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orner Market In Jeju

환타스토어 안선영 대표

손안의 작은 네모창으로도 쉽게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간편하고 빨라졌지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이야기를 주고 받던 온기가 그리울 때가 있다. ‘환타스토어’의 안선영 대표는 자신이 꾸린 마켓으로 사람들이 모여든 날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선명한 행복을 발견했다. 정성을 담은 물건을 누가 파는지, 어떤 마음으로 사 가는지. 오가는 사람들의 대화로 붐비는 장터가 제주 동쪽의 작은 마을에 열리고 있다.

이야기가 깃든 소비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 이상의 행복을 주잖아요. 돈 쓰면 즐겁지 않나요? 그런데 그 만족감은 어떤 걸 사느냐에 따라 달라요. (…) 소비에는 보고 만지고 경험해 보는 재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환타스토어에서 소비한 것들은 물건 하나에도 이야기가 깃든 경험이 될 거라 믿어요.”

반가워요. 여기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실래요?

제주 동쪽 대흘리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는 작은 상점이에요. 저희끼리는 환타스틱한 작은 점방이라고 부르곤 하는데요, 특정 날짜가 되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가 사라지는 제주의 오일장 같은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육지 사람들이 내려와 현지 사람들이 풍족하고 현명한 소비를 하도록 도와주고, 이곳에 사는 이들은 눈으로 보고 살 수 있는 여러 경험을 하는 거예요. 육지와 섬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거죠. 플리마켓, 미용실, 카페, 원데이 클래스, 브랜드 팝업, 전시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것도 기대하고 있어요. 일하러 내려오신 분들은 일을 마무리하고 가게에 딸린 작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요. 간단한 브런치를 만들 수 있는 부엌과 씻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뒀거든요. 오래전 기억 속 작은 쪽방이 달린 할머니 구멍가게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편할거예요. 출장을 여행처럼, 여행을 출장처럼, 한적한 자연풍경으로 둘러싸인 시골 마을에서 잠시나마 구멍가게를 꾸리는 경험을 드리고 싶어요.

 

출장을 여행처럼, 여행을 출장처럼, 오늘 제가 딱 그렇네요. 이렇게 설레며 일하러 온 적이 또 있나 싶어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어요?

‘투스프링베어’라는 독채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픈 첫해 가을 ‘투곰마켓’을 기획한 적이 있어요. 육지에 있는 지인들과 제 초대 손님들, 제주 가족들이 한 공간에 모두 모여 마켓을 열었죠. 소식을 알렸더니 초대한 이들 모두 내려오고 싶어하더라고요. “재미있겠다. 신난다. 놀러 가자. 내 상품도 알릴 수 있네?” 하는 복합적인 마음이 있었나 봐요. 그때 스물다섯 팀 정도 왔는데, 모인 사람들이 너무 즐거워했어요. 판매자들은 자신의 물건을 다 소진해서 기쁘고, 제주에 사는 분들은 현물을 직접 보고 살 기회가 생겼다며 너무 좋아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환타스토어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남편과 아이를 두고 내려와 삼삼오오 모여서 물건도 팔고 상품 촬영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2~3일 지내다 육지로 돌아가는 여행 같은 출장을 바라시겠구나. 누구의 엄마와 아내로서 오는 여행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오는 명분 있는 출장이라면 매우 즐거운 경험이 될 거란 확신이 생겼죠. 기획한지 3년 만인 작년 9월부터 작은 구멍가게 콘셉트의 집이나 매물을 보러 다녔어요. 내내 주말부부로 지내다 남편이 육아 휴직을 했거든요. 누추한 어닝이 있고 게임기 있는 구멍가게를 찾아봤는데, 의외로 매물이 없고 비싸서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이곳을 만나서,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면서 지금의 공간을 완성했어요.

 

현대식 할머니 구멍가게인 셈이네요. 공간에 놓인 작은 소품부터 집기, 가구나 전반적인 인테리어가 예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이에요.

