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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아름다움, 아로마티카
“SAVE THE SKIN, SAVE THE PLANET.” 피부를 지키고 지구도 지키자는 이 착한 문구는 한 뷰티 브랜드의 미션이다. 피부를 건강하게 하는 일과 환경 운동이 무슨 상관인지 알기 위해 우리는 이 브랜드의 시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다음, 브랜드의 신념에 맞춰 사는 가족의 모습을 엿보다 보면 조금 알게 된다. 이들이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와 가치를.
‘아로마티카’의 김영균 대표는 대학생 시절 호주에서 에센셜 오일 사업을 하고 있던 누나 덕분에 아로마 테라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아로마 테라피는 피부 관리 숍에서나 드물게 쓰이는 것으로 여겨졌고, 향신료 문화가 없는 한국에선 큰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국내에 천연 향을 들여오고 보급하려고 줄곧 노력한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한 것이었다.
“합성 향은 석유에서 추출된 향이에요. 화장품뿐 아니라 식품에도 많이 첨가되어 있죠. 제가 미국 내 환경 단체인 EWG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는데요. 많이들 알고 계시는 파라벤 방부제의 위험도가 4에서 7이라면 합성 향의 위험도는 8이에요. 합성 향은 호르몬 교란 물질이거든요. 그만큼 우리 몸에 해롭다는 이야기죠. 처음에는 화장품을 직접 만들지 않고 천연 유기농 원료를 수입해서 기업에 유통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합성 향과 천연 향의 단가 차이가 많이 나고, 소비자들도 자극적인 향을 선호한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기업에서 천연 향과 원료를 거의 쓰지 않더라고요. 뭔가 잘못된 걸 느꼈죠.”
김 대표는 화장품에 합성 향뿐 아니라 다른 유해 성분이 많이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그 반대의 건강한 화장품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의 마음가짐은 내 가족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제품, 아이들에게도 안전하게 쓰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원료 수입, 연구 개발, 제조와 유통까지 브랜드에서 직접 하는 이유다.
“아로마티카에는 베이비 라인이 따로 없어요.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의 성분이 안전하다는 걸 알고 계시니까 굳이 아이들만을 위한 제품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는 거죠. 처음부터 제가 좋아하고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자신 있어요.”내 가족은 누군가의 가족이고, 나아가 소비자 전체가 된다. 가족에게 해로움을 주지 않겠다는 마음은 소비자가 화장품 성분에 눈뜨게 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뷰티를 트렌드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뭐가 진짜 옳은지에 대해 생각해요. 화장품 회사는 많은 제품을 만들고 팔고 소비하게 해서 이익을 남기는 패키지 산업이기 때문에 성장하려면 쓰레기를 많이 만들 수밖에 없어요. 그런 측면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요. 최소한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늘 생각하고 실천해요. 이제는 소비자들도 환경 문제에 민감하니까요.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가 작은 파장이라도 일으키기를 바라요.”
실제로 아로마티카 스킨케어 제품은 대부분 유리병에 담긴다. 파유리를 60% 섞어 만든 유리 디스펜서 용기를 쓰고, 앞으로 나올 플라스틱 소재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PCR 소재를 사용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모든 패키지를 유리로 바꾸는 방향도 고민 중이다. 유리는 플라스틱에 비해 무겁고 깨지기 쉽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고객들로 하여금 유리 용기와 리필 패키지를 사용하도록 유도해 쓰레기를 줄이는 것, 또 하나는 화장품 성분과 플라스틱이 일으키는 화학 반응을 막는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피부에 안전한, 아로마티카의 브랜드 미션과 맞닿는 지점이다. 사무실 풍경은 어떤지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새로운 사원이 입사하면 머그컵을 선물로 줘요. 종이컵 정도는 괜찮지만 웬만하면 일회용품도 못 쓰게 하죠. 컵라면 같은 건 들고 오지 말라고 하고요. 일단 일회용을 안 쓰는 게 중요해요. 플라스틱 컵이라도 여러 번 쓴다면 다회가 되니까 의미가 있는데, 대부분 안 쓰고 버리니까요. 참, 연말에는 다같이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도 했어요. 직원들을 강압적으로 규제하는 건 아니지만 불편함을 좀 감수하게끔 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만들면 자연스레 환경에 대한 인식이 생기더라고요. 브랜드에서 만드는 제품과 만드는 사람의 생활이 모순되면 안 되잖아요.”
사무실에서의 소소한 환경 운동은 집까지 이어진다. 욕실 용품은 모두 유리 용기에 담아 리필 형태로 사용하고, 비닐 봉투 사용을 지양하기 위해 차에 늘 에코백을 두고 다닌다. 요즘 들어 보편화된 새벽 배송 상자도 김 대표의 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과대 포장 때문에 생기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좀 불편하더라도 미리미리 장 보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환경에 대한 진정성은 화장품이라는 소모품에서 사무실이라는 공적인 공간, 집이라는 개인의 영역까지 짙게 물들이고 있다.
아로마티카를 설립하기 전, 김 대표는 금융과 IT 업계에서 8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10년이 다 된 세월 동안 쌓아온 커리어와 자신감은 새로운 도전에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맨땅에 헤딩이었죠. 그런데 저는 원래 뻔하고 제도적인 걸 싫어하는 성향이 있어요. 금융 회사도 사실 연봉 수준 보고 들어간 건데(웃음) 그런 것들이 사업하는 데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화장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데는 IT 경험이, 재무나 회계가 필요할 때는 금융 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은행 선배들이 ‘산업은행 출신 유일하게 성공한 사업가’라고 해요(웃음).”
15년 전 이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을 때, 그에게는 천연 유기농 화장품이 업계에 바로 자리잡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대신, 그저 천천히, 꾸준히 좋은 성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소비자가 귀 기울여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촬영을 하는 내내 막내아들 훤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드리워 있었다. 낯선 이에게 스스럼없이 눈을 맞추고, 부끄러워하면서도 대화를 이어나갔다. 훤이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자상한, 가족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쉬는 날 주로 집과 교회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요즘은 훤이와 보드게임을 하는 날이 많다. 회사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날에는 종종 훤이를 데려가기도 한다.
“얼마 전에 저희가 후원하는 사회복지시설에 훤이와 함께 봉사활동을 갔어요. 그곳에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줬죠. 내년에는 회사 봉사활동으로 나무 심기, 유기농 마켓, 플로깅을 계획하고 있는데 때마다 아이를 데려가면 좋은 교육이 될 것 같아요. 집에서는 유리와 플라스틱의 차이점에 대해 알려주고, 분리수거도 직접 시키면서 환경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기도 해요. 사실 공부 잘하고 성공하는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자꾸 기술적인 걸 가르치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여행을 많이 다니려고 하는데 자주 못 가서 아쉬울 뿐이죠.”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은 김 대표 눈에 안쓰럽기만 하다. 아이도, 부모도 미래를 모르기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무조건 같은 방향으로 달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과 경험이다. 불안과 두려움을 떨치면 새로운 길이 열리고 눈이 트인다. 김 대표 부부는 훤이가 이웃에게 위로를 주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더불어,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갖고 싶은 물건을 갖는 게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늘 감사하며 타인을 돌아볼 줄 알고, 마지막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피부와 환경을 동시에 생각하는 화장품이 확고히 자리를 잡았듯이, 아이의 마음에도 사람에 대한 배려와 감사가 단단히 자리하게 될 것이다.
에디터 이다은
포토그래퍼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