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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파이앤타이거
하동의 산비탈에서 손으로 일일이 고른 찻잎이 서울의 티룸에서 한 잔의 차로 놓이기까지, 그 사이에는 서두르지 않은 계절의 기척이 배어 있다. 맥파이앤타이거는 다원에서 비롯된 정성과 이야기를 도시의 일상으로 옮긴다. 찻잎이 자라고 덖어지는 기나긴 여정을 기꺼이 동행해 온 끝에, 그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차가 우리의 하루에 닿는다.
맥파이앤타이거는 까치Magpie와 호랑이Tiger가 함께 등장하는 조선 시대 민화 ‘호작도’에서 영감을 받았다. 호작도는 작자 미상의 작품이 많고, 화풍과 구성이 다양하게 변주된 그림이다. 양반 계층만 향유하던 고가의 예술이 아니라, 새해가 되면 집 안에 걸어두거나 서로 선물하며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던 민중의 생활 예술이기도 했다.
특정한 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일상에서 즐기던 예술. 호작도가 그랬듯 차 역시 어렵고 폐쇄적인 세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향유되기를 바랐다. 맥파이앤타이거는 ‘우리 생활에는 예술이 필요하다.’는 믿음 아래, 차를 가장 가까운 형태의 일상 예술로 제안하며 그 메시지를 호랑이와 까치의 상징에 담아내고 있다.
2018년, 김세미 대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다원을 직접 찾은 것이 맥파이앤타이거와 하동 산지 인연의 시작이었다. 우연히 선물 받은 다기를 계기로 차에 매료된 그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결심 하나로 하동에 내려갔다.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먼 길을 달려갔으나 흐린 날씨 탓에 마음이 무거웠던 그에게 다원 대표는 첫인사로 이런 말을 건넸다. “비 오는 날은 원래 귀한 손님이 와요.” 사소한 한마디였지만, 그 말에는 낯선 이를 향한 환대와 조용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차 브랜드를 해보고 싶다.”는 제안에 다원은 선뜻 손을 내밀었다. 아무 기반 없이 찾아온 젊은이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었으나, “해보고 싶은 건 해보라.”는 마음으로 이들의 시작을 지지했다.
그 이후 맥파이앤타이거는 하동 다원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 원물을 수급하고 함께 맛을 보며, 해마다 더 나은 방향을 논의한다. 필요할 때면 직접 산지로 내려가 계절의 변화와 차의 상태를 살핀다. 맥파이앤타이거에게 하동은 단순한 공급처가 아니라, 차를 매개로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동반자에 가깝다. 산지의 새벽과 서울의 오후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025년 6월, 맥파이앤타이거 팀원들이 하동에 모였다. 협업 중인 다원을 방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나무 씨앗을 직접 심기 위해서였다. 지리산 자락의 언덕 위, 평지에서 가파른 산비탈을 15분쯤 올라야 닿는 그곳은 아직은 황무지에 가까운 땅이었다.
차 브랜드가 차밭을 직접 일군다는 것은 단순히 찻잎을 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배의 시작점부터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잎이 차가 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몇 년의 시간. 그 기나긴 과정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다짐은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본질적인 방향을 바라보겠다는 태도이기도 하다.
돌이 그대로 드러난 흙 사이사이 구멍을 내고 차 씨앗을 네 알씩 심었다. 그중 일부는 썩어 사라지고, 일부만 뿌리를 내릴 것이다. 브랜드 초창기부터 품어온 ‘언젠가 우리만의 차밭을 일구고 싶다.’는 바람이 비로소 땅에 닿은 순간이었다. 미래는 알 수 없으나, 그렇기에 스스로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흙을 덮었다. 언젠가 이곳이 초록으로 번져갈 날을 떠올리며.
차는 인류가 오래도록 곁에 두어온 음료다. 그만큼 다양한 시간과 태도가 그 안에 스며 있다. 맥파이앤타이거는 차를 단순한 기호품이 아닌, 삶을 비추는 매개로 바라본다. 하동의 다원을 오가며 만난 사람들, 자연의 흐름 속에서 브랜드는 ‘차와 닮은 삶’을 정의하는 여섯 가지 단서를 길어 올렸다.