어릴 적 시골에 가면 정류장이나 마을 입구에 작은 구멍가게가 있었어요. 알록달록한 비닐 어닝이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러 물건이 쌓여 있는 복잡하고 작은 공간이 나타났죠. 그리고 가게에 딸린 작은 방 창호문이 드르륵 열리면 주인 할머니가 대청마루로 나와 계산을 해주시는 곳이요. 그런 이미지들을 상상하면서 빈티지한 공간을 만들어 보았어요. 그래서 작은 대청마루가 꼭 필요했고 타일도 예스러운 걸 구했어요.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을 만들되 너무 앤티크로 빠지지 않으려 했어요. 빈티지하면서 비비드하고 키치한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원래부터 빈티지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닌데, 환타스토어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조명이나 시계, 의자, 작은 소품들을 오랜 기간 동안 하나씩 미리미리 구매를 해뒀어요. 대부분 해외 70~80년대 빈티지 제품이고 시간을 이겨낸 것들이라 낡고 결함이 있지만 그것 또한 저희 공간 콘셉트와 잘 맞아서 좋아요. 거울이나 휴지걸이의 컬러에도 신경을 썼고, 조명으로 힘을 줬어요.

환타스토어의 ‘환타’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어요?

환타는 아이를 임신했을 때 꾼 꿈에서 비롯된 이름이에요. 정말 더운 여름날, 2미터 정도의 커다란 환타병이 길 위에 있는거예요. ‘어머 이게 뭐야?’ 하면서 등에 업고 집에 왔어요. 그러면서 태명이 환타가 되었고, SNS 아이디도 그렇게 지었죠. SNS에서 사용 중인 환타라는 이름을 내걸고 스토어를 운영한다는 게 고민스러웠지만 콘셉트를 할머니 구멍가게로 정하면서 환타병의 오렌지 컬러감과 느낌이 제가 만들고 싶은 공간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서 스토어 이름으로 정했어요.

 

공간을 기획하고 선보이는 것도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과정이었어요?

맞아요. 환타스토어는 일반적인 펜션이 아니기 때문에 공간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내용을 채워나가는 콘텐츠가 정말 중요해요. 매번 같은 물건만 판매하면 재미없는 공간이 되잖아요? 그래서 옷을 판매하는 분들과 소품을 판매하는 분들을 연결해 같이 공간을 꾸리게 제안도 해요. 이번 주에 옷을 판매하는 분이 오셨다면 그다음엔 미용 기술을 가진 분이 오셔서 미용실을 만들어보거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면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는 분들도 오시면 좋겠다 생각해요. 또 개인 중고 물품을 파는 플리마켓, 브랜드팝업, 농작물 판매, 카페, 공연 등 환타스토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즐겁게 기획하고 있어요. 앞으로 오시는 분들, 기획 중인 프로그램, 초대하고 싶은 분들을 생각해 보면 지루할 틈이 없어요. 저는 어떤 일을 하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3년 전부터 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이건 잘될 거야, 생각했어요(웃음). 불확실한 과정과 결과로 가장 힘들었던 건 셀프 인테리어 공사였죠.

 

이 공간을 셀프로 꾸린 거예요?

네. 오랜 시간 서툰 실력으로 하나씩 공사를 했어요. 투스프링베어도 건축사와 계약이 틀어져서 반 셀프로 집을 지었어요. 신랑이 설계와 건축을 하고 제가 인테리어를 했어요. 엑셀을 축소해 한 칸을 5미터로 정해서 평면도를 만들고, 조명위치와 콘센트 자리까지 그림으로 그렸어요. 그런 다음 하나하나 공정을 했어요. 그때는 남편이 회사를 다닐 때라 인부를 써서 진행했는데, 환타스토어는 타일과 설비를 제외하고는 저희 부부가 다 만들었네요. 원래 총괄 관리해 주는 목수님이 계셨어요. 틀을 잡아주면 남편이 가서 돕곤 했는데 중간에 몸이 아프셔서 그만두게 되었어요. 시간은 흘러가고 언제 하지 하다가 남편이 필요한 공구를 사서 작업하면서 저희는 ‘부부 작업단’이 되었어요. 정말 영혼이 탈탈 털렸어요. 결혼하고 거의 싸운 일 없던 부부가 생각이 다른 지점도 많았고요. 6개월 만에 하나씩 완성했어요. 그래도 덕분에 시야도 넓어지고 경험의 폭과 깊이도 확장된 느낌이에요. 공사를 주도한 남편은 상하수도 설치부터 난방 배관, 단열과 도장에서 목공까지 모조리 경험해 봐서 농담처럼 다음 번엔 혼자 집도 지을 수 있겠대요. 하지만 제가 반대할 거예요(웃음).

