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에서 1층까지, 내 이웃의 집

10층에서 1층까지,
내 이웃의 집
<10/1>

방 밖이 타인의 공간이라는 인식은 장소의 개별성을 보장해준다. 그리고 그 인식은 한 건물에 누군가 함께 산다는 걸 잊게 만들기도 한다. 루마니아의 사진작가 Bogdan은 부쿠레슈티의 10층 아파트에 산다. 그는 궁금했다. 내 아래층에는 누가 살까. 똑같은 크기의 방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는 그 궁금증을 사진으로 옮겼다.

10층

10th floor, apartment 52, Bogdan Girbovan.

10층, 52호, 나.

9층

9th floor, apartment 47, Mrs. Bita, retired, living there since 1967, and by herself since 1996. Apartment owner. 

9층, 47호, Bita 아주머니는 47세로 1967년 이후로 이곳에서 지냈고 현재 퇴직했다. 1996년 이후로 혼자 살고 있다. 아파트 소유 중.

8층

8th floor, apartment 42, the Ene’s, retired, living here since 1967. He had been bedridden for several year. Apartment owners. 

8층, 42호, Ene는 42세로 1967년부터 이곳에 살았으며 현재 퇴직했다. 몇 년간 병상에 누워있다. 아파트 소유 중.

7층
7th floor, apartment 37, Ionut lives by himself and according to Mr. Cojanu Ilie (president of the apartment block)
“he’s some philanderer and has a hearing problem; a good lad nonetheless and will certainly let you take his photo.” Apartment owner. 

7층, 37호, 이 아파트의 대표자인 Cojanu Ilie에 의하면 Ionut는 혼자 거주하고 있다.
“그놈은 바람둥인데 청력에 문제가 있어. 그래도 좋은 놈이라 사진 찍는 건 동의해줄 거야.” 아파트 소유 중.

6층

6th floor, apartment 32, public figure, refused to give a name or appear in the photograph. Temporary lodger, as tenant. 

6층, 32호, 공인이라 사진에 이름을 쓰는 것을 거부했다. 현재 세 들어 살고 있다.

5층

5th floor, apartment 27, Mrs. Suhariuc Ioana, retired. Living here since 1967, and living by herself since 1982.
Together with the cat since 1989. Owner of the flat. 

5층, 27호, Suhariuc Ioana는 은퇴했고 1967년부터 이곳에서 살았다.
1982년 이후부터는 혼자 살았지만 1989년 후부터는 고양이와 함께 산다. 아파트 소유 중.

4층

4th floor, apartment 22, Don Lukas (did not give his name, preferring to appear under his alias),
recently returned from Spain, lives together with his girlfriend. 

4층, 22호, Don Lukas(그는 자신의 실명 대신 가명을 쓰는 것을 선호했다)는 최근에 스페인에서 돌아왔다. 여자친구와 함께 동거 중이다.

3층

3rd floor, apartment number 17, apartment for sale, owners living abroad. By courtesy of the apartment block
president, mister Cojanu Ilie, who has the key to the apartment, I managed to photograph the apartment,
and he agreed to appear in the frame under one condition: “I will not look into the camera… you know,
I’m the president of the apartment block, after all.” 

3층, 17호, 현재 임대를 위해 내놨다. 주인은 현재 외국에서 살고 있다.
예의상 아파트 대표자 대신에 Cojanu Ilie가 열쇠를 맡아주고 있는데, 간신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조건을 걸고 사진에 등장하는 것에 동의했다.
“나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지 않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어쨌건 지금은 내가 아파트 대표자잖아요.”

2층

2nd floor, apartment number 12, mother and daughter, two distinguished ladies (refused to make their names public).
The daughter, former athlete, travelled a lot, visited museums, moved in with her mother after her husband passed away. Apartment owners. 

