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베레

뭉게구름이 내려앉은 숲속의 옷

INTERVIEW 

나운혁
탐베레 디자이너

한 아이가 주워 모은 돌멩이로 시작된 탐베레. 

아이의 꿈과 일상을 담아 자유롭고 무난하지만, 

우아한 곡선미와 유연한 소재가 주는 특별함이 있다

‘탐베레’라는 이름이 신비로워요. 어떤 뜻인가요?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벨기에 동화에 나오는 여자아이 이름이에요. 당시 우리가 구상하고 있던 옷의 무드와 실루엣의 느낌과 잘 어우러져 브랜드 이름으로 정했어요.

영감을 준 아이가 있다고 들었어요. 

디자인 실장님의 딸이자 제 조카인 수언이는 엉뚱한 소녀예요. 돌멩이를 좋아해서 모으고 다녔어요. 어느 날 돌멩이 다섯 개를 가지고 와서 그 위에 그림을 그렸는데 아트팀 팀장이 그걸 본 거예요. 수언이와 함께 이름도 짓고 그림을 그리며 일곱 개의 다리를 지닌 상상 속 생물을 만들었어요. 그 캐릭터를 모티브로 삼아서 첫 시즌 옷을 만들게 되었고요. 모노톤에 아방가르드한 절개와 핏이 기본인 옷이었어요. 그동안 대중적인 옷을 만들다 보니 에너지도 고갈되었고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좋은 소재로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옷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유일하게 국내가 아닌 파리의 ‘플레이타임파리쇼’에서 제품을 처음 선보였다고요. 

네, 파리에서 2015 F/W 제품을 처음 선보였어요. 우리의 디자인을 보여줄 수 있는 시장을 찾고 싶었어요.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브랜드들과 작업을 많이 해서 파리 쇼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처럼 트렌디한 디자인이 주를 이루지 않더라고요. 정형화된 아동복이 많았어요. 우리의 목표도 탐베레 제품으로 트렌디한 단계를 넘어선 탐베레 만의 분위기를 갖는 거였어요. 만들고 싶은 디자인으로 경쟁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더 파급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보수적인 쇼인데 처음부터 호응을 받았어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동복에서 많이 못 보는 소재를 썼어요. 핏은 기존처럼 품이 크고 어깨선을 생략한 드롭숄더를 적용하되 워싱도 많이 넣고 소재도 다양하게 써서 색다른 느낌을 연출하려고 애썼어요. 쇼의 특성상 시즌을 앞서가야 해서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콘셉트를 명확하게 정했어요. 분명한 콘셉트로 디자인하다 보니 더 재미있고 새로운 것을 선보이게 된 듯해요.

언제부터 옷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2006년에 처음 옷을 만들었어요.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남대문에서 20년 이상 액세사리 사업을 했어요. 남대문이 워낙 친근해서 아동복도 많이 접할 수 있었죠. 조카가 태어나면서 아이와 관련된 옷을 만들어보려고 누나와 함께 시작했어요.

아이 옷을 만들면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옷을 너무 좋아해서 어떤 이미지로 만들지 구상하는 것이 제일 재미있어요. 계획한 대로 옷이 나오면 보람되고요. 그걸 고객들이 알아주시고 제가 구상한 느낌을 잘 살려서 옷을 입은 아이를 보면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제 아이들이 제가 만든 옷을 입고 예뻐 보일 때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요.

가장 애착이 가는 옷이 있다면요?

2017 S/S에서 선보인 수영복이에요. 콘셉트가 캘리포니아의 나른함인데, 옷의 컬러가 캘리포니아 바다의 늦은 오후를 잘 표현한 듯해요.

집에서는 어떤 아빠와 남편인지 궁금해요. 

저는 있을 때만 잘해주는 아빠예요. 사실 결혼 전에도 일을 좋아해서 워커홀릭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결혼을 늦게 할 줄 알았는데 와이프를 많이 좋아해서 일찍 했어요. 아내의 희생이 크다고 생각해요. 같이 사무실에서 일하던 디자이너였는데 육아에만 매달려 있어서 많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에요.

일과 가정 사이에 균형을 잡으며 산다는 게,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에게도 어려운 일이죠?

그렇죠. 아무래도 한정된 시간이어서 일도 가정도 아쉬움이 있어요. 다만 둘 다 좀 더 집중하려고 해요. 퇴근 후 주차장에 들어가면서 다짐을 해요. 보고 싶은 뉴스를 틀거나 스마트 폰을 보지 말고 아이들 눈을 보고 놀아줘야겠다고 마음먹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면 몸이 피곤하니까 눕고 처지게 되어서 결국 아이들이랑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게 되더라고요. 일요일은 교회에도 함께 가면서 시간을 보내요. 

아이들이 아빠가 만든 옷을 좋아하나요? 

아직 일곱 살, 세 살이어서 옷에 큰 관심은 없어요. 큰애는 얼마 전 터닝메카드가 전체에 들어간 옷을 사달라고 울고불고 떼를 써서 난감했던 적도 있고요. 태어나서부터 아빠가 만든 옷을 죽 입어서 특별하다거나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요.

탐베레의 옷이 아이들이나 가족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디자인에 영감을 준 수언이는 품이 크고 자연스러운 옷을 즐겨 입어요. 손으로 만든 느낌과 자연스러운 터치감을 이해하더라고요. 제가 바라던 모습이죠. 엄마와 아이에게 탐베레의 자유로운 감성을 전하고 싶어요.새로운 신상, 새로운 시즌의 느낌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옷을 만들고 싶은가요?

옷을 좋아하는 아이가 많은 옷 중에서도 계속 입고 싶고 더 좋아하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디렉팅까지 맡고 있다 보니 디자인한 옷이 중구 난방하지 않고 통일된 분위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플하거나 노마드하되 독특함이 있는 옷이었으면 좋겠어요. 소품은 아트워크를 넣어 좀 더 경쾌하게 만들려고 해요. 기존 아동복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소재, 빈티지한 색감과 자연스러운 조직감을 살린 탐베레만의 정체성을 갖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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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안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