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ittle Hero Who Keeps Our Day

키키히어로즈 대표 스티브 J · 요니 P

스티브와 요니를 볼 때면 생각한다. 어쩜 저렇게 신선하고 유쾌할까. 그 상쾌한 미소 뒤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모험 드라마를 알면서도 말이다. 간절히 원했으나 이룰 수 없는 일이 생길 때는 과감하게 다른 선택을 했고, 익숙하지 않더라도 여러 환경에서 시도하지 못한 일에 도전하면서 살아왔다. 작년, 즐거워서 시작한 일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잘하고 싶은지 흐려지게 만들자 달리는 열차를 스스로 세웠다. 그러곤 ‘키키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대신할 작은 영웅을 만들었다. 그 영웅에 대해 묻고 답하는 사이 노란빛을 내뿜는 작은 아이가 자주 떠올랐다

지속적인 열정

반가워요. 이곳이 키키히어로즈의 사무실이네요.

요니 캐릭터 회사를 구축하면서 어떤 공간에 터를 잡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패션 디자이너로 생활할 땐 한남동이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해 한남동 뒷골목에 터를 잡았어요. 요즘은 성수동이 매력 있더라고요. 성수동의 아이덴티티는 공장이라서 박공지붕이 있는 공장을 수소문하고 다니다가 30년 된 염색공장을 발견한 거예요. 2층 구조로 본 건물과 직원들의 숙소가 나뉘어 있었어요. 저와 스티브 씨의 공간인 이곳이 직원들 숙소로 사용되던 곳인데 저희가 본 건물과 연결되도록 공사를 했어요.

 

야외엔 농구대, 1층 실내엔 스케이트 파크가 마련되어 있어요.

스티브 가장 크리에이티브하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어요. 천장고도 높았으면 좋겠고 빈 공간이 많길 바랐죠. 자유롭게 이동하고 음악도 흘러나오는 공간으로 외부엔 농구장, 1층에 스케이트보드장 등을 두면서 뉴욕 스트릿 문화에 기반을 뒀어요.

요니 가끔 숍이냐, 전시장이냐 묻는 분들도 있는데, 아니에요. 입구에 ‘크리에이티브 히어로즈 랩’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잖아요. 직원들만 일하는 공간인데 개방감 있게 꾸며보고 싶었어요. 스티브 씨는 실제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이동해요.

 

키키히어로즈. 두 분의 유쾌함과 잘 어울리는 이름 같아요.어떤 브랜드인가요?

스티브 키키히어로즈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커머셜 회사예요. 캐릭터 개발이 저희의 주 업무예요. 이미 ‘APE THE GREAT’라는 유인원 가족의 캐릭터가 나왔어요. 정기적으로 캐릭터를 소개할 예정은 아니지만 에피소드별 매번 다른 캐릭터가 등장할 거예요. 디즈니를 예로 든다면, 키키히어로즈가 디즈니고 겨울왕국, 모아나 등의 에피소드가 하나씩 발표되는 거예요. 애니메이션 개발도 준비하고 있어요. 패션 디자이너 출신이니까 이 콘텐츠를 패션과 잡화에도 적용할 거고요.

 

왜 캐릭터였어요?

요니 10년 넘게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우리가 뭘 좋아했고 뭘 잘했는지 생각해 볼 겨를 없이 앞으로만 나아갔어요. 6개월마다 쇼를 준비하면서 멈출 수 없었어요. 알게 모르게 에너지가 고갈되었나 봐요. 작년, 그 열차를 멈추고 안식년을 가졌어요. 쉬면서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뭐지? 뭘 할 때 재미있었지? 성과가 좋았던 일은 뭐였더라?’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했어요. 창의적이고 디자인적인 건 계속하고 싶은데 옷만 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옷을 오래 하기도 했고 뭔가 더 흥미로운 걸로 확장해 보고 싶었어요. 

여러 가지를 묶을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다 캐릭터가 떠올랐어요. 저희가 패션 디자이너로 일할 때 캐릭터로 옷을 만든 적이 몇 번 있었어요. ‘도날드 덕’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자체 캐릭터 ‘디노’ 같은 걸 만들어봤거든요. 1년에 몇백 벌씩 옷을 만들었는데 캐릭터 작업이 글로벌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어요. 사람들에게 주는 캐릭터의 힘을 경험한 거죠.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키키히어로즈예요. ‘키키’는 키득키득처럼 가벼운 웃음이에요. 웃음을 주는 영웅이란 의미로 일상에 소소하면서 밝은 힘을 주는 존재면 좋겠다 생각했죠. 또 스티브 씨가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그림을 오래 그렸어요.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하니까 캐릭터로 시작되는 비즈니스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어요.

