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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식, 음악, 책
필박사의 신비한 영화사전
1장 | 영화와 음식
안녕하세요, 여러분. 필박사입니다. 필름 박사여서 제 이름이 필박사예요, 후후. 영화 주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 거예요. 벌써 심장이 떨려오지 않나요? 먼저, 음식입니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무언가를 둘러보기 전에 배를 땅땅 불리는 것을 선호했지요. 이름하여, 금강산도 식후경! 팝콘과 콜라, 핫도그와 맥반석 오징어, 소시지와 나초까지 많은 먹거리가 극장을 점령했어요. 영화 감상의 재미를 드높여줄 맛 더하기를 공개합니다!(촤란)
영화 보면 왜 이렇게
입이 심심하지
어쩌다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를 먹기 시작한 걸까요? 다른 활동이 아니라 왜 하필 영화를 보면서 먹기 시작했을까요? 여러 질문이 따라옵니다. 사실 어떤 일을 하면서 동시에 먹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책을 읽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책 읽을 때는 음식을 두어야 할 자리에 읽을거리가 있어야 해서 자세나 상황이 조금 불편해집니다. 말할 땐 어떻고요? 더 어렵죠. 먹는 동안 다른 데 집중하는 건 다소 위험한 상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잠잠히 보는 건 다릅니다. 눈만 깜빡이면서 보는 일에만 집중하면 어떤 어려움도, 불편함도, 위험성도 없어요. 오히려 차분하고 편안함이 배가 될지도 모르고요. 영화를 보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 만족감이 배로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영화든 TV 프로그램이든 우리가 관람하는 무언가는 자세히 보면 음식을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도록 발전해왔답니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선호해온 습관에서 기인한 발전이랄까요?
원래 처음부터 극장에서 음식을 판 건 아니에요. 오히려 영화 산업 초창기에는 어떤 음식도 팔 수 없었어요. 영화가 고급 문화라는 인식 때문이었죠. 무성영화가 한창인 시절에는 공간이나 건물이 무척 고급스러운 분위기였고, 영화관 주인들은 비싼 천과 카펫이 더러워질까 봐 음식물을 절대 금지했답니다. 무엇보다 소리가 없는 영화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음식 먹는 소리로 영화 감상이 방해받는 걸 원하지 않았어요. 그 시절의 민폐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1930년대 중반, 갑작스럽게 간식거리와 영화관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맙니다. 아주 흥미진진하죠? 1930년대 즈음이면 바로 미국 대공황이 세계를 휩쓸던 시기입니다. 경제는 어려웠고 사람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어요. 긴 침체기가 이어진 거죠. 이때 극장은 스낵류의 음식을 팔기 시작합니다. 팝콘도 튀기고, 소다도 잔뜩 쏟아내고, 사탕이 가득 담긴 자판기도 두고요. 이 간식거리가 쏠쏠하게 이득을 안겨주면서 극장은 음식을 절대 포기할 수 없게 됩니다. 게다가 유성영화, 즉 사운드가 다양한 영화가 등장하면서 음식을 먹는 데 예전처럼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게 된 거죠. 여기서 잠깐, 왜 하필 팝콘이었을까요?
왜 하필
팝콘입니까
영화의 짝꿍이자 영혼의 친구인 팝콘! 어쩌다 영화를 보면서 팝콘을 먹기 시작했을까요? 온라인상에서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기면 “와그작”이라는 댓글이 많이 달리기 시작하지요. 바로 무언가를 ‘볼 때’ 팝콘 먹는 모습을 형상화한 소리입니다. 언제부터, 왜 하필 팝콘을 먹게 된 걸까요? 명쾌하게 필박사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옥수수는 미국에서 상당히 흔한 식재료예요. 그러니 옥수수를 활용한 팝콘은 만들기 어렵지 않았고, 뜨거운 인기를 끌었죠. 게다가 더 결정적인 요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설탕 부족!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주요 설탕 수입국은 필리핀이었습니다. 하지만 1941년 일본이 필리핀을 점령하면서 설탕 공급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면서 ‘짭짤한’ 팝콘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극장에서도 많은 간식이 팝콘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사실 장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자본 아니겠어요? 팝콘은 무척이나 저렴했답니다.
