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없이 흔적을 남기는 사랑

양윤아 — 비건타이거

어느 날엔 옷을 다 벗고 싶었다. 동물을 괴롭히지 않고 탄생하는 옷이 몇 없다는 말을 들은 날이었다. 처음엔 체온을 지키기 위해, 그다음엔 품위를 위해 인류는 옷을 입었다. 입다 보니 너무 당연해져서 이제는 생명이 희생된 옷을 아무렇지 않게 매일 입는다. 무고한 고통과 죽음을 차마 벗지 못한 채 산책을 나선 어느 날, 호랑이를 한 마리 만났다. 채식하는 호랑이 ‘비건타이거’란다. 동물을 해치지 않고 옷을 만들고 있다기에 이야기가 궁금해 호랑이를 따라 나섰다. 화려하고 멋진 옷을 입은 호랑이의 뒤태가 사뭇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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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타이거는 모피 동물의 고통을 종식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좀더 넓은 선택권을 주고자 ‘CRUELTY FREE’라는 슬로건으로 만든, 잔혹함이 없는 국내 최초의 비건 패션 브랜드예요. 모피뿐만 아니라 생명을 착취하여 생산된 소재는 사용하지 않죠. 비건타이거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직조하고 선정하여 디자인하며, 책임감 있는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어요.”

BORN TO BE WILD-코끼리

동물관광산업으로 착취당하는 동물에 관한 경각심을 뿌리에 두고 진행한 시리즈예요. 코끼리 트래킹, 코끼리 쇼, 호랑이와 사진 찍기, 돌고래 쇼 등의 이야기로 구성했죠. 이 로브는 코끼리를 모티프로 텐셀 모달을 사용해 디자인했어요.

BORN TO BE WILD-호랑이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제작한 타이거 프린트 셔츠예요. 앞 여밈 진주 단추도 비건으로 제작했죠.

모피 농장의 유령들

모피로 만들어지기 위해 착취 당한 동물을 모티프로 유령 패턴 제작해 시리즈를 구성했어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와 식물성 폴리에스터로 만든 원피스예요. 식물성 폴리에스터는 석유 대신 콩기름을 사용해서 제작했죠.

가장 먼저 이 질문을 해보고 싶었어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행복해지는 거요. 상대를 사랑하며 행복을 느끼고, 그런 제 모습을 또다시 사랑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사랑이 상대를 위하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진짜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에 빠진 기분과 내 주변의 모든 걸 사랑하게 돼요. 기분이 충만해지죠.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그런 충만함은 느낄 수 없어요. 

 

국내에서는 최초로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VEGAN TIGER’를 론칭하셨지요. 저는 그 뿌리가 사랑이었다고 생각해요. 오늘 천천히 사랑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우선 근황부터, 요즘 굉장히 바쁘시다고요. 

바쁜 와중에도 최고로 바쁜 시즌이에요. 보통 때는 디자인 라인을 점검하고, 샘플실이나 시장에 다니느라 바쁜데요. 지금은 패션쇼 준비 기간이어서 눈코 뜰 새도 없어요. 모델 선정, 스타일링 점검, 전체적인 착장 확인…. 요즘은 피팅 들어가는 시즌이라 모델과 만나서 어떤 옷이 어울릴지 미팅하고 확인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동시에 초대장과 홍보도 준비하고 있고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죠. 

 

식사는 잘 챙겨 드세요? 

아침은 굶고, 점심을 4시에 먹을 때도 있고…. 그래도 사무실이 있는 장충동은 비건 식당이 꽤 있어서 바쁘면 배달로라도 시켜 먹고 있어요. 오늘은 집에서 김치찌개 먹고 나왔어요(웃음). 

 

돌발 질문 하나 해볼게요. 지금 윤아 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언젠가부터 가치를 사업적으로만 생각하게 돼서 저한테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해 보려니까 기분이 묘해요. 첫째는 생명, 둘째는 꾸준한 실천, 셋째는 사명이에요. 저는 어쨌든 비건 패션 브랜드로서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사명이라는 건 성공이라고도 말해볼 수 있겠네요. 

