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유규선·임승원·이세영 ㅡ 〈포포: 죽어도 사랑해〉
담백한 연출로 연애 프로그램의 새 문법을 쓴 〈72시간 소개팅〉과 〈포포(4X4): 죽어도 사랑해〉. 총 두시간 남짓 되는 영상에서 출연자들은 꾸밈없는 동시에 매력적이다.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나 발견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섬세한 시선으로 담긴다. 그 시선을 거꾸로 따라가면 이들이 있다. 콘텐츠 제작사 ‘블랙페이퍼’의 규선, 승원(원의독백) 그리고 세영을 만났다.
사옥이 정말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에 있어요. 그런데 이사를 앞두고 있다고 했죠? (블랙페이퍼는 7월 둘째 주 사옥을 이사했다.)
규선 맞아요. 이번 주말에 바로 옆 동네로 가요. 그래서 사무실이 좀 산만한데 양해 부탁드려요.
새 공간을 못 보게 돼 아쉽지만, 이곳에서의 마지막 인터뷰를 함께하게 됐네요. 자기소개 대신 오른편에 앉은 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 볼까요? 승원 씨부터요.
승원 제가 규선 대표님을 소개하면 되죠? 대표님은···. 대표 같지 않은 대표예요. 정말 섬세하고, 팀원들과 허물없이 지내요. 배울 점도 당연히 많고요.
규선 세영 PD는 요즘 유행하는 ‘말랑이’ 같아요. 저와 승원 PD 둘 다 현장에서 예민한 편인데, 그 사이에서 분위기를 풀어줘요. 팀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이에요. 실질적 리더라고 할 수 있죠. (세영의 이름을 연호한다.)
세영 (눈을 질끈 감으며) 승원 PD님은 교과서에 없는 걸 배우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말로 하나하나 알려주진 않지만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돼요. 아, 그리고 먹을 거에 대해서 전문가예요. 같은 음식도 더 맛있게 먹는 조합을 잘 알아요.
규선 〈72시간 소개팅〉 홍콩 편을 찍다가 팀원이 비행기에서 탈이 났다니까요. 탑승 기다리면서 그 친구를 데리고 공항에서 맛있다는 곳을 다 돌았거든요.
승원 두 명이 거의 10만 원을 썼어요.
〈72시간 소개팅〉에 이어 〈포포: 죽어도 사랑해(이하 포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요? 처음에 어떤 마음으로 기획했는지 궁금해요.
규선 이전 콘텐츠를 만들면서 정말 많은 사람과 미팅을 했는데, 자기 취향이나 추억을 말할 때 최근 몇 년 안의 경험에서만 말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긴 궤적을 다루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지구 멸망’이라는 콘셉트까지 나왔고요. 끝을 정해놓으면 삶을 돌아보게 되잖아요.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니 어느 정도 마음이 통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피드백이 있어요?
세영 오키나와 편을 만들면서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출연자 다운 님과의 대화를 통해서도요. 실제로 영상에 그런 댓글들이 많이 달렸는데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담담하게 다룰 수 있구나, 건강하게 털어놓을 수 있구나, 그런 반응을 볼 때 좋았어요.
규선 출연자분들이 작성하는 ‘엔딩노트’를 이번에 실제로 판매했거든요. 어떤 분이 그걸 엄마와 함께 작성했다며 DM을 주셨어요. 그런 생각은 못 해봤는데, 엄청 기뻤어요.
승원 저는···. 노래 잘 고른다는 댓글이 가장 뿌듯해요. 음악 선정을 제가 맡아요. 과장을 조금 보태면 하는 일의 50퍼센트 이상을 거기에 쏟고 있어요(웃음).
삿포로 편에서 혁오의 〈New Born〉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다가 케이크 촛불이 꺼지는 타이밍에 맞춰 끝나죠. 이런 것처럼 모든 장면에서 음악이 섬세하게 어우러진다고 생각했어요.
승원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해요. 음악은 저에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영상에 들어가는 음악도 평소 즐겨 듣는 곡들에서 골라요. 원래 걸으면서 음악을 들을 때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장면을 상상하는 편이에요. 완전히 몰입해서요. 그러다 보면 그려지는 장면이 있어요. 그렇게 떠오른 음악을 모아둬요.
승원 씨는 〈포포〉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하셨죠. 작사, 작곡에 보컬까지요.
승원 사실 이전에는 이런 작업을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대표님이 먼저 해보라고 하셨는데, 도대체 저에게서 뭘 보신 건지···.
뭘 보셨어요, 규선 씨?
