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으로 물든 채, 자연의 속도로

농부 밀크우드 가족

초록으로 물든 채,
자연의 속도로

밀크우드 가족

인간은 집 밖을 떠나 더 먼 곳으로 갈수록 오랜 시간 땅에서 익힌 기술들을 잊어 버렸다. 땅을 다듬고 씨를 뿌리고 풀을 솎고 끊임없이 돌보며 날씨를 걱정하는 일들과 거리를 두게 된 것이다. 문명화와 기술 발전으로 가장 먼저 식량난을 해결했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자연의 시간과 다른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다른 손을 빌려 식탁을 채우는 일에 익숙해진 채 살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 땅과 교감하는 가족이 있다. 그들은 매 계절을 생생하게 기억하기 위해 맨손으로 자연을 느꼈다. 자연의 속도로 하루를 부지런히 보내다 어느덧 가족의 미소가 초록으로 물들었다.

조금 더
푸르름 곁에

인간에게 땅이 필요하다. 걸을 수 있는 평평한 지반을 말하는 게 아니라, 흙과 벌레, 나무뿌리와 강줄기가 맞닿은, 생명력 넘치는 땅이 필요하다. 자연과 가까운 삶은 결국 땅과 밀접한 삶이기도 한 것이다. ‘영구적인Permenant’이라는 단어와 ‘농업Culture’을 결합해 만들어진 ‘퍼머컬처Permaculture’는 현대인에게 맞춰 자연의 필요를 담은 농업 방식을 말한다. 호주의 빌 모리슨Bill Mollison과 데이비드 홀름그렌David Holmgren 교수가 주창한 개념으로, 인간에게 지속 가능한 자연환경을 제공하는 농업 디자인 방식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부터 드넓은 농장까지, 사람들이 가득한 대도시에서부터 푸른 야생의 초원까지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는 개념인데, 우리말로 ‘영속농업’이라고 부른다. 한 잔의 차를 마시기 위한 과정을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기존의 방식을 취할 때, 찻잎을 기르는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 물질이 발생하고, 차를 판매하기 위해서 티백 포장, 소포장, 박스보장, 비닐 포장이 이루어진다. 포장을 위해 핵폐기물 발생, 농약 사용, 온실가스와 공해 발생, 산림파괴 그리고 자동차 오염물질 배출이 불가피하다. 포장을 마치면 먼 거리까지 운송을 해야하는데, 이때 기름 사용과 화학물질 발생이 이뤄진다. 반면 퍼머컬처 시스템은 모든 것을 자연적 순환에 맡긴다. 찻잎을 키우는 것은 빗물과 바람결, 햇볕과 흙이다. 천천히 자란 찻잎은 그대로 사람의 손으로 향한다. 가까운 자급자족부터, 넓게는 자연 친화적 농법까지 자연 그대로가 자라나는 것이다. 

호주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커스틴과 닉 부부는 인간과 자연이 한 데 어울려 더 오래 푸르름을 느낄 수 있는 퍼머컬처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은 더 오랜 시간 땅이 숨 쉴 수 있는, 모두가 공평하게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찾아왔다. 시간이 더 걸리고, 평소보다 더 불편해도 충분하다. 그것이 자연의 발걸음이라면.

Interview
농부 커스틴 브래들리 Kirsten Bradley

“우리는 계절 그대로 살고 있어요. 겨우내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여름에는 무척 바쁘게 움직여요. 부지런한 하루들이 차곡차곡 쌓이죠.”

가족을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세 명의 작은 가족이에요. 저 커스틴, 제 남편 닉Nick, 그리고 아홉 살 된 아들 아셔Ashar가 있죠. 호주 빅토리아 지역의 ‘데일스포드Dayles￾ford’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요. ‘멜리오도라Melliodora’라고 불리는 농장이죠. 이곳은 수더넷Su Dennett과 데이비드 홈그렌David Holmgren이 디자인하고 설립한 농장이에요. 영속농업의 공동 창작자이지요. 

처음에 농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처음 농사를 고려하게 된 건 닉의 가족으로부터 뉴사우스웨일스의 머지Mudgee로 와서 함께 양을 키우고 올리브 농장을 운영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였어요. 10년 전이죠. 사실 작은 집을 짓고 직접 채소를 키워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영속농업에 대해 알게 됐고 완전히 푹 빠져버린 거죠. 홀딱 반했어요. 영속농업의 목적과 이야기를 듣고, 농업과 교육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본래의 목표나 계획과는 정반대로 흘러갔죠(웃음). 

