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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 서현 작가
하루에 한 가지씩 재미난 일을 하며 지내요. 숨은 유머를 찾아서 머릿속을 헤매는 여행자이기도 합니다. 만들고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그림책 작업도 하고 아트 토이도 만들고 있어요. 다양한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 《눈물바다》, 《커졌다!》, 《간질간질》을 냈습니다.
작업실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어제는 어떤 재미난 일을 하셨어요?
오신다고 하셔서 청소를 했어요(웃음). 청소하다가 추억에 젖기도 하고 꺼내서 공간을 꾸미기도 했어요. 제가 그동안 만든 것들도 다시 돌아보는 게 좋았어요.
《눈물바다》가 WEE 그림책 어워드에서 여덟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어요. 《눈물바다》의 시작이 궁금해요.
정말 영광이고 기뻐요. 데뷔 10주년인데 의미가 새롭네요(웃음). 《눈물바다》는 제 데뷔작이에요. 서양화를 전공하고, 그림책에 관심이 생겨서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는 학교에 다녔어요. 공부하면서 제 경험과 에피소드를 가져와서 상상을 더한 이야기예요. 제가 어릴 때 많이 울었거든요. 눈물도 많고 걱정도 많았어요. 이 책을 낼 당시에는 제가 유난히 많이 우는 아이였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제가 특별했다기보다 그 나이 아이들이 눈물도 많고 걱정도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것 같아요. 쓸데없는 걱정을 상상하며 울잖아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쩌지, 차 사고가 나면 어쩌지, 불 나면 어쩌지, 같은. 그때 기억을 가지고 만든 이야기예요.
왜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한국 그림책을 많이 본 세대는 아닌데요, 대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상한 화요일》을 보게 되었어요. 제가 어릴 때 생각하던 그림책에 대한 이미지가 깨지는 순간이었어요. 만화가가 꿈이어서 만화 공부를 해볼까 하던 차였거든요. 그림책도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니까 재미있게 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그림책 학교에 다니겠다고 하니까, 부모님은 교직 이수나 대학원을 가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고집부리니까 지원해주셨어요.
《눈물바다》에서 아이를 속상하게 했던 사람들이 물에서 허우적대요. 그 모습이 통쾌하고 시원했어요. 그런데 부모의 입장에서 읽으니 아이가 참 짠하더라고요.
책 나오기 전에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부모님을 공룡으로 표현했잖아요(웃음). 부모님을 이렇게 흉측하게 표현해서 괜찮겠냐, 사람들이 안 좋아하지 않겠냐고 했어요. 근데 그때는 제가 생각한 이야기를 표현하고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제 생각대로 작업했죠. 책이 나오고 아이들이 그 장면을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여줘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눈물바다》는 웃으며 끝나거든요. ‘슬프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일이었어.’ 하고 웃으며 책을 닫는 이야기인데, 재작년에 국제 도서전에서 펑펑 우는 어머니를 만난 적이 있어요. 놀라서 왜 눈물을 흘리시냐고 물으니까, 이런 책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미안했대요. 아이가 슬프고 힘들어서 눈물로 감정을 해소하는 건데 자신이 너무 가로막았던 거 같다고요. 이런 피드백을 직접 들으니 감동스러웠어요. 작가가 책을 내는 게 끝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책이 독자에게 가서 독자의 마음에 들어가고 그것이 감정으로 승화되어 다시 저에게 돌아올 때, 비로소 책이 완성된다는 걸 알았어요.
혹시 만들면서 바뀐 이야기도 있나요?
있어요. 《눈물바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가 물에 빠진 사람들을 건져내 드라이어로 말리잖아요. 처음엔 다리미였어요. 다리미가 이야기를 훨씬 재미있고 짓궂은 결말로 만들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근데 그 작품이 그림책 학교에 다닐 때 만들다 보니 선생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위험하고 아이들이 따라 할 수도 있다고요. 저는 ‘톰과 제리’를 생각했거든요. 위험한 상황이어도 실제가 아닌 그림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충분히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조금 아쉬워요.
《눈물바다》에서는 펑펑 울고, 《간질간질》에서는 춤추고 폴짝 뛰고 웃으며 신나게 놀아요.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 같아요.
