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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원
취향을 위한
첫 번째 페이지
챕터원
백 개의 베스트셀러보다는 한 개의 고유한 물건을 사랑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만의 확고한 취향으로 공간을 꾸미고, 물건을 들이고, 공유하고 싶은 누군가를 기다린다. 희소성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의 공간, 챕터원CHAPTER 1이다.
Interview
대표 김가언, 구병준
“특별한 물성을 가지고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하던 쓰임새로 만들었을 때 희소성이 생겨나는 거죠. 거기에 미적인 취향까지 포함된 물건은 챕터원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챕터원은 어떤 곳인가요?
김가언 챕터원은 신사동의 챕터원 셀렉트, 성북동의 챕터원 꼴렉트, 이곳 잠원동의 챕터원 에디트까지 모두 세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데요. 각 매장마다 콘셉트와 스타일, 고객층이 달라서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애매한 점이 있어요. 각각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꾸미기 위해 머무는 곳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어디에선가 리빙 편집숍이라고 소개된 걸 봤어요.
김가언 저희 스스로 리빙 편집숍이라고 소개하진 않았고, 오히려 라이프스타일숍이라고 표현한 적은 있어요. 비슷한 느낌이긴 하지만, 편집이라는 말과 스타일이라는 표현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구병준 지난 5년 동안 가구점이나 소품숍, 라이프스타일숍 등으로 소개됐는데, 삶의 방식과 주거의 방식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명확한 규정이 어려운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갤러리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죠.
챕터원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뭔가요?
구병준 몇 달 동안 고민했어요. 사실 후보로 나온 20~30개 중에 뭘 써도 상관없었지만 어쨌든 정해야 했죠. 당시 한국에는 우리가 보여주려는 숍의 형태가 없다는 생각에 첫 번째 시작, 첫 번째 도약, 첫 번째 장이라는 의미를 두고 만든 이름이에요.
김가언 처음 가로수길에 챕터원 셀렉트를 내면서 후에 이어질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1막 1장의 느낌으로 챕터원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일단 첫 번째 장을 열고 어떤 형태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두 번째 장, 세 번째 장이 되도록 말이에요.
처음부터 공간 확장을 염두에 둔 거네요.
구병준 트렌드가 바뀌면 우리가 다루는 아이템도 바뀔 수 있어요. 우리의 것이 평생 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만큼 공부를 해야 하고 시대가 어떻게 바뀌는지 그때그때 적용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첫 번째 장을 떠올린 거죠.
각 매장의 특징을 이야기해주세요.
김가언 챕터원 셀렉트는 말 그대로 셀렉팅한 제품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조금은 대중적인 소품숍의 느낌이에요. 20~30대가 즐길 수 있는 가구류와 익숙한 디자인 제품도 있고요. 챕터원 꼴렉트는 공간적인 부분에 조금 더 신경 썼어요. 동서양의 만남을 콘셉트로 한국적인 것과 유럽적인 것을 믹스 매치했죠. 층고도 6미터 가까이 되기 때문에 유럽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어요. 챕터원 에디트의 경우는 조금 더 동양적인, 특히 중동의 색감이 가미된 공간이에요. 공예 제품 쪽으로 방향을 잡았죠.
어쩌면 각 공간에도 어울리는 나이가 있을 것 같아요.
김가언 아무래도 셀렉트가 제일 ‘영한’ 공간이고, 꼴렉트와 에디트는 나이대가 비슷하죠. 30대와 50대 사이 정도. 하지만 스타일 자체가 달라요. 나이로만 구분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이곳 챕터원 에디트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요. 각 공간 소개를 부탁드려요.
김가언 1층은 카페 겸 비스트로로 사용하는 파운드 로컬이 자리하고요. 2층과 3층은 에디트 숍으로 제품을 판매해요. 그리고 4층은 갤러리 도큐먼트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고요.
모티브가 된 공간이나 사례가 있나요?
김가언 특정 공간을 본 따서 만든 건 아니지만 베를린의 상점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은 삭막한데 안으로 들어가면 비밀스러운 중정이 연출되죠. 밖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구조적인 특징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러고 보니 상점 전면에 있어야 할 유리가 없어요.
