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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하면 그 메뉴, 그 메뉴 하면 거기. 한 가지 디저트에만 집중하며 서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가는 디저트 숍 네 곳이 있다. 혀끝에 새겨진 고유한 맛과 모양은 나만의 필체로 적은 서명처럼 진한 인상이다.
미완성식탁
다채로운 색과 맛으로 눈과 입을 즐겁게 만드는 마카롱은 특유의 달콤함으로 언제나 은근한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프랑스에서 출발한 이 매력적인 한 알은, 마음을 전하는 선물 또는 오후의 간식으로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디저트가 되었다. ‘미완성식탁’은 마카롱 전문 숍으로, 문을 연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망원에서 안국으로, 터를 달리하는 긴 세월 동안 많은 이들에게 작고 동그란 행복을 안겨주었다.
미완성식탁은 사계를 담는 마음으로 꼬끄를 굽고 속을 채운다. 제철 재료의 맛을 마카롱으로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고 미각으로 계절의 또렷한 변화를 느끼도록 돕는다. 이들이 가장 잘 해내는 일은, 익숙하지만 디저트에는 흔히 쓰이지 않는 식재료로 색다른 맛을 구현하는 것. 예를 들어 고소한 풍미가 돋보이는 참기름은 미완성식탁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다. 독특한 맛만 소개하는 건 아니다. 딸기 라떼, 모카 자바칩처럼 친숙한 맛도 이곳만의 감각으로 풀어낸다.
과거 다양한 디저트를 판매한 경험이 있는 최창희 대표가 마카롱만 선보이게 된 이유는 최고의 맛을 위해 가장 치열하게 노력하고 고민한 메뉴가 바로 마카롱이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거듭된 실패가 오기를 낳더니, 이제는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맛을 선물하겠다는 목표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마카롱의 매력은 한 알이 주는 감동이에요. 큰 덩어리가 아닌 작은 한 입으로도 우아하고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 수 있어요.” 정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되, 한국인에게 익숙한 재료를 변주하는 미완성식탁의 달콤한 도전은 계속된다.
1. “커피가 아닌 따끈한 차와 함께 드세요. 단맛이 강한 과자는 커피를 오히려 쓰게 만들어요. 향이 강하지 않은 차를 곁들이면 메뉴의 맛을 더 확실하고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2. “차가 없다면 따듯한 물도 좋아요. 입안이 따듯하면 초콜릿이 더 쉽게 녹기 때문에 맛이 진하고 우아하게 다가온답니다.”
3. “술과 함께하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사실 어떻게 먹어도 정답이니, 손님들이 마카롱을 자유롭게 드시길 바라요. 다만 칼로리가 높으니 한 번에 많이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뉴이베리아
효창공원앞역 부근 자리한 ‘뉴이베리아’의 문을 열면 미국 남부의 한 카페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나무로 된 벽과 천장, 높은 층고, 벽에 걸린 사슴뿔을 비롯한 소품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덕분. 가게 한쪽에서는 초록빛 눈 주인장이 ‘베녜’를 튀기고 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이 음식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튀김 도넛인데, 프랑스에서 출발해 미국 루이지애나로 전해져 그곳의 대표적인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베녜는 눈처럼 쌓인 슈가파우더가 특징이다. 바삭한 반죽에 달콤함이 더해지니 군침을 자극할 수밖에.
주인장은 루이지애나 남부의 뉴이베리아New Iberia에서 나고 자랐다. 뉴이베리아는 빨간 타바스코 소스의 생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주인장은 어린 시절부터 즐겨 먹은 베녜의 맛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지난해 가게 문을 열었다고. 초기부터 많은 손님을 모으며 베녜 하면 떠오르는 곳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가게가 되고 싶어요. 세계 반대편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루이지애나 문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도울 거예요.” 단순히 이국적인 메뉴로 한국인들의 관심을 자극하기보다, 2019년부터 개발한 레시피와 루이지애나를 그대로 옮긴 가게 분위기로 전통적이고 진정성 있는 카페를 만들기 위해 애썼단다.
베녜는 이곳의 시그니처 음료인 치커리 팟 커피와 함께 맛보길 추천한다. 과거 루이지애나 남부에서는 커피가 매우 비싸서 구운 치커리 가루를 커피와 섞어 마시는 문화가 뿌리내렸다. 뉴이베리아는 전통을 그대로 빌려, 치커리 커피를 작은 주전자에 담아 손님들에게 독특한 맛을 소개한다. 서울 안에서도 이국적인 즐거움을 찾는다면 뉴이베리아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1.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지는 베녜는 매장에서 먹을 때 가장 맛있어요. 포장 주문도 가능하지만, 튀김 요리는 갓 만든 게 제일인 법이잖아요. 음악과 인테리어 덕분에 루이지애나에 온 듯한 기분도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2. “반죽은 아침이 가장 신선해요. 치커리 팟 커피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내어드리고 있고요. 두 가지를 함께 즐기고 싶다면 오전에 카페를 찾아주세요.”