 

국내에서는 최초로 생긴 비건 패션 브랜드예요. 2020년 대통령상 수상, 2021년 포브스 2030 파워리더 선정, 뉴욕 패션 위크 참여…. 이미 탄탄한 성공 궤도를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브랜드의 출발이 반려묘 ‘앙꼬’라고 알고 있어요. 

친한 친구와 함께 사는 고양이를 보면서 막연하게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어요. 희망사항 같은 거였는데, 그즈음 또 다른 친구를 통해 입양 절차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기회가 닿아 고양이를 입양했어요. 그렇게 만나게 된 고양이가 바로 앙꼬죠. 이 작은 고양이가 지닌 온기가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꿨어요. 앙꼬를 만나자마자 너무 사랑해 버렸거든요.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같이 살게 된 초반에는 악몽도 참 많이 꿨어요. 앙꼬를 잃어버리는 꿈, 아픈 꿈, 죽는 꿈…. 앙꼬를 만나기 전까지는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저였어요.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기에도 아까운 시간에 다른 생명에게 시간을 쏟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죠. 근데 앙꼬를 만난 후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내가 행복한 만큼 동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내가 이렇게 앙꼬 덕분에 행복한데 우리 앙꼬도 행복할까?’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마음이었어요. 

 

조심스럽지만… 앙꼬가 지금은 곁에 없다고 들었어요. 

3년 전에 급성 심장병이 왔는데, 입원한 지 사흘 만에 떠났어요. 엄청난 슬픔이었죠. 1년 내내 운 것 같아요. 낮에는 일해야 하니까 정신 차리고 있다가도 직원들과 헤어지면 차에 앉자마자 울고…. ‘사람이 이렇게 많이 울 수가 있구나.’ 싶었어요. 죽어서 앙꼬를 만난다는 보장만 있으면 죽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힘들었지만, 앙꼬가 죽던 마지막 날로 돌아가겠느냐 묻는다면 그러고 싶어요. 어떻게든 살아 움직이는 앙꼬를 보고 싶어서요. 앙꼬는 제 삶의 터닝 포인트에요. 지금의 저로 만들어 주었거든요. 그 이전의 저는 육식도 정말 많이 했고 멋 내는 걸 워낙 좋아해서 모피도 많이 입고, 희귀한 가죽 제품이 나오면 사 입던 사람이었어요. 

 

앙꼬를 향한 사랑이 진로도 바꿨지요. 패션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동물보호단체에 들어가셨다고요. 

저는 기분이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에요. 좋든 싫든 제 상태를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죠. 어릴 때부터 작은 불의만 봐도 바로 지적하고, 정정하고, 따지곤 했어요. 이전엔 그 주체가 저였다면, 앙꼬를 알게 된 이후로는 동물이 됐고요. 동물 방임, 학대…. 미디어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으니까 SNS에서 접하게 됐는데요. 주변에서 동물 학대가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더라고요. 특히 2010년 구제역 사태가 결정적이었죠. 가축이 390만 마리나 살처분됐어요. 너무 안타깝고 슬펐어요. 우리 인간은 억울한 일이 생기면 광장에서 촛불이라도 들고, 탄원서라도 쓰고, 안 되더라도 어떻게든 표현을 할 수 있는데요. 동물은 인간이 대변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좁고 더러운 케이지에서 태어나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도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때 생각했어요. ‘아, 내가 대신 싸워주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동물보호단체에서 동물 학대 담당자로 구인 공고가 난 거예요. 큰 고민 없이 지원했어요. 제 적성에 너무 잘 맞았어요. 매일 비슷한 전화가 엄청나게 걸려오는데 한 번도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거든요. 

 

어떤 전화가 와요? 

