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ory We’ve Forgotten

그림책 작가 조영글

마음을 안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른 이의 심정을 꿰뚫어 보는 게 간단하지도 않거니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쭙잖은 흉내로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진한 시선이 담긴 그림책들을 볼 때마다 이 작가들은 어떻게 어린이의 마음을 곧잘 이해할까 부러웠다. 《김철수빵》을 쓴 조영글 작가는 나의 부러움에 이렇게 답한다. 우리도 전부 어린이 시절을 보냈으니, 그때 느꼈던 감정과 마음을 헤아리면 된다고. 그저 우리가 지나온 모습으로 말을 걸면 된다고 말이다. 어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어른이 잊고 있던 이야기를 쓰는 그에게서 헤아리는 마음을 배운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저도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그림책 작가 조영글이라고 합니다. 세 권의 그림책을 썼고 여섯 살짜리 아들, 남편과 재미있게 살고 있는 주부예요. 지난 4월에 《김철수빵》을 출간한 뒤엔 다른 작가님들 책도 읽어보고 다음 그림책도 꾸준히 작업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신작 《김철수빵》이 어린이들이 직접 뽑은 wee그림책어워드 30권 중 하나로 선정되었어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일단 너무 기뻤죠. 어워드에 오를 거라는 기대를 전혀 안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요. 아직 베스트셀러는 아니라서(웃음).어린이들이 좋아하고 응원하는 그림책을 직접 고르는 어워드라고 들었는데, 제 책도 그런 존재구나 싶어서 무척 기분 좋았어요.

 

작가님도 어릴 때 자주 펼쳐보던 그림책이 있어요?

부모님이 사주신 전래동화 전집을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나요. 가장 좋아하던 책은 《까막나라 불개》였어요. 깜깜한 나라에서 임금님이 빛을 찾기 위해 불개에게 해와 달을 물어 오라고 시키는 내용이에요. 친근한 소재를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로 풀어내서 유독 재밌었어요.

 

모두들 마음속에 좋아하는 이야기 하나씩은 품은 채로 어른이 되나 봐요. 어릴 때 꿈이 화가였다고 들었어요.

그랬었는데 미대 입시를 하면서 그림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었어요. 대학에 들어가려고 같은 그림을 계속 그리고 평가받고, 온갖 압박을 받잖아요. 그래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면서도 붓을 든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후에는 스웨덴으로 유학을 갔는데, 그것도 그림이 아닌 공예 전공이었고요.

 

좋아하던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을 때 상실감이 꽤 컸을 것 같아요. 스웨덴에서는 어떤 생활을 했는지 궁금해요. 

커리큘럼이 정말 자유로웠어요. 수업 스케줄도 알아서 짜야하고, 저한테 뭔가를 시키는 사람도 없고 그야말로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레 내가 뭘 좋아하는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시간이 남으면 저도 모르게 가벼운 그림을 그렸고 조금씩 그림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한국에 와서도 드로잉 노트에 제 생각을 담은 그림과 글을 기록했어요.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어요?

제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라는 작가를 무척 좋아해요. 그 작가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막 설렐 정도로요. 스웨덴에 다녀온 이후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작업이 옛날보다 가볍게 다가오니까, 이런 책을 한 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에 대한 재미를 찾고 이 작업이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새롭게 다가왔어요.

 

그림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쓰는 것도 작가의 몫이잖아요. 이야기를 짓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막 들려줬어요. 대표적으로 남편에게요(웃음).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면 괜찮다고 할 때까지 설명해요. 남편에게서 “오, 좋네.” 이런 반응이 나오면 저도 ‘아, 이거다!’ 싶고요. 아들에게는 《김철수빵》 더미를 만들 때부터 뭐라고 말하는지 살펴봤거든요. 아들이 “이건 왜 그런 거야?”라고 물어보면 무언가 잘못됐다는 신호고, 깔깔 웃으면 아주 좋다는 신호라서 그렇게 이야기를 고쳐 나갔어요. 덕분에 군더더기가 빠지고 흐름이 분명해지더라고요.

바로 곁에 독자가 되어주는 가족이 있는 게 큰 장점이네요. 책으로 나왔을 때 아이가 무척 좋아했겠어요.

완성된 책을 받아서 딱 보여주는데 아들이 “아, 엄마 이제 그만!”이라 하더라고요. 색칠도 안 한 밑그림 때부터 읽어줬으니까 너무 많이 봤다 이거죠(웃음).

