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거야

내 이름 부르지 마

혼자 있을 거야

내 이름 부르지 마 

그 애는 혼자였다. 그림자처럼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했고, 혼자만의 시간을 사랑했다. 타인과의 교집합을 가지지 않는 것,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가 되지 않는 것, 그래서 지금처럼 그림자의 삶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아이의 목표기도 했다. 소녀는 언제나 속으로 생각했다. ‘내 이름 부르지 마!’

나는 지금의 내가 좋아. 혼자 있는 내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어.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거나 그 사람들의 기분이나 상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거든. 나는 그림자야. 그림자의 삶이란 아주 근사하지. 진정한 자유의 형태야말로 그림자 생활이지 않겠어?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으니까 쓸데없는 곳에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없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주야장천 하며 지낼 수 있어. 그래서 어제는 그림을 열 개나 그렸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어떻고? 맛있는 솜사탕이나 케이크도 혼자 독차지해서 먹을 수 있는 걸. 외롭지 않냐고? 아니야, 나는 외롭지 않아. 퍼즐 맞추기 신기록도 혼자 하면 엄청 신나. 이래 봬도 나는 그림자처럼 조용히 살아가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어. 누군가 질문하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면 돼. 그럼 답답해서 돌아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눈에 힘을 줘서 사팔뜨기를 하면 자기를 보고 있는지 잘 모르더라고. 그럼 말을 안 걸어. 이렇게 해야만 혼자의 시간을 지켜낼 수 있어. 학교 쉬는 시간도, 수업 시간도 어떤 일 없이 훌훌 지나가게 한다면 그날의 미션은 완수한 거나 다름없어. 나는 나중에 커서 더 큰 그림자가 될 거야. 그래서 나무 그늘 안에 들어가고, 건물 틈에 들어가서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그림자가 되고 싶어. 아무도 내가 그곳에 있었는지도 모르게 말이야. 아이, 외롭지 않다니까 왜 자꾸 그걸 물어보는 거야?

저 사람들을 좀 봐. 저기 저렇게 바글바글 모여있는 게 행복해 보여? 사람들과 함께 있다고 행복한 거야? 아닐 걸. 저 애들은 다른 친구와 함께 있는 게 힘들어서 마음속으로 투덜대고 있을 거야. 남의 눈치를 보느라 자유로운 선택도 하지 못한 채, 조마조마하면서 혹시 미움받지는 않을까 힘들어하고 있을 거라고. 그리고 저 무리 속 애들 마음도 항상 균등하지는 않아. 누구는 좋아하는 마음을 덜 받고, 또 누구는 불쾌한 마음을 꾹 참고 억누르고. 거짓된 세상의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 이렇게 남들과 함께 지내서 얻을 수 있는 게 뭐야? 이제 알겠어? 나는 외롭지 않아. 내가 외로운 게 아니라 저들이 불편한 거라고. 아마 저 애들은 가고 싶지 않은 친구의 생일 파티에 억지로 가게 되고, 슬프지도 않은데 다른 친구의 슬픔을 공감하는 척하면서 마음 낭비를 하게 될 거야. 혹시라도 그들이 웃고 행복해 보인다면, 그건 전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조용히 다독이면서 지내는 거겠지. 보기만 해도 불편하다, 불편해. 내가 꼬인 거라고? 아니야. 내가 꼬인 게 아니라, 저들이 힘들지 않은 척하면서 지내는 거라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친구가 한 명이라도 더 많으면 행복할 줄 아는 거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절대 아니야. 신경 쓸 고민거리만 늘어나는 거라고.

“정민아.”

뭐야? 지금 누구야? 누가 내 이름을 부른 거야? 정말 난 말이지, 이런 기분이 싫어. 내 이름을 누군가 부르고 어떤 말을 할지 알 수 없는 이 작은 틈. 정말 이 틈이 싫단 말이야. 난 정말 도망치고 싶어. 왜 내 이름을 부르는 거야?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란 말이야. 나는 혼자 있고 싶어. 나는 아무와도 함께하고 싶지 않아. 나하고만 얘기하는 게 충분히 재미있어. 제발 나에게 다가오지 마. 나는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관심을 받고 싶지도 않아. 내 눈을 쳐다보지 말아줘. 얼굴이 점점 빨개지는 게 느껴져. 정말 싫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나를 끌어당기는 이 느낌. 자기들의 눈빛으로 내 고개를 멈추게 하는 힘. 이 길고 긴 시간이 정말 부담스러워. 힘들고 고통스러워. 나는 혼자가 좋아. 나는 혼자가 편해. 나는 혼자가 좋아. 나는 혼자가 편해. 오지 마. 이곳으로 다가오지 마. 제발 멈춰. 발걸음을 멈춰줘. 나는 혼자가 좋아. 나는 혼자가 편해. 나는 혼자가 좋아. 나는 혼자가 편해. 내 마음의 소리가 저 바깥으로 뻗어 나갔으면 좋겠어. 나는 혼자가 좋아. 나는 혼자가 편해. 나는 혼자가 좋아. 나는 혼자가 편해.

정민이에게
정민아, 안녕? 이번 주 토요일에 내 생일 파티를 열 거야.
놀러 오지 않을래? 난 네 이름이 정말 좋아. 그럼 꼭 와줘. 안녕.

H. instagram.com/jaeyoonon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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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자연

일러스트 재유노나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