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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아 올린 가족의 섬
영화는 수많은 감정을 담고 있다. 그리하여 보는 이의 기분에 따라 보고 느끼는 것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볼 때면 감정의 폭이 훨씬 더 넓어짐을 느낀다. 까르르 웃으며 같은 장면을 스무 번 반복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장면에 엉엉 울기도 한다. 저마다 다른 우리가 같은 영화를 보며 익숙한 장면에 미소 짓거나, 서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것이 영화가 가족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서로에게 깊이 다가온 몇 개의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 가족의 섬이 완성될 테니.
안여진 | 주부
이담 6세, 이안 4세
닮은 영화 캐릭터로 가족을 소개해 볼까요?
잠수 실력이 늘면 ‘인어공주’처럼 바닷속에서 살 수 있게 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여섯 살 이담이와 어디든 올라서면 ‘모아나’처럼 항해를 시작하는 네 살 이안이와 살고 있어요. 이안이는 그 가상한 노력 덕분에 얼마 전 아빠한테 장난감 배를 선물 받았어요. 인어공주와 모아나처럼 바다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덕분에 자주 바다에 가는 호사를 누리며 살아요. 이렇게 마음엔 항상 낭만이 한가득이지만 현관문을 열면 해야 할 집안일도 한가득이죠. 그래서 저희는 집에 돌아오는 순간 ‘뿅’ 하고 짱구네 엄마, 아빠처럼 변한답니다. 세상의 모든 짱구 엄마, 짱구 아빠 파이팅이에요(웃음).
두 아이가 좋아하는 영상물과 캐릭터가 궁금해요.
이담이는 세상의 모든 공주들을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인어공주를 가장 사랑해요. 빨갛고 긴 머리, 반짝반짝 빛나는 수영복, 놀라운 수영 실력과 아름다운 목소리까지, 어디 하나 뺄 것 없이 이담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인어공주 따라 하기에 심취한 덕분에 혼자서 수영을 익혔어요. 마당 수영장에서 매일같이 인어공주로 변신하는 언니를 옆에서 지켜보던 이안이도 얼결에 구명조끼 없이 수영하기에 성공했고요. ‘에리얼’에게 정말 고마워요(웃음). 영화 속 공주님은 단 한 명뿐이라 결국 마지막엔 서로 에리얼을 하겠다고 싸움이 나는게 흠이지만 너는 에리얼, 나는 왕자님, 이렇게 다정한 놀이를 이어갈 때는 정말이지 너무 귀여워서 딴 곳은 볼 수가 없어요. 그런 놀이를 바라볼 때면 아이들은 어른인 우리보다 더 세세하게 영화를 본다는 것도 알게 되죠. 그리고 ‘트리톤왕’이 에리얼 마음을 몰라주고 아빠가 하라는 대로만 하라고 화를 내는 건 아주 큰 잘못이라는 것도 우리에게 알려주네요. 아이들의 진심에 먼저 귀 기울이는 어른이 되도록 애써야겠다 싶어요. 때때로 꼰대 같은 멘트를 할지도 모르지만 항상 저희 부부에게 1번은 아이들이 원하는 곳으로 떠나서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어른이 되는 거예요.
엄마가 아이들과 보고 싶은 영상도 있을 텐데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남편과 〈이웃집 토토로〉를 즐겨봤어요. 이다음에 아이를 셋쯤 낳아서 ‘메이’의 집처럼 온통 숲인 곳에서 살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는데 어느 정도는 소원이 이루어졌네요. 아이를 둘 낳았고, 온통은 아니지만 집 뒤로 사계절 초록이 가득한 소나무 산이 있거든요. 거대하지만 귀여운 ‘토토로’를 만들어낸 상상력도 놀랍고 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가는 두 자매의 모습도 무척 인상 깊었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주제가예요. 특히, “어린 시절에만 우리를 찾아오는 이상한 만남”이라는 구절이 좋아요. 남편과 저에게도 그런 이상한 만남들이 아주 많았죠.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동안 주머니는 두둑해졌는데 예전의 것들을 많이 잊어버렸어요. 사실 잊은 줄도 모르고 살다가 아이들을 통해 ‘아차!’ 하며 알게 돼요. 산책 길에 낑낑거리며 먹이를 들고 가는 개미를 바라보느라 땅바닥에 아예 주저앉은 아이들을 통해서, 배추벌레를 괜히 머리 위에 한번 올려 보는 아이들을 보면서, 개구리를 오늘 밤 침대에 데리고 자면 안 되냐고 묻고 비슷비슷한 것들 속에서 조금 다른 흙, 나뭇잎, 돌멩이, 꽃, 도토리 껍질을 주머니에 가득가득 주워 담는 아이들을 통해서요. 남편도 저도 옷이 새카매지도록 놀면서 각자의 토토로를 찾아내던 그 시절이 그립네요.
