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끼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감사하게 재구매해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저와 취향이 같은 분들에게 우리 제품을 더 많이 보여주고 함께 나이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상품에 ‘Bonne chance’라고 적힌 걸 봤어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희원 ‘행운을 빌어요.’라는 뜻이에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문구여서 제품에도 많이 새기고 있어요. 행운이라는 게 사실 발견하기 나름이잖아요. 자기 주변의 작은 행복들을 잘 발견하는 사람에게 그만큼의 행운이 따르는 것 같아요. 저희 상품을 구매하시는 분들도 일상의 행복을 발견하길 바라는 의미를 품고 있어요.
기분 좋은 의미네요. 그런 마음으로 옷을 만드시는 거예요?
희원 맞아요. 옷 만들기 전에 북클립, 티코스터, 에코백 같은 소품을 만들었는데요. 그런 것들이 일상에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볼 때마다 기쁨이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무미건조하게 지나가는 하루에 작은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요.
맞아요. 작은 행복은 좋아하는 소소한 것에서부터 오죠. 좋아하는 일에서 위안을 느낀 적이 있나요?
희원 아이를 낳으면서 육아 때문에 힘든 분들 많잖아요. 저도 제 시간이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아이를 재우고 커피 한잔하는 시간이 정말 중요했던 것 같아요. 커피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커피를 갈고 따르고 마시는 저를 위한 시간을 좋아했어요. 그게 저의 에너지였어요.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던 시기에 그 한 시간이면 충분했던 것 같아요.
육아도 두 분이 늘 함께 하세요?
상준 저희는 무조건 다 같이 해요. 보통 아내가 세 시에 먼저 퇴근해서 아이들을 픽업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제가 하고요. 일은 영역이 나뉘어 있지만 육아는 분담 없이 같이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집중하다가도 잠깐 틈이 생기면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일 얘기를 해요. 일과 육아의 구분이 거의 없는데, 아직까지는 일이 재미있어서 즐기고 있어요. 밤늦게 자기 전까지 고민하는 것도 너무 즐거워요.
희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에요. 아이를 낳으면 낳을수록 이 시기가 너무 아쉽고, 아깝고,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다시 일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건 마음이 편하지 않더라고요.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쫀쫀이 세 자매라고 부르시잖아요. 어떻게 생긴 별명이에요?
희원 셋이 정말 사이가 좋아요. 남편이 지방에서 일을 했을 때 주말부부 생활을 하다가 강원도 삼척으로 이사를 갔어요. 아이들도 8~9개월 동안 유치원에 안 가고 같이 유모차 끌고 삼척 곳곳을 개척하는 느낌으로 돌아다녔어요. 그래서 그런지 선명이와 선화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됐어요. 참, 선우가 거기서 생겼어요. 돌아보면 3년 가까이의 그 시간이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외부적인 요인 하나 없이 다섯이서 똘똘 뭉쳤고, 아이들도 그 끈끈함을 같이 느낀 것 같아요.
어떤 아이들이에요?
상준 선명이는 동생들을 무척 잘 챙기고 사랑해줘요.
희원 누군가를 챙겨주며 행복을 느끼는 아이예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뭘 고르라고 하면 꼭 선화, 선우 거 고르느라 자기 걸 못 가져와요. 누구 생일이라고 하면 꼭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하고요. 그런 걸 무척 좋아하거든요. 처음에는 왜 자기 걸 못 챙기나 걱정하기도 했는데 그냥 그게 선명이 행복이더라고요. 선명이 덕분에 아이들이 더 우애가 깊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싸우고 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 고맙죠.
선화랑 선우는요?
희원 선화는 자유로운 영혼이에요. 도전 정신이 강하고, 새로운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마트에 가면 뭘 고르든 1초 만에 고르고 원하는 게 없으면 안 산다고 해요. 뭐든 확실하게 결정해요. 또 정말 선한 아이여서 주변 사람들을 평화롭게 만들어주죠. 선우는 우리 집의 난로 같은 존재예요. 정말 사랑이 많아 요. 막내지만 제 마음을 많이 생각해주고요. 형제들 많은 집안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레 터득한 것 같아요. 요즘은 선우가 제일 많이 성장하는 시기예요.
아이들 나이에 따라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일도, 신경 써야 할 일도 다를 것 같아요. 요즘은 세 자매와 어떻게 지내세요?
