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날씨

세 개의 시선

하나의 날씨

세 개의 시선

날씨는 어떻게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작품이 될까? 날씨를 품은 사진, 날씨와 사진에서 영감받아 만들어진 음악, 다시 이들을 담은 영상까지. 하나의 날씨를 포착한 세 개의 시선.

매 순간 자연의 힘을 느낀다. 바로 날씨를 통해서. 몇몇 거대한 날씨는 ‘자연재해’라 불리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는 날씨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데, 그 영향은 그날의 옷차림과 기분 등 개인의 사소한 영역에서부터 건축과 철학 등 문화로까지 이어진다. 그렇다면 날씨가 우리의 감각을 깨우는 직접적인 영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 두 그룹이 있다. 

‘디뮤지엄’에서는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전시가 한창이다. 날씨의 요소들, 예를 들어 햇빛과 눈, 바람, 뇌우 등을 담아낸 예술가 26명의 사진과 영상, 사운드, 설치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다. ‘스페이스오디티’는 음악을 캔버스 삼아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는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디뮤지엄과 스페이스오디티가 ‘전시 OST’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전시 작품에서 받은 영감으로 뮤지션들이 음악을 만들고, 이를 다시 영상(뮤직 필름)으로 담은 것이다. ‘세이수미’와 ‘오존’, ‘오르내림 & 히피는 집시였다’가 각각 ‘햇살’과 ‘달빛’, ‘장마’를 주제로 노래를 만들었고, 전시에도 참여한 영상 스튜디오 ‘갑웍스’가 뮤직 필름을 담당했다. 사진, 음악, 영상, 하나의 날씨를 표현한 세 개의 매체. 이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궁금해 직접 묻고 그 대답을 여기에 기록했다. 

전시를 보고 음악을 듣거나 음악을 듣고 전시를 보는 것, 이는 전시와 음악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으로써 좋은 제안이 된다. 이를 통해 올리비아 비의 사진에서, 오존의 음악에서, 갑웍스의 영상에서 당신에게 영감이 되는 날씨의 무언가를 새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Inspired by 햇살

첫 번째 시선

올리비아 비

Sellwood Docks (Oregon Summer), 2016 © Olivia Bee

Grace Hartzel, 2016 © Olivia Bee

11살 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한 94년생 사진작가 ‘올리비아 비Olivia Bee’. 그는 자신의 일상과 그 시간을 함께하는 친구들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평범한 우리의 날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햇살이 더해진 꿈결 같은 그의 사진을 보면 알게 된다. 대표작 중 하나로, 우정과 사랑을 담은 ‘Kids in Love’ 시리즈 또한 그렇다.

두 번째 시선

세이수미

보컬과 기타의 최수미, 기타와 코러스의 김병규, 베이스의 하재영, 드럼의 김창원, 4명의 멤버로 구성된 ‘세이수미Say Sue Me’는 부산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밴드다. 90년대 미국 인디록에 영향받은, 서프Surf 성향의 록을 연주한다. 2012년 밴드를 결성해 2014년 1집 [We’ve Sobered Up]을 발표했으며, 현재까지 두 장의 정규앨범을 냈다. 이번 전시 OST 프로젝트에는 올리비아 비의 ‘Kids in Love’ 시리즈와 ‘햇살’에 영감받아 만든 ‘We Just’로 참여했다.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수미 굉장히 젊다, 젊은 수준이 아니라 어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무한한 미래가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좋았고요.

그 느낌을 ‘We Just’에 담으려고 한 거죠?
병규 저희는 신나는 곡이든, 차분한 곡이든 기본적으로 옛날에 대한 그리움이나 쓸쓸함을 갖고 있다는 평을 많이 들어요. 이번에는 그런 감정을 조금이나마 덜 느끼게끔 작업했어요. 이때까지 하던 곡 작업의 연장선으로 느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저희는 조금 다른 식으로 작업해보려고 했죠. 곡의 기초 작업을 제가 해요. 제 포지션이 기타이다 보니까 중간에 기타 솔로를 넣기도 해요.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조금 더 팝스러운, 그리고 수미가 처음 말하던 그런 감정과 시선이 좀 더 담기도록 했죠. 곡을 더 타이트하게 편곡했고요.