투스프링베어에 이어서 두 번째 공간을 만든 건데요. 고민하는 지점이 달랐을 거 같아요.

투스프링베어는 가족 중심으로 만든 독채 펜션이에요. 도시의 32평 아파트에 사는 가족들이 매일 누리는 공간과 무엇을 다르게 하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어요. 일부러 층고를 높이고 문을 크게 하고 수영장을 만들었어요. 우리가 수영장 딸린 집에서 살아볼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부모님 모시고 오거나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지내는 독립적인 공간인데, 문을 열면 청결하게 관리된 마당과 수영장이 있는 거예요. 자연에 둘러싸여 휴식을 취하며 여행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반대로 환타스토어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확장 가능한 오픈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환타스토어 내부는 20평 정도 될거예요. 시원한 대청마루가 연상되는 10평은 잠을 자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고, 10평의 스토어 공간은 물건을 펼쳐놓을 벽 선반과 진열대 등이 있는데, 공간을 사용하시는 분이 마음대로 꾸밀 수 있어요. 작은 마당과 비비드하게 페인트칠해둔 옥상 공간도 쓰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될 거고요. 또 입구에 커다란 자판기가 있는데 이것도 재미있는 요소가 될 거예요. 자판기에선 환타스토어에서 셀렉한 다양하고 쓸모 있는 아이템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거든요. 낮 시간 동안 다양한 분들을 만나 물품도 팔고 이야기도 나누다가 일을 마치면 옥상에 올라가 저물어가는 제주 하늘을 보면서 시원하게 맥주 한 잔 들이켜면 좋겠어요. 지난달 다녀가신 셀러분들은 제주에 오면 대개 호텔에서 지냈었대요. “이렇게 좁은 방에서 넷이 잔 건 처음이에요. 근데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하면서 좋아하셨어요. 7월 말에 다시 오겠다 하셔서 29일부터 이틀간 마켓을 열 거예요. 두 공간으로 제가 전하고 싶은 건 결국 ‘공간이 주는 행복’이에요. 투스프링베어 손님들에게 늘 손편지를 쓰는데요, 좋은 시간 보내시라는 말 아래에 항상 “공간이 주는 힘을 믿어요.”라는 문구로 마무리를 하죠. 행복과 힐링, 여행이 공간이 주는 힘 아닐까요?

 

정식 오픈을 하기 전부터 몇 번의 플리마켓을 연 거죠?

친하게 지내는 가족들, 지인들과 마켓 형식으로 개업식을 했고 이후 환타스토어를 관심 있게 보시던 SNS 친구분들이 플리마켓을 열어주었어요.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뤄 정말 감사했어요. 조용하던 시골 마을 좁다란 골목길이 사람들 발걸음으로 가득 차니 뿌듯하더라고요. 게다가 그 많은 분들이 질서를 지켜 줄을 서대기해 주고, 꼼꼼하게 방역수칙도 지켜주셔서 그간 코로나로 잊고 있던 사람 만나는 기쁨을 한껏 느낀 시간이었어요. 

 

사람이 모이는 일을 좋아하고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 같아요.