캐릭터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이 귀엽지만, 영상 시청에 관한 적절한 질서도 필요한 거 같아요. 영상물과 관련된 가족만의 약속이 있나요?
이담이와 이안이는 가정 보육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안이가 낮잠 자는 동안 이담이는 보고 싶은 영상을 30분 정도 봐요. 휴대폰이나 태플릿 PC 같은 건 없어서 오로지 티브이로만 봐야 해요. 특별한 간섭은 없지만 되도록 바른 자세로 앉아서 보기를 권해요. 이안이는 어쩌다 낮잠을 자지 않을 경우엔 언니랑 함께 영상을 보는데 언니처럼 집중력 있게 끝까지 잘 보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모아나>만큼은 끝까지 집중해서 보는 게 엄청 신기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가족이 다 함께 동물이나 환경,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해요. 요즘엔 이담이가 관심 있어 하는 별자리를 주로 보고요.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주제들도 있지만 아이들은 ‘무엇이든’ ‘보는 것’이라면 그저 대찬성이에요!
아이들은 상상과 현실을 오가잖아요. 영화를 보고 나서 아이들이 만든 세상이 궁금해요.
이담이는 〈인어공주〉를 열 번도 넘게 본 것 같아요. 전 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본 적이 없는데 아이들은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볼 때마다 재미있어하는 게 너무너무 신기해요. 어쩜 볼 때마다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보는지! 어떤 날은 노래를 함께 부르며 보고, 어떤 날은 대사를 따라 하며, 어떤 날은 뒤에 오는 장면을 미리 이야기하고, 어떤 날은 남편과 저에게 상대 역할을 시키기도 해요. 이러다 〈겨울왕국〉실사판에 출연해도 되겠다 싶을 만큼 ‘한스 왕자’ 역할을 많이 하는 남편의 익살스러운 연기를 지켜보는 것도 빅재미예요! 아직은 한도 끝도 없이 귀엽기만 한 꼬꼬마 둘이서 영화의 한 장면을 진지하게 흉내 내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실제 영화를 관람하는 것보다 훨씬 큰 즐거움을 주네요.
KID
인어공주
존 머스커, 론 클레멘츠│모험
MOM
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판타지
허수영 | 키즈 브랜드 ‘TAMBERE’ 홍보 실장
연하준, 9세
가족과 닮은 캐릭터가 궁금해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루트’가 하준이를 닮은 캐릭터예요. 외계인 그루트의 삐죽삐죽 하늘로 솟은 헤어스타일과 아기 같은 목소리로 그루트라는 자기 이름만 계속 반복하는게 비슷해요. 네 살 하준이도 ‘빠방’이라는 말만 하고 다니던 시절이 있거든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 사춘기가 온 그루트를 봤는데, 하준이가 그루트와 어떻게 닮아갈지도 궁금해요. 사실 하준이랑 닮은 캐릭터로 〈검정고무신〉의 ‘기영이’도 떠올랐는데, 남편이 〈검정 고무신〉의 기영이랑 닮았다는 말을 들었대요. 하준이는 아빠와 거울을 대어놓은 거처럼 닮았거든요. 닮은 캐릭터도 같다니 정말 신기해요. 저와 비슷한 캐릭터는 뭘까 아이들한테 물어봤는데 하준이는 답해주지 않더라고요(웃음). 결국 하준이 누나가 골라줬는데 〈길모어 걸스〉의 ‘로렐라이’를 닮았다는 거예요. 너무 기분이 좋았죠. 로렐라이는 극 중 열일곱 살 차이가 나는 딸과 비슷한 감성을 가진 친구 같은 엄마로 나오거든요. 딸이 그렇게 얘기해 주다니, 작전 성공이에요.
