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원에서 움튼 생의 순간들

임이랑 — 작가·뮤지션

겨우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식물이 작은 화분에서 새순을 틔워낸다. 기대하지 않았던 생명력에 다시금 환희하며 이랑은 되뇌었을 것이다. 정말이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그는 초록빛 가득한 이 안전하고 커다란 세계 안에서 글을 짓고 음악을 매만지며, 이곳에 뿌리내린 하루를 천천히 보듬어 키워가고 있다.

그 시행착오가 책 《아무튼, 식물》과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에도 잘 드러나요. 작가님은 줄곧 “식물을 죽여도 된다.”고 말하셨죠.

저는 식물을 키우고 싶어 하면서도 잘 못 키울까 봐 시작조차 못 하는 분들이 참 많다고 느껴요. 그런데 식물을 하나의 개체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하나를 죽인다고 해서 그 종이 멸종되는 건 아니거든요. 식물은 동물이나 인간과 달리 끝없이 번식할 수 있고, 무성 생식도 가능한 존재잖아요. 그래서 식물의 죽음을 동물이나 인간의 죽음과 같은 선상에 두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더 편하게, 더 적극적으로 즐기셨으면 해요. 그래야 결국에는 식물을 살릴 수 있게 되더라고요. 

식물을 키우며 달라진 생활도 있을까요?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기상 시간이에요. 저는 원래 낮 12시 전에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식물에 대한 마음이 커지다 보니,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서 환기를 해주게 되더라고요. 제 집을 보시면, 사람 자는 방에만 커튼을 달고 다른 공간에는 커튼을 아예 달지 않았어요. 햇빛이 너무 아까워서요. 정말 오랫동안 오후에 일어나는 사람이었는데, 식물을 조금이라도 더 잘 키우려면 제가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에 일어나서 환기해 주고, 공기가 집 안에서 항상 잘 돌 수 있도록 하게 돼요.

 

이른 기상을 해보니 어때요?

제 성격이 많이 밝아졌어요. 주변에서도 제가 밝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원래 되게 염세적이었거든요(웃음). 어떤 것을 크게 기대하거나 너무 좋아하게 되면 나중에 마음이 힘들어지잖아요. 저는 그런 상태가 되기 싫어서 한동안은 기대도 안 하면서 지냈어요. 아무래도 20대에는 더 염세적으로 기울어지기 쉬웠던 것 같고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꽤 바보 같은 상태였더라고요. 그때의 시기를 조금씩 벗어나면서 생각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기도 했고, 식물을 키우면서 생활 패턴이 바뀐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식물이 좋아하는 집의 환경과 작가님이 좋아하는 집의 환경이 일치하게 된 거네요.

맞아요. 완전히 똑같게 됐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예전에는 거실에도 늘 어두운 커튼을 달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잠드는 공간 외에는 밝게 해놓는 게 좋아요. 집 구할 때도 ‘밝은 집’이 목표였고요. 식물이 좋아하는 집은 대체로 밝고 공기가 잘 통하는 집인데, 지금 제 집이 딱 그런 환경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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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황진아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