스티브 패션쇼를 만드는 분들은 어느 정도 이해하실텐데, 패션쇼가 단지 옷을 보여주는 게 아니에요. 15분의 패션쇼 안에서 무대예술과 음악을 결합해야 하고, 옷 안에는 그 시대의 사회상도 담아야 하죠. 관객과의 소통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사실상 종합 아트인 거예요.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계속 갈증이 있었어요. 패션쇼라는 오래된 플랫폼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고요. 그것이 우리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라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죠.

실제로 캐릭터에 에너지를 받은 경험이 있나요?

스티브 저는 디즈니 세대라서 ‘도널드 덕’ 같은 클래식한 캐릭터를 다 좋아하며 자랐어요. 최근에는 아티스트들이 만든 캐릭터를 좋아해요. 팝 아티스트 카우스의 컴패니언, 무라카미 다카시가 만든 캐릭터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참 미사키 카와이도 좋아하고요. 그들이 주는 컬러감에 에너지를 느끼고 자유로운 형태 안에서 유쾌한 걸 발견하는 게 즐거워요.

 

본격적인 캐릭터 이야기에 앞서, 상대를 보면 떠오르는 캐릭터를 꼽아볼까요?

요니 스티브 씨는 구피를 닮았어요. 쿨한 아빠거든요.

스티브 도널드 덕일 수도 있겠네요. 제가 좀 투덜대서요(웃음). 요니는 미니마우스가 떠올라요. 보기보다 여성스러운 부분이 많거든요. 거기에 노란 머리의 원더우먼을 좀 섞은 거 같아요.요니 아마 제가 아이한테 하는 걸 보고 미니마우스라고 하는걸 거예요. 제가 애한테 매일 애교를 떨어요. 혀도 짧아지고(웃음).

 

시안이가 네 살이죠? 한창 캐릭터에 빠져 있을 나이예요.

요니 맞아요. 저희가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시안이를 키웠잖아요. 시안이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캐릭터 공부를 할 수있었을까 싶어요. 다 자란 성인들이 캐릭터를 연구한다면 시간 내서 찾아보는 정도지 하루 종일 보진 않잖아요. 시안이랑 지내면서 한동안은 거의 매일 뽀로로를 봤어요. 하루에 몇 시간씩. 그러다 <리나는 뱀파이어>, <꼬마의사 맥스터핀스>, 〈시크릿 쥬쥬〉를 거쳐 갔어요. 디즈니의 많은 캐릭터들을 다시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표현하지? 정말 잘 만들었다.’ 싶은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시안이 덕분에 자연스럽게 공부가 됐어요.

스티브 저희는 흥미를 못 느끼는데 아이는 빠져드는 장면이 있어요. 처음엔 ‘저게 왜 재미있지?’ 싶은 부분도 아이 곁에서 스무 번씩 보면서 알게 되는 게 있더라고요. 또 부모들은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굿즈를 사주게 되잖아요. 장난감 가게에서 캐릭터가 커머스와 연결된 지점을 직접 보게 되죠. 한 2년 동안은 일과 육아 모두 캐릭터를 파는 일상이었어요.

 

첫 캐릭터인 APE THE GREAT의 스토리가 궁금해요.

요니 ATG는 가족 캐릭터예요. 아빠 파파이는 서핑을 좋아하고 스포츠에 능숙한 아티스트예요. 엄마 훌루이는 자연을 사랑하고 요가를 좋아해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싶어 해요. East Coast Ape Town에서 자란 둘이 케오와 아누를 낳으면서 다시 자신들이 태어난 바닷가 마을로 돌아오는 게 이 스토리의 시작이에요.

스티브 첫 캐릭터는 의인화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어요. 팔다리가 있어서 액티브한 활동을 많이 할 수 있고, 스트릿한 감성을 담길 원했어요. 저희를 아시는 분은 우리 가족과 비슷하다 그래요. 저희가 처음 개발한 캐릭터다 보니 우리를 모티브로 한 것도 사실이에요. 직업도 저희랑 같고 쌍둥이아이 중 아누는 시안이에게 영감을 받았어요. 네 살이고 자유로운 부모 아래에서 자란 본투비 베이비 서퍼로 명랑하고 밝은 캐릭터죠.

 

애니메이션도 준비 중이라고 했어요.

요니 애니메이션이 정말 거대한 산업이더라고요. 티브이 영상은 시리즈가 많아야 해서 좀 어렵고, 애니메이션 송을 만들고 있어요. 파파이 가족의 랩송을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어보려고 해요.