동물 학대 신고 전화, 개장수를 만났다는 전화, 구조 요청 전화…. 동물을 위해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모든 연락에 정성껏 임했어요. 제가 지키고자 하는 생명이 고통받는다는 제보는 화나고 슬펐지만, 그걸 없애는 일을 하고 있다는 데서 사명을 느꼈죠.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하면서 또 한 번 삶이 변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 컸지 실천하는 건 크게 없었거든요. 채식 생활도 동물보호단체에 있으면서 시작됐어요. 근무 시간엔 채식하는 게 단체의 원칙이었거든요. 밥해 주시는 분이 계셔서 어렵지 않게 맛있는 채식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불편한 실상을 접하는 게 힘들지 않았어요? 

힘들지만 알아야 한다고, 제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많은 걸 알게 됐죠. 반려동물 학대뿐만 아니라 축산업, 패션 산업… 다양한 업계에서 동물을 해하는 활동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어요. 인간이 편하고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 어떤 생명은 계속 착취당하고 있던 거죠. 아무래도 저는 패션 업계에 있던 사람이니까 패션 산업 기반으로 자료 조사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막연하게 모피 문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제가 아는 것 이상으로 착취가 너무 많더라고요. 그간 생각 없이 소비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 착취를 낳은 건지 생각하고 반성하게 됐어요. 해결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털이나 가죽을 사용한 겨울 의류만 조심해 왔는데, 또 어떤… 착취가 있나요? 

일례로 양털이 있죠. 처음에는 저도 양털은 깎는 거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근데요, 양털을 깎을 때 반려동물 털 깎듯 어르고 달래면서 찬찬히 깎는 게 아니거든요. 산업화되어 있는 일이니까 노동자가 채취한 만큼 일당을 받는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과정이 굉장히 폭력적이죠. 무턱대고 양털을 얻으려고 양한테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빈번하고, 그러다 골절이나 상처가 나는 일도 많아요. 쭈글쭈글한 털은 깎기 어려우니까 살점까지 깎아내는 일도 있고요. 그렇게 몇 번을 채취하고 가치가 없어지면 양들을 배를 태워 보내요. 한 달 동안 커다란 컨테이너로 이송되는 양의 마릿수만 해도 어마어마하죠. 

 

그 양들은 어떻게… 돼요? 

양고기로 소비돼요. 이미 양모 채취 과정에 존재하는 사이클이죠. 그런 걸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착취 없는 옷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정말 없는 건가요? 

윤리적으로 채취할 수 있는 소재도 비윤리적으로 접근하거든요. 실크도 그래요. 고치 안에서 누에가 탈피한 다음 채취해야 하는데 고치 안에 누에가 들어 있는 채로 삶아서 뽑아내요. 우리는 나방이 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가 없으니까요. 물론 한참 빠르게 산업화되던 시대에는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인간 문명이 발전해 온 과정이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되잖아요. 식물성 소재도 개발되었고, 수많은 섬유공학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합성 소재도 많은데 굳이 우리가 이 시대에 이런 소재를 이렇게 폭력적으로 사용해야 하나 싶은 거죠. 여전히 그 시점에 머물러 있는 건 우리가 이 시대에 짚신을 신고 마차를 타고 다니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은 윤리적으로, 양에게 고통을 가하지 않고 양털을 채취하는 농장도 있어요. 사람들이 지적하면서 문제가 대두된 덕분이겠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산업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대체 소재를 만들 수 있고, 좀더 윤리적인 방법으로 동물성 소재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물론이죠. 조금만 노력하면 대체재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는데 굳이 생명한테 고통을 줄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비건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비동물성 소재로 옷을 만들자고 생각한 거죠.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하다 보니 활동가 친구가 많았는데요. 그 덕에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다만 그런 친구들도 제 브랜드가 이런 분위기일 줄은 예상 못했죠(웃음). 이렇게 패턴과 색이 많기보다는 천연 염색된 내추럴한 이미지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물론 지인이 아닌 사람들은 공격적인 반응도 보였죠. 초반에는 몇몇 플랫폼에서 크라우드 펀딩도 여럿 했거든요.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공간이다 보니까 ‘동물 팔아서 마케팅한다.’, ‘넌 그럼 채소만 먹고 사냐, 채소는 안 불쌍하냐.’는 식의 이야기도 많았어요. 그러다 인식이 확 바뀌는 일이 있었지요. 4대 패션 위크에서 ‘퍼 아웃Fur Out’을 실천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했거든요. 명품 브랜드에서 지속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사람들 인식이 비로소 변한 것 같아요.