맞아요. 제주에 내려오기 전, 의류 사업을 오래 했어요. 저는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는 일이 어렵지 않더라고요. 투스프링베어를 운영하면서도 고객들이 “좋은 공간에서 가족들과 오붓하게 보낼 수 있어 행복해요.” 하고 말해주면 ‘아, 이것 때문에 내가 일하는구나.’를 매일 느껴요. 살면서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일이 별로 없어요. 내가 하는 어떤 일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까요? 공간으로 행복을 느끼고 간 분들이 재방문을 하면 하나라도 더 해드리고 싶고, 작년과 다르게 뭐라도 바꿔야 할 거 같더라고요. 돈을 버는 일이긴 하지만 행복이 개인이 아니라 가족에게 주는 거라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투스프링베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사람들을 모으고 이야기하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환타스토어를 기획한 거예요. 환타스토어는 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 기획자로서 큐레이션을 하는 일이 많아요. 이 일을 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불안한 건 없었어요.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건 결국 잘될 수가 없고, 잘될거라는 자신감으로 시작하면 거기서 붙어오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내가 잘할 거니까요(웃음).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하거나 소비하는데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죠?

저는 물건을 사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편은 아니에요. 가전제품이나 제철 음식, 꼭 필요한 소소한 물건들을 구매하고 하나를 사더라도 비싸고 오래 쓸 수 있는 걸 사는 편이죠. 또 저는 온라인 쇼핑을 즐기지 않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화면 상의 것들에 매력을 못 느끼겠더라고요.

 

그래요? 취향이 확실한 편 같아서, 사고 모으는 걸 좋아할 줄 알았는데요.

그런가요? 음… 잠시 기억 좀 더듬어 볼게요(웃음). 생각해보니 아이 낳기 전에 다양한 물건을 사봤네요. 돈 쓸 데가 별로 없으니까 여행 다닐 때마다 빈티지 카메라를 수집했고, 냉장고 자석, 화장품 케이스와 피규어, 인형 등등 다양한 물건을 사고 모았어요.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잊고 있었나봐요(웃음). 어떤 브랜드에 꽂히면 그것만 사는 이상한 수집벽이 있었어요. 박스도 잘 못버렸고요. 해외 나가면 문방구를 꼭 찾아서 작은 마그넷이나 인형을 산 기억도 나요. CD도 많이 모았고, 남편은 건담을 박스도 뜯지 않고 모았죠. “이건 스페셜이래.” 둘이서 킥킥대며 좋아했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의미 없는 것에 소비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 싼 가격에 처분하면서 그만 사게 된 거 같아요.

 

왜 갑자기 그걸 느꼈어요?

아들이 두세 살 즈음이었는데, 집에 물건이 너무 많더라고요. 아이랑 지낼 공간이 부족해서 모으던 걸 박스에 넣어뒀는데, 가만 보니까 지금 박스에 들어간 애들은 내년에도 나올 일이 없는 거죠. 꺼낼 일이 없으니 10년 후에도 박스에 있을 거고요. 그건 이 물건에도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는 게 맞겠다 싶었어요. 하나 하나 중고나라에 사진을 찍고 팔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너무 많은 걸 갖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많은 빈티지 카메라, 폴라로이드 중에서 아끼는 것 한둘만 남기고 다 팔았어요. 중고로 판 가격만 400~500만 원 정도 나왔어요. 그걸로 붙박이장을 했어요. 그런 소비가 제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서 어느 순간 소비 욕구가 상실되었어요. 특히 제주에 살다 보니까 직접 눈으로 보고 살 기회도 드물어서 물건에 대한 욕구나 집착이 참 많이 줄었어요.

 

그래도 좋아하는 브랜드나 카테고리는 있을 거 같아요.

지역이 주는 의상 콘셉트가 있어요. 제주는 자연과 더불어 살다 보니 자연스레 편안한 색감의 린넨과 거즈를 선호하게 되죠. 너무 습해서 가죽 가방이나 부츠는 온전할 수가 없기도 하고요.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 ‘에그트리’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자체 제작한 옷들을 주로 입어요. 만날 때마다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면서 구매하는 편이에요. 육지로 나갈 때면 제주에 없기에 애틋한 마음이 가득한 ‘자라’에 들러 물건을 사고요. 요즘 제 소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송추커피 원두예요. 매일매일 드립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어요. 아, 최근 로봇 청소기를 샀는데 아주 만족스러워요. 알아서 구석구석 청소하고 충전도 하니까, 삶의 질이 너무 높아졌어요.