가사도 너무 사랑스러워요.
수미 가사에도 과거를 돌아보는 느낌을 없애려고 노력했어요. 어릴 때 내가 어땠나 계속 생각하면서 쓰려고 했고요.

세이수미 하면 여름을 많이 떠올리잖아요. 날씨나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어때요?
병규 계절마다 사람의 생체 리듬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여름엔 덥지만 밖에서 놀고 싶고, 겨울엔 차분해지고요. 계절에 맞는 곡을 만든다기보다는, 그냥 사람이 그렇게 되니까요. 여름에는 신나는 곡, 겨울에는 차분한 곡이 나오는 것 같아요.

보통 병규 씨가 곡을 쓰고 수미 씨가 가사를 쓰는 거죠? 한 곡에 대해 서로 어떻게 감정을 공유하는지 궁금해요.
수미 저희는 딱히 얘기를 많이 하지는 않아요(웃음).
병규 저는 기초 단계잖아요. 가사가 붙어 있지 않은 이상 곡은 그냥 하나의 형태로 흐물흐물하게 보일 뿐이에요. 가사가 있고 같이 가이드 작업을 하고 연습하며 곡이 조금 더 구체화되기 시작하거든요. 얘기를 나눈다고 한다면, 어느 가사에 포인트를 줘야 된다, 그 정도겠네요.

수미 씨는 가사의 소재를 어디에서 찾나요?
수미 듣고 같이 연주하면서 뭔가 어울릴 거 같은 것을….

딱 떠올라요?
수미 아니요. 절대 그렇진 않고요(웃음). 일기를 쓰거나 메모를 뒤져보다가 어울릴 것 같은 문장이 있으면 거기에 살을 붙이죠.
병규 하나 예를 들면, 저희 두 번째 앨범에 ‘Here’라는 곡이 있어요. 늦여름 밤에 귀뚜라미 소리가 좋아서 시작하게 된 곡인데요. 그 곡을 아무 설명도 안 하고 그냥 줬어요. 그런데 그 분위기를 캐치하고 비슷한 감정선의 가사를 썼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맞아떨어질 때도 있어요.

저는 사실 겨울에 만든 곡들이 어떻게 세이수미의 여름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는지, 겨울에 받은 감상이 어떻게 여름의 노래로 표현될까 조금 궁금했거든요.
병규 해변 도시 자체가 여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그런데 해변이라고 해서 꼭 여름 이미지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겨울 이미지도 있는데, 겨울에도 여름 이미지로 느껴지는 거죠. 어쨌거나 저희가 항상 해변의 음악이나 무드를 가지고 있는 건 있죠.

소설가 조앤 디디온은 자란 곳의 지형이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다고 했어요. 지형이 생각과 행동, 자아를 형성했다고요. 세이수미의 음악을 들으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병규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저희가 한참 음악을 듣고 배우고 연습하고 어떤 작품 활동을 하려고 할 때가 고등학생이나 20대 초반이었어요. 당시에도 인터넷이 있었지만 (지방 사람으로서) 지금처럼 활발하게 정보를 취득하기가 어려웠죠. 서울의 메인 스트림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잘 모르고 그냥 저희끼리 하는 음악이 있던 거예요. 그런 것들이 오히려 지금에 와서 저희가 특별해질 수 있는 어떤 포인트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재영 영향을 안 받은 게 영향 같아요.

세이수미는 해외 활동도 활발히 하잖아요. 해외 투어에서 인상적인 도시도 있었을 것 같아요.

수미 지난봄 투어에서 제일 마지막에 영국의 한 페스티벌(더 그레이트 이스케이프 페스티벌The Great Escape Festival)에 참여했어요. 브라이튼이라는 도시예요. 거기가 해변으로 유명하더라고요. 해변이 진짜 넓어요. 그리고 모래가 아니고, 작은 자갈 같은 게 깔려 있고요. 정말 예뻤어요. 중간중간에 있는 피어Pier 위에서 공연도 했는데, 분위기가 엄청 좋았어요.

다들 겨울은 좋아하나요?
수미 저, 겨울 좋아하는 편이에요.
창원 저는 겨울 싫어해요. 따뜻한 날씨 때문에 부산에 왔거든요.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데, 올여름 생각하면 바뀔 것 같기도 해요(웃음).