 

갑자기 《김철수빵》에서 아웅다웅하던 엄마와 아들이 떠올랐어요(웃음). 작가님은 주로 현실에서 경험할 법한 소재들을 활용하는 것 같아요.

일상의 작은 아이디어들 중에서 ‘이걸로 이야기를 한번 써봐야겠다!’라는 확신이 불현듯 들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전작《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는 샤워하다가 떠올랐거든요. 제가 관심사가 무척 넓은데요. 다양한 소재를 신박하게 펼쳐내는 걸 동경하는데 시작은 주변 이야기들을 활용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캐릭터들도 어디선가 살아 숨 쉬듯 생생할거고요. 소소한 장면들을 관찰해서 위트를 섞는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요.

 

책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예요?

창작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이 담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림책에서는 그걸 절대 드러내면 안 되죠. 어른인 제가 아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만드는 게 아니니까요. 만약 그런 마음으로 쓴다면 어른보다 직관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이 아줌마는 가식이야!’ 하고 바로 알아차리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의 쓸데없는 욕심들을 버리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절제가 그림책 만들기의 필수 과정이에요. 

 

올해 초에 열린 문학 콘서트에서 ‘그림책은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만든다.’라고 말씀하셨죠. 그 말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우리는 분명 어린이 시절을 겪었지만 잊어버린 그때의 마음이 많아요. 책을 읽어줄 어린이들을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제 ‘어린이 시절 마음’이 떠오르거든요. 지금 모습이 아닌 나의 옛날 모습, 지나온 모습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면 무척 뿌듯해요. 오로지 제 중심인 기쁨이라 저를 위해 만든다고 말하는 거죠. 

 

어른과 어린이의 마음은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어른들은 심각한 일도 많고 부정적인 감정도 쉽게 느끼죠. 그런데 어린이의 단순함과 자신감으로 솔직하게 세상을 바라보면 생각보다 별일 아닌 일들이고, 또 웃긴 일도 많아요. 그걸 깨달으면 내가 어른이라 그들에게 뭘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많이 배우게 돼요. 작업이 언제나 술술 풀리지는 않지만 내가 지나온 시간이 실마리가 되어서 풀릴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작업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가치관이 뚜렷해 보여요. 무척 튼튼한 마음 같고요.

사실 첫 책을 만들 땐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시작했고, 오로지 내 그림으로만 페이지를 채운다는 게 신났죠. 그런데 한 권씩 완성할 때마다 저에게 새로운 물음표가 주어지더라고요. 제 직업과 작업에 대한 물음표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지금의 가치관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어떤 물음표들이 떠오른 걸까요?

저는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니에요. 머릿속에 이미지가 딱 떠올라서 그냥 종이에 그리기만 하면 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제 그림이 괜찮은 것처럼 보이도록 전략이 필요하거든요. 능력에 대한 불만족에서 오는 물음표들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다짐했어요. 여전히 책 만들 때마다 힘든 점은 있지만 이제 괴롭진 않아요. 옛날에는 책이 나오면 마음이 막 부풀고 흥분했는데 균형 잡기에도 좀 능숙해졌어요.

평소에 강연이나 토크쇼, 라이브 방송 등으로 독자분들과 자주 소통하시잖아요. 거기서도 큰 힘을 얻을 것 같아요. 

물론이죠. 독자들을 만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에요. 저에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거든요. 그리고 그림책의 본질은 글이지만 엄마가 아이한테 읽어준다면 말이 되기도 하잖아요. 이야기가 책 안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지 않도록 많은 사람과 만나 말로 꺼내고 싶어요.

 

만드는 책은 한 권이지만 읽는 사람은 저마다 생각이 다를텐데요. 기억에 남는 독자 의견이 있나요?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에서 콜라라는 강아지 꼬리가 뽀글뽀글하게 생겼거든요. 근데 어떤 아이가 이름이 콜라라서 꼬리도 거품처럼 뽀글뽀글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다운 시선이 느껴졌던 코멘트였어요. 

 

그렇다면 《김철수빵》은 어떤 계기로 구상하게 되었어요? 

사람의 원초적인 본능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처음에는 먹는 이야기를 떠올렸다가 제가 좋아하는 행위인 요리까지 생각이 이어졌어요. 아들과 저의 관심사를 모아보니 결국 제빵이 주제가 되었고요. 아들이랑 요리를 하거나 빵을 만들어보기도 하거든요.