반가운 일이지만, 국내에는 비동물성 소재를 만드는 곳이 많지 않다고 들었어요. 작업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비건타이거는 100퍼센트 식물성 레더만 사용하는 건 아니에요. 합성 소재나 인조 소재가 섞인 것도 많이 쓰거든요. 비건타이거를 론칭하고 처음 3-4년 정도는 식물성 소재가 거의 없었어요. 초반엔 파인애플 레더 같은 게 나왔는데, 가방이나 소품을 만들 정도의 적은 양이었거든요. 그러다 지속가능한 패션, 비건 패션이 화두에 오르면서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 발생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때 식물성 레더가 본격적으로 출현했죠. 그 이전에는 외국에 아무리 오더를 넣어도 응답을 못 받기 일쑤였어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같은 경우엔 원사만 1만 톤 이상을 구매해야 한다는 원칙 이 있기도 했고요. 특히 겨울 소재를 구하기가 힘들었죠. 울 느낌의 포근한 소재를 찾고 싶은데, 울이 들어가지 않은 소재가 없었어요. 꼭 1퍼센트, 2퍼센트라도 울이 섞여 있더라고요. 지금도 겨울 소재에서 울이 안 섞인 걸 찾는 건 힘들어요. 한번은 시장에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원단을 발견했는데, 판매자 말로는 울이 안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원단으로 샘플도 만들고 작업도 거의 마쳤는데요. 저는 직접 제작한 원단이 아니면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원단 시험 검사를 하거든요. 원단 세척 방법이나 소재 혼용률을 알기 위함인데, 판매자 말과 달리 울이 섞여 있는 거예요. 전량 반납했어요. 

 

대체 소재가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게 문제겠네요.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연결 고리가 생겼어요. 한번은 밀라노에서 지속가능한 패션 전시가 열린 적이 있어요. 아시아 최초로 초대받아 다녀왔는데, 그때 소재 회사나 외국의 비건 패션 브랜드를 알게 돼서 소통을 이어가게 됐거든요. 그 이후로 멕시코에서 선인장 레더도 나오고 점점 식물성 소재가 많아지기 시작했죠. 그래도 사용이 쉽진 않아요. 멕시코에는 선인장이 많아서 선인장 레더가 좋은 대체재가 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려면 수입 비용이 발생하잖아요. 저도 선인장 레더로 재킷이나 코트를 만들어봤는데, 소비자 부담이 너무 커서 지속적으로 제작하긴 어렵겠더라고요. 국내에도 이런 생산 라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알아봤더니 한지 레더를 만드는 업체가 있더라고요. 아직 패션 산업에 도입할 단계는 아니어서 인조 가죽 하시는 대표님께 한지를 실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글로벌적으로 비건 소재가 각광받고 있다고, 지속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득한 끝에 함께 개발을 시작했죠. 그렇게 완성된 실은 강직도를 위해 한지 90퍼센트, 나일론 10퍼센트를 섞어 만들었어요. 한지 레더로 비건타이거의 제품을 제작했고, 우리 브랜드 느낌을 살리고자 에코 라미네이팅을 더해 친환경 기준에 부합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2년 전부터 비건타이거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아이템이죠. 이번 파리 출장 때 한지 레더 제품을 갖고 다녀왔는데 해외 반응도 좋더라고요. 지금 입고 있는 이 코트도 한지 레더로 만든 거예요. 

 

네? 이게 한지예요? 