여름 밴드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제가 자꾸 여름을 묻게 되네요(웃음).
수미 너무 많이 보이죠(웃음)? 여름의 그 느낌이 좋은데, 또 거기에 집착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눈 오는 날에는 세이수미의 어떤 곡을 들으면 좋을까요?
재영 ‘Good for Some Reason’ 어쿠스틱 버전이요. 아직 음원으로는 안 나온 곡인데, 유튜브에서 라이브 영상을 볼 수 있어요.
병규 저희 레이블인 일렉트릭 뮤즈 10주년 컴필레이션 앨범이 있어요. 레이블 뮤지션이 한 곡씩 참여한 앨범이에요. 거기에 담긴 곡이 ‘Good forSome Reason’인데, 되게 빠르고 짧고 신나는 ‘여름여름한’ 곡이에요. 이걸 재미 삼아 아예 정반대의 곡으로 편곡해본 거예요. 여름에 만든 노래를 겨울에 편곡한 거죠.
수미 진짜 겨울. 발매하게 되면 ‘윈터 버전’으로 해서 내려고 해요.

꼭 들어볼게요.
병규 ‘신촌전자’라고 하는 유튜브 라이브 세션 플랫폼이 있는데요. 거기에 라이브 영상이 있어요.
수미 조회 수는 낮지만 저희는 아주 좋아하는 노래예요.

저는 ‘Coming to the End’도 겨울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어요.
병규 그 곡도 마찬가지로 원곡이 따로 있어요. 빠른 연주곡이었는데, 노래를 붙여보고 싶다고 해서 다시 편곡한 거예요. 그때도 겨울이었네요.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기보다, 거스르지 않아요. 그런 감정을 끌어오는 게 아니라 오면은 받고 안 오면 말고, 이런 식이죠.
수미 부산이라는 지역적인 특징이 우리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나 얘기했잖아요. 약간 비슷한 얘긴데요. 뭔가 거스르지 않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억지로 뭔가를 끌어내지 않는 게 부산 사람의 특징 같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 저희가 조금 다 그런 성격이기도 하고요.

계속 부산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거죠?
수미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의 계획, 목표를 말해주세요.
병규 겨울에 캐롤 앨범이 나와요.
수미 이제 여름 밴드라고 할 수 없습니다(웃음). 그리고 사실 목표 물어보면, 꾸준히 하는 거라고 얘기해요. 꾸준히 뭔가 계속하는 게 진짜 힘든 일이거든요.
재영 일단 눈앞의 목표는 건강하게 유럽 갔다 오는 거예요. 무탈하게, 엄마 아빠 걱정 안 시키고(웃음).

세 번째 시선

갑웍스

‘갑웍스GABWORKS’는 이행갑, 최윤정 감독이 이끄는 영상 스튜디오다. 서울을 베이스로,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 실험 영상, 사진 작업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한다. 일상에서 관찰하고 포착한 이야기, 그것이 깃든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자연광을 살리는 조명, 현장의 호흡이 느껴지는 카메라 촬영을 선호한다. 이야기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포맷을 늘 탐구한다.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전시에 아티스트로 참여했으며, 전시 OST 프로젝트에는 각 곡의 뮤직 필름 작업으로 함께했다. 음악을 해치지 않고 어떻게 느낌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각각의 뮤직 필름 작업을 진행했다.

‘We Just’를 듣고 날씨 좋은 날에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신나고 기분 좋았습니다. 경쾌하면서 빈티지한 사운드의 느낌을 잘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상에 담고 싶던 것은 뜨거운 햇살 아래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한 여자의 설렘과 즐거움을 표현하려 했어요. 일단 노래 가사에 나오는 ‘여름, 햇살, 바다, 파도’ 같은 이미지를 최대한 그대로 보여주려 했고, 다양한 컬러를 가진 소품을 활용해서 신나고 발랄한 느낌을 더하려 했죠. 빈티지한 영상 톤을 잡는 것도 중요했어요.

Inspired by 달빛

첫 번째 시선

마리나 리히터

Hand, 2011 © Marina Richter

‘마리나 리히터Marina Richter’는 사람과 그들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은 연결하는 메타 내러티브Meta Narrative 작업을 하는 사진작가다. ‘Hand’라는 작품명을 보고, 사진 속 빛나는 형체가 손인가 한다. 어둠 속 희미한 빛을 포착한 이 같은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인생에서 우리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감성적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 시선

오존

우리는 좋은 것을 말할 때 ‘나만 알고 싶은’이라는 문장을 수식어로 사용하는 것 같다. 이는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 ‘오존O3ohn’을 검색하면 나오는 문장이기도 하다. 오존은 2016년 10월,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EP [[O]]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매력적인 목소리와 노래. 오존의 ‘Moondance’는 마리나 리히터의 사진 ‘Hand’와 ‘달빛’에 영감받아 완성된 곡이다.