스티브 언젠가 티브이 영상도 하게 될지 몰라요. 조금씩 천천히 하면서 기회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모르는 세계를 배우며 확장해나가는 게 재미있어요.

두 분은 캠퍼스 커플이었죠?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함께 일하고 있어요. 디자이너 시절, 모든 과정과 의견을 하나하나 조율해서 함께 결정한다는 데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요. 캐릭터 일의 작업 방식은 어떤가요?

요니 패션 쪽은 모든 미팅과 의사결정을 함께 했는데, 캐릭터일을 하면서는 각자 할 일을 정해서 분업해 보자고 했어요. 스티브 씨는 그림을 그리니까 캐릭터를 기획하고, 시안을 잡아 개발을 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고, 저는 그 기획을 키우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분업이 되었지만 기획 단계는 같이 얘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그렇게 캐릭터 가닥이 잡히면 직원들이 그래픽 작업으로 캐릭터를 구현하여 상품을 만들고 있어요.

스티브 제가 그림을 그려서 캐릭터 형태를 잡으면 그걸 가다듬어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요니예요. 저와 다르게 사람들을 만나서 소통도 잘하니까 브랜드가 확장할 수 있는 환경도 주어지죠.

 

풍부한 색감으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였어요. 특유의 개성이 캐릭터 브랜드에도 이어진 거 같은데요,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스티브 ATG는 유쾌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다음 캐릭터는 무생물인데 컬러를 강조했어요. 색감으로 캐릭터의 분위기를 반영하죠. 동화적이고 로맨틱하면서 추상적으로요. ATG와는 결이 많이 다른 캐릭터가 될 거예요. 

요니 주변 인물들도 가족이 아니라 친구들이 등장할 거예요. 없는 걸 만들다 보니 상상 속의 덩어리를 만들어서 생명력을 주는 과정이에요. 다음 캐릭터는 내년 3~4월 즈음 전시로 소개가 될 거예요. 피규어 작업도 준비 중이에요.

 

고군분투하며 스스로 기반을 잡아간 런던의 디자이너 생활이 잘 알려져 있어요. 이후 국내에서 시도한 여러 도전이 인정받으면서 안정적인 자리와 상황이 주어졌을 텐데요. 키키히어로즈라는 도전을 향해 다시 열정이 불타오르는 모습이에요.

스티브 처음 시작이 그래서인지 안정적인 자리가 적성에 안맞더라고요(스티브는 자서전에서 패션 콘테스트 결과 대기업에 취업할 기회를 잡았으나 ‘적록 색약’이라는 판정을 받고 입사가 취소되어 무작정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고 기록했다). 저희는 빠른 사람들인데 의사결정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요. 틀이 짜여 있으면 뛰어넘을 수 있는 장애물이 없어서 동기부여가 잘 안 돼요. 불확실함을 견디며 치밀하게 준비해서 내보인 다음, 안 되면 저희가 못한 거죠. 남 탓할 게 하나도 없는 게 오히려 자극이 돼요. 아직은 재미있고 설레요. 사업은 흥미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현실적인 것들을 절충하는 게 어렵지만요.

요니 10여 년간 매번 변화를 시도해 왔어요. 영국에서 유학하고 브랜드를 론칭할 때는 직접 바이어를 찾아다니기도 했죠. 저희는 결심하면 밀어붙이는 성격이에요. 도전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고 생각해서 준비 과정에서는 전혀 주저함이나 고민이 없었어요. 작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여러 개 만들어 이룬 다음 큰 성취로 연결되도록 계획해요. 좋아하는 일이 많다 보니 늘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좋고 가슴이 뛰어요. 요즘 정말 정신이 없어요. 오랜 기간 의류만 하다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보니 할 일이 많아요. 캐릭터의 탈도 만들어야하고 유튜브 채널도 개설하고, 애니메이션도 생각하면서 상품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패션의 방식과 다른 부분을 배워가는 과정이에요.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저희 스타일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그런 열정과 추진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요니 저는 여가 활동인 거 같아요. 늘 새로운 걸 배우고 액티브한 걸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스케이트보드, 서핑 문화를 접하게 되었어요. 건강해 보인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데, 햇볕과 바다가 주는 에너지를 좋아해서 그럴지도 몰라요. 보통은 밖에 나가면 그늘 아래로 가는데 저희는 구태여 햇볕을 찾아 앉거든요.

스티브 좋아하는 건 자꾸 하게 하는 힘이 있어요. 주말에 여기저기 다니며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에너지를 주는 거 같아요. 하는 업 자체가 좋아하는 거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밥을 찾아 먹는 것처럼 당연하게 따라오는 거 같아요.

 

좋아하는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에 녹이는 거예요?