 

요리할 때 거쳐야 할 과정이 많은데 아이와 차근차근 함께하나 봐요.

음, 아뇨. 우리 아들도 잠시만 눈을 떼면 부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요(웃음). 제가 같이 하자고 했다가도 황급히 아이를 말리죠. 그런데 그림책에서만큼은 마음껏, 신나게 어지럽히게 해줄까 싶더라고요. 무엇이든지 맨날 자기가 해보겠다고 외치는 아들과 그 마음을 들어주고 싶다가도 협박성 짙은 말로 말리고, 또 후회하는 엄마인 제 모습을 담았어요.

 

화내다가 웃다가 어떻게든 달래보려는 엄마의 표정, 행님 주먹을 꺼내든 아들의 모습은 경험에서 비롯된 거였네요.

그렇죠. 가식적이지 않은 모습을 담고 싶어서 주방 풍경도 집과 똑같이 그렸어요. 조리 도구나 소금, 설탕 같은 것도 다 집에서 쓰는 건데 좀더 위트 있게 이름을 바꿔봤고요. 메뚜기 딸기잼이나 곰돌이표 밀가루, 좌우목장 버터처럼요. 그리고 뭐든지 혼자 해보고 싶은 우리 아들의 마음은 어린이들 모두 똑같잖아요. 어디에나 있다는 느낌과 ‘철수와 영희’처럼 대명사 같은 느낌을 주려고 철수라 부르게 됐죠. 물론 요즘 애들은 이름이 훨씬 예쁘지만요(웃음). 

 

케이크나 쿠키도 있는데 빵을 선택한 이유는 뭐예요?

자료를 수집하면서 빵 이야기, 만드는 과정, 제빵사 역할까지 모두 살펴봤어요. 그런데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성장의 메타포처럼 다가오더라고요. 서로 다른 성질의 소재들이 섞여서 발효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마침내 상상하지도 못한 결과물이 되잖아요. 마치 연금술처럼요. 아이들의 성장도 그런 게 아닐까 싶었어요.

 

빵 굽는 일과 아이의 성장을 잇는 작가님만의 시선이 새롭고 재밌어요.

그런가요(웃음)? 아무튼 다양한 종류의 빵 중에서도 발효 과정이 필수인 걸 골랐고, 빵을 만든 아이의 아이덴티티가 꼭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딸기잼으로 자기 얼굴을 그리게 했죠. 저마다 다른 얼굴을 그려넣을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대로 성장할 테고요.

 

《김철수빵》의 모든 글씨는 작가님이 왼손으로 직접 쓰셨다고요. 꺾어쓰기를 야무지게 한 모양이 마치 아이들이 쓴 글자처럼 보여요. 

아이들이 한 글자씩 열심히 눌러쓰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른손으로 쓰는 글씨 모양은 항상 정해져 있잖아요. 이걸로 어린이 글씨를 따라 쓴다는 건 결국 꾸며낸 거고요.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왼손으로 글자를 써봤는데, 생각보다 모양이 매력 있어서 전체적으로 적용해 봤어요. 생동감을 전하고 싶었던 제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요.

전작인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에서도 왼손 글씨를 보여주셨는데요. 아이의 시선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김철수빵》과는 다루는 소재가 달라요.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내가 어린이 마음을 가장 크게 느낄 때는 언제일까? 누군가를 좋아할 때가 아닐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온 힘을 다해 기뻐하고 슬퍼하고, 작은 일에도 큰 의미를 담고 마음의 에너지가 퐁퐁 솟아나는 그때가 어린이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의 감정을 ‘나나’라는 캐릭터에게 불어넣었죠.

 

나나는 첫눈에 반한 남자아이에게 자꾸만 거짓말을 해요. 그것도 눈에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요.

어른이든 아이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허풍이 심해져요. 생각해 보세요.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의 이야기가 특별한 재미는 없어도, 함께 있는 게 즐거우니까 “정말?” 이러면서 들어주잖아요. 그럴수록 상대방은 더 신나서 온갖 이야기를 하고요. 게다가 아이들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말할 때가 많아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저 멀리 사는 외계인을 불러오고 머릿속에 친구를 만들어내죠.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생긴 어린이처럼 능청스럽게, 과장되게, 뻥뻥 튀기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지어나갔어요. 

 

나나의 말을 듣던 남자아이는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을까요?