김가언 메인 출입구와 유리를 벽으로 막아버렸어요. 일단 안으로 들어와서 색다른 분위기를 누리게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이 거리의 특성상 주변에 일반 식당이나 여타의 상점들이 많아요. 그들과 함께 전면을 오픈하지 않고 외부와의 차단을 통해 공간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구병준 비밀 공간이라기보다는 힘들게 찾아오신 분들이 완벽하게 누리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감각적인 공간을 만든 사람이 누굴까 찾아보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게 됐어요. 원래는 패션 VMD(김가언)와 디자이너(구병준) 분야에 계셨죠.
김가언 구 대표님은 디자인 베이스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전시 기획 쪽 일을 하셨고, 저는 패션 VMD를 오래 했어요. 주로 공간 연출 부분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옷보다는 공간과 전시에 관심이 더 많아진 케이스죠. 회사를 그만둘 때쯤 그동안의 자료를 모아보니 엄청난 데이터가 쌓여 있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는 감흥을 주는 공간이 적었고, 제가 모은 데이터로 저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이 즐길 만한 숍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죠. 남편(구병준)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나 혼자는 할 수 없으니 디자이너가 됐든 기획이 됐든 일단 한 번 도와달라고요.
없으니 내가 차린다?
김가언 그거죠(웃음). 저는 늘 동네 디자이너들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들과 함께 제품을 만들었고, 기존 외국 디자인 제품에 비해 색다른 부분이 이슈가 됐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한국 작가와의 협업이 흔치 않았나요?
김가언 거의 없었어요. 작가는 인사동 같은 소규모 공예 갤러리에서 개인전만 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아요. 작가의 작품을 제품으로 디자인해 판매하는 숍은 많지 않았어요.
작가와 의견 조율은 어떻게 하나요?
김가언 처음부터 저희의 기획 의도를 먼저 제안하는 편이에요. 작가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에, 저희의 카테고리 안에 부합하는 작가들을 찾고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거죠. 처음에는 작가들 역시 새로운 시도에 두려움이 많았지만, 소재를 다른 방향으로 다뤘을 때 오는 신선함과 재미를 느끼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작가의 이름이 먼저 알려지면서 덩달아 작가의 작품도 팔리며 주목받기 시작했죠.
챕터원이 작가와 소비자를 잇는 플랫폼이 된 셈이네요.
구병준 그렇죠. 성공한 모델이 몇 개 생기니까 디자이너나 공예가들도 상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시장이 커진 거죠. 지금에야 그런 일이 흔하지만 당시에는 모험이었어요.
협업이라고 한다면 방 안에 놓이게 될 모든 것들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김가언 챕터원의 물건들이 ‘방 안의 연출’이기는 하지만 저는 방 바깥과 안쪽을 믹스 매치하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면 지우산의 경우 실내에 둘 때는 장식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바깥 정원에 두면 기능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이 되기도 하죠.
챕터원의 물건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곳에 놓이게 되나요?
구병준 나름의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만의 느낌이 있어요. 공간의 어울림이자 사용하는 사람의 느낌이라고 해야겠죠. 우리나라의 경우 유행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편인데, 리빙은 패션과 달리 마음에 안 든다고 금세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단순히 유명한 브랜드에 의존해서 판매하는 방식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요. 소파 하나를 사더라도 5년, 10년을 유행 타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안목이 필요한 거죠.
판단 기준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주세요.
김가언 물론 세대마다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맞다 틀리다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요.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한 소비를 가성비라고 한다면 저희는 가심비라는 말을 선호해요. 심적으로 만족한다면 그때 소비하는 거죠. 만약 비즈니스만 생각했다면 정말 잘 팔리고 유명한 제품으로만 채울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30대 후반에 이 일을 시작해 이제 40대 중반까지 오는 동안 저희의 취향도 조금씩 변해갔어요. 그에 따라 물건을 들이는 기준도 함께 변했죠. 각 매장이 가진 고객 특성에 맞춰 유동적으로 성장하는 거예요.
