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바깥의 세상으로

수신지

칸 바깥의 세상으로

수신지

“며느라기를 받겠습니까?” 이 간단한 질문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수많은 물음표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이야기의 정체를 드러냈고, 칸 바깥의 세상으로 손을 뻗었다.

며느라기
수신지ㅣ귤프레스

결혼 후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사린이는 문득 궁금증을 껴안았다. 왜 스스로 예쁨 받는 며느리가 되고 싶어지는 걸까. 왜 좋은 점수를 따고 싶은 걸까. 그리고 그것으로 내게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사린이가 겪는 갈등과 고민은 결국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 된다. 이제 당신이 대답할 차례다.

Interview
만화가 수신지

사린이 친정어머니가 “천천히 변하면 된다.”라고 말하는데, 사회가 변하면 우리 모두가 바뀔 거라는 그 막연한 긍정을 짚어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사린이가 의심을 하죠. “천천히 익숙해지면 어떡하지?”

<며느라기>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큰 사랑을 받았어요. 한창 바쁘셨을 텐데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지난가을 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 UE10’에서 《노땡큐: 며느라기 코멘터리》라는 책을 선보였어요. 그 책을 만드느라 바쁘게 지내다가, 행사 이후에는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노땡큐: 며느라기 코멘터리》에는 <며느라기>의 비하인드 신이 담겨 있죠. 그동안 자주 나왔던 질문을 담기도 했고, 가족들 인터뷰도 실려 있고요. 공통된 질문을 많이 받으셨나 봐요.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 갈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며느라기>가 실화인지를 묻는 질문이었어요. 혹은 시어머니는 이 만화를 그린 것을 아시는지, 이후 남편의 반응은 어떤지 같은 질문도 많았어요.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였죠. 저도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비슷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게 되더라고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이 책을 만들게 됐어요. 남편과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와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나누니까 그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략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기획하면서 아예 녹음을 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니까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간의 의견이 재정립될 수 있었겠네요.
그분들도 더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대답하셨고, 또 한편으로는 녹음을 하니까 적나라한 이야기는 조금 피하신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며느라기> 이후 며느리의 처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며느리 소재의 방송도 생겨나고요.
아마 자신과 밀접해서 그런 것 같아요. 당사자가 결혼을 했거나, 아니면 자신의 어머니를 보면서 떠올리는 것들이 있겠죠. 저는 독자들 중에 기혼 여성이 제일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미혼 여성이 많더라고요. 북토크나 대학교 행사에서 많은 미혼 여성들을 만나보면, 공감대가 무척 높아요. 아무래도 엄마를 생각하면서 받아들이는 게 있는 것 같았어요. 자신의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얼마 전, 서울대 도서관에서 전시를 하면서 방명록을 만들어 두었어요.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롤 형태의 종이였는데, 중간에 그게 다 떨어져서 몇 번 갈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여자 대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 미래의 자기한테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만 같고, 사린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자기도 사린이처럼 행동하게 될 것 같다는 내용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었어요. 막연한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거죠.

《노땡큐: 며느라기 코멘터리》에서 시어머니가 사린이를 이해하셨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더라고요.
본인이 며느리기도 하면서 시어머니기도 하니까요. 두 지점을 이해한 거겠죠. 모두 경험했으니까요. 인터뷰 중에 저희 친정 어머니도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시어머니들의 경우 두 위치 모두 겪어봤지만, 며느리는 시어머니 위치를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까 시어머니가 이해해야 하지 않겠냐 하고요. 연장자로서 아랫사람을 이해하는 거죠. 사실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우니까요.

《노땡큐: 며느라기 코멘터리》, 제목은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해요.
먼저 코멘터리를 붙이는 게 맞는지 고민을 했어요. 이런 책을 만들고 싶은데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에세이도 아니고, 비평집도 아니고. 부록식이긴 한데 <며느라기> 본 만화를 보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책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여기저기 물어봤더니, 영화 쪽에는 코멘터리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붙이게 됐죠. ‘노땡큐’는 거부하는 의사 표현이기도 하고요. 