나나의 거짓말이 처음에는 되게 소극적으로 시작하는데 남자아이가 참 잘 들어줘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듣다 보니 나나의 이야기가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 말들이 거짓말이든 아니든 함께 있는 순간이 즐거워진 거죠. 그래서 같이 온 동네를 돌았던 거고요. 나나도 물론 눈치를 보며 불안했겠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괜찮다고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을지도 몰라요.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에서 또 하나 인상 깊은 부분은 바로 작가님의 소개글이었어요.

아마도 거기에 ‘능청스러운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다,’라고 썼을 거예요. 저에게 이야기란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속고 싶은 거짓말이에요. 그리고 저는 이야기를 쓰고 말하는 사람이잖아요. 설령 100퍼센트의 진실이 아니더라도 내 이야기를 자신 있게, 능청스럽게 해서 모두를 즐겁게 만들 수 있다면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어요.

 

매력적인 거짓말을 담은 작가님의 책은 어린이와 어른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닿길 바라세요?

제 책이 무척 씩씩하고 호기롭게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들의 당당하고 솔직한 마음을 책에 담았으니까 읽는 이에게까지 전해지길 바라요. 또 제 책을 보는 독자분들이 항상 웃음이 나고 작은 용기라도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님도, 읽는 우리들도 항상 고민하는 질문일 텐데요.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그림책은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림책 한 권에 어린이들에게 바라는 게 그렇게 많을까요? 아닐 것 같아요. 어른과 아이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그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전한다면 충분하죠. 그림책이 어떻게 보면 참 짧아요. 보통의 책처럼 오랜 시간을 들여서 읽을 필요는 없지만, 이야기가 짧은 만큼 해석할 여지가 많은 게 장점인 것 같아요. 그렇게 틀에 갇히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어른과 아이가 많은 대화를 나누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에게 ‘그림책’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저는 그림책 덕분에 진짜 행복해요.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거기서 배움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참 즐겁고 기쁜 일이거든요. 전부 그림책을 소중하게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하는 이야기가 되게 실없는데도 너그럽고 동글동글한 마음으로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를 만들 거고, 어느 하나의 틀에도 갇히지 않는 다채로운 모습으로 나타날게요.

어린이가 묻고 작가님이 답한 이야기

빵을 만들거나 음식을 할 때 머리카락이 들어가면 안 돼요. 그래서 엄마는 요리할 때 언제나 머리를 묶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단단히 묶었어요. 왜냐하면 철수와 빵 만들기를 하면 엄청난 상황이 벌어질 테니까요.

버터는 서양의 참기름 같아요. 워낙 파워가 강력해서 어느 음식이든지 한 숟갈만 넣어도 2~3배로 고소해지고 맛있어져요. 여러 가지 맛 중에 고소한 맛이 행복한 감정에 제일 가까운 맛이래요. 철수와 엄마가 버터를 끌어안아서 녹이는 장면이 있는데, 버터의 고소한 맛은 둘 사이의 사랑의 맛이기도 해요.

준희 친구가 무거운 거를 들다가 발을 찧을까 봐, 또 칼을 쓰다가 손을 베일까 봐 엄마가 도와주나봐요. 엄마가 아무리 다짐을 해도, 위험한 일은 시켜주기 힘들어요. 엄마는 준희 친구가 다칠까 무섭거든요. 철수와 엄마도 뜨거운 오븐에 반죽을 넣고 다 익은 빵을 빼는 건 엄마가 했답니다. ^^

철수가 “좌아아아~” 외치는 목소리의 크기만큼 커집니다. 크게 외칠수록 더 커져요. 그래서 목소리가 큰 철수한테는 부푼 반죽의 공기를 빼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랍니다. 어른들도 자기가 가진 힘보다 더 센 힘이 필요할 때는 큰 목소리로 기합을 넣어요. 철수 엄마도 빵 만들기 전에 부엌 옆에서 기합을 넣었을지도 몰라요.

철수가 반죽들과 싸우면서 조리 도구의 도움을 받는 건데요. 모두 좀 화나 보이지 않나요? 집중하면 화나 보이기도 하거든요. 사실 철수와 조리 도구들은 이 전투에 엄청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다시 보니 철수는 얼핏 신나보이는데 조리 도구들은 한번도 웃지를 않네요. 저도 엄마인지라, 이 장면을 그릴 때 엄마의 마음 깊숙이 숨겨진 감정을 조리 도구들에 더 강하게 줘버렸나 봐요. 준희 친구 관찰력 최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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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