팝콘이 되는 옥수수 씨는 대량 구매를 할 때 상당히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비용에 비해 또 엄청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죠. 게다가 팝콘은 부풀어 오르면 두 배가 되잖아요. 적은 양으로도 팝콘 한 봉지를 꾹꾹 채울 수 있다는 점도 영화관 주인에게 아주 매력적이었겠죠? 게다가 단순한 방식으로도 중독되는 맛을 낼 수 있어요. 무게가 가벼워 청소할 때도 청소기만 있으면 쉽게 빨아들일 수 있고요. 이보다 더 좋은 스낵이 없는 거예요!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에는 “땅콩 있어요! 오징어 있어요!” 하면서 극장 내에서 음식을 팔았어요. 입이 심심할 때 먹기 좋은 간식이죠? 그러다가 1980년대에 미국에서 팝콘이 수입되기 시작합니다. 가벼운 팝콘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90년대에는 ‘극장=팝콘’이라는 수식이 완성되죠. 어때요? 몰라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알고 보니 흥미로운 이야기가 팝콘에도 많이 담겨있었죠? 영화의 친구, 팝콘 만세!
영화 보면서
먹기 좋은 음식
핫도그 허겁지겁 영화관에 들어가다가 끼니를 챙기지 못했다면 역시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핫도그가 최고! 유럽에서 건너 온 닥스훈트 모양의 프랑크푸르트 소시지가 미국에서 핫도그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데서 유래했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보다는 그래도 핫도그로 허기를 진정시키는 것을 추천합니다. 머스타드와 케첩 비율 1:2 아시죠? 그런데 잠깐만, 핫도그 시킬 시간은 있으면서 영화는 왜 늦는 거야? 허허.
나초 팝콘과 함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나초. 처음 등장했을 때 조금 딱딱한 질감에 싫어하는 사람도 꽤 많았다죠? 하지만 귀여운 치즈 디핑 소스와 함께라면 더 딱딱해도 괜찮다는 사실. 멕시코 음식인 나초는 원래 녹인 치즈와 다진 칠리를 얹은 토르티야 칩이에요. 보통 전채 요리나 간식으로 즐기곤 하죠. 소중한 치즈 소스를 일회용 트레이에 잘 짜기 위해서는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부터 작업해두어야 한다는 꿀팁!
감자튀김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프렌치프라이, 영국에서는 칩스, 그리고 한국에서는 감튀라고 불리죠. 감자를 성냥개비처럼 썰어서 튀기고 소금을 뿌리면 완성되는 아주 간단한 요리예요. 영화 보면서 야금야금 꺼내 먹기 참 깔끔한 간식이죠. 무엇보다 양이 생각보다 넉넉해서 영화를 감상하면서 충분히 즐길 수 있답니다. 패스트푸드 브랜드마다 감자튀김의 맛과 크기와 질량이 조금씩 다르다는 건 모두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흔히들 맥도날드 게 좋냐, 롯데리아 게 좋냐, 싸우더라고요. 파파이스 게 제일 맛있는데…
닭꼬치 영화관에서 무슨 닭꼬치냐고 생각하시겠죠? 맞아요. 영화관에서 닭꼬치를 먹는 건 조금 부담스러워요. 어두워서 어디까지 먹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은근히 중요한 문제랍니다), 무엇보다 강렬한 소스와 고기 냄새 때문에 다른 관객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요. 하지만 집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잖아요. 여름밤을 상상해보세요. 샤워하고 나와서 편한 옷 입고, 시원한 맥주랑 닭꼬치 한 입. 그리고 스피커 연결해서 빵빵한 사운드로 영화 관람! 벌써부터 여름 언제 올까 싶죠?
