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AROUND
WEE
SERIES
NEWSLETTER
SHOP
VILLAGE
발견담
요나 — 재료의 산책
《재료의 산책》 출간으로부터 7년.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가 장장을 나부끼며 우리 곁에 찾아왔다. 우리는 편의상 계절을 네 개로 나누지만 그 누구도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확언할 수 없다. 돌고 도는 계절의 고리 안에서 가장 맛있는 때를 찾아 고개 내미는 재료들을 살피는 일, 두 발로 제철 재료를 찾아 나서는 일이 어쩌면 재료의 산책이 아닐까. 책장을 함빡 채운 포토그래퍼 수인이 찍은 사진들에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담았다는 요나에게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에 깃든 이야기를 청했다. 무언가 벅차오를 것을 예감하면서. (미리 당부하건대, 이 책을 읽기 전엔 공복에 유의할 것!)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로 “사람들한테 전달하고 싶은 것”이 뭐였어요?
재료는… 정말 예뻐요. 그 아름다운 걸 기록하고 싶었어요. 사실 일상을 살아가며 한 가지 재료를 빤히 들여다볼 일은 잘 없잖아요. 보통은 바로 손질해서 요리하기 바쁜데, 마주 앉아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예쁘다는 느낌이 들어요.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면 기분이 맑아지듯이 채소 역시 그런 힘을 지니고 있어요. 채소가 가진 여러 형태와 향에서 받을 수 있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걸 잘 기록해서 누군가의 집에 놓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매일 보는 책은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손을 뻗어 펼쳤을 때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길 바랐죠. 그런 감각이 여러 방향으로 본인의 삶에 연결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로 제철 재료를 알게 되면서 계절을 인식하거나, 밥을 먹다가 책에서 본 채소 사진이 떠올라서 ‘나 지금 예쁜 거 먹고 있네.’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요. 지금만 기록할 수 있는 계절도 남겨놓고 싶었어요. 훗날엔 제가 기록해 놓은 것들이 과거의 산물이 될지도 몰라요. 여러 이유로 ‘옛날에나 먹던 채소’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재료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좀처럼 시도하지 못했고, 막상 시작해도 목표가 없으면 소홀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책으로 낸다고 생각하니까 의지가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포토그래퍼 수인이와 한 달에 한 번 만난다는 게 큰 원동력이 됐어요. 약간 채찍질 같은 느낌(웃음). ‘아, 맞다. 곧 수인이 오는 날이지.’ 하면서 무엇을 기록해 볼까 생각하는 게 즐거웠어요. 원고를 쓰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요리 과정이 아닌 요리할 때 감각을 전하고 싶던 거라 눈 감고 쓸 때가 많았어요. 수인이 사진을 보면서 떠올리는 거예요. ‘그 요리할 때 어땠더라….’ 중요한 역할은 사진이 하고, 글은 독자들이 제가 느낀 감각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덧붙이듯 써나갔죠.
즉흥이라면 맛을 상상할 수 없잖아요. 막상 하고 보니 재료와 조리법이 안 어울린다거나 맛이 없을까봐 걱정한 적은 없어요?
기본적으로 저는 맛있음을 추구하지 않아요. 제가 추구하는 건… 조화로움이려나요. 요리를 맛의 완성도로 따지면 요리하기가 힘들어져요. 목표를 두면 실패가 생기기 때문에 만족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사실 모든 채소는 생으로 먹어도 괜찮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몸에 잘 흡수시키고자 익히고 요리해서 먹는 거니까 전 그저 잘 익혀서 몸에 넣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요리해요. ‘입에 넣고 씹어서 몸의 일부로 만든다.’의 마음으로요.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도 별 다섯 개짜리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어요. 모든 재료는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재료인데 맛있는 요리, 맛없는 요리로 치부해 버리는 건 아쉬워요.
사실 제철에 난 재료라면 어떤 조리법을 입히더라도 맛이 산으로 가는 일은 없어요. 제철 재료들은 그때 가장 자연스럽게 맛이 좋은 상태거든요. 저는 요리할 때면 제철 재료를 보면서 ‘어떻게 먹고 싶지?’ 하고 상상해요. 그러다 보면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메뉴도 생기는데요. 그런 것도 거르지 않고 책에 담았어요. 독자들이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 를 보면서 상상을 하면 좋겠어요. 저는 작업할 당시 제 주변에 맴도는 애들을 잡아다가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리한 걸 기록해 놓은 거니까, 독자들은 자기 주변에 맴도는 제철 재료들로 원하는 조리를 곁들여 보셨으면 해요.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AROUND Club에 가입하고 모든 기사를 읽어보세요.
AROUND는 우리 주변의 작은 것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합니다.
에디터 이주연(산책방)
포토그래퍼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