요즘 독자들은 무척 적극적이어서, 직접적인 반응도 있었을 것 같아요.
‘언리미티드 에디션 UE10’ 할 때 많이 찾아와주셨어요. 사인 받으시겠다고 책을 갖고 오신 분들도 많았고요. 책도 무거운데(웃음). 북토크 하면 기억에 남는 게, 한 도서관에서 열린 행사였어요. 동네 작은 도서관이어서 20명 안팎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죠. 대부분 기혼이었고,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대다수였어요. 그때 갑자기 물꼬가 터져서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 다들 바빴거든요. 그중 책 읽는 모임이 있었는지, 서로 아는 사이긴 한데 자세한 속사정까진 모르고 있다가 그 자리에서 편하게 털어놓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얻게 되는 지혜도 생겨나고,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속 시원해지는 것도 있고요. 이 콘텐츠가 자리를 마련하는 역할을 한 것 같아서 좋았어요.

대화의 장이 열린 거네요.
대화를 이어가던 분들끼리 의견이 다르기도 했어요.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방향은 같지만 서로의 속도가 다른 경우가 있잖아요. 그 정도는 심했다, 좋게 말할 수 있지 않느냐는 온건파와 친절할 필요가 없다는 강건파가 있었어요. 둘 다 이해는 가요. 집집마다 상황은 다르니까요.

<며느라기>는 이야기 중심으로 진입하는 게 쉬운 텍스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용 안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직접 나온 적이 없거든요.
맞아요. 아주아주 넓고, 촘촘하게 가고 싶었어요. 이야기에 빠지기 전부터 특정 단어나 문구로 시빗거리가 생기거나 거부감을 들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특정 단어를 취하지 않은 거예요. 제 만화는 어떤 한 문장으로 주장하기보다는 긴 호흡을 통해서 이야기를 천천히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 넓게 다가가고 싶었죠. 누가 보면 몸 사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직접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는 사람도 있고요. 저는 은유적으로 나타내서 이야기를 간접 경험하도록 이끄는 방식을 택한 거죠.

수많은 댓글이 달리는데, 악플에 피로하진 않나요?
연재하는 동안에는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반응이 빠르게 오다 보니까, 무언가를 하는 데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긴 해요.

작가님이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길 바라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기대하는 부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원한 ‘사이다’ 결론이나 현명한 대안을 제시하길 바라는 의견도 있었죠. 하지만 꼭 거기에 부합하게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처음부터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사실 잘 몰랐어요, 원래는. 제가 몇 년 전에 《스트리트 페인터》라는 웹툰을 연재했어요. 당시 내용 마지막에 웃긴 내용으로 끝맺음을 하곤 했는데, 한 일화에서 남녀가 싸우다가 여자가 자기가 만든 아주 작은 걸 선물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했어요. ‘된장녀’ 프레임을 나타내는 이야기였겠죠. 평소 댓글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처음으로 악플이 달린 거예요. 센 말은 아니었지만 “끝이 왜 이래?”, “잘 보고 있었는데 작가 갑자기 왜 이러지?” 같은 반응이었어요. 당시에는 좀 황당했어요. 아니, 사람들이 유머를 이해 못 하다니, 정말 빡빡하다, 하면서요. 그래서 다음 화에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어요. 아주 전형적인 사과문이었죠(웃음). 그때 낯선 사람들의 공격이 무섭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어요. 이후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혹시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 싶더라고요. 그때 더 알아보기 시작했죠. 각자 계기가 있으니까요. 이상한 말을 하거나 아직 속도가 느린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기보다는 그냥 과거의 저를 보는 것 같아요. 속도의 차이니까요.

이번 편 주제가 ‘작가’예요. 작가님을 비롯해 다양한 여성 작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너무 멋있어요. 활동하는 작가들을 보면 ‘이런 이야기를 전해도 안전할 수 있구나.’ 하는 안심이 들 때도 있고요. 아주 센 발언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땐 ‘댓글이 많이 달릴 텐데, 어떻게 견딜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용기가 느껴져요.

저는 주인공 사린이가 똑똑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 회의를 주재하기도 하고요.
저도 제가 생각하는 똑똑한 친구로 그리고 싶었어요(웃음). 그런데 생각보다 단순하게 그려진 것 같아서…. 사린이는 학교 다닐 때 과대도 맡아서 하고, 당차죠. 