네(웃음). 가볍고, 가죽 같지만 동물 소재가 아니어서 더 만족스러워요. 

 

제가 생각하는 그 한지가 맞죠? 종이. 

맞아요. 닥나무에서 나오는 거니까 닥나무 레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저는 한지 레더라고 하는 게 친근하고 좋더라고요. 

 

노력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대체할 재료를 개발할 수가 있는 거군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는 해요. 저는 제가 비건 패션의 선두에 있다고 생각해요. 비건 브랜드의 모티프이자 롤모델이 되었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선인장 레더를 제작하기 시작한 한 국내 업체의 전화를 받았어요. 선인장 레더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는 비건타이거에 가장 먼저 연락해 주신 거죠. 그런 걸 보면서 이젠 좋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는 걸 느껴요. 지금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힘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거든요.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가 행복하게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첫 질문에 “내가 행복해지는 게 사랑”이라고 하셨지요. 사랑을 계속 간직하면서 비건타이거를 해나가는 거네요. 

그러네요(웃음). 사실 완벽한 비건 패션을 이어나가려면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해요. 비동물성 재료를 사용하는 건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도 친환경 기준에 맞아야 하죠. 그런데 공정 무역에서 친환경 과정을 다 지키려다 보면 절차가 너무 복잡해지거든요. 그러다 보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늘고, 결국 제품은 산으로 가게 될 거예요. 저는 강력한 기준을 하나 두었어요. ‘학대받는 동물이 없는 패션.’ 그래서 합성 소재도 사용하고 페이크퍼도 쓸 수 있는 거죠. 완벽한 비건 패션을 지향했다면, 합성 섬유나 화려하게 염색된 재료도 쓸 수 없었을 거예요. 가끔 비건타이거를 완강한 친환경 브랜드로 생각하는 분들에게 “왜 이런 소재를 쓰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그래서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비건타이거의 목표는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를 종식시키는 거예요. 

 

확고한 기준 덕분에 비건타이거의 매력이 더욱 굳건해지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 비건이란 단어에는 수수하고 소박한, 색이 없는 것들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비건타이거는 눈에 띄게 화려하잖아요. 

비건은 색이 없고 수수하기만 한 게 아니에요. 아직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경험치가 많지 않아서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채식도 초반에는 생식처럼 인식됐어요. 아무것도 가공하지 않은 식단만이 채식이라는 오해가 있었죠. 패션 영역에선 비건 패션이란 개념조차 생소했잖아요. 아마 비건 패션이라고 하면 지금도 오가닉 코튼으로 만들어진 옷을 떠올리는 분이 많을 거예요. 결국 심플하고 정제된 옷이 가장 먼저 상상되는 거죠. 그러나 이건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비건타이거로 다양함을 보여주고 싶어요. 비건 패션을 선택해도 디자인, 패턴, 색감,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거죠. 어느 하나의 기준이나 이미지를 만들고 싶진 않아요. 사실 저는 타인에게 강경한 비건은 안 좋아하거든요(웃음). 

 

어? 안 좋아하는 비건도 있어요? 

강건한 비건인 한 명보다 한 끼 채식 지향하는 여러 명이 훨씬 나은 방향이라고 믿어요. 그거야말로 행복하게 지속적으로 실천할 방법이거든요. 저는 비건타이거를 비동물성 소재로, 제 취향대로 디자인해 나가면서 강렬하게 메시지를 담아 보여주고 싶어요. 

 

메시지 하니까 생각나는데, ‘모피 농장의 유령들’ 컬렉션 정말 좋았어요. 패턴은 패턴대로 귀엽고, 메시지는 메시지대로 좋았거든요. 

