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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도슨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지고 싶은 날, 나는 조앤도슨이 만든 작은 세계로 향한다. 가까운 골목에서부터 나를 맞이하는 달콤한 향기는 곧 아늑한 쉼이 시작된다는 신호다.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향긋한 밀크티를 끓이고, 도톰한 프렌치토스트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공간. 따뜻한 잔을 감싸 쥔 채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나는 어쩐지 조그만 위로를 얻은 기분이 든다.
나무 마루, 낮은 조도로 아늑한 오두막처럼 느껴지는 이곳. 연남동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여섯 평 공간에서 조앤도슨은 처음 시작되었다. 주인장 권소희, 박지웅 대표는 오래전부터 차와 디저트를 만들고, 작은 팝업을 열어왔다.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좋아하는 감각’을 차곡차곡 쌓은 두 사람은 취향이 온전히 깃든 가게를 꿈꿨다. 그렇게 탄생한 조앤도슨은 밀크티와 블렌딩 티를 중심으로, 차와 어울리는 디저트를 선보인다. 특히 프렌치토스트는 많은 사랑을 받아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았다.
조앤도슨은 각각 〈작은 아씨들〉(1994)의 조 마치Jo March, 〈타이타닉〉(1997)의 잭 도슨Jack Dawson의 이름에서 따온 것. 권소희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인물들이다. 이름을 비롯해 음식, 향, 음악, 분위기까지 어느 것 하나 두 사람의 취향과 태도가 깃들지 않은 것이 없다. 연남 본점은 밀크티와 음식이 만들어지는 조리 공간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하고, 앤틱한 목재 가구가 내부를 채운다. 좁은 복도가 공간 곳곳을 잇는 덕에 마치 누군가의 집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든다.
섬세한 접객에서 정성 어린 마음으로 차를 나누는 태도가 비친다. 단순히 음료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닌 일상의 여백을 선물하는 가게. 입구에 걸린 문장 “We are honored to serve tea and milk tea to the community(차와 밀크티를 대접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가 결코 빈 인사가 아님을 확인하며, 입안과 옷깃에 남은 밀크티의 은은한 향을 머금고 골목을 나선다.
밀크티는 권소희 대표가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하던 음료다. 섬세하면서도 부드럽고, 기분 좋은 향이 오래 남아 즐겼다고. 관심은 공부로 이어졌고, 권소희 대표는 블렌딩까지 시도하며 맛에 대한 기준을 세워갔다. 조앤도슨의 밀크티는 아쌈, 호지, 스트로베리 세 종류다. 아쌈은 특유의 초콜릿, 몰트 향이 나 풍미가 진하다. 호지는 녹차를 한 번 더 덖어내 고소한 맛을 낸다. 스트로베리는 아쌈과 말린 딸기를 블렌딩해 향긋함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권소희 대표가 음료를 개발하는 동안, 박지웅 대표는 티 메뉴와 페어링할 만한 디저트를 준비했다. 두 사람이 좋아하면서도 맛이 강하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것이 기준이었다고. 그렇게 탄생한 프렌치토스트는 달콤함과 따뜻함을 강조했고, 치즈케이크는 풍미와 밀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완성되었다.
나는 이곳을 찾을 때 밀크티와 무척 잘 어울리는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한다. 조앤도슨의 프렌치토스트는 감각적인 은색 접시 위에 앉아, 말돈 소금과 메이플 시럽을 곁에 두고 있다. 먼저 메이플 시럽에 촉촉하게 적셔 먹어보고, 다음엔 말돈 소금을 살짝 찍어 먹는다. 사람들이 조앤도슨에 길게 줄을 늘어서는 이유도, 내가 경험한 작은 행복 덕분일 것이다.
연남 본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두 번째 공간 ‘조앤도슨 티룸’이 있다. 조앤도슨 티룸은 오로지 차에 집중하는 공간으로, 연남 본점과 달리 커피 메뉴를 두지 않았다. 나무가 비치는 시원한 창을 곁에 두고 테이블 위에 놓인 블렌딩 티의 향을 맡으며, 오늘 어떤 차를 마실지 천천히 고민해 본다. 널찍하고 밝은 공간에서 차에 집중하는 시간은 연남 본점과는 또 다른 결의 쉼을 건넨다.
조앤도슨이 생각하는 차는 “잠시 멈추게 하는 장치”다.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컵 하나를 붙들고 머무는 시간. 누군가는 홀로 생각에 잠기고,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과 일상을 나눈다. 조앤도슨은 그 여백의 시간을 정성껏 마련한 공간과 음식으로 채우고 싶다고 말한다.
조앤도슨은 2025년 겨울, 광화문에 세 번째 공간을 열었다. 직장인이 많은 지역인 만큼 ‘정돈된 여유’를 표현하고자 했고, 공간 역시 단정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조앤도슨의 클래식을 연남 본점에서는 빈티지한 감각으로 풀어냈다면, 광화문점에서는 이를 보다 현대적으로 다듬었다. 오픈 이후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조앤도슨의 밀크티는 도심 한가운데서도 따뜻하게 끓고 있다.
“조앤도슨의 향이 일상에 좀 더 가까워지길 바라며 블렌딩 티 티백을 만들었어요. ‘집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맛’을 추구했고 향, 재료, 색감, 페어링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1. 화이트 피더
금목서의 꽃 향과 열대과일의 달콤함이 어우러진 백차. 녹차, 홍차보다 카페인이 적어 카페인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즐기기 좋다.
2. 루이보스 마머
부드러운 바닐라와 크림 향을 더한 루이보스. 카페인이 없어 늦은 밤 따뜻하게 마실 수 있다.
3. 카라멜 코코
묵직한 잉글리쉬 브렉퍼스트에 캐러멜과 초콜릿 향을 더한 홍차. 부드러운 달콤함이 훌륭한 디저트를 즐긴 기분을 선물한다.
4. 애프리콧 얼그레이
화사한 베르가못에 달큰함을 더한 향기로운 홍차. 살구와 리치의 달콤함이 얼그레이 향을 편안하게 바꿔준다.
에디터 차의진
포토그래퍼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