하준이가 좋아하는 영상은 뭐예요?
지금 아이들과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영국에 와서 처음으로 같은 반 친구와 플레이데이트를 약속한 3월, 락다운이 시작되었어요. 하루에 한 번 산책과 생필품을 사러 마트에 갈 수 있는 것 외엔 모든 곳이 문을 닫은 상황을 외국 땅에서 외국인들과 겪게 된 거죠. 그때 하준이가 〈슈퍼 소닉〉을 봤어요. 상황 때문인지, ‘소닉’이 빨라서 좋았는지 무섭게 소닉에 빠져들었어요. 그 전에 하준이는 자동차가 나오는 영상만 보는 아이였거든요. 소닉에는 경찰차 말고 특별히 좋아할 만한 자동차가 나오지 않는데도 너무 좋아해서 학교에 가지 않는 하준이가 매일 소닉만 그리고 색종이로 소닉을 만들고 색칠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소닉을 살짝 좋아하게 됐어요. 락다운 기간 동안 미용실도 모두 문을 닫아 하준이 머리카락이 삐죽하게 자랐는데, 그 모습도 소닉을 닮은 것 같아서 더 마음이 갔는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엄마가 아이와 보고 싶어 골라둔 영화도 있었어요?
저는 영상이라는 건 즐겁고 때로는 모자란 구석이 있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긴장을 풀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 생각해서 굳이 교육적인 부분을 찾아내려 하지 않아요. 영국이 한창 락다운일 때 아이들에게 〈후크〉를 같이 보자고 했어요. 영화는 아빠가 된 ‘피터팬’이 영국에 사는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서 시작되어요.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상상력도 풍부하고 처음 보는 이들과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다가 어른이 되면서 보이지 않는 자기만의 벽을 만들죠. 그러면서 어릴 땐 눈에 보이던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하고요. 영화 속 “Never Grow Up”이라는 대사는 요즘 제가 아이들을 보며 자주 품는 마음이에요. 피터팬이 어른의 마음에서 다시 어린이의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은 아이들보다 저한테 더 와 닿은 신이었어요.
영상 시청을 위한 가족의 규칙이 있을까요?
영국에 온 뒤로 집에 티브이가 없어요. 그래서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로 영상을 봐야 하는데 두 가지 룰이 있어요. 첫째, 아이패드 영상은 주말에만 본다. 둘째, 그날 할 일을 다 하고본다. 주로 30분 정도 걸리는 학교 숙제나 저녁 먹기, 목욕하고 잘 준비하기 같은 일을 다 끝내고 나면 조금 볼 수 있게해 주는데, 주말에는 조금 더 관대해지는 편이에요. 요즘 하준이는 프랑스어에 관심이 많아 ‘페파피그’로 흘려듣기를 해요. 페파피그 프랑스어 버전만은 평일에도 집 안에서 허락된 영상이에요.
함께 영화를 보면서 쌓은 시간이 가족에게 어떤 의미이기를 바라나요?
제가 자라던 때는 비디오가게가 있었어요. 신작 비디오테이프가 들어오는 날엔 제일 먼저 빌려 보려고 발을 동동 구르며 걸어가던 그때 그 길, 저녁 먹고 네 식구가 함께 모여 영화를 보던 그 시간의 기억이 아직도 강렬해요. 요즘 아이들은 자신만의 전자기기로 보고 싶은 영화를 언제든지 볼 수 있어서 가족과 ‘함께’한 추억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생각해봐요. 그래서 조금 수고스럽고 돈도 더 들지만 같이 영화관에 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영화 내용은 어렴풋하게 남더라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하준이가 기억해 준다면 정말 행복할 거예요.
KID
슈퍼 소닉
제프 파울러│액션
MOM
후크
스티븐 스필버그│가족
김진종 | H&M 인사팀장
김루와 7세, 김루이 5세
가족과 닮은 캐릭터를 소개해주세요.