직접 밭을 일구는 삶이 많은 변화를 가져왔을 것 같아요.
농사는 우리를 지역 커뮤니티와 음식으로 연결해주는 특별한 장치예요. 저희는 계절 그대로 살고 있어요. 겨우내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여름에는 무척 바쁘게 움직여요. 부지런한 하루들이 차곡차곡 쌓이죠. 그리고 농장 일이 바쁘지 않을 땐 주변에 남아 있는 일들을 처리하기도 해요. 아주 가끔이지만요. 무엇보다도 농사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우리를 강하게 이어줘요. 우리는 모두 자연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며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연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죠.
도시에 살든 그렇지 않든 모든 사람에겐 자연이 필요해요. 어디에 살고, 어떤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이 말이죠. 무엇보다 모든 인간은 생태계라는 시스템 안에서 자연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잖아요. 살아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돌이켜보게 만들어주는 지점이기도 하죠.

사진에서 염소와 닭들도 많이 봤어요. 무언가를 계속해서 챙겨주는 건 무척 어려운 일처럼 보이는데요.
농사가 그렇죠. 땅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하루 일과가 정신 없이 무척 바쁘게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해요. 동물을 보살피는 일도 그중 하나죠. 염소는 우리에게 매일 신선한 우유를 주고, 닭은 달걀을 줘요. 동물들이 주는 것들로 우리는 에너지를 얻고, 또 그 에너지를 통해 생긴 건강한 힘으로 동물들을 잘 돌볼 수 있는 거예요. 엄청난 것을 주고받는 관계랄까요.

이런 생활방식이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힘을 주겠죠?
그럼요. 아셔도 자기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 잘 알고 있어요. 음식 재료를 구하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이해하고 있고요. 아셔는 채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라는 모습을 존중해요. 만약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사실들이죠. 그리고 제가 관찰한 건데, 아셔는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요. 어떤 일이 새롭게 벌어지고 끝맺음이 있다는 게 자연스러운 순리라는 걸 자연을 통해서 배운 듯해요. 평소에는 친구들을 불러 트리하우스에서 놀고, 염소를 토닥이고, 과수원 이곳저곳을 마구 뛰어다녀요. 주어진 공간을 잘 쓰는 아셔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이웃과 가까운 모습도 무척 행복해 보여요. 사실 대도시에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는 것도 어렵거든요. 사람들 사이에 두꺼운 벽이 있는 거죠.
농사를 통해 이웃 간의 공동체 의식이 더욱 단단해질 것 같아요.시골이 아니더라도 공동체는 어디서나 구성될 수 있어요. 그러고 싶고, 그 럴 의향이 있다면요. 오히려 대도시에서 공동의 목적을 가진 다양한 모임을 더욱 다채로운 방식으로 만들기 쉬울 것 같아요. 딱 한 가지 요소만 있으면 돼요. 타인에게 관대하고 친근한 태도를 갖추는 것이요. 당신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무언가를 공유하는 게 행복하다는 걸 알려주는 거니까요.

양봉을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실제로 벌이 없어지면 엄청난 생태계 위기에 직면할 거라는 말이 많잖아요.
양봉을 한 지는 8년째예요. 우리는 벌과 함께하는 생활을 무척 사랑해요. 전세계적으로 자연적인 방식으로 벌을 돌보는 양봉가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해요. 화학약품을 이용하지 않는 거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벌들을 지원해주고 있어요. 벌이 좋아하는 식물을 심고, 필요하지 않은 해충제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유기농 농부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지원하고 있어요. 우리의 이런 노력이 꿀벌들이 더욱 잘 일할 수 있게 한다고 믿어요. 

얼마전 《MILKWOOD》라는 책을 발간했어요. 책을 통해서 사람들과 무엇을 나누고 싶었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홈메이드와 핸드메이드 라이프를 위한 다섯 가지 일을 소개하고 공유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우리의 기술을 통해서 개인의 역사에 없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는 게 무척 즐거웠거든요. 그 즐거움을 책으로 전달하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책을 내기로 결정했죠. 길고 힘든 과정을 거쳐 책이 나왔는데, 우리 가족이 무척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MILKWOOD》를 통해서 사람들이 집 안에서 가족들을 더욱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삶의 방식과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이 궁금해요.
궁극적인 꿈은 지금처럼만 살아가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로 하루를 채워나가고 싶어요. 하지만 더 많이 잘 수 있고, 더 많은 케이크를 먹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웃음).

MILKWOOD
커스틴 브래들리, 닉 리타ㅣ밀크우드

집에서 만들고, 키우고, 가꾸는 삶의 모습을 소개하고 이끌어 내는 그들의 다양한 기술들이 담겨있다. 자연과 가까운 거리를 두고 느린 시간을 보내는 하루가 무해한 웃음을 만들어 낸다. 밀크우드 홈페이지와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다.
H. milkwoo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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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자연

사진 밀크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