어떤 삶을 살고 싶고,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에 대한 브랜드의 고민은 결국 차를 둘러싼 모든 정직한 과정과 맞닿아 있다. 차를 곁에 둔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일상을 이토록 단단한 가치들로 채워가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1. 하루하루 정진하는 삶
혹독한 계절을 지나 다시 잎을 틔우는 차나무처럼, 묵묵히 오늘을 이어가는 태도에서 꾸준함의 가치를 배운다.
2. 정성껏 지금을 사는 삶
냉해가 스쳐 간 봄에도 찻잎은 오늘 자랄 만큼 기어이 자라난다. 차는 늘 ‘지금’의 시간 안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3. 과정이 탄탄한 삶
찻잎을 따고, 말리고, 덖는 인고의 과정을 정직하게 통과해야 한다. 묵묵한 시간이 쌓여 비로소 차의 깊은 맛이 완성된다.
4. 겸손한 자세로 배우는 삶
해마다 더 나은 차를 위해 연구를 멈추지 않는 제작자의 모습에서,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평범하고도 귀한 사실을 깨닫는다.
5. 과정에서 나를 홀대하지 않는 삶
좋아하는 향이 올라올 때 잠시 작업을 멈추며 향을 맡는 순간. 결과를 좇기보다 과정에서 나를 돌보는 다정한 태도를 발견한다.
6. 조금은 유쾌한 삶
차를 만드는 시간은 진중하되,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가볍게 나눌 줄 아는 여유. 그 유쾌함이 결국 오래 이어갈 힘이 된다.
지금 내어주신 차가 잭살차죠? 참새의 혀에서 기인한 이름이라니 흥미로웠어요.
맞아요. 참새의 혀처럼 작다고 해서 ‘작설雀舌’이라 불리던 것이, 경상도 방언을 거치며 ‘잭살차’가 됐어요. 하동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 홍차인데, 저희가 직접 시음을 도와드릴 때도 자주 소개하는 차예요. 새콤하고 푸릇한 향 위에 뭉근한 단맛이 겹치는 게 특징인데, 색다르면서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개인적으로는 일이 벅찰 때 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면 긴장이 풀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약간의 카페인이 있지만, 그보다 마음을 이완시키는 힘이 더 크게 느껴지거든요. 새로운 차를 시도해 보고 싶지만 지나치게 강한 개성은 부담스러울 때, 잭살차를 권해요.
맥파이앤타이거는 하동이라는 지역과 특별한 연결점이 있어요. 우리나라 대표적인 차 산지로 하동, 제주, 보성 등이 있는데 하동 산지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하동은 한쪽으로는 섬진강, 다른 한쪽으로는 지리산 자락을 두고 있어요. 매일 아침 운무가 피어오르는 지형 덕분에 차나무가 자라기에 참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죠. 또 다원 대부분이 산비탈에 있어 기계를 이용한 대량 수확이 어려워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손으로 직접 찻잎을 따고 덖는 전통적인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일하시며 하동 다원을 자주 오가셨을 텐데요. 산비탈의 흙을 딛고 서서 차나무를 직접 마주하는 경험을 해보니 어떠셨어요?
입사하고 처음 하동 다원에 출장 갔던 때가 여전히 선명해요. 마침 지금 드시고 있는 잭살차를 작업하던 시기였는데요. 찻잎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그 안에서 거스러미를 하나하나 손으로 솎아 내고 계셨어요. 저희도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그 곁에 앉아 손을 보탰죠. 저희 눈 앞에 있는 찻잎은 윤기가 흐르고 단정하지만, 그 모양이 거저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어요. 모든 공정마다 사람의 눈과 손이 닿아 비로소 좋은 잎만 남는 거더라고요. 도시에서는 이미 완성된 상품만 접하게 되니, 그 이전의 시간을 잘 모르잖아요. 그 경험 이후로 차를 소개하는 마음도 달라졌어요. 단순히 맛과 향이 좋다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이 작은 잎 하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왔는지 그 귀함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거든요. 자연스레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생겼고, 주변 사람들에게 저희 차를 권할 때도 전보다 더 단단한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다원과 브랜드, 소비자 사이에서 마케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마주한 농부의 세계에서는 말보다 행동만이 존재해요. 묵묵히 차밭을 가꾸고, 잎을 수확하고, 덖어내는 정직한 노동의 시간을 통해 차가 나오기 때문인데요. 저는 그 과정과 결과물을 브랜드의 언어로 번역해서 소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도시의 일상에서 우리 차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세심히 듣고 기록하는 일도 제 몫이죠. 그리고 그 따뜻한 후기들을 다시 산지에 전해드려요. 매일 성실히 차를 만드는 분들께는 “정말 맛있게 마셨다.”는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동력이 되거든요.