취향이라는 말에 딜레마가 있을 것 같아요. 모두를 만족시킨다면 좋겠지만 공간이 한정된 만큼 누군가의 취향은 포기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김가언 그래서 매장을 나누게 된 거예요. 각 매장의 콘셉트에 따라 지역 구분도 달리 했고요. 챕터원 꼴렉트의 경우에는 가구를 좀 더 즐기고 느끼고 생각하는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너무 시끄러운 공간이면 안 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가로수길을 피해 성북동에 오픈한 거죠.
제품 구성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보통은 하나의 브랜드 라인을 통째로 옮겨오는데 비해 챕터원은 한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는다고요.
구병준 세상에는 수천수만 개의 브랜드가 존재해요. 저희가 원하는 그림은 그 수많은 브랜드 아이템의 조합이에요. 하나의 브랜드만으로는 그리지 못하는 그림이죠. 특정 브랜드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브랜드만으로 채워놓은 집은 없어요. 다 자기가 원하는 구성에 맞는 걸 조합하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의 숍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특정 브랜드에 쏠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 역시 저희를 신뢰하는 거 같아요.
국내외의 여러 브랜드가 한데 모여 있어서 자칫 전체적인 조화를 놓치지는 않을까 고민은 없었나요?
구병준 물론 걱정도 많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확고한 기준을 세워야 했어요. 아시아와 유럽, 중동의 분위기 등 공간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죠.
그 과정에서 두 분의 역할이 궁금해요.
김가언 예전에는 모회사와 자회사 느낌으로 회사 자체가 분리되어 있었어요. 구 대표님은 기획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셨고, 저는 챕터원의 전반적인 방향을 잡는 일을 했는데, 여기까지 오면서 통합을 했어요. 현재 구 대표님은 대외적인 프로젝트 전시, 그리고 저희가 론칭한 스틸라이프 브랜드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맡으시고, 저는 MD와 영업 쪽 일을 하고 있어요.
서로 역할이 달라서 공간을 꾸미거나 물건을 셀렉할 때 충돌은 없겠네요.
김가언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너무 다른 부분도 많고요(웃음). 예를 들어 제가 툭 던져놓는 수채화 타입이라면 대표님은 구성에 가까워요. 딱 떨어지는 일본식으로 절제하는 느낌이 강하죠.
서로 다투지는 않으시죠(웃음)?
김가언 예전에는 조금 다투기도 했는데, 이제는 장단점을 너무 잘 알아서 맡겨놓고 있어요.
기획자로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훈련을 하나요?
김가언 저희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났을 때 오히려 많은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갇혀 있던 개념을 깨뜨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안 거죠. 또 하나는 외국의 경우에서 트렌드를 읽는 거예요. 가까운 일본만 봐도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서 이슈가 된 게 많아요. 그들과 미팅을 통해 작가와의 협업이나 전시의 방향성을 이야기해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고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 예습을 하는 셈이죠.
챕터원이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 좋은 물건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구병준 저희가 직접 사용했을 때 좋은 물건이 우선이에요. 누군가에게 이 물건이 왜 좋은지 설명해야 하는데 직접 써보지 않았다면 소비자에게 신뢰받을 수 없을 테니까요. 일종의 취향을 제시하는 거죠.
매장을 둘러보면서 독특한 형태의 물건이 많구나, 느꼈어요.
김가언 희소성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보다는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물건을 특별하게 골라요. 특별한 물성을 가지고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하던 쓰임새로 만들었을 때 희소성이 생겨나는 거죠. 거기에 미적인 취향까지 포함된 물건은 챕터원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취향이라는 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 기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갖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듯 보여요.
김가언 그래서 많이 사봐야 해요(웃음). 일단 사보고 써봐야 취향을 가질 수 있는 거예요. 한번은 신혼부부가 가구를 사러 와서 그 브랜드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사야 한다는 거죠. 그럼 저는 당장 물건을 팔기보다는 일단 대화를 나눠요. 정말 원하는 것만 먼저 사고 나머지는 조금 미뤘다가 구입하라고요. 서재에 들어가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선반을 먼저 사는 건 낭비잖아요. 다이닝 위주의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쪽으로 먼저 갖추고 나서 나중에 다른 것들을 고려해도 늦지 않거든요.