요니 제가 전시나 관람을 워낙 좋아해요. 성수동엔 젊은 친구들이 조그마한 곳에 자기만의 감성을 넣은 공간이 많아요.동네를 누비다 자주 가는 커피숍이 생겼어요. 커피 사장님에게 “남는 공간에 우리 팝업 해보면 어떨까요?” 했더니 사장님도 그런 걸 처음 해본대요. 기존의 크고 럭셔리한 팝업이 아닌 감성이 맞는 공간에서의 이벤트가 요즘 시대 흐름과 잘 어울리는 행보라 생각했어요. 한 달 전 진행한 성수동 팝업은 저희가 전시한 곳 중 가장 작은 공간이었어요.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액자라고 생각했어요. 두세 평 되는 곳에 ATG 인형과 제품을 가득 채워두고, 사람들이 보고 체험하길 바라면서 한 달 동안 진행했어요.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곳을 찾아다니다가 자연스럽게 일과 연결시키고 있어요.

스티브 많이 담고는 있지만 일로 연결되지 않는 것도 아주 많아요. 사업이다 보니까 적절히 밸런스를 맞추고 코드는 가져오되 접목이 안 되는 거는 굳이 끼워 맞추지 않아요. 스케이트보드와 서핑 관련한 프로젝트를 했을 때, 겉만 만지는 게 아니라 문화와 같이 엮어서 표현하는 것들이 깊이감 있다는 걸 경험했어요.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정받을 때 보람되고요.겉만 핥는 작업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억지로 끼워 맞춘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창피해지기 마련인데, 그 문화를 직접 겪으며 만든 것들은 3~4년 후 재출시 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문화는 금방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스트릿 팝업은 계속되는 건가요?

요니 네. 요즘 저희는 스트릿 투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어요. 부산에서 어디가 좋을지 찾아보다가 그 지역의 스트릿 문화를 잘 담고 있는 ‘버거샵’을 알게 되어, 11월 1일부터 두 번째 팝업을 열었어요. 동네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곳에 팝업을 제안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이루어 간다는 게 재미있어요.

스티브 저희가 버거샵을 내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코어끼리 만나서 재미있는 일을 만드는 거죠. 뮤지션들도 버거 브랜드들과 협업을 하기도 하잖아요. 커피, 아메리칸 스타일 버거같은 것들이 다채로운 문화가 되어가는 거 같아요. 거대한 규모의 이벤트를 하는 게 아니라 로컬의 인정받은, 진정성 있는 장소에서 그분들과 직접 대화를 하며 “같이 해볼까요?” 해서 하는 거예요. 어떤 수익적인 구조 없이 익숙하지 않은 문화끼리 만나는 크로스 컬처잖아요. 흥미와 열정으로 이루어지는 일인 거죠. 그게 훨씬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처음 해보는 이런 시도들이 즐거워요.

새로운 시도에, 유튜브도 있죠?

요니 아 유튜브! 디자이너의 정체성과 제 개인적인 생활을 담으려고 여러 시도를 했는데 숙제처럼 느껴지니까 찍기 전날 스트레스였어요. 최근 리뉴얼을 해서 저희 캐릭터에 집중하는 콘텐츠들로 만들려고요. 파파이의 정체성을 보여주며 본격적인 파파이의 성장기를 다룰 거예요. 스티브 씨랑 저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하는 파파이의 매니저로 나와요. 혼자 하다가 같이 찍으니까 쉽고 너무 재미있어요.스티브 많은 사람들이 제가 파파이냐고 하시는데, 저는 아니에요(웃음).

 

개인 라이프 스타일도 흥미로워요. 항상 다음 날 입을 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펼쳐 놓는 거라든지.

요니 어릴 때부터 옷 입는 걸 워낙 좋아해서 늘 그렇게 해두고 잠들었어요. 또 제가 보기와 달리 시간 약속도 철저하고 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편이에요. 아침에 이 옷 입을까 저 옷 입을까 하면서 늦는 걸 싫어해서 다음 날 스케줄을 생각해서 입을 옷을 펼쳐놓고 자야 마음이 편해요. 그러면 스티브 씨는 제가 골라놓은 옷과 비슷한 톤 앤 매너로 옷을 입더라고요. 요즘은 제가 시안이 옷까지 그렇게 해두고 자거든요.스티브 씨가 하다 하다 이제 딸 옷까지 펼쳐두냐고 웃어요.

스티브 곧 딸이 하겠죠. 그걸 매일 봤으니까 그래야 하는 줄 알고(웃음).

 

왜 그렇게 옷이 좋았어요?