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컬렉션이에요. 그 패턴을 디자인할 때 저희 고양이가 떠나기도 했고…. 반려동물이 우리 곁을 떠나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모피 농장에서 죽은 동물도 평화롭게 무지개다리를 건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워낙 컬트적인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 쪽으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친 거기도 하죠. 제가 모피 농장의 동물이라면 그냥 못 떠날 것 같았거든요. <전설의 고향>에서 원혼이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동물들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억울한 마음에 떠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에 ‘핼러윈엔 왜 사람 유령만 만들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재미 삼아 동물 유령을 스케치해 두었는데, 그 아이디어를 모티프 삼아 모피 농장의 유령을 만든 거죠. 다만, 이 이야기가 대중에게 너무 심각하게 전달되지 않기를 바랐어요. 옷은 매일 입는 건데 너무 폭력적이거나, 너무 슬프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오히려 누군가 “그 옷 귀엽다!” 했을 때 모피 농장의 유령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비건타이거 옷을 입은 사람이 하나의 메신저가 되는 것이 제가 원하는 바예요. 그래서 시즌마다 그런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보려고 해요. 

 

아무리 바빠도 동물권 이슈에서 관심을 놓을 수 없겠네요. 

맞아요. 알고 나면 고민해야 할 것도 많으니까요. 환경, 동물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고 활동가랑 이야기도 많이 나눠요. 원래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데 들으려고 더 노력하다 보니까 어떻게 풀면 좋을지 계속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동물 친화적인 내용을 동물 디자인으로만 풀면 다소 유치해지거든요. 컬렉션을 준비하는 시간 중에서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디자인에 적용하는 과정이 제일 오래 걸려요. 그러면서 이제 제가 그릴 게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동물 학대, 고통… 그런 소재가 사라져서 제가 더는 전할 메시지가 없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도 계속 고통받는 동물이 있으니까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이런 메시지를 전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면, 그저 좋은 소재로 오래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꼭 그런 날이 오면 좋겠어요. 요즘은 또 어떤 이슈에 집중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 만든 단편 <랄프를 구해줘Save Ralph>를 봤어요. 짧은 다큐멘터리인데 토끼 인형이 나와요. 그 친구 이름이 ‘랄프’죠. 그 토끼의 직업은 인간을 위해 동물 실험을 당하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한쪽 눈은 실명되고…. 그런데 랄프는 그게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간은 문명을 이룬 훌륭한 존재니까 동물이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서 또 실험실로 출근해요. 동물 실험, 특히 화장품 분야에서는 정말 필요 없거든요. 저는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것들이 최소화되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올해는 실험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컬렉션에 담았어요. 토끼 귀에 483이라는 글자를 적었거든요. 지금은 우리나라도 화장품 동물 실험이 없어졌지만, 지난해 희생당한 동물이 483만 마리래요. 상징적으로 새겨둔 거죠. 그리고 토끼에 안대를 그렸는데요. 디자인 요소로만 보면 키치해 보이겠지만 비건타이거에서 만든 거니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 메시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비건타이거에 패션으로 접근한 사람이 메시지를 이해하고 체화하면 베스트겠네요. 

맞아요. 론칭 1-2년 차에는 비건이나 동물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그러다 유통을 하기 시작하면서는 구매자의 80-90퍼센트가 일반 소비자가 되었죠. 좋아하는 옷을 샀을 뿐인데 브랜드 메시지가 비건이고 동물 친화적이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걸로도 선한 소비를 할 수 있네.’라는 걸 경험하게 했다는 게 기뻐요. 처음 유통을 시작했을 때 좋은 기회로 압구정과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팝업을 열게 됐는데 생각보다 기성세대 반응이 긍정적이었어요. 사실 기성세대는 혼수로 밍크를 받고, 모피가 부의 상징인 세대잖아요. 압구정 지점은 특히 어느 정도 소비력이 있는 소비자들이 모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걱정이 있었는데 굉장히 긍정적이더라고요. 집에 모피가 많은데 요즘은 입고 나가기 조금 쑥스럽더라는 반응도 많았고요. 젊은 친구들 눈총이 따갑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 피드백이 반가웠죠. 외국에 있는 자녀에게 따듯한 옷을 보내주고 싶은데, 외국은 동물 친화적인 시각이 두드러지니 비건 제품으로 의류를 보내고 싶다면서 찾아오신 분도 계셨죠. 이미 모피를 충분히 경험하신 분들이 그런 피드백을 주시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사실 비건이라고 하면 패션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패션이 비건을 소비하게 하는 데 좋은 카테고리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한순간에 식습관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아요. 식욕은 즉각적인 욕망이기 때문에 한 번에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그러니까 최소한의 실천이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좋죠. 그런데 패션은 선택할 수가 있잖아요. 사실 저는 흉내만 내는 비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흉내만 내는 비건이요? 