필박사의 신비한 영화사전
2장 | 영화와 음악
안녕하세요, 필박사입니다. 두 번째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영화에는 음악이 빠질 수가 없죠? <라라랜드>를 떠올리면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보닛 위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저예산 영화인 <원스>는 어때요? 두 주인공이 부르는 즉흥 노래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설마, <라이온 킹>의 ‘하쿠나 마타타’를 잊은 건 아니죠? 영화를 보는 내내 알게 모르게 노래에 빠져들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안 보는데
보고 있는 것 같아
먼저 영화 속 음악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사운드 트랙Sound track의 커다란 의미를 되짚어야 해요. 사운드트랙은 세 가지 개념을 의미해요. 먼저 영화나 TV 프로그램, 비디오 게임 등에서 이미지에 동기화 녹음된 음악을 가리켜요.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영화, 뮤지컬, TV쇼, 드라마 등의 사운드트랙 앨범을 말하기도 하고요. 마지막은 조금 전문적인 영역인데, 필름에서 동기화 녹음된 소리를 포함하고 있는 물리적인 영역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OST’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riginal Sound Track’을 의미하는 것으로 CD 같은 음반 매개체의 사운드 트랙을 나타내는 거라고 보시면 돼요. 이를테면 영화나 게임에서 BGM으로 쓰인 음악인 거죠. 2000년대 초반 커다란 붐을 일으킨 물풍선 싸움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떠올려봅시다. 딱 보자마자 노래를 읊을 수 있겠죠? (빰 빠빰 빰 빰빰빰빰 빠라밤)
왜 영화에 노래가 필요할까요? 한때 무성영화를 보던 시절이 분명 있었는데, 노래의 중요성이 왜 대두되었을까요? 사실 무성영화라고 음악이 없는 건 아니에요. 아주 작은 극장에도 피아니스트가 있었고, 극장 한가운데 극장 오르간이 있기도 했죠. 사람의 목소리를 찾고, 노래를 넣고, 사물의 소리를 입히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더더욱 풍성한 음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눈으로 보는 영화가 이제는 귀로도 듣는 매체가 된 거예요. 먼저 영화의 맥락을 분위기로 보여주는 구실을 해요.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의 감정을 동요시키거나 인물이 직접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을 노래로 보여주기도 하죠. 그러니 이야기 전달을 하는 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주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죠스>의 노래를 떠올려봅시다(빠 밤 빠 밤 빠밤빠밤빠밤빠밤). 듣기만 했을 뿐인데 죠스가 지느러미 꼭지만 보이며 조금씩 다가오는 예민하고 긴장되는 상황이 떠오릅니다. 영화 속의 노래는 관람객의 시선을 바꾸고, 인식을 전환시키기도 합니다. 감정과 서사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총체적인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영화가 의도하는 장치를 이끌어내는 거죠.
이건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말이야
영화음악이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죠? 그 시기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무조건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 하나 있어요. 바로 ‘스파팅 세션Spotting ession’입니다. 콘텐츠에 들어갈 음악과 관련해 영상감독, 음악감독, 촬영감독 등 주요한 사람들이 모여서 스토리나 중요한 장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말해요. 이 회의에서 서로 장르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짜는데 아무래도 논의가 길고 복잡한 편이다 보니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죠. “영화 작업을 마친 뒤에 스파팅 세션을 통해서 작곡가와 회의를 해요. 대화를 나누는 건데, 솔직히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웃음). 사실 대부분의 감독은 감정을 음악으로 전환할 줄을 몰라요.”머릿속의 소리를 음악으로 바꿀 차례가 온 거죠. 모든 스태프가 감독의 처지가 되어 영화를 이해하려 해요. 추상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보완하고 보충하는 건데, 영화음악가 역시 이야기의 전달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영화 <인셉션>, <다크 나이트>, <캐리비안의 해적> 등을 작업한 한스 짐머는 영화음악 창작에 대해 이런 말을 하기도 했어요.
“모든 프로젝트가 시작은 비슷해요.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니 한번 들어보라는 식이죠. 듣다 보면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돼요. 날 찾아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죠. 그러다 감독이 떠나면 혼자 생각에 잠겨요.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다시 전화해서 다른 사람 쓰라고 할까? 어떻게 할지 전혀 감이 안 오거든요. 하지만 백지는 들여다봐도 백지예요. 언제 영감이 끊길까 항상 노심초사하죠.”
