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amily Growing Up In The Sun

꽃과 바다, 빛의 시간들

따뜻한 태양 아래 어느 가족의 모습이 있다. 드넓은 꽃밭과 푸르른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 아일랜드에 사는 피오나의 가족. 하루하루 동화 같은 장면을 기록해간다.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아이들은 매일 맑은 상상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고 있다.

오래된 집과 모험하는 가족

두 명의 곱슬머리 소년 타일러Tyler와 보Beau, 엄마 피오나Fiona와 아빠 야첵Jacek. 네 가족은 아일랜드 ‘코크’라는 이름의 섬의 오래된 농가에 살고 있다. 그냥 농가가 아니다. 무려 150년의 세월을 품은 섬 속 자연의 일부다. 이토록 오래된 집에 사는 것은 중세와 현대를 거치며 많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 섬에선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때문일까. 피오나가 기록하는 가족사진을 보고 있으면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녜스 바르다Agnes Varda, <행복>(1965)의 아름답고 해사한 장면들. 꽃과 호수,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고 있는 피오나 가족의 얼굴엔 행복한 감정이 넘친다.

“집을 조금만 벗어나면 바다와 넓은 숲이 있어요. 언제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섬 곳곳을 여행하죠. 멀리 나가지 않아도 좋아요. 자연은 어디에나 있고 우리는 그 안에 속해 있으니까요.”

피오나 가족에게 모험은 무척 소중하다. 비록 그 장소가 아주 머나먼 곳이 아닐지라도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보내는 시간을 반드시 필요한 일상으로 여긴다. 늘 멀리 떠나는 마음으로 집 앞, 가까운 주변의 자연을 여행한다.

“아이들이 빨리 자라길 바라지는 않아요. 그저 자연에서 얻은 상상력과 함께 햇빛 속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해요. 아이들은 변화 그 자체니까요. 풀과 빛 속을 누비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마음과 정신을 길러갈 거예요. 이런 날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건강한 어른이 되어 있겠죠.”

안전한 요새와 같은

문을 열면 바로 앞에 숲이 펼쳐진다. 타일러와 보, 귀여운 소년들의 하루는 싱그러운 숲을 산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무를 제 집처럼 오르고 가을엔 낙엽을 이불 삼아 뒹군다. 여름엔 바닷속을 유영하며 꼬박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에게 봄은 피어나는 꽃을 관찰하고 정원을 탐험하는 시간이다. 진흙과 나무 막대기는 장난감이 되었고, 말과 강아지와 양들은 두 소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타일러와 보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연 속에서 재미를 만들고 있다.

잠옷 차림으로 꽃밭에 서 있는, 동물과 얼굴을 맞대는 아이들의 사진에서 진한 자연스러움이 배어 나온다. 어쩌면 이들에게 자연은 여행하는 공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너무도 가까운, 집 같은 그들만의 안전한 요새일지 모른다. “우리 가족에게 자연이라는 존재는 큰 부분을 차지해요. 몇 년 전 힘든 시기가 찾아왔는데, 저는 그때부터 아이들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자연에서의 일상은 큰 위로가 되었죠. 우리는 아주 작지만 알찬 모험을 시작하기로 한 거예요. 더 많은 가족들, 더 많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랐으면 해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위로와 행복을 얻을 수 있어요.”

또 다른 방식의 여행

피오나에게 자연은 사랑이고 사진은 열정이다. 그리고 이 마음의 온도는 사진 속 따뜻한 무드로 전해진다. 바이러스가 세상을 어둑하게 만들고 있는 오늘, 그녀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자연과 사진 그리고 가족에 관한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나는 잠시 오래된 농가가 있는 아일랜드의 어느 섬에 다녀왔다. 숲속에서 민들레를 후후 불고 있는 소년들과 얼굴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녀의 사진이 아름다운 이유는 화려한 자연의 풍광이나 컬러풀한 색감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앞에 펼쳐진 주변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안에 있는 가족의 얼굴을 어떤 감정으로 담아내는지, 그 과정에 있다. 

어쩌면 여행은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거리로 떠나는 일이다. 멀리 나서지 않고 가까운 주변을 향해 여행하는 피오나의 가족을 보며 또 다른 여행의 모습을 보았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답답한 방을 벗어나 널리 떠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이번 상황을 겪으며 소중한 여행의 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됐죠. 요즘은 언젠가 이 바이러스가 우리 삶에서 사라졌을 때, 곧바로 떠나기 위해 새로운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우리 가족은 스위스에서의 하루를 꿈꾸고 있죠. 아이들에게 겨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라플란드로 떠나는 여행도 상상하고 있어요! 남편의 고향인 남아프리카에도 다시 가보고 싶고요. 곧 떠날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자유롭게 밖으로 나설 그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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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사진 Fio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