마켓은 사람들이 소비하고 경험할 수 있는 걸 모으는 곳이기도 하잖아요.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이 어떤 걸 느끼면 좋겠어요?

가오픈 때부터 마켓에 줄을 서서 구매를 해주신 분들이 남긴 댓글을 자세히 보고 있는데, 어떤 분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렇게 행복한 소비 오랜만이다.”라고 글을 남겨주셨어요. 제가 이곳을 연 이유가 그거였어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고, 육지와 섬을 이어주면서 각자에게 행복한 매개체가 되어주고 싶었거든요. 제주에서의 삶이 사실 보는 것처럼 늘 재미있진 않아요. 바다가 앞이고 뒤가 오름이라서 자주 가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일상이라 다이내믹하진 않아요. 밤이 되면 불이 꺼지고 갈 곳이 없어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좋지만 뭔가 재미있는 걸 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욕구를 해소할 만한 이벤트가 있으면 좋은데 그런걸 충족할 만한 곳이 많지 않아요. 직접 물건을 만져보고 살 수 있는 쇼핑몰도 없고, 맛있는 브랜드도 빨리 못 접하죠. 저도 육지에 살다 온 사람이라서 교보문고나 쇼핑 스트리트도 갈 줄 알잖아요(웃음). 

가끔 자극을 받는 쇼핑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요.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 이상의 행복을 주잖아요. 돈 쓰면 즐겁지 않나요? 그런데 그 만족감은 어떤 걸 사느냐에 따라 달라요. 시장에 가서 10만 원을 쓰고도 ‘나 뭘 산 거지?’ 하곤 하잖아요. 커피를 마셔도 내가 마신 커피가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을 못 하고요. 그런데 환타스토어라는 곳에 자판기가 있네, 송추커피가 뭔데 자판기에 있지, 한번 사 볼까, 오 맛있는데? 혹은 내 입맛에 안 맞는데? 하면서 선명하게 기억하지 않을까요? 소비에는 보고 만지고 경험해 보는 재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환타스토어에서 소비한 것을 누군가에게 물려줄 때가 되면 “이 옷, 우리 가족이 제주에 여행 갔다가 시골 작은 상점에서 산 거야. 그때 참 즐거운 여행이었는데….” 하며 기억할 수 있을 거예요. 물건 하나에도 이야기가 깃든 경험이 될 거라 믿어요. 이곳에 오는 분들이 즐거움을 느끼며 행복한 소비를 하면 좋겠어요.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 거 같아요.

물건을 사고파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기보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하며 나누는 것이 너무 좋아요. 그런 시간과 장소를 준비하고 기획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죠.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재미있잖아요.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평생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고요. 20~30대에 다양한 직업군에서 여러 일을 해왔어요. 이제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할 나이가 아닌 것 같아요. 40이 넘어가면서 좋아하는 일, 설레는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제주에서 나고 자라는 특산품 위주로 공구를 종종 하곤 하는데, 큰 수익을 남기기 보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많은 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렇게 하나씩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해나가고 싶어요. 앞으로 환타스토어에 방문해주실 많은 분들과의 만남도 설레고 기대되어요.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하루

“서웅이는 아빠랑 함께하는 시간이 훨씬 많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제가 아들과 같이 자려고 하고, 하루에 30분은 같이 무언가를 하는 시간을 꼭 가지려 해요. 같이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이나 지도를 보거나, 서웅이가 읽은 책의 이야기를 듣는다든지 하면서 스마트폰 안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제주에 산 지 얼마나 되었어요?

제주에 오고 다섯 번째 여름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3년째가 가장 힘든 시기라 이야기하곤 하는데 저희는 아직은 제주의 삶에 만족해요. 가장 좋은 점은 단연 자연이에요. 집 앞에는 바다가 있고 오름과 올레길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가 있어요. 특히 너무 예쁜 노을 볼 때, 하늘이 주는 자연이 저에게 가장 큰 힐링이에요. 살아가는 동안 내가 이렇게 드넓은 하늘을 자주 본 적이 있나, 종종 생각해요. 파란 하늘에 예쁜 구름을 보며 운전할 때 매번 감동을 받아요. 삶은 어디에서든지 같을 수 있지만 환경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어서 매우 만족해하며 지내고 있어요. 