2층, 12, 엄마와 딸, 뚜렷하게 다른 두 명의 여성이 살고 있다(역시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운동선수였던 딸은 여행을 많이 다니고, 박물관에 가고, 남편과 사별한 뒤에 엄마와 이곳에서 살게 되었다. 아파트 소유 중.

1층

1st floor, apartments number 7, a lady living by herself (refused to make her name public), retired, worked as a
banknotes designer before 1989. She’s been living here for 10 years. Apartment owner.

1층, 7호, 혼자 사는 한 여성(이름을 밝히는 것을 거절했다).
1989년 이전에는 지폐 디자이너로 활동했었지만 현재는 퇴직한 상태. 아파트를 소유 중이며, 10년 이상 이곳에서 살았다.

INTERVIEW
BOGDAN GIRBOVAN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사진 작업을 하는 시각 예술가입니다.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슈티Bucharest에서 살고 작업도 이곳에서 하고 있어요. 

<10/1>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 아파트 10층에서 2004년부터 살았어요. 2009년부터 2015년 동안은 비워뒀지만요. 저는 10층에서 1층까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매료됐어요. 처음엔 첫 번째 피사체인 저부터 시작했죠. 집에서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어요. 제 사진, 제가 없는 사진, 낮에 찍은 사진, 밤에 찍은 사진.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진지하게 인류학을 접하게 됐죠. 삶의 방식, 집을 정하고 꾸미는 일, 방에 이름을 붙이는 방법 등 다양한 관심이 생겼어요. 

자신을 찍은 후 처음 찍은 이웃은 누구였나요?
10층에 사는 저부터 순서대로 찍었어요. 저를 찍은 후 9층을 찍을 수 있었던 건 9층에 사는 여자가 도움을 청해서였어요. 현관문에 문제가 있었거든요. 그때 우연히 그녀의 방을 보았고, 저의 방과는 다르게 굉장히 개성이 넘치는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 일이 제겐 꽤 꿈같았어요. 그게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었고 8층으로 향하는 문이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9층의 그녀가 저보다 8층에 사는 사람을 더 잘 알 테니까요. 그리고 8층 사람은 7층 사람을 더 잘 알겠죠. 그런 방식으로 사진을 찍으며 내려가려고 했어요.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젊은 이웃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저를 약간 의심했거든요. 그리고 집에서 사진을 찍을 날짜를 잡기도 쉽지 않았어요. 총 열 장의 사진을 찍는 데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

서울에는 아파트로 이루어진 주거 지역이 많아요. 부쿠레슈티에도 이런 주거 형태가 일반적인지 궁금해요.
부쿠레슈티에도 굉장히 다양한 아파트가 있어요. 물론, 서울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요. 일반적인 집의 형태는 방이 두 개에 부엌과 화장실이 있는 아파트예요. 물론 화려하고 큰 아파트도 있죠. 하지만 60~70퍼센트는 10~11층 정도 되는 아파트로 이루어진 단지예요.

주로 쓰는 카메라는 어떤 것인가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카메라는 Bronica GS1라는 일본 카메라와 Agfa Optima를 사용했어요. 지금은 조금 더 큰 형태의 Chamonix와 Schneider렌즈를 써요.

<10/1> 작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나요?
사진을 통해 루마니아 사회를 해체해보고 싶었어요. 일종의 X-ray 다큐멘터리 같은 거죠.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의식하진 못해도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같이’ 살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제 이웃들이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혹시 프로젝트 후에 개인적인 변화가 있었나요?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바뀐 것은 없어요. 노인들은 이미 돌아 가셨거나 그럴 테죠. 젊은이들은 더 넓은 곳을 위해서 이사를 가거나, 이혼 후에 이곳으로 돌아오기도 했죠. 여름에는 많은 이웃들이 공원에 나가서 늦게까지 함께 앉아있기도 해요. 하지만 이건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다른 날에는 그저 자주 인사를 나눠요. “안녕, 오늘은 기분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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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현아

사진 BOGDAN GIRBOV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