흉내라도 낸다는 건 그게 멋져 보이니까, 좋아 보이니까 그런 거잖아요. 채식만 해도 그래요. 어떻게 처음부터 완벽하겠어요. 실수할 때도 있는 거고, 흉내만 낼 수도 있는 거죠. 작심삼일이면 어때요. 작심삼일 열 번이면 30일인걸요! 뭔가를 실천하려고, 해보려고 노력하는 마음만 있다면 다시 할 용기도 금세 생긴다고 생각해요. “나 이거 옛날에 실천한 적 있는데, 다시 해볼까?” 어떤 시도든 좋은 방향이라면 긍정적인 거니까요. 

 

요즘은 크고 작은 기업도 친환경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죠. 그린워싱이라는 말도 있지만, 친환경을 표방한다는 데서 희망을 보는 거네요. 

요즘 워낙 바쁘게 지내고 있어서 어떤 비건 제품이 나왔는지, 어떤 브랜드가 어떤 실천을 하는지 정보를 접하는 속도가 너무 느려요. 반성하게 되는데요. 이번 패션 위크를 준비하면서 보니 패션 업계에서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저희도 제품을 넘어 브랜드 안팎으로 비건타이거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스태프 밀을 비건식으로 준비하고, 저희 제품에 매치하는 액세서리, 가방도 모두 비건으로 선택하거든요. 신발도 비건 아니면 안 되고요. 요즘은 특히 이런 행보에 동참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지금 저희 신발을 제작해 주시는 분들은 원래 수제화를 만들던 분들인데요. 수제화는 공이 많이 들어가고 단가가 높으니까 퀄리티를 위해 가죽을 많이 선택해요. 저희는 비건 소재를 사용해 달라고 부탁드리는데, 사실 아무리 장인분들이어도 익숙하지 않은 소재는 어려워하세요. 근데 그 까다로운 과정을 다 이겨내고 협업해 주시는 걸 보면서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느끼죠. 여태 동물성 소재를 쓰시던 분들도 비건 소재로 새로운 공정을 거쳐 저희 쇼를 도와주시기도 하고요. 이제는 비건이라는 키워드가 긍정적으로 확대되는 것 같아요. 실천하고 싶게 만드는 카테고리가 된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요. 

 

이랑, 김사월… 《AROUND》와 가까운 아티스트를 비롯해서 유재석, 이효리, 현아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비건타이거를 선택하고 있어요. 

한 번도 비용 들여서 스타 마케팅을 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이효리 님은 원래 동물성 소재는 협찬을 안 받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처럼 비건 패션 브랜드여서 선택된 경우도 있겠지만,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 선택하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이제는 진짜 모피를 입고 미디어에 노출되면 부끄러워지는 시대잖아요. 우리나라 스타들도 이런 부분에서 좀더 조심스러워지고 경각심이 생긴 것 같아서 기뻐요. 비건타이거가 선택되었다는 것도 그렇고요.

다음 주에 쇼가 있다고 했죠. 이번 메시지는 뭐예요? 