사진을 처음 봤을 때의 감상이 궁금해요.
처음에 우주 사진인 줄 알았어요. 반짝반짝하고, 손이 이렇게 있고. 우주는 되게 조용하잖아요. 혼자 있는 조용한 시간을 좋아하는데,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친구와 방에 앉아 있다가 베란다 창문에 달이 엄청 크게 걸려 있는 걸 본 적이 있는데요. 그때도 되게 조용하고 좋았거든요. 그때가 기억나면서 이걸 주제로 해보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달빛’을 날씨라고 할 순 없을 것 같아서 어떤 장소, 어떤 상황을 그렸을지 궁금했어요. 앞에 말한 상황을 노래에 녹인 거네요.
그렇죠. 가사에도 그때 상황들이 몇 줄 담겨 있어요. 그때 한 얘기나 생각들이요. 여름, 얼마 안 되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잘 이어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자신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가사를 썼다는 코멘트를 봤어요. 위로할 일이 있던 거죠?
그게 곡이 너무 안 써져서…. 이렇게 해본 게 처음이거든요. 어떤 주문을 받아서 주제 안에서 곡과 가사를 써야 하는 게 처음이었어요. 안 되니까 답답해서 약간 투덜대듯이 쓴 내용도 있었는데요. 다 써놓고 보니까 보편적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싶은 거예요. 어떤 제 상황이나 누군가의 상황에 잘 어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어떻게 음악에 접근하나요?
주제 없이 그냥 써요. 가사를 거의 제일 마지막에 붙이는데요. 특별한 주제 없이, 어떤 내용으로 해야겠다는 생각 없이 곡을 쓰다가 어떤 순간에 힌트를 얻거나 계기가 생겨요. 우연에서 오는 것들이 많아요. 거의 모든 작업이요. 계획대로 쓴 적은 별로 없던 것 같아요.

여러 곡이 동시에 진행되겠네요.
그렇죠. 지난 앨범도 그렇고, 곡 하나 만들고 다음 곡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개를 펼쳐놓고 동시에 완성하는 식으로 작업해요. 이거 만들었다가 저거 만들었다가, 왔다 갔다 하면서.

날씨를 주제로 하는 건 어땠어요?
그게 되게 추상적이니까, 오히려 구체적이지 않아서 더 어려웠어요.

평소 계절과 날씨에 영감이나 영향을 받는 편인가요?
영향은 많이 받는 편인데, 이렇게 작업으로 이어진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일상의 소리를 가져오는 건 어때요? 소음이 잘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오존의 음악은 길을 걸으면서 듣기에도 너무 좋아요.
그런 거 좋아해요. ‘Moondance’에도 소음이 많이 섞여 있어요. 중간에 노래 안 나오는 부분, 제가 직접 샘플을 딴 건 아닌데요. 소음 같은 게 묶인 모음집이 있어요. 거기에 있는, 길거리에서 누가 채집한 소리를 섞었고, 제 목소리를 변조해 소음처럼 만들어 섞기도 했어요. ‘Thoms Piano’라는 제 다른 곡에서도 그런 식으로 소음을 가져다가 썼고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평소에 많이 듣는 소리잖아요. 소음이라고 해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들려요. 그거만 들을 때는 음악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렇게 섞이면 무척 흥미롭게 들려요.

주로 밤에 깨어 있는 편이라고 했어요. 그때는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요.
일단 빛이 없고, 불필요한 소리도 없으니까 더 차분해져요. 아무도 방해를 안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 생각이 많아지고 저 자신한테 많이 집중하게 돼요. 음악을 듣거나 작업을 하거나,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네요.