요니 튀고 개성 있는 걸 좋아했어요. 남의 시선보다 제가 좋아하는 게 중요했나 봐요. 대학 시절 되게 특이한 옷이 몇 가지 있었어요. 삼단 드레스라든가 파란 벨벳, 호피 드레스….그래서 스티브 씨가 데이트 날 뭐 입을지 미리 알려달라고 했어요. 엄마 차라도 빌려서 끌고 오겠다고. 같이 지하철 타기 창피하다고 했어요(웃음). 택시 타면 기사님이 “오늘 공연 가시나 봐요?” 물어요. 그런 걸 즐겼어요. 사람들이 봐주는 게 재미있었어요.

 

좋아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거예요?

요니 네. 저는 하고 싶은 일을 정확하게 알았어요. 다른 일을 하면 시간이 안 가요.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공부할 땐 안 가던 시간이 재봉틀로 옷을 만들면 ‘어머 벌써 새벽 두 시야?’하면서 너무 빨리 가더라고요. 밤샐 정도로 하면서 이게 제가  좋아하고 잘 맞는 일이라고 확신했어요. 셋째 딸이어서 언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자란 편이기도 했고요.

스티브 저는 혼자서 뭔가를 만들어서 짜잔 하고 보여주는 걸 좋아했어요. 뭘 그리거나 춤을 만드는 게 멋있고 재미있었어요. 부모님이 공부를 많이 시키는 편이라 곧잘 했는데, 미술시간이 즐거워서 ‘나는 미술을 좋아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죠. 인문계 학교에서 그림을 그리는 언더독 같은 생활을 했어요.

요니 스티브 씨는 원래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라 디자이너 생활한 몇 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 보여요. 패션 디자이너 시절에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뽑아내야 하는 옷이 있으니까 그릴 수 없었거든요. 저희가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은퇴하면 스티브 씨가 그림 그리고 제가 내다 팔겠다는 말을 할 정도 였어요.

스티브 끄적끄적 사무실에서 그리곤 했는데 지금은 이런 큰 그림은 그릴 여유가 아직 없고요. 겨울에는 다시 그려보려고요.

바다와 햇볕을

사랑하는 가족

일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안이 얘기가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어요. 아이를 낳고 나면 삶의 많은 것이 달라지기 마련인데요.두 분은 어땠어요?

요니 저는 삶의 이유가 바뀌었어요. 저희가 아이를 늦게 낳았어요. 바빠서 시기를 놓쳤는데 아이가 있었으면 해서 나이40이 넘어서 아이를 낳았어요. 그래서인지 아이가 너무 예뻐요. 예전에는 디자이너로서의 삶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시안이 결혼할 때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게 목표가 되었어요. 물론 제 일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모습을 끝까지 바라봐 주고 싶은 게 첫 번째 목표예요. 일을 하며 아이와도 좋은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정서적인 유대감을 차곡차곡 쌓으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스티브 아이가 태어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책임감도 더 강해지고 열심히 살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왜 나만 힘들지?’ 하면서 짧게 생각하는 게 있었다면 지금은 더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일을 해요.

 

아이마다 가진 빛깔이 다르잖아요. 시안이는 어떤 아이예요?

요니 장난기가 많고 명랑한 아이예요. 안식년으로 하와이에 머물 때는 ‘모아나’ 같다는 얘기를 하곤 했어요. 남자로 치면 코난이랑 비슷해요. 도전을 즐기고 햇빛과 바다를 좋아해요.뭐 하나에 꽂히는 편은 아니지만 루피와 시크릿 쥬쥬를 좋아해요. 색깔은 확실히 핑크를 사랑하고요. 아, 먹는 걸 제일 좋아해요. 저보다 더 많이 먹거든요. 늘 냉장고 앞에 붙어 있어요. 제가 평생 다이어터로 운동하면서 살아서인지 아빠의 체형을 닮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절 닮은 거 같아요(웃음).

 

하와이에서는 어떻게 지냈어요?

요니 저는 제가 하와이안인 줄 알았어요(웃음). 한 달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바다에 나갔어요. 시안이가 밝은 것도 하와이에서의 경험이 큰 영향을 준 거 같아요. 한창 자라는 세 살때 하와이에서 햇살을 받으며 지냈어요. 매일 바다에 나가서 스티브 씨와 저는 한 시간씩 번갈아 서핑을 하고 시안이는꼬박 두 시간을 모래사장에서 놀았어요. 외국인, 한국인 다 엉켜서 지냈어요. 매일 일어나서 바다를 보고 모래 놀이한 기억이 좋았는지 “하와이 가고 싶어.”라는 말을 자주 해요. 셋이 온전히 붙어 있던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

스티브 너무 좋았어요. 한국에서 미세먼지 있는 날엔 비염으로 고생을 많이 하는데 하와이에서 정말 편하게 지냈어요. 가족 모두 아무도 감기 한 번 안 걸렸어요. 하와이가 잘 맞더라고요.

