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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 rapy 티라피
tea ; rapy
차茶의 시간
차는 ‘차나무의 어린잎을 달이거나 우린 물’이라는 뜻으로, 커피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차라리 음료라는 단어가 맞을 텐데, ‘차 한잔 하자’ 하면 우리는 대부분 커피숍으로 향한다. 물론 나도 커피를 즐겨 마시지만, ‘차 문화’가 조용히 자리를 잃어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다가 메뉴판 한구석으로 몰려난 걸까. 그런데 다행히도 차의 깊고 다양한 맛과, 차분한 문화를 어떻게 알릴지 항상 고민하는 사람이 있었다.
THERAPY
티라피는 ‘티Tea’와 ‘테라피Therapy’의 합성어이다. 거창한 의미는 아니고 단어 그대로 ‘차를 통해서 치료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차를 통해 치료받을 수 있을까. 하만종 대표는 차의 효능을 나열하기에 앞서, 우리에게 ‘마음의 상태’를 묻는다. “많은 분들이 차를 고르며 ‘이건 어디에 좋아요?’, ‘감기에 좋은 차는 뭐예요?’ 물을 때가 많아요. 그럼 저는, ‘베리미’라는 차는 안톤시아닌이 있어서 눈에 좋습니다. 그런데 한 5리터는 마셔야 하고, 감기에는 감기약을 먹는 게 효과가 빠를 거라고 대답해요. 차의 가장 큰 효험은 병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효능에만 치우쳐 차에 접근하면 관심의 수명은 오히려 짧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신에 그는 이렇게 권유한다. “모니터와 A4용지로 가득한 사무실을 벗어나 차 한잔 하며 짧은 휴식을 만끽하세요.” 초점은 차가 아니라 휴식이다. 차를 마시는 시간, 그 자체를 통해 우리는 피로를 풀고, 웃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진짜 진료를 하는 셈이다. 그 진단이 아픈 사람들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피로한 사람들에게는 꽤 괜찮은 처방이 될 것이다. 색도 곱고, 향까지 좋은 약이 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면 말이다.
가까이 다가가는 법
티라피의 오프라인 샵은 삼청동 언덕에 있다. 실내에 진열된 물품이나 건물 앞에 세워진 간판을 보면 카페 같은데, 하얀 테이블 위에 놓인 비커와 플라스크는 과학 실험실을 떠오르게 한다. 그게 궁금해 길을 지나가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제법 있다. 몇 마디 나누지 않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손님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원하던 그로서는 그런 짧은 만남도 반갑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차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은 사실이에요. 티라피를 운영하기 전부터 가장 고민인 부분이죠. 생각보다 결론이 쉽게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저것 해보기로 했어요. 일단 벼룩시장이나 전시회 같은 곳에 참여해서 차를 생산하는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알렸죠. 워낙 좁은 시장이라 쉽지는 않아요. 요즘에는 ‘어떻게든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 숨 쉬고 활동한다면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영국에 있는 티 팩토리Tea Factory(차를 생산하는 곳)에서 트럭의 승하차를 도와주는 허드렛일을 했다. 그때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이 가게를 시작하는데 있어 큰 발판이 된 것이다. 경험해 본 일이니만큼 자부심도 있었다. 그리고 셔츠 깃에 새겨진 로고나 세련된 패키지, 판매되고 있는 차의 이름들은 그가 얼마나 세세한 부분까지 노력했는지 보여주었다. 나는 그것들을 보며 정말 혼자서 한 일인지 재차 물었다. 특히 독특하면서도 익숙함이 느껴지는 차의 이름에 대해 자세히 물었는데, 그는 수줍게 웃으며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티 브랜드로서 한국지명을 가진 티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국내산 원료를 이용하지 않고 한글을 붙인다는 게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중에 수출하게 됐을 때를 생각해봤어요. 영국 헤럴드 백화점에서 ‘블랙 티 인 서울’이나 ‘북촌 얼그레이’가 판매된다면 아주 묘한 느낌일 것 같아요.”
차의 조건
티라피에는 12가지의 차만 판매한다. 홍차와 갖가지 과일차, 허브차 그리고 루이보스차가 있다. 차의 종류가 많지 않은 건, 하나의 차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천천히 음미하기를 원하는 마음 때문이다. 내 경우를 생각해 봐도 12가지는커녕, 허브차와 홍차의 차이점도 모를 만큼 무지한 상태였다. 그는 티백 위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서 설명했다. “구성이 틀려요. 엄밀하게 말하면 허브차는 ‘차’가 아니에요. 차의 범주 안에 들기 위해서는 차나무에서 딴 찻잎이 들어가야 해요. 찻잎을 발효시키면 ‘홍차’, 발효시키지 않으면 ‘녹차’가 돼요. 그 중간에 있는 것이 ‘우롱차’고요. 잎의 상태를 보고 이름이 정해지는데 녹색은 녹차Green Tea, 검은색은 홍차Black Tea라고 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붉은 수색을 띠는 것을 홍차라고 부르고 있어요. 정확하게 Red Tea는 루이보스를 뜻해요.”그는 내게 ‘오렌지스 애플’이라는 블렌딩 차를 건넸다. 성격이 급한 나머지 바로 입에 대려 했는데, 손으로 제지하며 오 분 정도 지난 후에 마시라고 했다. 머쓱해진 나는 괜히 코를 대고 향을 맡았다. 그런데 아무리 깊게 숨을 들이마셔도 마른 상태에서 맡았던 원료의 상큼한 향이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우려서 마실 때와는 차이가 있는 게 당연한데도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요. 처음 차를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그렇더라고요. 차는 아무리 향이 진하다고 해도 우려낸 다음엔 은은한 향만 남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점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자극적이지 않잖아요.”