 

제주도로 내려온 이유가 있나요?

남편은 경력 18년 차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예요. 요즘 언론에서 자주 이야기하듯 야근과 휴일 근무, 크런치 모드가 있는 직업이죠. 그 안에서 일과 삶의 중심을 잡으면서 살아가는 게 참으로 어렵더라고요. 5년의 신혼을 즐기던 두 사람이 뒤늦게 아이를 낳았어요. 무언가를 사거나 모으던 에너지도 아이에게 쏟게 되고, 모든 게 가족 중심으로 변했어요.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남편 인생의 목표가 1번 회사 퇴직, 2번 가정주부일 정도로 고민이 커졌어요.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소비와 경쟁의 공간인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즈음 제주도로 여행을 왔다가 작은 땅을 검색해 봤어요. 제주도의 넉넉한 자연이라면 저희 가족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작은 땅이 없었던 시기인데 운 좋게 두 달 만에 땅을 샀어요. 처음에는 집을 지으려고 했는데 건축사와 계약한 게 어그러지면서 펜션을 짓기로 마음을 바꿨어요. 건축이 늦어져서 남편이 퇴직을 못 하게 되고 주말부부를 3년을 했네요. 

 

제주에서의 일상은 어때요?

여느 제주 가족과 비슷하게 소소하게 먹고 자고 웃으면서 바다나 수영장에 자주 가고 캠핑이랑 오름 오르는 걸 즐겨요. 아들이 열 살인데 아직도 저흰 셋이 같이 자요. 잘 때보면 정말 큰 아이인데, 남편이 서웅이가 같이 자고 싶지 않다고 할 때가 분명 올 거라고, 그때까지는 같이 잠들고 싶다고 해서요. 아들은 아빠를 너무 좋아하고, 남편은 저랑 있는 걸 좋아해서 우리 셋은 항상 껌딱지처럼 붙어 있어요. 제가 가끔 가족들 없이 친구들 만나면 좋아서 울어요(웃음).

 

선영 씨는 밝고 명랑한 성격 같은데, 남편과 아들이 내뿜는 분위기는 좀 달라보여요.

친구가 많고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저와 다르게 남편은 혼자 놀기 좋아하고 세심하고 꼼꼼해요. 아들 서웅이는 털털한 저를 닮은 거 같다가, 책 좋아하고 집을 좋아하는 성향은 남편과 비슷해서 어쩜 이렇게 반씩 닮았을까, 참 신기해요. 서웅이는 아주 어릴 적부터 혼자 잘 노는 아이였어요. 집 안에 있는 물건을 다 꺼내어 보거나, 갖고 싶은 게 있다고 장난감 코너에 드러눕거나 한 적이 없어요. 욕구가 많은 아이가 아니라 육아에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잠자리가 예민한 편이긴 했지만 온순하고 말 잘 듣는 아이라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었죠. 학교에 가고 10대가 되니까 교우 관계나 학교생활 태도 같은 것들에 신경이 쓰이긴 해요. 저는 항상 주변에 친구가 많고 복작복작 지냈는데, 서웅이는 책을 읽으며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요. 먼 훗날 독립을 하고 사회생활을 할 때 잘 살아갈 방법이 친구와 어울리고 단체 생활에 잘 적응하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근데 남편이 “초등학교 5학년이 넘어서 한두 명 친구들과 잘 맞으면 학교생활 하는 데 어렵지 않아.”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하기엔 아빠가 친구 이상의 역할을 해줘서 아직은 아빠가 제일 좋은 친구인가 봐요.

촬영하면서 놀랐어요. 열살 난 아들을 바라보는 눈에 꿀이 뚝뚝 떨어지던데요?