오존이라는 이름, 산소 원자 세 개가 합쳐진 그 오존의 의미는 아닌 거죠?
그렇죠. 의도한 건 아니에요(웃음).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가수 오존이 한 번에 뜨지 않더라고요.
거의 안 뜨죠. 초등학생 때 친구들이 지어준 거예요. 과학 시간에 오존층을 배우고 나서. 이름이 오준호거든요. 그 이후로 그냥 ‘오존’이라고 불렀어요. 자연스럽게 오준호라서 오존이라고 부르는구나, 하고 있다가… 이렇게 될 줄 몰랐죠.

이름 쓸 때도 알파벳 ‘O’ 하고 숫자 ‘3’을 쓰니까 오존의 느낌이 더 강했어요(웃음).
맞아요(웃음). 근데 그것도 처음에는 러시아 알파벳 ‘J’를 가져온 거거든요. 그런데 하고 보니까 다 그렇게 의미가 겹치는 게 있었어요.

“흥미가 있고 호기심이 생기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들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한 인터뷰를 봤어요. 요즘 관심 있는 건 뭔지 궁금해요.
요즘 식습관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영양제나 과일, 먹는 걸 통해서 건강해지는 거요. 자취를 하다 보니까 먹는 것도 그렇고, 운동도 안 하고, 몸이 조금 안 좋아지더라고요. 먹는 걸 조금 바꾸면 괜찮아진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그런 컨디션이 작업에도 영향을 주죠?
그렇죠. 잠을 잘 못 잔 날이거나 몸이 안 좋은 날엔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작업하려고 해도 집중이 안 되고…. 음악을 오래하려면 몸이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음악과 관련해 흥미를 갖고 있는 게 있다면 뭘까요?
음… 작업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는 그냥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뭔가 떠오를 때까지. 계속 기다리고만 있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악기를 붙잡고 있거나 연습을 하거나, 시간을 정해놓고 음악에만 집중해보고 있어요. 제가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 초창기의 그 흐름대로요.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안 하면 진짜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붙잡고 있는 거예요. 붙잡고 있어야 나올 것 같아서.

글쓰기와 비슷하네요(웃음). 쓰든 안 쓰든 한 시간이라도 그냥 앉아 있으라는 말, 글쓰기 책에 무척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 것 같아요. 저도 글쓰기와 비교하는 걸 좋아해요. 음악 만드는 거랑 글 쓰는 거랑, 비슷한 구석이 많더라고요. 일단 글쓰기처럼 펜을 붙잡고 있는 거죠, 계속. 뭔가 써 내려가려면요.

혹시 지금 새로운 앨범 계획하고 있어요?
네. 올해 1, 2월에 앨범을 낸 것처럼 내년 1, 2월쯤에 앨범을 또 하나 내고 싶은데, 아직 아무것도 나온 게 없어요. 그래서 지금 좀 분주해요.

왜 1, 2월이에요?
그때 내보니까 그 시기가 제일 좋더라고요. 연말에 준비해서 새해 초에 내고, 그때부터 다시 활동하고요. 거의 3월부터 공연이 많이 들어와요. 공연하고 그러면 에너지가 분산되고, 집중하기 좋은 시기가 저는 지금, 가을이나 겨울쯤인 것 같아요.

곡들은 거의 가을이나 겨울에 완성되겠네요.
맞아요. 최근에는, 올봄과 여름에는 완성된 곡이 거의 없어요.

요즘 같은 가을 날씨에는 오존의 어떤 곡이 어울릴까요?
저는 ‘kalt’라는 곡을 조금 춥거나 선선할 때 듣는 걸 좋아해요. 뮤직비디오 찍었을 때라든지, 녹음했을 때라든지, 제가 그 곡에 갖고 있는 기억이 찬바람 불던 시기라서 그런 걸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곡 자체의 톤이나 분위기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야 어울리는 것 같아요.

세 번째 시선

갑웍스

‘Moondance’를 듣고 마음이 고요해지고 따뜻해졌어요. 자연과 나, 둘만 남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영상에 담고 싶던 것은 고요한 풍경 속에서 홀로 새벽 달빛과 마주한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시간과 장소가 중요했기 때문에 사전 답사를 몇 번씩 가서 빛에 따른 공간의 변화를 체크했죠. 새벽이라는 시간대와 비현실적인 공간을 통해 마치 꿈을 꾸는 신비한 느낌도 주고 싶었고요. 그리고 배우가 그 순간을 온전히 느낄 때 나오는 얼굴과 몸짓을 담으려 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 촬영이에요.