취향에 맞는 차를 고르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향을 맡아보는 기본적인 방법부터 모양이나 색을 나름대로 따져보는 방법, 사람들은 차가 생산되는 지역이나 시기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좋은 차를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설명서를 봐도 모르는 용어가 대부분이라 어떤 게 좋은지 도통 알 수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찻잎의 상태가 좋은 상품을 사는 거예요. 그리고 티백보다는 잎차를 사는 게 좋아요. 티백은 소량씩 개별포장이 되어있어 향이 보존되기가 어렵고, 쉽게 으스러질 수 있거든요.” 그와 스무고개를 하는 것 같았다. 찻잎의 상태가 좋은 상품은 어떤 것인지 물었더니, ‘제값을 내고 구매한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 그는 정당한 값을 치른 노동은 더 좋은 수확으로 이어지며, 그런 부분에서부터 차의 향과 맛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가게에서 판매되는 차들이 모두 ETP(세계적인 차 시장에서의 공정무역을 평가하는 비영리 단체)를 통해 수입한 차라는 사실에 이 작은 가게를 다시 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사람들이 이러한 노력을 알아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잘 될 거예요’ 무작정 응원한다고 정말 나아지는 건 아니니까. 그는 한국에서 점점 좁아만 지는 차시장을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너무 무겁고 진지하게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티라피의 로고는 동그란 티망이에요. 문자보다는 가벼운 느낌이죠. 어떤 사람들은 차가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면 좀 더 캐쥬얼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티팟과 따듯함이 유지되는 글라스도 좋지만, 종이컵에 담긴 차 역시 좋지 않나 싶어요.”
학생 때 허브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 카페는 커피도 파는 곳이었는데, 나는 허브차를 만드는 게 더 좋았다. 허브 위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곳에서는 손님들에게 허브가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설명하기에 급급했지만, 평화롭고 차분한 시간도 분명 있었다. 오전에 가게 문을 열어놓고 은은한 허브향을 맡을 때나, 투명한 티팟 안에서 색을 뽐내며 우려지는 차를 보고 있을 때가 그랬다. 그런 걸 생각하니 테라피라는 게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끔은 병원에 가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되니까. 그런 의미에서 티라피는 의사가 아니라 청진기에 가까운 것 같다. 우리의 마음과 귀를 이어주는 건, 누군가의 소견으로 대체될 수 있는 건 아니다.
tea;rapy
http://tearapy.me
help@tearapy.me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5나길 58
Tel 070 . 8807. 8100
Open 화~일 13:00~18:00
TEARAPY BLENDING TEA
01. Lemon Shower
제 몸을 움직여 바람을 날리는 선풍기에 먼지가 쌓인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 몸과 마음에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먼지가 쌓일지도 모릅니다. 듣기 싫은 잔소리, 끝이 없는 과업들, 실패한 짝사랑에서 나오는 먼지들은 차곡차곡 쌓여봤자 좋은 건 없습니다. 레몬 샤워로 내 안에 쌓인 모든 것들을 깨끗하게 씻어내세요. 레몬 그라스는 소화를 돕고 식욕을 촉진하는데 효과적인 허브입니다. 해독작용이 뛰어난 감초가 더해져 피로할 때 드시면 더 좋고요. 기억하세요. 마음을 샤워하고 싶을 때, 레몬 샤워.
information
추출시간 : 6 ~ 8분
물온도 : cool ~ 90℃
침출량 : 1잔(200ml~260ml)에 2 티스푼(2~3g)
블렌딩 재료(함량) : 레몬그라스(72%), 민트(14%), 감초(10%), 히비스커스(4%)
02. Black Tea in Seoul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도시, 서울. 분주하게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속에서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바쁘게 살고 있는 당신을 위한 홍차가 여기 있습니다. 허브-멜로우 꽃이 먼지로 고생한 당신의 기관지를 보호해주며, 깔끔한 감칠맛이 특징인 아쌈이 블렌딩 되어 향과 맛이 깊은 홍차가 되었습니다. 기억하세요. 열심히 살고 있는 나를 위한 티. 서울의 홍차.
information
추출시간 : 3~5분
물온도 : cool ~ 90℃
침출량 : 1잔(200ml~260ml)에 2 티스푼(2~3g)
블렌딩 재료(함량) : 홍차(48%), 녹차(27%), 멜로우(16%), 수레국화(9%)
03. Bukchon Earl Grey
촌의 언덕에서 볼 수 있는 붉은 노을의 풍경을 차 한잔에 담았습니다. 상큼하면서도 떫은 맛이 특징인 딤불라산 찻잎에 오렌지와 장미 꽃잎을 더했습니다. 북촌의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당신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기억하세요. 오 분간의 평화를 원할 때는 북촌 얼 그레이.
information
추출시간 : 3~5분
물온도 : cool ~ 90℃
침출량 : 1잔(200ml~260ml)에 2 티스푼(2~3g)
블렌딩 재료(함량) : 홍차(62%), 오렌지(11%), 장미(13%), 수레국화(11%)
에디터 이혜인
포토그래퍼 박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