영화음악에서의 ‘모티프’란 영화음악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음정을 말해요. 메인 음이나 모티프를 확장한 최초의 작곡가는 누구일까요? 바로 ‘베토벤’입니다. ‘제5교향곡’, 다들 아시죠? 빠바바밤! 곡 전체가 이 한 음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하나의 모티프를 가지고 색다르게 이어나가는 것이에요. 모티프를 활용하면 영화 전반을 이해하는 연결 고리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음으로 여러 버전의 노래가 있는 것도 그 이유예요. 실제로 <죠스>의 경우, 스티븐 스필버그가 음악감독을 찾아 죠스 등장 부분에 노래를 어떻게 넣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을 때 음악감독은 아무 말 없이 단 두 음을 이용해서 노래를 들려주었다고 해요. 그때 스필버그의 반응이요? 속으로 “장난이겠지.”라고 넘겼다고 하더라고요.
그 영화를
기억하는 노래
She | <노팅힐> OST
사랑스러운 여자 주인공 안나 스콧이 만약 노래로 다시 태어난다면 ‘She’라는 곡이지 않을까요? 사랑스럽고 쑥스러워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바로 마주할 줄 아는 주인공의 모습이잖아요. 이 영화는 기자회견 장면이 킬링 포인트인 거 아시죠? 남자 주인공 윌리엄 태커가 질문을 남기고 안나가 대답했을 때, 모든 기자들이 갑자기 그 둘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는 그 장면 말입니다!
Let it go | <겨울왕국> OST
애니메이션이 시시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기승전결과 권선징악이 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우리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가 있어요. 취향과 별개로 ‘Let it go’가 201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를 강타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마 이 노래는 어디를 가든 떼창이 나올 수밖에 없을 거예요. 자매곡으로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이 있죠.
He’s a pirate | <캐리비안의 해적> OST
선곡한 OST 중에서 유일하게 가사가 없는 음악입니다. 각자 역할을 다 해야만 전체가 될 수 있는, 오케스트라 음악이기도 하고요. 이 노래를 들으면 이유 모르게 웅장한 모험을 하고 싶어져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가 하나 있는데, 배낭 하나 메고 그 세계로 떠나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다람쥐랑 친구하고 악인과 싸우면서 즐거운 엔딩 신을 가진 모험기 말이에요. 그리고 이 영화 보고 나면 그렇게 문어숙회가 생각이 나던데….
Do-re-mi | <사운드 오브 뮤직> OST
노래가 유명한 영화 중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을 빼놓고 말할 수 없죠! 음악을 사랑하는 마리아 수녀를 만나게 되면서 많은 변화를 겪는 폰 트랩 대령의 가족 이야기예요. 들판에서 맛있는 빵을 먹으면서 뒹굴고, 커튼을 뜯어다 각자 취향에 맞는 옷을 만들고, 사랑하는 조국을 위하여 작별의 노래를 부르는 따뜻한 영화죠. 아마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는 주옥같은 음악이 무척 많지만 아무래도 ‘Do-re-mi’가 가장 대표적인 노래가 아닐까요?
필박사의 신비한 영화사전
3장 | 영화와 책
가끔은 말이지요, 영화와 무언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여러분, 집중이 잘 안 되시나요? 마지막 장이니까 모두 여기를 봐주세요. 호흡도 새롭게 하시고요! 영화가 책이 되고, 또 책이 영화가 되는 작품이 많아요. 아무래도 각자 영역이 분명하면서도, 서로 영감을 주고받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책과 영화 사이의 연결 고리를 보시겠습니다! 야호!
같은 작품
다른 결말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공원》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던 영화 중 하나죠? 바로 <쥬라기 공원>입니다. 영화 결말이 마이클 크라이튼 작가의 소설 결말과 똑같지 않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소설의 결말은 코스타리카 군대가 사이트 A에 폭탄을 투하하면서 사람들을 구조합니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 부분에 변화를 주고 싶었나 봐요. 군부대의 개입 대신, 스필버그는 티라노사우르스가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돌아오는 설정을 넣었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기도 했죠. “이 영화의 진정한 주역은 사실 티라노사우르스예요. 만일 티라노사우르스가 한 번 더 히어로로 등장하지 않는다면 아마 관객은 저를 싫어할 거예요.”