남편과 아들의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좋아요. 저는 주로 ‘둘이 잘 노네, 잘 먹네, 잘 자네.’ 하며 옆에서 지켜보는 편인데요, 역사 책을 읽으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줄줄줄 해주지, 바다가면 안전하게 놀아주지, 컴퓨터 게임도 같이 해주니 아빠랑 노는 게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아빠랑만 너무 붙어 지내는 거 같아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합기도 학원에 보내고 있어요. 재미있어 하는 거 보니 잘 적응한 거 같아요. 엄마는 남자아이가 어려워요. 전 평생 여자로 살아왔잖아요. 아홉 살 남자도 처음이고, 열 살 남자도 처음이고, 열한 살 남자도 처음일 거예요. 여자아이들은 열 살 정도에 친구랑 손잡고 다니다가 친구가 뭐라고 그러면 속상할 텐데, 짐작할 수 있잖아요. 내가 살아온 경험치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들은 너무 다른 생명체예요. 한 해 한 해 달라지고 다른 모습이 나와요. 근데 남편은 본인도 그래서인지 잘 이해하더라고요.

 

서웅이가 어느덧 십 대잖아요. 부모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많이 갖는 시기일 텐데요. 작은 마을에서의 생활이 불안하지는 않나요?

고민스러운 건 사실이에요. 부모의 결정에 따라 도시에서 자라던 아이가 갑자기 작은 바닷가 시골 마을에서 교육을 받고 있으니까요. 제주에서 유년 시절을 충분히 즐기다가 고학년되면 다시 육지로 올라가는 지인을 보기도 했고요. 서웅이는 자기 진로를 정했어요. 언제 다시 바뀔지 모르겠지만 아빠처럼 게임 개발자가 꿈이래요. 그래서 영어와 수학은 뒤처지지 않게 교육하려 하고 게임 개발 관련 코딩 연습이나 그 외 교육은 아빠가 도와주고 있어요. 도시든 시골이든 부모 마음이 불안한 거지 아이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는 눈치예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내년에는 좀더 가르쳐야 할까?’인데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하진 못했어요. 언젠가 외국에서도 한번 살아볼 계획이에요. 어디서건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응원하며 뒷받침해주려 해요.

 

2년 전 《wee》 인터뷰에 서웅이와 오일장 가는 이야기를 나눠주셨잖아요. 여전히 오일장에 자주 가나요?

네. 펜션을 운영하니까 정원을 관리하는 게 일상이에요. 장비, 낫, 모자 등등 정원에 필요한 모든 용품은 세화 오일장에서 구입하고 있어서 일부러 날 맞춰서 가요. 모종이 필요하거나 오징어, 간단한 과일 정도는 가까운 함덕 오일장을 이용하는 편이고요. 수박 아저씨가 나와 있으면 ‘오늘 오일장이다.’ 하면서 시장으로 가 그때 살 만한 걸 사요. 또 날짜 보고 찾아가는 곳은 제주시 오일장이에요. 제주 오일장엔 정말 없는 게 없어요. 귀리나 나무, 묘묙을 사기도 참 좋아요.

가족의 소비 패턴은 어때요?

합리적인 편이에요. 각자 매달 지급되는 사용 금액 안에서 체크카드로 생활하고 물건을 구매해요. 서웅이도 소비에 큰 욕심이 없어서 용돈을 주면 차곡차곡 모아서 자기가 갖고 싶은 레고나 게임팩을 사요. 공부를 잘하지는 않지만 성공하는 아이들의 특징을 적어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아이들은 용돈을 가지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서 원하는 물건을 사고 잔돈을 받고 남은 돈을 모아서 뭘 할지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서웅이는 게임 개발자가 꿈이니까 데스크톱을 사고 싶어 해요. 코딩을 배우려고요. “그럼 네가 지금 모아놓은 돈이 얼마야? 컴퓨터 사려면 이만큼 필요하더라. 차곡차곡 돈을 모아서 컴퓨터를 사자.” 한 뒤부터 “원하는 거 사줄까? 맛있는 거 먹을래?” 하면 “아니. 나 돈 모아서 컴퓨터 살거야.” 하더라고요. 아직 컴퓨터는 없는데 아빠가 책상을 만들어줬어요. 아빠가 만들어준 책상 위에 용돈을 모아 산 컴퓨터를 놓으면 의미 있는 소비로 평생 기억될 거 같아요.