 

가족 모두 바다와 햇볕을 사랑하는 거네요.

요니 그러니까요. 둘도 잘 맞았는데 시안이까지 좋아하는 게 비슷해요. 그래서 저희가 주말마다 양양에 갔어요. 부부가 같은 취미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와 함께하는 취미도 정말 필요한 거 같아요.

 

시안이는 부모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흡수하며 자라는 모습이에요.

요니 맞아요. 시안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다는 걸 알았어요. 어릴수록 부모가 하는 걸 따라다닐 수밖에 없잖아요. 시안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유모차를 타고 저희가 가고 싶은 전시에 다 다녔어요. 저희가 하고 싶은 걸 아이를 데리고 많이 한 편이어서 아이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놓치진 않은 거 같아요. 서핑도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같이 했어요. 어디 가도 밥을 잘 먹고 추위도 많이 안 타서 저희에게 고마운 아이죠. 제가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인지 시안이도 잘 먹고 잘 자고, 안 잔다고 떼쓴 적도 별로 없었거든요. 근데 네 살 후반이 되면서 떼가 생겨서 놀라고 있는 중이에요. 칭찬 스티커를 활용하면서 훈육하고 있어요.

스티브 재미있는 건, 저희가 하는 작업들을 아이와 공유하게 돼요. “이거 어때? 이 중에 뭐가 좋아?” 물어보기도 하고. 파파이 가족 중에서도 아누가 자기랑 비슷해서 “아누 아누!” 하면서 아는 척을 해요. 제가 사자를 그려놓으면 “아빠가 뭐 그렸어?” 하면서 궁금해하고, 그럼 같이 사자 소리 내면서 노는거죠. 육아를 그렇게 했더니 같이 커가는 재미가 있어요.

 

가족은 평일을 어떻게 보내나요?

요니 언제나 제가 먼저 일어나요. 눈이 떠지면 새벽에 요가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해요. 아이와 스티브 씨까지 일어나면 함께 밥을 먹고 스티브 씨 준비할 사이 저는 시안이 옷 입히고 머리 땋아줘요. 제가 하루 중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시안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 저희도 출근을 해요. 하원한 아이는 이모님이 돌봐주시고, 저희는 여섯 시 퇴근하고 운동을 한 뒤 집에 와요. 집에 오면 두 시간은 최선을 다해 아이랑 놀아주고 아홉 시가 되면 침대에 누워 동화책 읽어주고 하루 있었던 얘기를 나누면서 재워요. 주말에는 하루 내내 아이와 함께 있으려고 노력해요.

스티브 저는 원래부터 집, 운동, 회사가 제 동선이고 루틴이 단순해요. 육아를 하느라고 운동량이 좀 준 거 말고는 패턴이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예전에는 여가 시간에 다 운동을 했거든요.

듣기만 해도 바쁜 스케줄이네요. 틈틈이 운동도 하는 거예요?

요니 저는 운동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새벽에 요가 하고 일주일에 두 번 개인 PT, 두 번 테니스를 해요. 주말에는 서핑을 하죠. 처음엔 다이어트 때문에 했는데 지금은 운동을 안하면 몸이 찌뿌둥해요. 운동을 하기 전에는 몸의 자세도 안좋고 스트레스 받으면 목 디스크가 왔어요. 신경 쓰면 머리도 자주 아팠는데 요가를 하고 운동을 하면서 치유가 되었어요. 이제는 운동을 안 하면 오히려 아파요. 요가를 한 지 7년정도 됐는데, 새벽에 혼자 일어나 요가를 하면 가끔 시안이가 깨서 따라 내려와요. 그럼 같이 해요.

스티브 잠이 많은 저는 그저 신기해요. 한 번은 새벽 여섯 시 반에 둘이 요가를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내는 거 같아요.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나요?

요니 일단 잠이 별로 없어요. 평생 늦잠 자본 적이 없어서 늦잠 자는 게 소원이에요. 남들은 토요일에 열두 시까지 잔다는데 저는 여덟 시가 되면 눈이 떠져요. 생각의 지배를 많이 받는 편이어서 다음 날 해야 하는 게 있으면 알람이 없어도 여섯 시 오십 분 되면 눈이 딱 떠지거든요. 시계 보면 기가 막혀요. 저도 안 그러고 싶네요(웃음). 느림보처럼 게으름도 피우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 사람이더라고요. 체력이 워낙 좋아서 잘 아프지도 않고요(웃음). 아이를 키우는 데도 다른 건 자유로운데 시간은 규칙적으로 가이드해요. 시안이는 태어나서 낮잠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어요. 늘 자는 환경을 마련해서 재우니까 그 시간 되면 당연히 자야 하는 줄 알아요. 그래도 아이와 같이 지내다 보니까 더 바빠지긴 했어요. 아이스케줄도 있어서 제 약속 한 번 잡으려면 이모님 일정을 확인하고, 이모님이 안 되면 엄마를 동원해요. 네 명의 스케줄이 제 머릿속에 있어요. 제가 짜 놓은 스케줄에 스티브 씨는 따라가는 편이죠.