희원 다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마 다 같은 생각일 거예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충분히 시간을 써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짐처럼 남아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하루에 30분이라도 한 명씩 따로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아무리 짧아도 엄마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아이들은 마음을 읽어줄수록 요구사항이 더 많아져요. 어떻게 보면 엄마가 힘들어지는 일일 수는 있는데 저는 아이가 언니, 동생에게 묻히지 않고 자기 얘기를 해준다는 게 참 고마워요.
상준 아내가 정말 바빠요. 같이 사무실에 갔다가 먼저 퇴근하면 다시 집으로 출근하는 거거든요. 아이들과 한 명씩 시간을 보내는 것도 머리를 정말 잘 써서 시간 분배를 잘해야 해요.
주말은 어떻게 보내세요?
상준 주말엔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집중하려고 해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까운 데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요.
희원 솜씨는 없어도 함께 먹는 저녁 상은 꼭 제가 직접 차리려고 해요. 아이들이 먹는 걸 좋아해서 음식 얘기도 많이 나눠요. 밥 먹으면서 누가 춤을 추거나 이상한 농담하면서 웃기도 하고요. 그런 시간이 너무 소중해요.
상준 브런치를 테이블 가득 준비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먹기도 해요.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하고 같이 음식 준비하는 걸 재미있어하거든요. 소꿉놀이 하듯이 한 명은 요리사, 한 명은 매니저 이런 식으로 역할을 정해서 엄마, 아빠 뭐 먹을 거냐고 물어봐요(웃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결국 대화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옷 만드는 엄마, 아빠 곁에서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희원 맞아요. 아이들이 “엄마, 이거 무슨 원단이야? 이거 샘플이야? 오늘 공장 사장님 만나러 가?” 이런 얘기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해요(웃음). 어릴 때부터 일하는 데 같이 다녔거든요. 상품을 제작할 때 아이들에게 의견을 많이 물어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아이들 상품을 만들 땐 어떤 가방이랑 신발이 필요한지 물어보기도 하고요. 가족의 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선명이와 선화는 방학 때 엄마, 아빠 사무실 가는 걸 제일 좋아해요. 리본 같은 부자재를 가지고 “이거 써도 돼? 이걸로 뭐 만들어도 돼?” 물어보면서 가지고 놀고, 때때로 가방도 디자인해서 그려와요.
정말요? 그렇게 해서 실제로 만들어진 게 있어요?
희원 네. 비슷하게 만든 것도 있었어요(웃음).
아이들이 자라면 더 많은 얘기를 나누실 수 있겠어요.
희원 맞아요. 선명이가 우스갯소리로 자기 크면 르꼬드아쉬 같이 할 거라고 그래요. 선명이 꿈이 보석 디자이너거든요.
자매끼리는 옷 하나를 물려 입는 경우가 많잖아요. 쫀쫀이 세 자매는 어때요?
희원 정말 좋은 옷을 살 때는 막내까지 입힐 생각을 하고 사요. 아이들이 크고 옷이 많아지면서 개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게, 입었을 때 예쁜 옷, 아이들이 좋아하는 옷은 정해져 있거든요. 점점 잘 입힐 수 있는 옷들만 고심해서 사게 되고, 고르는 눈도 생겼어요.
상준 아이들 옷 살 때도 아내 취향이 딱 정해져 있어요. 좋은 원단, 꽃무늬, 예쁜데 편한 거(웃음).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멋진 것보다 편한 걸 좋아하잖아요. 어른들 시선으로 예쁜 옷은 불편한 옷들이 있죠. 불편한 건 사줘도 안 입을 걸 아니까 처음부터 안 사줘요. 엄마 취향대로 사는데 아이들이 그 안에서 좋아하는 걸 찾아 입다 보니 취향도 닮아가는 것 같아요.
계속 입을 옷을 산다는 게 르꼬드아쉬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상준 저희가 사용하는 소재의 특징 중 하나가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너무 자주 세탁해서 해지지 않는 한 세탁기에 넣고 돌려도 아무 문제가 없죠. 세탁 시 옷이 수축되거나 바느질 때문에 변형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다 감안해서 재단하고 바느질하시는 분들에게 비싼 공임을 주고 맡기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옷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희원 맞아요. 르꼬드아쉬는 패스트 패션이 아니에요. 말씀드렸듯이 시즌별로 옷을 사는 게 아니라 ‘평생 이 옷은 꼭 한 벌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으로 사시기를 바라고 있어요. 저희도 옷을 팔지만, 무분별하게 옷을 만들고 사는 것 자체가 환경에 반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환경을 보호하고 생각하는 건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는 일이잖아요. 텀블러나 유리 빨대를 사용하는 것도 편하지 않지만 많은 분들이 실천하고 계시죠. 저도 환경 보호에 대한 의지가 항상 마음속에 있는데요. 한 번 사면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어릴 때보다 물건을 사는 일에 훨씬 신중해졌어요. 아이들에게도 뭘 사주기 전에 정말 필요한지 물어봐요. 사고 싶다고 지금 당장 사는 게 아니고, 한 번 더 고민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지가 실생활에도 반영되나요?