<터널>과 《터널》
재난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진단한 영화 <터널>입니다. 진짜 같은 터널 붕괴 사건 때문에 영화 보는 게 좀 힘들었다는 분들도 종종 있었다죠? 사실 영화 <터널>은 원작 소설보다는 희망적인 결말을 갖고 있습니다. 터널 안에 갇힌 정수는 구조대장이 포기하지 않으면서 결국 구조되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소설 《터널》은 조금 더 버겁게 다가옵니다. 사람들이 구조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수는 자동차를 폭발시키며 자살을 합니다. 아내 세현 역시 보상금도 받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딸과 자살을 선택하죠. 책 보다는 영화가 더 직접적인 터라 희망적인 결말이 받아들이기 좀더 편안했을 것 같아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광해, 왕이 된 남자》
영화와 소설 모두 사랑을 받은 두 작품은 사실 동시에 기획되었어요. 엄밀히 따지자면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라기보다는 같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두 작품의 결말이 달라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소설과 영화 모두 찾았던 사람들이 많았어요. 영화 <광해>에서는 충신 허균이 가짜 광해를 놓아주며 그간의 수고와 존경을 표합니다. 진짜 광해 또한 가짜 광해가 남긴 기록을 보면서 백성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언지를 가늠하고 마음을 다잡죠. 소설에서는 어땠냐고요? 스포일러 조심하세요! 허균은 승정원일기를 진짜 광해에게 전해주지 않고, 역모 무리의 대장으로 등장하는 박충서에게 전달하죠. 지금 왕이 가짜라는 걸 확신한 박충서는 진짜 광해에게 찾아가 협상을 합니다. 가짜 왕의 결말은 어떻게 맞이할까요? 진짜 왕의 손에 맡겨진 가짜 광해의 운명!(김경식 씨의 목소리로) 계속된 반전의 반전이 숨겨져 있답니다.
<미스트>와 《스켈레톤 크루》
스티븐 킹의 소설 《스켈레톤 크루》는 조금 애매모호한 결말을 갖고 있습니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하면서 몇 명의 생존자들은 근원지로 향해서 나아갑니다. 하지만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영화에 명확성을 주고 싶었고, 속이 뒤틀리는 결말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해요. 주인공 데이빗은 생존자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라는 것을 알게 되고, 더 고통스러워지기 전에 남은 생존자들을 하나씩 죽이기 시작해요. 심지어 아들까지. 그리고 바로 그때, 군인들이 나타나서 그에게 한마디를 남깁니다. “모든 상황이 잘 통제되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책과 영화의 결말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게 참으로 흥미롭죠?
영화 보기 전
먼저 읽어볼 책
그해, 여름 손님
안드레 애치먼ㅣ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 소설이에요. 열일곱 소년 엘리오와 스물넷 철학 교수 올리버의 이야기가 어떤 시선으로 담겨 있을까요? 소설의 감정선을 조금 더 섬세하게 바라보고 그다음에 영화를 즐기면 보이지 않던 것이 더 자세히 보일 거예요. 뜨거운 그해, 여름 한철 동안 엘리오를 거쳐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가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
J. K. 롤링ㅣ문학수첩
해리포터에도 소설과 영화에 차이가 있다는 점, 알고 있나요? 성격, 외모 등 책에서 묘사되었던 것과 다소 다르게 표현된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긴 소설을 두 시간 가량의 영화로 만들다 보니 생략된 이야기도 적지 않답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해리포터 시리즈》 팬들은 커뮤니티에 모여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영화화되는 장면을 상상했지만 정작 영화에 담기지 못 했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죠. 책과 영화의 다른 점을 찾는 재미를 누려보세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ㅣ소미미디어
다소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제목에 조금 놀랐다면, 그 마음 어서 진정시켜주세요. 섬세한 문체와 이야기 전개 방식이 무척이나 아름다워요. 사실 결말이 정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답니다. 영화 속에서 가늠하기 어려웠던 내용을 글과 맥락, 묘사와 상상으로 어떻게 내용의 조각이 맞춰지는지 느껴보는 것도 큰 재미가 될 거예요. 책과 영화의 표현 방식의 차이를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캐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ㅣ그책
실제로 동성애자인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50년대 미국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캐롤의 입을 빌려 사랑을 말하기 시작했어요. 로맨스를 다루는 여느 소설이 그렇듯,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계속해서 따라가고, 자신의 마음을 둘러보다 보면 가슴이 촉촉해 집니다. 영화를 보면서 자칫하면 놓칠 수 있었던 감정의 디테일이나 숨겨진 사정들을 책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에디터 이자연
일러스트 최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