일곱 살 루와는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메리다’를 닮았어요. 상상력이 풍부하고 순수하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죠. 눈 뜨자마자부터 집에 있는 내내 그림을 그려요. 도시보다는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걸 더 좋아해서 메리다처럼 활도 잘 쏠 것 같아요. 다섯 살 루이를 떠올리면 〈벼랑 위의 포뇨〉의 ‘포뇨’가 생각나요. 돌 때까지 스와들업 속싸개를 입혀 재웠는데, 스와들업을 입고 엎드린 채 팔딱거리는 모습이 딱 포뇨 같았어요. 호기심 많고 도전정신이 뛰어나요. 엄마 아빠에게 언니보다 더 관심받기 위해 청개구리처럼 까불어서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편이고요. 아빠인 저는 〈엉덩이 탐정〉의 ‘파마저씨’랑 비슷해요. 커다란 키와 긴 머리, 라면을 좋아하며 썰렁한 유머 코드를 갖고 있어요. 아내는 떠오르는 캐릭터가 딱히 없어요. 간혹 우리 부부를 보고 이효리, 이상순부부 같다는 말을 해주곤 하는데 그게 아내를 보고 하는 말인지 저를 보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어요(웃음). 아내 말로는 어린 시절 가수 보아를 닮았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네요.
아이들이 푹 빠져있는 캐릭터가 있나요?
누가 봐도 좋은 콘텐츠로 인정받을 만한 영상물을 적고 싶지만 솔직하게 〈엉덩이 탐정〉을 가장 좋아해요. 〈엉덩이 탐정〉은 책으로 먼저 접했어요. 〈엉덩이 탐정〉에 한창 빠져 있던 루와가 어느 날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과 생각해 낸 이야기로 책을 만들었어요. 아이가 처음으로 만든 책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집에 오는 지인들에게 매번 보여주며 자랑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루와는 루이의 엉덩이에 시뻘건 펜으로 〈엉덩이 탐정〉 캐릭터를 자주 그려놓아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루와나 자기 몸에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루이나 둘 다 웃다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어하죠. 그렇게 엉덩이에 그려진 그림들은 한 달은 지나야 자국이 사라진답니다.
아빠가 원해서 아이들과 함께 본 영상도 있을까요?
미국의 힙합 가수 리조Lizzo의 노래 ‘Good as hell’을 좋아해요. 유튜브로 리조의 영상들을 재생해 보다가 라이브 공연 Live at Glastonbury(2019)를 보게 되었어요. 이 영상 속에서 그녀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 관객을 향해 소리쳤어요. “I want you to go home tonight and look at the mirror and saying, ‘I Love you! You are beautiful! You can do anything!’”, 그리고 관객들로 하여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외치도록 하죠. 그 말에 감동하여 아이들에게 그 영상을 보여주었어요. 외모의 아름다움도 중요하겠지만, 자신과 타인을 절대적인 마음으로 사랑하고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길 바라거든요. 그날부터 우리 가족은 그녀의 뮤직비디오를 즐겨 보며 함께 춤을 추곤 해요. 그러다가 루이는 영어로 외쳐요. “알라뷰, 유아 뷰리풀, 유캔두 애니띵!” 아직도 어느 타이밍에서 그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리조의 말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멋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요.
캐릭터에 매료된 아이들이 귀엽지만, 무한정 좋아하는 영상을 보여 줄 수는 없는 노릇이죠. 영상물과 관련된 가족의 약속이 있나요?
우리 가족은 일상생활 중 영상을 보는 일이 극히 적어요. 어쩌다 영상을 보는 날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설레고 신나는 일이 되죠. 영상을 보기 전, 시청 연령 확인, 광자극 여부(루이는 현재 뇌전증 치료 중), 지나치게 상업적 의도로 만들어지진 않았는지 정도를 부부가 꼭 사전 검열해요. 그리고 아이들의 눈 건강을 위해서 휴대용 기기로 영상을 보여주진 않고, 한 시간 이상 긴 영상을 볼 땐 중간중간 창밖풍경을 잠깐이라도 보게 하여 눈의 피로도를 풀어주려고 해요. 영상은 주로 저와 같이 보고, 엄마는 팝콘을 튀겨 주며 아이들이 좀더 신나는 시간을 즐기게 해줘요. 음악이 나오면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수다도 떨며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동화되어 보는 편이에요.
영화를 본 뒤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만들어 내는지 궁금해요.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들을 연출하며 놀죠. 그럴 때 저는 그저 아이들과 함께 한 명의 등장인물이 되어 같이 마법도 쓰고 재주도 부리고 노래도 흥얼거리며 뒷이야기를 상상하며 놀아요.