그런데 가족 내에서 주어진 며느리 역할에 고민이 많아 보이기도 하거든요. 친정어머니가 그 역할을 전달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해요.
엄마는 그게 옳다고 생각한 거겠죠. 아들의 엄마, 딸의 엄마라는 차이일 뿐이지 그 세대 사람들의 모습은 비슷해요. 사린이 어머니가 반대로 아들이 있다고 상상하거나 시어머니가 철수라는 사위를 대우하는 모습을 보면, 위치에 따라 조금 다르게 행동할 뿐 결국 비슷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결국 그 세대의 사회적 환경이 영향을 주는 거군요.
저는 딸들에게는 어머니 영향이 무척 크다고 생각해요. 물론 부모님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엄마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아주 아기 때부터 보고 자란 모습이니까요. 이야기 안에서 사람들에게 주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미디어’와 ‘엄마의 모습’이 등장해요. 사린이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효자가 좋은 거다.” 혹은 “네가 잘해야 우리가 욕먹지 않는다.” 같은 말을 하잖아요. 그게 사린이에게 강력하게 남아 있던 거죠. 명절 편에는 다영이라는 아이가 나와요. 식사가 끝난 후 다영이가 청소를 하는데 그 모습을 본 엄마가 화를 내요. 그런데 아무리 화를 내더라도 결국 엄마는 요리하고 청소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니 아이는 엄마의 생각보다는 행동을 더 따르게 되는 거죠. 엄마가 속으로 아무리 분노하더라도, 엄마의 모습에서 영향을 받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이번 추석에 특별판으로 어떤 걸 그릴까 고민하다가, 원래는 다영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어요. 명절에 며느리 역할을 하는 어떤 사람이 나오는데, 사실 알고 보니 그게 다영이가 큰 모습이었다는 내용으로요. 그런데 이 편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너무 우울한 것 같아서 그리지는 않았죠.

다영이 어머니는 다영이를 통해 또 다른 이입을 했네요.
연재를 하면서 본 가장 안타까운 댓글이 ‘나는 그렇지만, 내 딸은 그런 세상에서 살게 하지 않을 거야.’라는 내용이었어요. 자신은 그렇게 하면서 자식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단언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사린이 친정어머니가 “천천히 변하면 된다.”라고 말하는데, 사회가 변하면 우리 모두가 바뀔 거라는 막연한 긍정을 콕 짚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사린이가 의심을 하죠. “천천히 익숙해지면 어떡하지?”

결혼한 뒤에 마주하는 갈등을 냉철히 거부하는 게 실제로 힘든 경우도 있으니까요.
제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 중 구영이를 보면서 저 정도면 되지 않냐는 사람도 많아요. 저 정도면 업고 다니겠다는 지인도 있었고(웃음).

‘구영이 정도’는 뭘까요?
나서서 상황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사린이를 이해하려고 하고, 보상으로 사린이의 친정 일을 조금 돕는다든가 하는 것들이요. 그 정도만 되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기혼 여성과 미혼 여성 사이에 온도 차가 조금 있긴 해요. 미혼 여성들은 “그렇게 기분 나쁘고 무시당하는데 왜 이혼을 안 하지?”라고 결론을 맺곤 하거든요. 실제 이런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해요. 그런데 기혼자의 경우, 이런 일이 있지만 이게 큰 이혼 사유는 아니거나, 그거 말고도 다른 일들이 있으니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도 있는 거죠.

제 기혼 친구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어요.
다른 기혼자 페미니스트들이 각자 어떻게 해결점을 찾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가 화두로 오른 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기혼 여성들에게 왜 결혼을 했냐고 탓할 수는 없어요. 음, 이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람들은 많이 봤어요. 가사노동은 원래 여성의 일이라고 여기는 남편이 있었는데, 책을 본 뒤에 미안해하더니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며느라기>의 댓글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댓글은 모두 정독하는 편이세요?
모든 댓글을 정독하는 건 힘들지만 보이는 것들은 거의 다 읽고 있어요.

