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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집들이에 초대합니다
화가들의 집들이에 초대합니다
Carl Larsson, Das Sonnnenhaus, Lilla Hyttnäs, 1890
“아무리 애쓰거나, 어디를 방랑하든, 우리의 피로한 희망은 평온을 찾아 집으로 되돌아온다.”
아일랜드의 소설가 올리버 골드스미스Oliver Goldsmith는 집의 소중함을 위와 같은 문장으로 이야기했다. 시끄러운 세상을 살다 고요한 나의 집으로 돌아와 내 마음을 보듬어주는 곳, 내 몸 하나 뉠 수만 있는 작은 공간일지라도 주변 모든 것이 나와 적합하게 꾸며진 곳.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집이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여행지라도, 우리는 ‘집’이라는 돌아올 곳이 있기에 그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은가.
인류가 집을 지은 지는 1만 년 남짓이 되었다. 아주 옛날 우리는 동굴과 숲속을 집 삼아 지냈고,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며 한곳에 정착해 살면서 지붕을 만들고 벽을 만들었다. 오랜 시간 인류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족이 함께 부대끼며 삶을 틔우는 곳이 바로 집이다. 화가들 역시 집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남겼다. 화가들의 그림을 보다 보면 그들의 삶을 알게 된다. 삶을 알게 된다는 것은 그들이 어디서 누구와 살았고, 어떻게 지냈는지도 알게 된다는 뜻이다. 그들의 그림을 통해 집을 엿보았다. 만나지 못하는 시대에 태어나 살다 갔지만 그림이 ‘화가들의 집들이’를 대신해줄 것이다.
Carl Larsson, getting ready for a game, 1901
이케아IKEA의 정신적 모토가 된 스웨덴 화가
‘칼 라르손’의 집
어린 시절을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한 남자에게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과 아름다운 집을 갖는 것은 염원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림을 잘 그리던 그는 삽화 일과 수채화 작업을 하면서 돈을 모았고, 같은 일을 하던 여성 화가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1888년 부부는 장인어른이 물려주신 순드본Sundborn 숲속의 작은 오두막에서 살게 된다. 둘은 함께 이 집을 여러 번 고치고 꾸미며 이상적인 보금자리를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자신들의 집에 ‘릴라 히트나스Lilla Hyttnäs’ 라는 이름을 붙였다. 8명의 자녀가 순차적으로 태어남에 따라 상황에 맞추어 집을 확장하거나 다시 개조하고 필요한 가구들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화가인 그의 작업은 삶의 공간을 가족과 함께 창조하면서 회화에서 인테리어, 건축까지 넘나든다.
그는 자신이 꾸민 집의 풍경을 그린 수채화집 《우리 집》을 출판해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부부가 DIY식으로 만든 가구와 인테리어는 책을 통해 스웨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그들의 집 릴리 히트나스는 유명해졌다. 특히 1909년 독일에서 《햇빛 속의 집Das Haus in der Sonne》이 출판 3개월 만에 44만 부가 팔릴 정도였으니 그 책의 인기는 요즘으로 치면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스웨덴의 화가 칼 라르손Carl Larsson의 이야기다. 칼 라르손은 평생을 수채화가이자 삽화가, 벽화가이자 가구 디자이너로서 활동했고 그와 그의 부인이 직접 가구와 소품을 디자인하고 만들었던 과정은 스웨덴의 ‘예술 수공예 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의 핵심이 됐다. 가정에서 시작된 진솔한 스토리가 삶과 연결되어 예술이 된 것이다.
칼 라르손이 손수 고치고 꾸민 집을 보면 문득 우리가 살고 있는 모두 똑같은 형태의 아파트와 비교가 된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편리함을 얻은 대신 영혼을 잃은 듯하다. 여름이 오기 전에 햇빛이 좋은 휴일이 되면 우리 집 구석구석을 매의 눈으로 살펴봐야겠다. 네모반듯한 아파트에 살고 있을지라도 어딘가를 고치고 매만져 조금 더 온기 있는 집으로 가꿔야겠다. 화가 칼 라르손이 그랬던 것처럼.
Vilhelm Hammershøi, Interior from Strandgade with Sunlight on the Floor, 1901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덴마크의 화가
‘빌헬름 함메르쇼이’의 집
‘한없이 조용하고 한없이 여유롭다.’
덴마크의 코펜하겐 출신인 화가 빌헬름 함메르쇼이Vilhelm Hammershoi의 그림 속 집을 보면 느끼는 생각이다. 함메르쇼이는 늘 자신이 살던 코펜하겐 스트란드가의 30번지 집 안 풍경을 주제로 삼았다. 그의 부인 이다Ida를 그림 속 뒷모습의 여인으로 등장시키는 것까지 그의 그림은 대부분 비슷한 느낌이다. 함메르쇼이는 집의 벽과 천장은 회색으로 통일하고, 가구들은 거의 없이 단순하게 꾸몄다. 그리고 그림으로 집 안 곳곳을 담았다. 그의 그림은 회색에서 검정으로 가는 다양한 단계를 보여준다. 마치 세상에 이렇게도 많은 무채색이 존재했다며 우리에게 알려주는 듯하다. 햇빛이 귀하고 겨울이 긴 북유럽의 사람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일찍부터 집 안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집을 아름답게 해주는 디자인의 조명과 의자, 소품들의 고향은 대부분 북유럽의 브랜드가 많다. 함메르쇼이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베니 안데르센Benny Andersen이 곡을 붙여 부르기도 했던 덴마크의 시 〈스반테의 행복한 하루〉가 떠오른다.
‘봐, 곧 햇빛이 날 거야. 붉은 태양과 기우는 달. 그녀는 나를 위해 샤워를 하네. 함께 있기엔 좋은 사람인 나. 이게 우리가 가진 전부이기 때문에 삶은 살 만해. 그리고 커피는 아직 따뜻하지.’
화가 칼 라르손과 빌헬름 함메르쇼이가 그린 집 안 풍경을 보며 집에서의 소박한 일상에 행복을 느끼는 귀중함과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음미하는 삶의 중요함을 본다. 〈스반테의 행복한 하루〉 속 이야기처럼 안락한 집 안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라면 힘들어 지쳐 포기하고 싶다가도 삶은 꽤 살아볼 만한 것이 된다.
Vilhelm Hammershøi, Interior with Young Woman from Behind, 1904
에디터 김현지
글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