희원 그러려고 노력해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생활용품도 이왕이면 그런 철학이 담긴 브랜드를 찾아 써요. 요즘은 클린 앤 비건 뷰티 브랜드인 아로마티카의 제품을 사용하는데요. 저는 아침저녁 로즈 라인으로 스킨케어를 하고, 아이들이 욕조에서 놀고 나오면 꼭 네롤리&자스민 바디로션을 발라줘요. 점점 화학적인 제품이 싫어지더라고요. 순한 성분과 향, 발림성도 물론 좋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재사용한 유리, 플라스틱으로 용기를 만든다는 점이에요. 바디로션 뚜껑도 재활용이 쉽도록 디스펜서가 아니라 원터치 캡으로 되어 있고요. 브랜드에서 ‘지속 가능한 뷰티’라는 철학을 고집 있게 유지하고 있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해요. 처음 생각한 대로 이어가는 게 쉽지 않잖아요.
소비자로서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에요. 가족 여행도 많이 다니시죠? 여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게 분명 있을 것 같아요.
희원 여행 간다고 특별한 계획을 세우진 않아요. 급하게 떠나기도 하고, 그 여행지에 가서 꼭 해야 하는 걸 안 하고 오기도 하고요. 아이들은 집에서나 여행 가서나 똑같아요. 다만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죠.
상준 우리 갔다 와서 뭐 했지, 이런 경우도 너무 많아요.
희원 “그때 선화가 어디 아파서 주저앉아서 울었잖아.” 이런 이야기들만 남아요(웃음). 여행지에서 원단을 보러 가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잘 기다려주고 같이 봐줘요. 아이들도 여행 가면 마음도 더 열리고 동기부여도 되는 것 같아요. 선명이는 런던에 갔을 때 V&A 뮤지엄 보석관에 가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면서 너무 행복해했어요.
상준 여행을 갈 때마다 항상 새로운 상품이 나오는 계기가 돼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여러 가지로 힘들지만 그 시간에서 오는 에너지가 다시 전진할 수 있는 연료가 되고요. 지금도 틈틈이 여행을 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게 뭔지 아니까요.
르꼬드아쉬를 아이들도 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희원 맞아요. 어린이집 가서 선우가 “선생님, 이거 우리 아빠가 만들어준 신발이에요. 르꼬드아쉬예요.” 그래요(웃음). 선명이는 브랜드 로고를 그려서 가져오기도 하고요. 엄마 아빠가 하는 일을 궁금해하고 좋아해 줘서 참 고마워요.
상준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요. 저희가 물건을 내보냈을 때, 사람들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낮게 평가하면 아이들한테까지 영향이 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얼굴, 결국 아이들 얼굴에 먹칠하는 거라고요.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하나요?
상준 이해와 배려를 할 줄 아는 아이, 마음도 몸도 건강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게 명확하고, 무엇이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요. 살다 보니 그렇더라고요. 저와 아내도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면서 살며 행복을 느끼고 있잖아요. 건강한 마음이 있으면 새로움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공부보다는 체육, 음악, 미술에 집중하는 편이지만 공부를 시킬 때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거야.’라고 이해시키고 있어요. 무엇을 가르치든 나중에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살아가면서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밑바탕만 잘 만들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희원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네가 누군지를 알라고, 너는 너라는 걸 반드시 잊지 말라고요. 살다 보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데도 따라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나는 저게 예쁘지 않은데?’ 혹은 ‘나는 이게 예쁜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생각하고 표현하면 좋겠어요. 그게 결국 나인 거잖아요. 본인이 가진 색깔이 무엇인지 알고, 다른 사람에 의해 그 색깔이 흐려지지 않기를 바라요. 그게 결국 본인이 옳다고, 좋다고 생각하는 일을 이어나가게 하는 힘이 될 거예요.
·
lecodeh.com
에디터 이다은
포토그래퍼 정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