취향을 갖기 위한 소비라는 건 생각지 못한 대답이에요.
김가언 직원들과 해외 출장을 가면 항상 혼자만의 시간을 줘요. 하다못해 펜이라도 하나 사도록 소비를 권유하죠. 적어도 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소비의 경험이 필요해요. 스스로 경험하지 못한 걸 어떻게 손님에게 권유할 수 있느냐는 거죠.
챕터원의 자체 브랜드로 스틸라이프Still Life가 있죠. 스틸라이프라면 정물화를 말하나요?
구병준 맞아요. 이전까지 정물화라고 한다면 사과나 포도 같은 과일이 놓인 풍경이었지만, 21세기의 정물화라면 무엇이 놓여 있을까, 하는 것에서 출발했어요. 내 공간을 사진으로 남겼을 때 그 안에는 책장과 책상, 조명 같은 공간에 필요한 기본 아이템들이 주인공으로 있겠죠.
스틸라이프는 어떤 방향성과 철학을 가지고 있나요?
구병준 사실 브랜드를 론칭하기까지 고민을 엄청 했어요. 하지만 결국 만들게 된 계기는 제가 원하는 가격대에 원하는 물건이 없다는 이유였어요. 사이즈와 기능, 금액을 모두 만족할 만한 테이블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게 됐고, 그게 반응이 좋았어요. 선반, 책장, 책상, 슬리퍼나 컵 같은 기본적인 아이템을 다뤄요. 디자인이나 형태에 치우치지 않고 어느 집에나 어울릴 만한 유행을 타지 않는 브랜드를 유지하려 해요.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것은 디자인 이야기인가요?
구병준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물건을 만들죠.
김가언 5년 전에 출시한 컵이 있는데요.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비율을 조금 바꾼다든지 손잡이나 색에 미묘한 차이를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기능적으로 연구, 발전시켜왔어요. 만약 무리하게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했다면 시간이 지난 후에 촌스러웠을 거예요.
디자인을 하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의미죠?
구병준 10년 뒤에 봐도 어울릴 만한 걸 만들고 싶어요.
상대적으로 취급하는 물건의 가격대가 높다는 평이 있어요.
김가언 매장 세 곳의 가격대가 달라요. 가로수길 챕터원 셀렉트의 경우 주변의 여타 다른 숍과 비교해 가격대를 잡아서 특별히 높은 편은 아니고요. 챕터원 에디트의 경우 한 피스, 한 피스가 작가와의 고심을 통해 새롭게 나온 작품이라 조금 높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한 가마에서 나올 수 있는 작품이 기껏해야 10개 정도밖에 안 되고 재주문을 하더라도 3개월 이상 걸리는 등 제한 상황이 많아요. 물론 대량 생산으로 가격대를 낮출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장의 이윤보다는 길게 보는 편이에요. 일반 디자인숍과 비교하면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공예품을 다루는 곳에 비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가격이죠.
구병준 기존 2만원에 파는 걸 만원에 팔 수도 있어요. 속된 말로 찍어내면요. 하지만 비즈니스적으로 타협했다면 지금의 저희는 없을 거예요.
얼마 전에는 5주년 마켓 행사로 가격 할인을 진행하셨다고요.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걸 생각했어요….
김가언 챕터원 셀렉트뿐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도 매년 행사를 진행해요.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을 드리기도 하고요. 일종의 감사의 마음인 거죠.
5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처음의 마음, 그날의분위기를 기억하나요? 그리고 지금은 어떤가요?