Inspired by 장마

첫 번째 시선

알렉스 웹

Erie, Pennsylvania, 2010 © Alex Webb

‘알렉스 웹Alex Webb’은 다층적 구도와 발랄한 색채를 구사하는 사진작가다. “내가 아는 유일한 현장 접근 방식은 걷는 것밖에 없다. 거리의 사진가라면 모름지기 늘 걸어라. 그리고 보라. 그리고 기다렸다가 말을 건네고, 또 보고, 또 기다려라.” 라는 그의 말처럼, 그가 거리에서 기다리고 만난 장면은 늘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두 번째 시선

오르내림 & 히피는 집시였다

‘히피는 집시였다’는 프로듀서 Jflow와 보컬 Sep으로 구성된 2인조 R&B 그룹이다. 2017년 발매한 앨범 [나무]로 이듬해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상’과 제2회 한국힙합어워즈 ‘올해의 알앤비 앨범상’을 동시에 받았다. ‘오르내림OLNL’은 2017년 첫 EP [APOLLO]를 발표한 신예 래퍼. 히피는 집시였다의 ‘With Me’에 오르내림이 참여하며 맺은 인연이 이번 전시 OST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이들은 알렉스 웹의 ‘Erie, Pennsylvania’와 ‘장마’에 영감받은 음악 ‘여름비’를 선보였다.

사진의 첫 느낌이 궁금해요.
Jflow 아이들이 나오잖아요. 천진난만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많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음악적인 장치를 심으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여름비’에 그런 천진난만함을 담으려고 한 거죠? 저는 사실 조금 무거운 느낌이 들었어요. 비에 비유하면 보슬비나 이슬비는 아니고, 무겁게 내리는 비.
Jflow 무거웠나요? 제가 비트를 만들고 Sep이 노래를 쓰는데, 저는 최대한 가볍게 만든 거예요(웃음).

함께한 두 번째 작업이에요. 이번에는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된 건가요?
오르내림 예전에 함께했을 때, 노래를 아주 빨리 만들었는데요. 뭔가 합이 좋았어요. 그래서 감성이 비슷하구나 생각했죠. 이번 프로젝트가 감성과 관련된 노래잖아요. 같이 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함께하게 됐어요.
Sep 합이 잘 맞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작업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두 팀 다 어떤 상황에서의 감정을 가사로 잘 녹여내는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거나 신경 쓰는 게 있는지 궁금해요.
Sep 저는 어떤 심상이나 이미지를 글로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음악을 듣고 그리기에는 조금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어느 정도 공감되는 부분은 있다고 믿으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오르내림 평소에 생각이 좀 많아서 글로 써 놨다가 나중에 작업에 쓸 때가 많았어요. 그랬는데 계속 하고 훈련이 되니까, 지금은 녹음 버튼 누르고 그냥 해요. 프리스타일로. 일부러 어떤 분위기에 몰입해서 하려고 하면 오히려 열심히 못 하게 되는 게 있어서, 상황이나 기분이 어떻든 일단 그냥 딱 해버려요.

‘여름비’ 가사는 어떻게 나왔어요?
오르내림 ‘장마’라는 주제보다는 주호 형(Jflow)이 완성한 비트를 듣고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같이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을 할 때였는데, 차에서 기다리면서 그냥 썼거든요. 어찌됐건 음악을 만드는 거니까 청각적인 자극이 제일 세요. 그때 냅다 써버리는 게 제일 좋아요.

음악을 들려줄 때 이런 느낌으로 가사를 썼으면 좋겠다고 말하진 않나 봐요.
Jflow 그렇죠. 그리고 각자의 느낌을 제가 어느 정도 파악하고 곡을 만들었으니까요. 이 친구들한테 어울리는 걸 만들려고 최대한 노력했어요. 작품 사진을 보면서요.

히피는 집시였다 노래 중에 ‘비’가 있잖아요. 그 ‘비’와 이번 ‘여름비’는 어떻게 다른가요?
Sep ‘여름비’ 속 비는 잠깐 왔다 가는 비예요. 정말 여름에 내리는 비요. 히피는 집시였다의 비는 엄청 쏟아지는 비고요. 그렇다고 우중충한 비는 아니에요. 혹시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비 맞아본 적 있어요?