2023년 쇼 전체 콘셉트가 ‘LOVE & PEACE’예요. S/S컬렉션을 러브앤피스로 잡고 좀더 확장된 개념으로 접근하려고 해요. 비건타이거도 채식하는 호랑이, 안 어울리는 개념을 이중적인 메시지로 연결한 거잖아요. 예전에 우리는 털옷이라고 하면 동물 털, 가죽옷이라고 하면 동물 가죽을 떠올렸어요. 그런데 지금은 여러 브랜드에서 비동물성 털옷, 가죽옷을 선보이고 있어요. 이런 이중성을 담아서 ‘노 퍼레이드No Furade’라고 이름 붙였어요(웃음). 

 

네이밍이 마음에 들어요(웃음). 일각에선 그런 이야기도 있어요. 페이크퍼로 아름다운 옷을 만들면 오히려 진짜 모피를 사고 싶게 만드는 역효과를 낸다고요.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건 패션을 소비하지 않는 분들 의견이에요. 너무 활동가적인 시선이죠. 누군가 입은 옷이 멋져 보여서 따라 사고 싶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럼 그 옷을, 브랜드를 찾아보게 되지 않나요? 자연스럽게 그 옷이 페이크퍼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더불어 그 브랜드가 어떤 목적으로 페이크퍼를 썼는지도 알게 될 테고요. 저희가 제품을 더 사고 싶게, 따라 입고 싶게 만든다면 오히려 비건타이거의 메시지를 잘 전하게 될 거라고 믿어요.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아봤는데 메시지가 동물 친화적인 브랜드라면 더욱 호감이 생길 것 같아요. 그럼 이 질문으로 오늘 대화를 마무리해 볼게요.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나이키 로고를 알 듯, 지구인이 비건타이거 옷을 한 벌씩은 가진 시대가 온다면… 어떤 것들이 변해 있을 것 같아요? 

너무 황홀한 질문이에요. 잠깐만요, 이 황홀한 기분 조금만 더 누릴게요(웃음). 모든 사람이 비건타이거 옷을 하나씩 가진 날이 온다면… 그땐 어떤 물건이든 내가 지닌 이것이 어디서 왔고, 나한테로 와서 어떻게 쓰이며, 나중에 어떻게 될 것인가를 좀더 생각하게 되는 시대일 것 같아요. 무분별한 소비보다는 가치 있는 소비가 이루어지는 세상이 오겠지요. 

 

비건타이거는 계속해서 가치를 전하는 브랜드가 될 테고요. 그날을 위해 앞으로는 어떤 일들을 해나갈 계획이에요? 

지금보다 더 잘돼서 세상에 한 획을 긋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제가 성공하면 더 많이 돕고, 더 많이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초심을 잃지 않고,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는 옷을 만들 거예요. 가끔은 끔찍한 생각이 들기도 해요. 훗날 해양 생물 몸에 제가 만든 라벨이 휘감겨 있으면 어떡하나, 후세대가 바닷속에서 비건타이거 라벨을 발견하면 어떡하나…. 제가 아무리 생분해 비닐을 사용하고 동물 친화적으로 옷을 만들어도 이런 일까지 막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혹시라도 놓치는 부분은 없을까 늘 생각하고 더 고민하게 돼요. 미래에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 집중해서 해나가고 싶어요. 세상엔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우리 마음엔 흔적을 남기는, 그런 브랜드가 될 거예요.

비건타이거 사무실을 둘러보는데 옷이 아닌 것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윤아 씨는 이불처럼 쌓인 그것을 가리키며 원단 자투리라고, 매 시즌 옷을 만들고 남은 것들을 남겨둔다며, 관리가 어려워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싱긋 웃는다. 비건타이거는 무엇 하나 허투루 하는 일이 없다. 모든 손길에 사랑이 녹아 있는 덕택일 테다. 별생각 없이 만든 원단이라면, 의미 없이 디자인한 패턴이라면 두고두고 다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 자그마한 정성이 모여 무고한 죽음을 지우고, 시시한 자투리가 사랑을 입고 오늘 더 근사해진다. 채식하는 호랑이는 계속해서 앞장설 것이다. 모피 농장의 유령을 기리고, 동물과 인간이 나란히 살아갈 터전이 좀더 빠르게 마련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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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