규선 원이가 평소에 음악을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잘할 것 같았어요. 기존에 존재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포포〉를 떠올려 주셔도 감사하지만, 딱 저희만의 음악이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원래 팀마다 하나씩 앨범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여건이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래퍼 그냥노창 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희가 얼마나 자체 제작이었냐면, “악기 할 줄 아는 사람 손 들어!” 하는 식이었다니까요. 원이가 원래 기타를 조금 칠 줄 알아서 기타를 맡고, 저 자리 주인인 조나단 님 매니저인 유키 님이 베이스를 맡았어요.
세영 영화 〈스쿨 오브 락〉(2003) 같죠?
〈포포〉는 가공된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담아요. 그 점이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고요. 하지만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위험이 클 것 같아요.
세영 지금까지의 촬영을 돌아보면 둘만의 시간을 많이 갖는 커플이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더라고요. 그래서 둘이 어디 간다고 해도 그냥 보내줘요. 다음날 확 친해진 게 보이면 그게 더 기뻐요.
규선 리스크는 물론 크죠. 오키나와 편에서 다운 님과 재욱 님 둘만 갔던 야간 드라이브도 그랬고요. 저희가 따라붙으면 괜찮은 장면을 찍을 수는 있겠지만 마음은 찍을 수 없어요. 아무리 선수여도 그건 절대 못 찍어요. (승원이 장난 반 진심 반의 감동 받은 표정을 짓는다.) 왜, 좀 괜찮았어?
맞아요. 저도 그 야간 드라이브 장면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의 감정이 느껴졌어요.
규선 재욱 님이 먼저 제안했어요. 혹시 드라이브 다녀와도 되냐고. 다른 때 같으면 다음 일정도 있으니 안 된다고 할 텐데 그냥 다녀오라고 했어요. 둘만 가길 원했기 때문에 그런 케미스트리가 나오지 않았나 해요. 들고 간 카메라로 어떤 장면을 담아올지는 몰랐지만, 둘이서 나서는 뒷모습이 저희 시선에서 참 예쁘더라고요. 승원 저는 그림이 잘 안 담겨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영상은 결국 사운드나 음악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좋촬영 비하인드 이야기를 더 해볼까요? 계획에 없었지만, 현장에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면요?
세영 지금 떠오르는 건 오키나와 편 숙소 고양이예요. 숙소를 미리 알아보긴 했지만, 답사를 가지는 못했거든요. 가 보니 길고양이가 유난히 많은 동네였고, 앞집에는 밥을 챙겨주는 분도 계셨어요. 고양이들이 또 사람을 좋아해서 인터뷰하는데 막 들어오는 거예요. 덕분에 출연자분들이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촬영은 고됐지만 저희도 힐링했죠. 영상에 예쁘게 담긴 것은 물론이고요.
승원 저는 삿포로 편에서 준완 님과 진화 님이 처음 만날 때가 기억나요.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보는 장면이었는데, 처음에 진화 님이 잘못된 방향에서 내렸어요. 반대편이 아니라 준완 님이 기다리고 있던 쪽에서 전차가 선 거예요. 그래서 둘이 스치듯이 지나쳤어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승원 상대인 건 인지하지는 못한 채 얼굴을 봐 버린 거죠. 둘 다 속으로 ‘저 사람 괜찮다.’ 생각했대요. 그래서 다시 제대로 내렸을 때 좀 더 운명적인 만남처럼 영상에 담기지 않았나 싶어요. 좋은 우연이었던 것 같아요.
규선 저는 오키나와 편이 기억나요. 촬영 일정이 3박 4일이었는데, 당연히 미리 짜 놓은 계획이 있잖아요. 그런데 전날까지만 해도 멀쩡히 영업하던 식당이 갑자기 그날부터 휴업한다는 거예요. 일정이 꼬이긴 했지만 다운 님과 재욱 님이 하는 대로 개입하지 않고 놔뒀어요. 그러자 다운 님이 혼자 가봤던 돈가스 식당이 있다고, 거길 데려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곳도 하필 휴무였고요.
어떻게 가는 곳마다 그럴 수 있죠(웃음).
규선 그러니까요. 그런 아쉬운 순간들이 둘을 더 가깝게 만든 것 같기도 해요. 데려가고 싶었는데 못 간 곳, 같이 먹고 싶었는데 못 먹은 것…. 이런 것들이 다음을 기약하게 하잖아요. 다운 님이 마지막 날까지 그 말을 했어요. 돈가스 꼭 사주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실제 연애도 그렇잖아요. 아쉬움이 남아야 계속 생각나죠.
규선 맞아요. 그리고 계획이 틀어져서 먹고 싶었던 걸 못 먹게 되어도 같이 있는 사람이 좋으면 그런 게 별로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아요. 오키나와 편 촬영은 신기하게 누군가 밀어주는 것처럼 상황이 흘러갔어요. 숨겨진 제작진이 있나 싶을 정도로요(웃음).