 

옷을 만드는 일이 불확실함을 견디며 치밀하게 준비하는 일이라고 했어요. 부딪히고 깨지면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간다는데서 육아도 비슷한 일 같아요. 부부의 육아 방식이 궁금해요.

스티브 우리가 커온 방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크면서 좋았던 부분, 아쉬웠던 부분이 있잖아요. 그걸 다시 돌아보면서 우리만의 기준을 만들어가요. 저희가 자연에서 놀던 경험이 기억에 남아서 자연과 함께 키우려고 해요. 시안이 영어 이름도 Sean으로 짓고 싶었어요. 알고 보니 ‘시안’이라는 색상의 이름이 있어서 더 좋아했지만요. 좋아하는 걸 같이 나누다 보면 많은 문화를 접하면서 건강한 아이,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아이로 자랄 거 같아요. 공부에 욕심은 없어요. 언어는 외국에서 문화를 배우고 지내기 좋으니까 잘하면 좋겠어요. 저희도 영어를 할 수 있으니까 같이 외국에서 즐기며 지내면 좋잖아요.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시안이가 서핑을 잘하면 좋을 거 같아요. 저희가 좋아하고 재미있으니까 같이하다 보면 시안이가 운동선수도 될 수도 있겠죠. 저희가 같이 서핑하는 친구들도 그렇게 해서 국가대표 선수가 되었더라고요.

요니 저희 이 문제로 싸운 적도 있어요. 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가는 아이로 크길 원해서 아빠처럼 그림을 그려도 좋고 서핑 마니아가 되어도 좋을 거 같아요. 다만 운동선수는 안 시키고 싶어요. 아이 다치는 건 엄마로서 보기 힘들 거 같거든요.

스티브 시안이가 서핑 선수가 된다면 저는 20년 동안 같이 서핑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근데 저희의 바람을 뒤엎고 시안이가 나중에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는 아이로 자라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사실 나는 공부를 하고 싶어.” 하면서요?

스티브 지인 중에 저희가 꿈꾸는 라이프 스타일로 사는 외국인 가족이 있어요. 화가인 아내와 교수인 남편은 매년 여름마다 아이들과 함께 마우이섬에서 한 달을 살곤 했어요. 70년대 캠핑카를 가지고 웨이핑 서핑을 하면서 자연 속에서 사는 거예요. 그때 만난 조그만 딸이 대학생이 되더니 케이팝에 빠져서 한국에 왔어요. 저희를 찾아왔길래 “너는 좋은 부모를 만나서 너무 행복했겠다.”라고 했더니 “오마이갓!” 하면서 자긴 도시에 너무 가고 싶은데 엄마 아빠 때문에 시골에 갇혀서 살았다고 부모를 원망하더라고요. 자연에서 자랐는데 그게 너무 싫었대요. 그걸 보면서 부모와 아이가 다른 생각을 하며 지낼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요니 책 사달라면 사주고 학원 다니고 싶다고 하면 보내주겠지만 억지로 공부를 시키고 싶진 않아요. 정서적으로 행복한 아이, 저희와 취미를 공유하면서 예술을 하는 아이로 자라도 좋겠어요. 저희가 예술을 하면서 행복감을 얻었으니까요. 부모에게서 받은 태도는 결코 무시 할 수 없는 거 같아요. 아빠가 집에서 그림 그리는 거 보면 깨자마자 시안이도 그림을 그려요. 어린이 색연필이 있지만 아빠 색연필로 그리는 걸 좋아하고요. 색깔도 더 예쁘고 잘 그려진다는 걸 잘 알죠.

알고 지낸 지 20년이라고 했어요. 함께 공부하고 디자이너로 성장하더니 이제는 엄마 아빠라는 새로운 역할까지 해내고 있잖아요. 많은 점이 달라졌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둘뿐인 거 같네요.