이번 추석 편이 올라왔을 때, “구영이 아직도 살아 있네?” 이런 댓글 보면서 엄청 웃었거든요.
이혼 안 했냐고 묻기도 하고(웃음). 열린 결말이다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신 사람들은 여전히 답답해하기도 하죠.

저는 팔로워가 800명일 때부터 봤거든요. 매일매일 팔로워 수가 증가하는 게 무척 신기했어요.
이런 반응은 전혀 생각 못 했어요.

기억에 남는 댓글도 있나요?
자기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 또 다른 사람들이 댓글에 댓글을 달면서 대화를 나누시더라고요. 도서관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는 거랑 비슷해요. 그런 걸 보면 기분이 좋아요.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로 힘들어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됐고요. 그리고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 중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법한 내용을 설명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 댓글들도 무척 고마웠죠. 예를 들면 사린이가 형님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있어요. 처음엔 저도 그리면서 ‘이 내용을 보면 이해가 될까?’ 걱정되기도 했어요. 실제로 올리자마자 사람들이 “무슨 말이지?” 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이 댓글로 해석해주면서 연결될 수 있었죠.

맞아요. 집단지성처럼 사람들끼리 댓글로 의미 분석하고 그랬죠.
그래서 제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더라고요. “아! 내가 지금까지 형님의 이름을 몰랐다니!” 하는 말풍선을 직접 안 넣어도 된 거죠(웃음). 댓글이 있기 때문에 만화가 더 완성될 수 있었고, 널리 퍼질 수 있었어요. 무척 고마워요. 그런데 가끔 재미있는 게 댓글을 많이 남기는 분들은 저도 아이디를 기억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다른 SNS툰을 보러 가면 거기서 그 분을 다시 발견하곤 해요. 몇 번 마주쳤어요.

어떤 계정을 가면 제가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들이 남긴 댓글들이 한 번에 보이잖아요. 그런데 사린이 계정에 들어가면, 제가 알고 있던 차분한 성격의 고양이 계정 주인들이 댓글로 구영이 욕을 써놓은 게 바로 보이는 거예요. 엄청 웃었어요.
그래서 계정 새로 만들어서 쓰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왜 SNS에 웹툰을 올리시게 된 건가요?
많은 사람들한테 다가갈 수 있는 매체니까요. 트위터는 사진을 네 개밖에 못 올리고, 페이스북은 열 개 이상의 많은 사진을 올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페이스북에만 연재하는 것보다는 인스타그램에도 함께 게재하는 게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사진 열 장을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 형식에 맞춰서 두 가지 채널에 동시에 연재 했죠. 

<며느라기>가 다른 언어로도 나온다고 들었어요.
SNS를 통해서 영어로 연재하려고 해요. SNS는 월드와이드 하잖아요. 한글로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더라고요.

《82년생 김지영》도 대만에서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정서와 문화적 맥락이 있어야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는데 타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기했어요.
저는 전혀 이해 못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디테일은 이해 못 할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공감할 것 같아요. 아니면 신기해하거나. 어떤 맥락인지는 충분히 알 것 같거든요. ‘전시 공간’에서 <며느라기>를 전시할 때도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한 외국인이 와서 이 책을 남편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어요. 한국어가 조금 서투니까, 자신의 마음을 전부 한국어로 전달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책을 선물하려고 한 것 같아요.

이야기가 아주 일상적인 부분을 잘 잡아내요. 관찰을 잘하는 편이신가요?
많은 이야기를 찾아보기도 했고요. 드라마에도 이런 이야기는 이미 흔하게 나오잖아요(웃음). 그리고 제가 연기자처럼 사린이에게 동화되면 에피소드가 상상이 돼요. 뭔가 하나에 대해서 생각하려고 하면 갑자기 그것과 관련된 것만 보이잖아요. 그렇게요. 그리고 제가 연극 동아리를 했었는데, 그 영향이 있는 건지 주인공처럼 생각하게 되니까 행동이나 말투도 그런 식으로 이어가게 되더라고요.