의도한 건 아닌데 제가 낸 책들이 아이가 자기 감정을 마음껏 부리고 해소하는 이야기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 감정이나 생각을 잘 얘기하고 표출하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수렴하고 참는 편이었어요. 좀 쌓인 게 있었나 봐요(웃음). 알게 모르게 그림을 그리거나 이야기를 만들 때 그런 게 반영되고 해방감을 느껴요. 이야기를 만들 땐 일부러 한 발 더 짓궂게 나아가곤 해요. 실제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만들 때 즐거워요.
세 책의 캐릭터가 모두 노란색이에요.
《눈물바다》를 그릴 때 캐릭터가 돋보이는 색을 고민하다 노란색을 썼어요. 그런데 《간질간질》과 《커졌다!》를 만들면서도 제가 자꾸 노란색을 쓰는 거예요. 이유를 생각해봤더니, 노랑이 주는 이미지가 좋더라고요. 해, 달, 황금처럼 반짝거리고 빛을 담은 것들을 노랑으로 표현하잖아요. 노랑은 긍정적이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컬러여서 아이들에게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노란색을 더 즐겨 쓰게 됐어요.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게 그림으로 잘 표현되는 편인가요?
이야기의 뼈대가 나오면 그림을 그려요. 가끔은 캐릭터와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서 이야기가 만들어질 때도 있고요. 이야기에 적합한 이미지를 처음 결정할 때 가장 고민돼요. 제가 그리는 그림이니까 스타일이 아주 바뀌거나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야기의 결에 그림 방식이나 캐릭터를 맞추려고 노력해요. 《눈물바다》도 지금은 밤톨이지만 처음에는 도토리였어요. 수채화로 해보고, 펜으로 그려 색칠해보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해봐요. 캐릭터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잘 살리려고 실험하는 편이에요.
아이들은 책을 읽고 그 감정을 이어가잖아요. 《간질간질》을 읽고 나서 한동안은 밖에서 머리카락이 빠지면 휴지에 싸서 집에 가지고 왔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작가님에게 분신은 뭔가요?
아, 재미있어요(웃음). 제가 만든 캐릭터들이 저의 조각 같아요. 최근에 만든 피규어도요. 그중에선 아무래도 《눈물바다》의 주인공한테 감정이입이 많이 되는 편인데요, 제 모습이 많이 담긴 캐릭터거든요.
피규어도 만드세요?
사실 제가 그림책으로 만들려던 먼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관심이 있어 피규어 수업을 듣다가 그 캐릭터를 피규어로 먼저 만들게 되었어요. 혼자 계획 중이긴 하지만, 나중에 책도 작업해서 피규어와 함께 판매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눈물바다》가 나온 지 10년이 지났어요. 그동안 한국 그림책 시장도 많이 바뀌었을 거 같아요. 어떻게 느끼나요?
저는 그저 만들기만 하다 보니 시장을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한국 그림책을 많이 읽으며 자라는 환경이 되어 기뻐요. 저는 외국 명작동화를 읽은 기억밖에 없어요. 요즘 아이들은 커서 어릴 때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한국 작가의 책이 기억 속에 남아 있겠죠. 불과 10년 사이에 비약적인 발전을 한 거 같아요. 이미지의 시대니까 거기에 힘입어 그림책 붐이 인 거 아닐까, 좋기도 하고 걱정도 돼요. 이 흐름이 잘 이어져서 사람들이 세대를 막론하고 그림책을 의미 있는 매체로 즐겨주면 좋겠어요.
여전히 만화가의 꿈도 있으시죠? 그림책과 만화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네. 해보고 싶어요. 그림책을 하면서 만화와 크게 구분을 두진 않는데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만화는 컷이 여러 개 있잖아요. 그중에서 중요한 컷을 뽑아서 크게 확대해놓은 게 그림책 같아요. 만화는 자세히 얘기할 수 있는 요소가 좀더 있지 않나 싶어요.
지금 작업 중인 그림책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창작 작업과 일러스트레이션 일을 번갈아 하고 있어요. 둘의 균형을 좀 잡아야 하는 게 요즘 고민이에요. 다음으로 제 창작 책은 달걀프라이에 관한 이야기예요. 아예 노란색을 가진 애를 캐릭터로 해봤어요. 사실 더 먼저 나올 뻔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책이 더 진행이 빠를 거 같아요. 《간질간질》의 유쾌한 에너지와 《눈물바다》의 서사가 어우러진 책일 거예요.
《눈물바다》 밤톨이가 알려주는 눈물의 사용법
눈물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아요.
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이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