요니 대학 시절부터 유학 시절까지 같은 전시를 보고 취미를 가지며 함께 배우고 성장해 왔어요. 같은 공간에서 늘 함께 활동하다 보니 좋다고 느끼는 감성이 정말 비슷해요. 하지만 성격은 정말 다르거든요. 디자이너 시절 다른 기업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면 디자이너에게 선입견을 가진 경우가 있더라고요. 약속을 잘 안 지킬 거 같고, 기한에 늦을 거 같았대요. 근데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넘어가는 걸 못 견뎌요. 그러다 보니 계획을 세우고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에요. 스티브 씨는 아티스틱한 면이 많고요. 함께 일을 하면서 다른 성향이 장점으로 작용할 때가 많아요. 오랜 시간 잘 지낼 수 있는 비결은 같은 취미를 가져서인 거 같아요. 한동안 스티브 씨가 집에서도 계속 일 이야기를 했어요. 의견이 다르면 싸울 수 있는데 취미를 같이 하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일주일에 두 번 테니스를 함께 해요. 여가 생활을 재미있게 하면 일을 하면서 날카로워진 부분이 좀 풀어지거든요.

스티브 요니와 제가 함께한 시간만큼 정말 많은 곳을 같이 다녔어요. 국내 동물원부터 해외 유학까지. 시안이가 태어나고 저희가 다녀온 곳을 다시 재미있게 돌고 있어요. 한 바퀴다 돌 즈음 애가 대학생이 되겠구나 싶어요.

 

아이를 키우며 작업하는 창작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균형’이 아닐까 싶은데요. 부부의 일과 육아, 쉼의 조화가 궁금해요.

스티브 시간 관리를 잘하는 요니 덕분에 일과 육아의 균형이잘 나눠진 편 같아요. 예전부터 우리는 패션쇼를 해도 단 한번도 밤을 샌 적이 없어요. 대학생, 유학 시절에 무리하게 일을 많이 하다가 아파도 봤고 그렇게 해선 오래 못 간다는 걸 알아요.

요니 쇼 한 번 하고 끝낼 거 아니잖아요. 평생 이 일을 할 건데 지나치게 과열되면 직원도 힘들다고 나가게 되고요.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시간 내에서 온 정성과 힘을 다하는 걸 선택한 거예요. 정해진 시간 안에 끝을 내고 다음일에 또 최선을 다하면 되죠. 육아도 마찬가지예요. 더 하지못해 아쉬워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정성을 다해요. 넘치지 않고 무리하지 않게요. 그래야 저희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오래 지치지 않고 생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육아가 적성에 잘 맞는 편이에요. 먹이고 입히고 재우면서 저의 미니미를 키우는 즐거움이 커요. 물론 필요할 때 이모님, 엄마의 도움을 받으니까 육아를 저 혼자 다하는 것도 아니고요. 안식년으로 딱 붙어 지내면서 아이에게도 저희에게도 좋았던 시간을 가졌으니 이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어린이집과 일터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만나 함께하는 게 좋아요. 주말엔 하고 싶은 걸 함께 즐기고요. 이 방식이 셋 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 우리 가족에게 맞는 균형이라 생각해요.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기존의 삶을 양보하지 않는 모습이에요. 요즘 잘하고 싶은 건 뭐예요?

스티브 저희는 하고 싶은 걸 못 하면서 마음에 담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아이를 데리고 가서라도 같이 하죠. 함께 운동을 해보고 좋아하면 끌어들여서 같이 하면 되니까요. 좋아하는 걸 함께 할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 거 같아요. 요즘 저는 걷는 게 좋더라고요. 혼자 남산 둘레길을 걸어요. 시안이 낮잠 자는 시간에 저는 둘레길 걷고 시안이가 낮잠에서 깨면 만나서 함께 걸어요. 더 크면 같이 둘레길을 돌고 싶어요.

요니 저는 회사 일이요. 키키히어로즈를 연 지 3개월밖에 안된 시점이라 아무래도 포커스가 회사에 맞춰지게 되네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만든 캐릭터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서요. 현재는 자사몰에서만 팔고 있는데,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오프라인으로 여러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가족은 앞으로도 씩씩하게 살아갈 거 같은데요. 어떤 시간을 쌓고 싶은가요?

요니 가장 중요한 목표는 시안이의 밝음을 유지하면서 사랑많게 키우는 거예요. 디테일한 것들은 그때마다 바뀌겠지만요. 저는 육아가 잘 맞는 편이라 시안이가 저 육아 졸업 안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늙어서 시안이랑 베스트 프렌드로 지내는 게 소원이에요.

스티브 키키히어로즈가 저희를 대변하고 그들이 점점 커져 해외에서 활동하는 게 하나의 꿈이고요, 또 우리 집안의 캐릭터 시안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면서 나이 들고 싶어요.

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