2012년에는 《3그램》이라는 만화를 연재했어요. 2012년의 수신지와 2018년의 수신지가 바뀐 게 있을까요?
처음 《3그램》을 그릴 때 앞으로도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해보니까 효과적인 장르 같더라고요. 제가 글을 아주 잘 쓰는 건 아니고, 그림 그리는 재주는 있고. 이 두 가지가 적절히 섞일 수 있는 게 만화였던 거죠. 아마 처음에 만화를 안 그렸다면 영원히 안 했을 것 같아요. 저랑 아주 상관없는 분야라고 생각하며 지냈거든요. 그 전에는 그림책 일러스트를 했는데, 일이 무척 재미있고 그림을 풀 사이즈로 보여줄 수도 있잖아요. 그게 저랑 잘 맞아서 만족하고 있었는데, 그림책으로 《3그램》을 풀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에피소드를 길게 풀어내고 싶어서 그때 만화 형식이 되었죠. 힘들긴 했어요. 많이 그려야 했거든요. 100페이지 넘는 게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런데 한 권 하니까 다음에 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반응도 좋았고요. 지금도 일러스트 작업은 하고 있는데 일러스트는 상대적으로 일방적인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독자의 피드백을 받기 어려우니까요. 처음에는 그게 아쉽긴 하지만 당연하게 여겼거든요. 《3그램》이 나왔을 때도 큰 반응은 없어서 제가 했다는 거에 의의가 있던 정도였죠. 그런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제 만화를 봤다는 것, 반응을 해주신다는 것, 그게 달라졌어요. 다음은 어떤 작업이 될지 궁금해하면서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생긴 게 가장 큰 변화 같아요. 

‘작가의 작가’가 궁금해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말해주세요.
최근에 지켜보고 있는 작가는 이슬아 작가예요. 그분이 그리는 만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가, 이후에 날마다 메일로 보내는 수필도 구독해서 봤어요.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사람이 다음엔 어떤 선택을 할까 궁금하고. 그리고 글을 참 잘 쓰고 따뜻해요. 마냥 희망을 말하지도 않죠. 솔직하고 다정해요. 분야는 다르지만, 한창 작업할 땐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감명을 받았어요. 래퍼 슬릭이나 《66100》의 김지양 씨.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여성들을 보면 좋아요.

여기서 잠깐!
이 인터뷰에는 아주 놀라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인터뷰 바로 전날, 에디터는 불현듯 수신지 작가를 과거 언젠가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불확신을 그대로 껴안은 채 온 집 안을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비밀을 밝혀냈다. 2015년, 에디터가 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 UE7’에 셀러로 참여했을 때 수신지 작가와 같은 공간에 있었고, 심지어 당시 작가의 만화책을 구입했던 것이다. 바로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1》! 

다음 작품으로 염두하고 있는 게 있나요?
아까 그 반장 얘기, 그 이야기를 이어서 해볼까 해요. 이 만화는 ‘모범생이 만화 주인공이 되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들어가게 되면, 그 안에 페미니즘 이야기를 담아야 할까, 아니면 편하게 웃긴 이야기로 해야 할까, 고민 중이에요. 아직 미정이고요. 아마 아예 없앨 수는 없겠죠?

드디어 2권 나오는 거군요! 반장의 시선이라니. 소재가 구체적이면서 독특해요.
책 처음은 맨 앞에 떠드는 아이들 이름을 적는 에피소드로 시작되잖아요. 이건 공모전에 내려고 그린 그림인데요, 공모전 상금을 받고 책으로 만들려고 더 길게 작업한 거예요. 제 경험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죠. 모범생 이야기요.

작가님 이야기라고요? 반장이 수학여행에서 춤추던데? 머리를 막 흔들면서. 머리를 막!
<며느라기>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다 주인공이 모범생이에요.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 새로운 관계를 성실하게 해나가는 게 비슷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작가님이라는…?
그런가 봐요(웃음).

제가 인터뷰를 진행할 때 마지막에는 공통된 질문을 남기거든요. 이 세상에는 ‘땡땡땡’이 너무 많다. 빈칸을 채워주세요.
이 세상에는 책이 너무 많다. 서점에 가보면 책이 무척 많아서 제가 여기에 한 권 더 얹는 것이 필요한 일이지, 혹은 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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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자연

포토그래퍼 박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