그런 우연한 변수들은 준비를 통해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요.
승원 어떤 상황을 맞닥뜨릴지 모르니, 촬영 전에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변수가 생겨도 완성도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규선 이번 〈72시간 소개팅〉 사가현 편에서는 남자 출연자분이 공항에서 여권을 잃어버려 비행기를 놓치는 일도 있었어요.
세영 맞아요. 진짜 실제 상황이었어요.
와, 상상만 해도 아찔해요.
규선 나머지 팀원들은 다 일본에 넘어가 있는데 그분과 같이 오기로 한 PD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비행기 못 타게 됐다고. 도착 시간에 맞춰서 버스도 빌려놓고 이틀 전에 사전 답사도 했는데, 모든 계획이 10분 만에 다 날아갔죠. 승원 전부 “어떡하지?” 하면서 패닉 상태였는데 규선 대표님이 그랬어요. “너무 잘 됐는데?” 더 잘 찍히겠다고, 괜찮다고요.
규선 물론 저도 당황하긴 했어요. 하지만 사전 답사하면서 준비했던 게 조금 아쉬웠던 상태였거든요. 더 자연스럽게, 더 잘 어울리는 장소에서 찍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계획이 다 날아가 버리니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실제로 준비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왔고요.
준비를 철저하게 하되 통제 바깥의 상황은 즐겨버리는군요(웃음). 이번 호를 만들면서 재즈를 좋아하는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눴어요. 재즈에서 즉흥 연주가 멋지게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뮤지션들이 그 순간을 위해서 엄청나게 연습하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와 비슷하게 느껴져요.
규선 좋은데요? 앞으로 저희 장르 ‘재즈 펑크 러브’라고 해야겠어요.
원래 〈포포〉는 어떤 장르인데요?
규선 팀 안에서는 정해놓고 있는데, 저희끼리만 알아요. 펑크 러브? 러브 다큐?
승원, 세영 맨날 달라져요. 펑크 연애 리얼리티.
재즈가 붙으면 저에게도 지분이 있는 거네요.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단어로는 〈포포〉를 설명하기 부족한 것 같아요. 단편영화에 가깝달까요.
규선 진짜 감사한 말이에요. 안 그래도 우리 팀에서 영화도 찍고 싶어요. 올해 안에 나오는 게 목표예요.
기대할게요. 영화 이야기를 들으니 더 확신이 들어요. 저는 〈포포〉가 레코드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승원 동감합니다. 요즘은 콘텐츠를 너무 쉽게 ‘스킵’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근데 저희가 만드는 콘텐츠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봐야 그 매력이 배가 돼요. 레코드도 그렇죠. 스킵도 안 되고, 셔플 재생도 안 되니까요.
세영 맞아요. 또, ‘굳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는 점에서도 비슷해요. 아날로그 매체로 음악을 듣는 건 굳이 그렇게 하는 일이에요. 저희 영상도 일상에서 가볍게 보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굳이 한두시간의 시간을 내서 봐야 하죠. 그래서 퇴근하고 봤다는 댓글 보면 너무 감사해요. 일부러 시간을 내고, 저희 영상을 보는 데 쓴 거니까요.
영상에 목차와 그에 따른 소제목이 있는 것도 꼭 음반의 트랙 리스트 같아요.
규선 맞아요. 원이가 소제목을 정말 고심해서 써요. 그리고 인터뷰 시작할 때 테이프가 돌아가는 효과음을 넣기도 했어요. 삶을 다시 돌아보고 기록한다는 기획 의도와 연결되도록요.
승원 실제로 대표님이 사비를 써서 영상에 사용할 워크맨과 레코더를 구매했어요. 그런데···.
어, 왜 숙연해져요?
규선 (일동 웃음) 후반 작업에서 그 내용이 빠졌어요. 원래 계획은 카세트테이프에 두 분의 인터뷰 오디오를 전부 기록해서 촬영이 끝나면 선물로 드리는 거였거든요. 영상에는 안 쓰였지만 실제로 선물하긴 했어요.
세영 얼마나 열심히 녹음했다고요. 인터뷰 내내 녹음기사처럼 오디오를 따고. 그러다 테이프가 늘어나면 말이 ‘그으러언데에요오오….’ 이렇게 들리는데 웃음 참기가 진짜 어려웠어요.
규선 실수로 녹음 버튼을 안 눌러서 한 부분이 다 날아가 버리는 사고도 있었어요.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몇 분 몇 초인지 모르니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레코더 덕분에 촬영장이 낭만적이었죠.
〈포포〉를 만들면서 세 분이 서로에게 어떤 역할이 되어주었는지도 궁금해요.