KID
엉덩이 탐정
히라야마 미호│애니메이션
DAD
Lizzo at Glastonbury 2019
리조│콘서트
이성국 | 배달의민족 마케터
이산이, 5세
닮은 영화 캐릭터로 가족을 소개해 볼까요?
저는 엄마가 이해 못 하는 것을 아들과 같이 하고 싶은 〈스쿨오브 락〉의 잭 블랙 같은 육아 5년 차 아빠예요. 보통의 아빠들처럼 저녁에 퇴근해 집에 들어오고, 주말에 바다를 자주 가는 서퍼인 점이 특징이죠. 아내는 〈인크레더블〉의 ‘일라스티걸’에 가까워요. 아빠와 아들의 꿍꿍이를 빠르고 유연한 촉으로 감지하고 사전에 막는 (초)능력이 있어요. 아들인 이산이군은 〈인사이드 아웃〉의 ‘기쁨이’와 ‘소심이’의 두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평소엔 밝고 개구진 보통 남자아이지만 감성이 풍부하고 낯선 경험을 경계하는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죠.
아이가 좋아하는 영상은 뭐예요?
산이는 〈브레드 이발소〉를 좋아해요. 전설의 이발사 ‘브레드’와 제자 ‘윌크’의 이야기인데요, 〈브레드 이발소〉를 볼 때 산이는 다섯 살치곤 꽤 어른스러운 포즈로 티브이를 시청해요. 가끔 “까르르까르르” 웃기도 하고요. 도통 어떤 부분에서 웃었는지 알 수 없지만 대부분 요 또래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어요. 넘어진다거나 방귀를 뀐다거나 하는 실수들이요. 제가 보는 〈브레드 이발소〉는 오프닝송과 엔딩송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아이들 노래 같지 않아요. 훅이 있다고나 할까요. “헤이 헤이 브레드 이발소!”나 “슈파두파”가 반복되는 부분은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가끔 환청으로 들릴 정도예요.
아빠에게 가장 마음에 남은 영상은요?
전 카툰네트워크와 부메랑 채널에서 방영하는 〈그리지와 레밍스〉를 좋아해요. 주로 저녁 시간에 여러 에피소드를 방영했어요. 다섯 살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어른이 보기엔 유치해서 금방 흥미를 잃곤 하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30년이 넘는 나이 차를 관통하는 유머 코드가 있어요. 쉽게 설명하면 〈톰과 제리〉의 3D 애니메이션 버전이라고 보면 되는데, 덩치 큰 ‘그리지(곰)’와 귀엽고 작은 레밍스들이 티격태격하는 과정이 크리에이티브하고 유쾌해요. 마치 예전 성룡 영화의 유머 코드가 실린 격투 신이나 〈쿵푸팬더〉 같은 애니메이션의 추격 신이라고 설명하면 될까요? 이 애니메이션의 포인트는 매번 다양한 방법으로 싸우다가 어느 한쪽이 이기는 게 아닌, 둘 다 망하는 걸로 끝나는 거예요. 아쉽게도 얼마전 종영을 했어요. 카툰네트워크 관계자 여러분, 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그리지와 레밍스〉 좀 제발 다시 틀어주실래요?
아이에게 영상물을 보는 규칙을 정해주는 편인가요?
저희 집은 딱히 영상 보는 시간을 정해두지 않아요. 생각보다 산이가 영상을 틀어달라고 떼쓰지 않더라고요. 주로 몸으로 많이 놀고, 많이 돌아다니죠. 제가 7년 차 서퍼라, 주말이면 아이를 데리고 바다에 자주 가는데요. 주로 자투리 시간에 영상을 보여주는 편이에요. 내내 바다에서 같이 놀다가 제가 서핑하는 시간에 텐트에서 영상을 본다거나 그렇게요.
영화가 가족의 일상과 연결된 경험이 있나요?
〈그리지와 레밍스〉를 보고 오히려 부모가 감명을 받아 아이클레이로 레밍스 캐릭터를 만든 적이 있어요. 작고 귀엽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게 특징이라 한 마리만 만든 게 아니고 여러마리 만들었는데 산이가 너무 좋아하더군요. 만든 모형을 가지고 아직도 종종 놀고 있어요. 작아서 자꾸 분실되는 게 아쉬워요. 집 안 구석에서 어쩌다 발견하는 재미도 있어요.