어릴 때는 있었지만 최근엔 없는 것 같아요.
Sep 저도 어릴 때 생각하면서 썼어요. 그런 날 비를 맞고 신나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리고 히피는 집시였다 앨범에 들어 있는 ‘비’는 조금 리듬감이 있는 곡이에요. 비가 떨어지는 모양처럼 느껴지게요. 즐겁게 비 맞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죠.

날씨나 계절과 관련된 음악이 많은 것 같아요. ‘추秋’라는 제목의 노래도 있고요.
Sep 날씨나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 의 변화를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에 살고 있기도 하고요. 저희(히피는 집시였다)가 서울 도심은 아니고 조금 외곽에 살고 있거든요.

오르내림은 어때요?
오르내림 영향을 받는데, 조금 이상하게 받아요. 겨울에는 차분하니까 오히려 신나는 노래가 조금 신선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우울한 노래는 따뜻하고 날 좋을 때 잘 나오는 것 같고요. 사실 어떤 분위기나 감정, 이런 것보다 그냥 평소 하는 생각에서 많이 써요. 꾸준하게(웃음).

서로의 음악에 대해 잘 알 것 같은데요. 이런 날씨에 들으면 좋다 하는 곡을 서로 바꿔서 추천해줄 수 있어요?
Sep 해가 쨍쨍한 날 저녁에 오르내림의 ‘유학생’을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들어서 석양이나 해가 지는 모습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오르내림 저는 해가 질 때 ‘지네’. 진짜 어울려서 말한 건데, 라임도 맞아서 더 좋네요. 해가 질 때 ‘지네’를 들어보세요.

‘여름비’ 가사를 보면 지금을 잘 즐기자고 하던데, 모두 이번 여름은 잘 보냈어요?
오르내림 작년과 올여름은 조금 재미있게 보냈어요. 평소와 다르게. 서핑도 하고, 물에 못 떠서 수영장에 안 가는데 수영장도 가고요.
Sep 너무 더웠다고 하는데 그 더위를 많이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다음 앨범 준비 중이라 계속 집에 있었거든요. 방의 모니터가 계속 생각나네요.

다음 앨범은 언제쯤 나올 예정이에요?
Jflow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나올 것 같아요.
Sep 곡 작업은 거의 끝났고, 이제 후반 작업만 하면 돼요.

함께 공연도 자주 하나요?
Sep 공연은 많이 해요. [나무]의 타이틀 곡 ‘With Me’를 같이 해서.
Jflow 저희 공연할 때 거의 봐요. 타이틀 곡이라서 꼭 불러야 하거든요.
Sep 맨날 한 곡만 하고 가서 저희가 되게 미안해하죠.
오르내림 이번을 계기로 두 곡을 부르게 돼서 좋아요.
앞으로 계속 같이 작업할 수도 있겠네요.
Jflow 제원이(오르내림)가 떠오르는 노래가 있으면 쉽게 보내줄 수 있겠죠.

히피는 집시였다의 올해 목표는 새 앨범 발매일까요? 마지막 질문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듣고 싶어요.
오르내림 뭐가 있을까, 그냥 요즘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게 끝나면 비트도 만들어보고 싶고, 코스믹보이 형이랑 팀으로 앨범도 내고 싶고, 제 개인 앨범도 내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일단은 빨리 다양하게 뭐든 하고 싶어요.
Jflow 저희는 앨범 잘 마무리하는 게 올해 최고의 목표예요.
Sep 그리고 계속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래도록 음악 하는 것, 그게 제일 좋을 것 같네요.

세 번째 시선

갑웍스

‘여름비’를 듣고 비트가 비의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렸어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장마철에 들리는 빗소리와 촉촉한 느낌이 상상됐고요. 그리고 비트 위에 오르내림의 랩이 얹혀지니 신선했어요.

영상에 담고 싶던 것은 영상의 속도감이 음악의 호흡과 리듬에 잘 맞는 것이 중요했어요. 슬로 모션을 활용해서 비의 움직임과 감촉을 극대화했죠. 떨어지는 비를 손, 피부로 맞는 장면이 이 곡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비 오는 날에 보이는 공간과 사물들을 최대한 담담하게 보여주려 했고요. 그때의 공기를 영상에 잘 녹여내는 것이 관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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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혜원

포토그래퍼 Hae Ran 자료 제공 D MUSEUM, Space Odd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