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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A Book In One Hand

반가워요.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기승인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안녕하세요, 포토그래퍼 강해란입니다. 요즘 저희 집 에어컨이 고장 나서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고 있는데요(웃음). 그래도 계절 중에선 여름을 가장 좋아해요. 이맘때 해 질 녘은 습한 공기 속에 왠지 재미난 사건이 벌어질 듯한 분위기를 풍기거든요.
흥미로운 이유네요. 이번 호에서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보려고 해요. 책장을 넘기면 뜨거운 햇살도 조금은 가시길 바라면서요. 해란 씨는 책과 가까이 지내나요?
음, 혼자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없을 때 읽곤 해요. 저한테 주어진 임무를 언제나 가장 맨 앞에 두는 성향이거든요. 바쁜 일 마치고 개인 시간이 온전히 보장되었을 때 책을 읽으면 저 자신에게 큰 선물을 주는 기분이에요.
그렇다면 손이 쉽게 가는 장르도 있어요?
역시나 사진책인 것 같네요. 자주 들춰 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건 수집하고 있어서요. 아름다운 사진이 담긴 책을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하나하나 곱씹다 보면 감정이 벅차오를 때가 있는데요. 어떤 감정이라 분명히 형용할 수는 없지만 작가의 시선을 따라 세상을 둘러보는 게 즐겁고, 그 장면들을 모아준 게 고마워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보는 세상에서는 영영 존재하지 않았을 순간들이니까요.
책은 아예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는 부분에서 나의 시야를 넓혀주죠.
거기다 종이라는 가벼운 형태에 언어가 쓰여 전달되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도 오해가 덜해요. 가만 생각해 보면, 책은 기록 전달 방식 중에서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형태네요. 대신… 색이 잘 바랜다는 거 아세요? 책을 보관할 때는 직사광선을 피해 꼭 그늘진 곳에 두어야 해요. 사진책이라면 더더욱이요!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 같으니 잘 새겨들을게요(웃음). 그러고 보니 포토그래퍼를 꿈꾸게 된 계기가 책과 연관이 있다고 했죠?
중학교 3학년 때 만화책 《카메라 카메라 카메라》를 보면서 사진 다루는 일이 제 성격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도 멋진 친구들과 배우고 어울릴 수 있는 일이니까요. 매체로서 사진을 좋아하게 된 건 포토그래퍼라는 직업을 가지고도 꽤 시간이 흐른 뒤였는데, 진심으로 사진을 애정하는 지금까지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해란 씨는 독자이기도 하지만 작업물을 책에 남기고 있으니 일종의 ‘쓰는 이’이기도 해요. 자신의 기록이 다른 이들에게 읽히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다양한 사람들이랑 힘과 마음을 합쳐 하나의 결과물을 내는 일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그게 또 다른 이들에게 읽힌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죠. 저는 항시 좋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요. 제가 보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전달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할래요. 최근에는 의도 없이, 오직 필요에 의해서만 모인 물건들이 이루는 미학에 관심이 생겼거든요. 그 역시 제 시선으로 기록해서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어요.
이번 화보에서는 보통의 일상 속 책이 놓인 풍경들을 담고자, 연남동 어라운드 사옥 주변과 경의선숲길을 같이 걸었어요. 그날의 어떤 장면들을 담고 싶었나요?
어라운드 동료 명주 씨, 주원 씨와 함께한 촬영이라 책을 가까이 지니고 생활하는 분들의 몸짓이나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날은 평소보다 더 세심히 동네와 골목 곳곳을 살펴봤죠. 디지털카메라도 썼지만 필름을 더해서 매력적인 색감을 보여주려 했고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이따금 부는 시원한 바람을 쐬며 두 분과 길을 걷던 시간이 여름날의 추억으로도 남게 되었네요.
저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책을 들고 나선 여름 산책이 마무리될 즈음, 다 같이 산책로 철길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던 게 떠올라요. 저는 ‘요맘때’, 주원 씨는 ‘메로나’, 해란 씨는 ‘더위사냥’이였어요(웃음).
맞아요(웃음). 촬영을 갈무리하면서 각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골랐죠. 저는 경의선숲길부터 가좌역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 안에서 기차가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소리를 들은 것도 떠올라요. 그 소리와 진동이 얼마나 강하던지, 절대적인 힘을 마주한 것처럼 세 사람이 한동안 말이 없었잖아요. 그 순간을 함께 경험해서 더욱 뜻깊었어요. 우리 세 사람의 잔잔한 소꿉놀이 같던 장면들을 어여삐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곧 발리로 휴가를 떠난다고요� 가서 무얼 할 계획인지 살짝 들려주실래요?
이번 여름휴가에는 바닷속 다양한 물고기들을 보고 싶어서 스노클링을 실컷 하려고요. 아, 최근에 김건태 작가의 에세이 《괜찮은 척하면 진짜 괜찮아져》를 여행 내내 읽으려고 샀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벌써 절반이나 읽어버렸네요. 어쩌죠?
에디터 이명주
Photographer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