김가언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해요. 그날의 무드와 손님들의 눈빛, 제가 판매한 제품 모두 다요. 지난 5년을 돌이켜보자면 매장을 오픈하고 2~3년 시간이 지난 뒤 일종의 위기가 찾아왔어요. 초심을 많이 잃었고, 처음 가졌던 방향성도 많이 잃어서 뻔한 숍이 되어 있더라고요. 스스로 재미를 잃고 가기 꺼려하는 매장이 되어버린 거죠. 매출은 성장했지만 재미없는 매장이 되어버렸다는 후회를 한 뒤에 다시 마음을 다잡기 위해 모든 걸 정리했어요. 새롭게 모은 물건을 따로 떼어내 꼴렉트를 오픈했고, 그 분위기와 별개로 셀렉트 역시 재정비했죠.
세 개의 공간 중에 조금 더 마음이 쓰이는 곳이 있다면요?
김가언 지금은 에디트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곳에 더 신경을 쓰고 있고요. 마음속으로는 셀렉트 매장이 가장 애정이 가요. 챕터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한 매장이기도 하고, 여기가 흔들리면 다른 곳 역시 자리 잡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있어요.
구병준 저 역시 가로수길의 셀렉트 매장이에요. 사실 가로수길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면서 매장을 옮길까 고민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처음 시작했고, 우리를 키워줬기에 쉽게 결정하지는 못했죠.
김가언 친분 있던 사람들이 가로수길을 떠날 때 그런 생각이 문득 드는 거죠. 우리까지 빠지면 지는 거 같은 기분 있잖아요. 지지 말고 버티자. 챕터원만큼은 가로수길을 지키고 싶었어요.
네 번째 매장 소식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요?
김가언 아직은 거기까지 생각할 단계가 아닌 것 같아요(웃음).
구병준 저는 사실 생각하고는 있어요.
김가언 그래요?
구병준 삼성동 아니면 종로같이 회사가 많은 곳으로 가고 싶어요. 넥타이 부대가 있는 곳에 패션과 음식에 관련한 매장을 내면 어떨까, 정장 입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위기, 누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김가언 이야기는 하지만 새로운 숍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어요.
은근히 반대하시는 거 같은데요. 의미를 알겠습니다(웃음). 책의 첫 번째 장이라는 의미로 챕터원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럼 그 책의 마지막 장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구병준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생각보다 시대가 빨리 바뀌어요. 아무리 예상해도 따라가기 힘들 만큼 문화가 빨리 바뀌거든요. 5년 뒤 10년 뒤에는 또 어떻게 바뀔까, 대충 예상은 하지만 정답은 아무도 모르는 거겠죠. 그래서 너무 먼 미래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당장 앞의 것들에 좀 더 신경을 쓰려 해요.
챕터원에서 추천하는
여섯 개의 물건
01 Pot, Vase | 윤상혁
발색이 다른 흙을 겹쳐 만든 화병이다. 덩어리가 엉기며 자연스러운 무늬를 표현하며, 성질부리는 아이를 달래듯 제멋대로 뻗친 흙의 성질을 갈무리했다.
02 Picnic in the forest | 전하람
전하람 작가의 ‘은유적 사물’ 시리즈 중 하나로, 여행을 의미하는 바구니 형태를 갖는다. 투각된 구멍 사이로 계절의 색과 빛, 그날의 분위기가 비춰든다.
03 Easy Armchair | 피에르 잔느레
인도 찬디가르를 위해 제작된 가구 중 단연 돋보이는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의 빈티지 의자다. 오피스와 다이닝, 라운지 등 다양한 공간에 제안한다.
04 추상탄화 원형 소반 | 박홍구
박홍구 탄화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박홍구 소반의 대표작이다. 옛 소반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여 추상적인 문양과 형태를 표현했다.
05 Roly Poly Chair RAW | 페이 투굿
페이 투굿Faye Toogood의 작품으로, 유리섬유 소재로 만든 의자다. 둥근 접시 형태의 좌석과 두툼한 네 개의 다리가 특징이며, 우윳빛의 색감이 매력적이다.
06 Mugwort Room Fragrance Set
| 스틸라이프
챕터원의 시그니처 브랜드 스틸라이프에서 개발한 공간향이다. 현무암 위에 오일을 스며들게 하여 발향한다. 촉촉한 새벽 공기가 내려앉은 산을 연상시킨다.
챕터원 에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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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포토그래퍼 안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