 

투스프링베어와 환타스토어를 꾸리면서 엄마와 아내의 역할까지 하려면 꽤 바쁜 나날일 거 같아요. 가장 큰 숙제가 일과 육아 사이의 조화가 아닐까 짐작해봐요.

맞아요.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정하고, 지금부터 ‘내가 너랑 같이 놀게.’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함께 있어도 관심사는 온통 일이고 아이에게 집중을 못 하는 거예요. 그럼 아이가 겉도는 게 보이죠. 미안해요. 어느 책에서 일하는 엄마가 아이에게 신경 못 쓰는 걸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는 일하는 엄마가 줄 수 있는 나름의 경험을 함께하면서 살아가는 거다.’는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내 부족한 점은 남편이 잘 채워주고, 나도 어릴 적 부모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자라진 않았어. 그래도 잘 자랐잖아?’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아요. 서웅이는 아빠랑 함께하는 시간이 훨씬 많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제가 아들과 같이 자려고 하고, 하루에 30분은 같이 무언가를 하는 시간을 꼭 가지려해요. 같이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이나 지도를 보거나, 서웅이가 읽은 책의 이야기를 듣는다든지 하면서 스마트폰 안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이렇게 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두세 달 동안 엄마 아빠가 너무 바쁘니까 게임에 깊이 빠졌었거든요. 최근에서야 예전의 규칙적인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매일 30분, 매일이 아니면 일주일에 세 번 정도만 해도 아이는 달라지더라고요.

좀 내려놓은 것도 있을 거 같아요.

저는 식단이 제일 고민스러워요. 요리를 즐기는 편이 아니거든요. 저는 엄마가 해준 집밥의 추억이 있는데 서웅이는 그런 기억이 없을까 봐 미안해요. 하지만 엄마 밥, 아빠밥 따로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 대신 요리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있어요. 한창 바쁜 두 달은 그마저도 못할 때가 많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요즘 서웅이는 아빠가 만든 스파게티, 제육볶음, 오이냉국을 잘 먹어요.

 

바쁘게 일하며 아이를 돌보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훌쩍 자라 있더라고요. 먼 훗날 가족의 모습을 그려본다면요?

벌써 아이가 10대가 되었어요. 시간이 참 빨라요. 아들은 곧 엄마 아빠보다 친구가 좋아질 나이가 될 테고 가족 여행에 따라나서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연연해하거나 속상해하지 않으려고요. 저희 부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면서 아이에게 언제든 돌아올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고 싶어요. 저는 늘 우리 셋은 어디서든 건강하게 잘 살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먼 훗날에는 제주가 아닌 다른 휴양지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일 년 내내 온화하고 겨울이 없는 날씨라면 더 좋겠죠. 그때를 대비해 남편은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게 1인 개발자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그때 저는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작은 점방을 운영하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 있으면 좋겠네요.

RECOMMENDED PLACE

송추커피
제주에 매장이 없어서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커피에 진심인 매력적인 사장님한테 매료되어서 알게 된 브랜드예요. 제가 산미가 없고 고소한 커피를 좋아하는데 제 입맛에 아주 딱 맞는 원두라서 요즘 매일 아침 송추 드립 커피에 폭 빠져 있어요. 환타스토어 자판기 셀러로 입점하면서 더 자주 접하고 있어요. 요즘 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답니다.

songchu-coffee.com

라바북스
책을 구매하러 일부러 가는 곳 중에 하나예요. 일러스트 기반의 작고 예쁜 책들도 많이 있고 가까이에는 맛있는 밥집과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항상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사장님과 작지만 책 읽을 만한 작은 의자가 있어서 항상 아이와 함께 책도 읽고 맘에 드는 걸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공간이에요. 한 번 다녀오면 서너 권은 기본으로 사 오게 되는 매력적인 책방이에요.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87

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진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