KID
브레드 이발소
정지환│코믹
DAD
그리지와 레밍스
카툰네트워크│코믹
김멋짐 | 김멋짐의 키즈베이킹 운영
김지환 7세, 김리우 5세
닮은 영화 캐릭터로 가족을 소개해 볼까요?
저는 사랑스러움의 아이콘인 ‘미키마우스’를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아들 이름을 미키로 지을까도 했죠(웃음). 아내는〈원더〉의 줄리아 로버츠랑 닮았어요. 아이들이 혼자 할 수 있게 잘 기다려주고 지혜로운 사람이에요. 일곱 살 지환이는〈라이온 킹〉의 ‘심바’와 비슷해요. 심바는 원래 겁이 많은 아이였는데 점점 용감해지는 점이 닮았어요. 다섯 살 리우는 스스로 헬로 카봇과 닮았다고 하는데 부모가 생각하기엔 짱구 같아요. 엉뚱하고 사랑스럽기도 해요. 둘째니까요.
아이는 어떤 영상물을 좋아해요?
지환이가 여섯 살 때 애니메이션 〈베이블레이드〉를 즐겨 봤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팽이를 좋아하게 됐죠. 작년 3월쯤 지환이와 단둘이 파리 여행을 떠났는데 인천공항에서부터 파리에서 파는 팽이 타령을 했어요. 사실 ‘파리에 팽이가 팔겠어?’ 했는데 라파예트 백화점 키즈 매장에 진짜 팽이가 있는 거예요. 다음 일정이 가르니에에서 발레 공연을 관람하는거라 드레스업을 한 상태였는데, 기어코 엄청 큰 팽이판과 팽이를 사겠다고 했어요. 매장에서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사주기로 했죠. 아들은 멋있게 가르니에에 입장했고, 저는 팽이판과 팽이들이 담긴 큰 쇼핑백을 들어서 검사도 받고 힘들게 들고 다니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아마 오페라 가르니에 공연장바닥에서 팽이를 돌린 최초이자 마지막 어린이 아닐까요?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영상도 있나요?
지환이가 다섯 살 때부터 스키를 탔어요. 조금 내성적인 지환이에게 자신감을 길러주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진짜 선수처럼 멋있게 타요. 얼마 전 함께 모여 스키점프에 도전하는 〈독수리 에디〉라는 영화를 봤어요. 주인공이 90미터 점프에 성공하는 순간 지환이가 “아빠 심장이 콩닥콩닥해요.”라고 말했어요. 그러고는 한껏 어깨가 올라가서 자신감이 가득 찬 표정으로 “아빠 나도 올림픽에 나가볼까?” 하는거예요(웃음). 경험에서 오는 자신감이 아이가 멋지게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가족은 영상 보는 시간을 어떻게 즐기나요?
요즘은 하루의 마무리 즈음 샤워하고 좋아하는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이층 침대에 각자 누워 넷플릭스를 봐요. 저는 때때로 팝콘을 튀겨 주기도 하고 직접 구운 초콜릿 쿠키를 먹으면서 영화를 봐요. 보통 첫째는 영화를 끝까지 집중해서 보는 편이고, 다섯 살 둘째는 어느 순간 스르르 잠들어 버린답니다.
영화를 본 뒤 아이와 어떤 경험을 나누는지 궁금해요.
아이가 궁금해하는 걸 많이 이야기해 줘요. 보통 지환이는 영화 배경이 되는 나라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해요. 계절과 사람들의 모습 등 질문이 많은 편이에요. 그러면 함께 여행계획을 세우고 떠나서 눈으로 직접 보여주려고 해요. 얼마전에는 온 가족이 모여 〈원더〉라는 영화를 봤는데 주인공의 친구 역으로 나온 배우 노아 주프가 지환이랑 너무 닮은 거예요. 그 길로 아들 손을 잡고 미용실에 가 파마를 시켰어요. 그때부터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영화배우는 노아 주프랍니다(웃음).
KID
베이블레이드
OLM | 액션
DAD
독수리 에디
덱스터 플레처│드라마
에디터 김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