세영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다 공감할 텐데, 끝이라는 게 없어요. 정답이 없고요.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 지점을 규선 대표님이 잡아주시는 게 정말 좋았어요. 제 판단이 빨랐으면 “이런 게 좀 더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 혹은 “이런 건 어때?”하는 식으로 제안해 주세요. 반대로 더디게 가고 있을 때는 “그냥 이렇게 끝내면 되겠는데?” 하고 명쾌하게 말해주시고요.
나 대신 명확한 판단을 내려주는 리더가 곁에 있으면 정말 좋죠. 규선 씨는 평소 피드백이 직설적인 편이에요?
규선 네. 절대 하면 안 되는 피드백이 “이거 재미없어.”라는데 저는 그걸 수십 번 말해요(웃음). 팀 규모가 작다 보니 촬영과 편집에서 역할이 분리가 잘 안되어 있거든요. 우리가 다 같이 만들고 있는 이야기니까 제가 편하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72시간 소개팅〉 초반 에피소드는 훨씬 더 적은 인원으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인원이 많아지니 다양한 시선에서 보는 사랑을 담을 수 있어요. 제가 나서서 말하지 않아도 제 생각보다 더 좋은 그림이 나오더라고요. 역시 마음 맞는 사람끼리 만드니까 좋은 콘텐츠가 나오는구나 싶었어요.
그게 결과물로도 느껴져요. 이 자리에 없는 팀원들은 어떤 존재예요? 짧게 소개해 주세요.
승원 일단 유찬 PD님은 한 마디로 탱커예요. 그리고 저희가 MBTI ‘P 유형’ 집단인데, PD님은 ‘J 유형’이라서 유연하게 저희를 컨트롤하고 시간 관리를 해줘요.
세영 혜랑 PD님은 정말 섬세해요. 먼지 하나, 머리카락 하나 있어도 “여기 머리카락 하나 떨어졌어요.” 할 정도예요. 없어선 안 되는 존재죠.
승원 희건 PD님은 기술적인 부분이나 AI 활용에서 도움을 많이 줘요. 저희가 일일이 매달리거나 애쓰고 있으면 코딩을 척척 하셔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요.
세영 그리고 작가님 두 분이 계시는데, 경원 작가님은 진짜 꼼꼼한 FM이에요. 저희가 풀어지면 “정신 차려.” 하는 식으로 붙잡아 주셔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연미 작가님은 팀에서 가장 젊은데, 출연자 분들과 라포를 잘 쌓아서 빠르게 친해지더라고요.
규선 촬영 끝나면 출연자분들이 전부 “더 찍고 싶다.” “더 여행하고 싶다.”라면서 아쉬워해요. 이 촬영 너무 행복했다고요. 그게 제가 제일 듣기 좋은 말이에요. 촬영이 쉽지가 않잖아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다들 끝나면 아쉬워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주는 게 우리 팀원들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이렇게 손발이 잘 맞는 팀은 처음이에요. 다 비주류밖에 없거든요(웃음). 비주류끼리 모이니까 시너지가 좋아요. 부족한 점도 서로 보완해 주고요.
그렇게 모여서 어벤져스가 되는 거죠. 앞으로 이 팀에서 만들 콘텐츠가 더 기대돼요. 여태 여행하며 만나는 사랑을 주로 담았는데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랑을 주제로 하는 건 어때요?
승원 일상 속 사랑, 저 진짜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연출이 중요해요. 카메라가 딱 도는 순간 바로 비일상으로 느껴지니까요. 출연자와 정말 많이 친해지고, 그들을 잘 속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규선 물론 어렵겠죠. 여행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빠르게 사랑에 빠질 수 있지만, 일상에서는 상대보다 다른 요소들을 더 많이 신경 쓰게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팀은 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포포〉의 다음 편을 찍게 된다면 어떤 부분에 변주를 주고 싶어요?
규선 살짝 스포하자면, 두 나라를 가보면 어떨까 해요. 환승센터라는 공간도 로맨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출연자분들에게 더 긴 시간, 긴 동선을 주고 싶어요. 그러면 또 어떤 재밌는 일들이 일어날까 기대돼요.
마지막으로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요?
규선 여러 형태의 사랑을 찍어보고 싶어요. 나이가 지긋한 분들의 사랑, 결혼한 분들 혹은 파혼한 분들의 사랑, 한번 상처받은 분들의 사랑, 이성애 너머의 사랑도요. 좀 느끼한 말이긴 하지만, 저희가 만드는 콘텐츠를 보고 용기를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좋거든요. 여기서 공개 모집을 해도 될까요? 연락 주세요(웃음).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네요.
규선 맞아요. 하지만···. 저희가 만드는 영화는 조금 다를 겁니다. 그것도 기대해 주시면 좋겠어요.
에디터 정지윤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