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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전하는 문화생활 가이드
아이들이 커갈수록 단순한 놀이에서 벗어난 다양한 문화 경험이 필요하다. 아이의 문화적 소양을 키워주기 위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막막하다면 가볍게 책을 펼쳐보자. 아이와 함께 시작하는 문화생활에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Q와 감성지수가 점점 중요시되면서 우리는 아이들이 단순히 주입식으로 미술사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고 즐기며 예술적 감수성과 미적 감각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하지만 아이에게 미술 작품을 설명해 준다거나 함께 미술관에 가는 건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다소 생소하고 거리감이 드는 미술 작품,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파리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칼럼니스트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Francoise Barbe-Gall은 아이와 함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면 “뭐가 보이니?”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림을 보며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어른들은 전혀 생각해 내지 못하던 것을 알아내고, 다양한 그림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보태 가며 차츰 더 자유로운 안목을 기르는 즐거움이 아이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인 것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작품 해석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어른들을 위해 미술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명화 30점을 소개하는 2부에서는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이야기해 볼 만한 다양한 질문에 대한 세심한 해설이 이어진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더 이상 ‘정답’이 필요 없게 느껴질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어렵게 느껴지던 와인이 이제는 쉽게 즐기는 대중적인 술이 된 것처럼, 오페라도 조금만 ‘알고 보면’ 다른 공연과 다를 바 없이 재미있고 편한 오락이 될 수 있다. 30여 년간의 평범한 회사생활 이후 오페라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이 오페라 애호가로서 즐겨 온 오페라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처음 오페라를 관람하는 이들을 위한 기본 용어는 물론 <피가로의 결혼>, <라 트라비아타> 같은 유명한 작품을 함께 소개해 주는데, 각 막을 구분하여 줄거리와 해설을 더해 이해를 돕는다. 특히 QR코드를 통해 해당 영상을 바로 감상할 수 있어 아이도 함께 오페라를 가볍게 접해볼 수 있다. 오페라와 관련된 재미있는 참고 내용은 어른에게는 물론 아이들도 오페라에 흥미를 붙이도록 도와준다. ‘청바지 입고 운동화 신고’ 오페라하우스에 갈 수 있을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희가극부터 정통 오페라인 비가극까지 아홉 편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처음 클래식 음악을 대하는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나 감성이 아니라 부모의 도움이다. 《아들과 클래식을 듣다》의 저자는 일상에서 아이에게 클래식을 많이 들려주고 각자 느낀 점을 이야기하며 ‘듣는 즐거움’을 함께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학원 숙제로 바빠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세상에서 저자는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과 여전히 음악을 들으며 교감한다. 이 책은 아들과 함께한 음악 여행을 담은 편안한 에세이이자 음악 상식을 더해주는 클래식 입문서다. 저자는 음악은 오롯이 듣는 자의 몫임을 인정하고 아들의 감상에 귀 기울인다. 언어구사력이나 표현력이 다소 부족할 수는 있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음악을 다양하게 표현한다고. 그렇게 아들 이재영 군이 자유롭게 쓴 음악 감상 글은 아이들 눈높이에서 어떻게 클래식에 접근하면 좋을지 길잡이가 되어준다. 주로 초중등 교과서에 실린 곡들을 다뤘기 때문에 귀에 익숙한 음악이 많으며, 아이들과 함께 듣기에도 부담이 적다. 음악 상식 페이지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클래식 영상물도 소개하며 누구나 쉽게 음악 여행을 떠나도록 돕는다.
아이와 함께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문득 ‘나’의 마음에 공허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삶의 열정이 그리울 때,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기다림에 지쳐갈 때…. 위로가 필요한 순간 마음의 허기를 달래 줄 무언가를 찾는다면 고전 연극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수천 년을 이어 온 희곡에는 그 시간만큼의 통찰과 지혜와 위로가 담겨 있다. 연극 애호가이자 공연 기획자인 최여정 마케터는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열두 가지 상황에 맞춰 도움이 되는 연극을 삶과 연결해 준다. 저자가 직접 듣고 본 생생한 연극 현장의 이야기로 출발해 희곡을 중심으로 연극을 조명한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볼륨만큼 현장감 있는 공연 묘사, 무대 뒤 배우들의 이야기, 대본을 적절하게 인용한 줄거리 설명, 작가와 당시 사회 배경 소개 등 열두 편의 연극과 관련된풍성한 이야기를 다룬다. 동일한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도 소개되어 있어, 온 가족이 쉽게 고전 희곡을 접하고 연극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공연 예술과 달리 연극은 고요한 적막 속에서 진행된다. 무대 위 배우의 호흡을 느끼며 극에 몰입해 보자. 내 모습과 닮은 캐릭터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에 진한 위로와 감동을 선물받게 될 것이다.
엄마들의 로망에서 어느새 여자아이들의 필수 취미로 자리 잡은 발레. 최근에는 드라마 속 발레리노의 인기로 발레의 세계에 입문하는 남자아이도 많아지고 있다. 직접 발레를 해보지 않았더라도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등은 명작 동화로 접해본 경험이 있을 터. 대사 없이 진행되는 발레 공연의 줄거리를 미리 알려주는 약간의 수고만 더해진다면 아이들이 언어를 뛰어넘는 춤의 감동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한지영 발레 해설가는 본격적인 정찬을 맛보기 전 입가심을 위한 전채 요리를 즐기듯 공연을 즐기기에 앞서 먼저 발레 작품에 대해 알아보길 권한다. 작품 30편의 탄생 배경과 줄거리를 짧고 쉽게 풀어놓았는데,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어 언제든 부담 없이 한 편씩 읽을 수 있다. 주요한 대표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해 책 자체의 재미 요소도 높은 편이다. 이 책과 이어지는 다른 발레 시리즈도 흥미롭다. 《발레 음악 산책》은 대표적인 발레 음악 작곡가 10인의 음악을 QR코드와 함께 쉽게 풀었으며, 《발레리노 이야기》에서는 발레리노의 삶을 소개하며 작품 속 발레리노의 캐릭터를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에디터 이다은
글 조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