3. “베녜는 손으로 먹는 음식이에요. 슈가파우더가 듬뿍 뿌려져 있어서 여기저기 지저분해지기도 해요. 우리 카페에서는 설탕이 바닥에 떨어져도 걱정 말고 마음껏 베녜를 즐기세요.”
높은산
인도에서는 커다란 냄비 속 옅은 갈색 음료가 보글거리며 끓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홍차와 우유, 다양한 향신료를 넣고 끓인 이것은 인도식 밀크티라고도 불리는 ‘짜이’. 성수동의 깊은 구석에 자리한 카페, ‘높은산’에서도 짜이 내음이 짙게 퍼진다. 이곳을 4년째 꾸려온 김새솜 대표는 향신료를 가까이하는 생활을 누리고 싶다는 마음에 짜이를 즐겨 마시고, 더 많은 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전하고자 가게 문을 열었다.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고 끓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명상 같아요. 달그락거리며 도구가 부딪치는 소리, 우유가 파르르 끓어오르는 소리, 향신료의 향 그리고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맛까지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매력이 있죠.” 높은산 내부는 열린 주방이 중앙에 자리해 차를 끓이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김새솜 대표는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고 어색한 음료가 커피만큼 친숙한 존재로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으로 차를 끓인다.
일반적으로 짜이를 선보이는 카페는 많은 향신료를 사용해 매운 향미만을 강조한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높은산은 향신료를 넣지 않거나 맵지 않고 부드러운 맛, 달지 않은 맛 등을 고루 선보이며 차를 폭넓게 경험하도록 돕는다. 실제로 짜이는 문화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입체적인 맛을 선물하는 높은산에서는 짜이를 향한 진정성이 비친다. 팔각을 올린 마살라 짜이는 시나몬, 정향, 카더멈 향을 깊이 머금었다.
차와 곁들이기 좋은 디저트도 만날 수 있다. 향신료 맛이 돋보이는 기다란 과자 비스코티는 그중 하나. 색다른 디저트로 취향을 넓혀보고 싶다면 언제든 높은산을 찾아도 좋다. 문 앞부터 진한 짜이 향이 코끝을 스치며 당신을 반길 것이다.
1. “뜨거운 짜이를 먼저 맛보세요.”
2. “짜이를 마신 후 코로 숨을 크게 쉬면 향이 더 풍부해집니다.”
3. “비스코티를 짜이에 살짝 적셔서 먹어보세요. 딱딱한 비스코티가 부드러워지면서 음료 향을 머금어요.”
연희동국화빵
날씨가 쌀쌀해지면 어김없이 발길이 향하는 곳이 있다. 연희동에 자리한 작은 간식 가게, ‘연희동국화빵’이다. 이정수 대표가 가게 안에서 커다란 틀에 반죽을 부어 빵을 직접 만들고 종이봉투에 담아 주면, 바깥의 손님이 품에 안아 가는 방식. 이 대표의 표현으로는 �국내 최초 뚜벅이 스루 판매점�이다. 포장마차로 시작해 연희동에서 꼭 먹어봐야 할 디저트로 주목받은 지도 벌써 3년째다.
이곳의 국화빵은 속이 특별하다. 팥이나 슈크림을 넘어 초코나무숲, 얼그레이, 펌킨 시나몬 등의 다양한 필링을 반죽에 채우는데, 매주 다른 메뉴를 선보여 손님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이정수 대표는 이미 거리에 많은 붕어빵 대신, 흔치 않은 메뉴로 마음을 끌고 싶었단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국화빵이었다. 흔히 ‘풀빵’이라고 불리는 종류의 간식은 웬일인지 드물었는데, 그에게는 기회처럼 느껴졌다고. 가게를 시작하기 전 디저트 숍에서 4년간 일하며 메뉴 개발을 한 경험이 다양한 맛을 만드는 자산이 되어주었다.
메뉴를 개발할 때 고려하는 기준은 세 가지다. 트렌드, 이 대표의 개인적인 기호, 대중성. 트렌드를 살피며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맛을 고르되, 이 대표와 손님들 입맛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저만 생각해 낼 수 있는, 그리고 저만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메뉴가 연희동국화빵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날이 서늘해질 때마다 손님들이 감사하게도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한 손에는 묵직한 종이봉투를, 한 손에는 김 폴폴 나는 국화빵을 들고 연희동을 거닐어 볼까. 입안 가득 퍼지는 행복에 몸과 마음 모두 따끈해진다.
1. “국화빵은 갓 나왔을 때 빨리 먹는 게 제일 맛있어요.”
2. “대량으로 사 갈 때는 냉동 보관을 추천해요. 더 오래 보관할 수도 있죠.”
3. “냉동된 국화빵은 에어프라이어에 180도로 3-4분 정도 돌려 먹으면 바삭하고 따듯해요.”
에디터 차의진
포토그래퍼 박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