그 연결의 과정에서 마케터로서 갖는 남모를 고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차를 너무 무겁지 않게, 편안한 일상으로 제안하고 싶다 보니 그 이면의 시간과 노력을 매번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할 때가 있어요. 차 한 잔에 담긴 기나긴 공정을 알게 되면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질 텐데, ‘일상의 차’를 지향하는 브랜드로서 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늘 고민이에요. 그래서 아티장Artisan 라인만큼은 그 과정의 귀함을 조금 더 또렷하고 깊이 있게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아티장 라인은 어떤 고민에서 출발한 제품이에요?
세상에는 정말 매력적이고 실험적인 차가 많아요. 하지만 가격이 높거나 생산 기간이 짧아 상시로 소개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죠. 수량이 한정적인 우전 녹차처럼요. 아티장 라인은 바로 그런, 조금 더 깊이 있는 차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다는 갈증에서 시작됐어요. 제다 과정에서 마이야르 반응을 활용해 제다 실험을 하거나, 운남 야생 차처럼 지역과 품종의 개성을 극대화한 차들을 선보이고 있죠. 가장 흥미로웠던 작업은 전통주 항아리를 활용한 잭살차 실험이었어요. 안동 농암종택의 일엽편주 항아리를 빌려 술의 향 분자를 찻잎에 입히는 시도를 해봤거든요. 한국적인 방식으로 차의 향을 확장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만든 결과물이었죠.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건, 품은 많이 들고 효율은 낮은 작업일 수도 있잖아요.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맞아요. 사실 아티장 라인은 품이 정말 많이 드는 작업이에요. 일반 제품은 한 번 개발해두면 장기적으로 판매가 가능하지만, 아티장 라인은 출시 후 짧게는 하루, 길어야 한 달 안에 품절되곤 하거든요. 매번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셈이죠. 그럼에도 이 작업을 멈추지 않는 건 차가 가진 다채로운 매력과 무궁무진한 세계를 꾸준히 제안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재미와 영감이 저희에겐 큰 동력이 되거든요. 아티장 라인은 맥파이앤타이거가 발견한 차의 가능성을 솔직하게 전개하는 통로이기도 해요.
수진 씨는 처음에 어떻게 차를 접하게 되었어요?
처음 계기는 여행이었어요. 스리랑카에 NGO 구호활동을 갔다가 식사 때마다 차를 끓여 나누는 문화를 처음 접했어요. 알고 보니 스리랑카는 대표적인 차 산지였어요. 인도 여행 중에는 길에서 짜이를 끓여 나누는 일상을 보게 됐죠. 자연스레 차 문화, 그리고 따뜻한 음료를 사이에 두고 시간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에 흥미가 생겼어요. 다만 당시에는 차 특유의 쓰고 떫은맛 때문에 일상적으로 즐기지는 못했어요. 그러다 2021년, 연남방앗간에서 열린 맥파이앤타이거 팝업을 우연히 만났어요. 시음을 해보고 ‘차가 이렇게 편안하고 향긋할 수 있구나’라고 처음 느꼈죠. 본격적으로 차를 일상에 들인 건 이전 직장 퇴사 후 이직을 준비하던 시기였어요. 내가 살고 싶은 삶은 분명한데 정작 도달할 방법을 몰라 막막했고, 이미 앞서가는 사람들을 보면 속이 타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어느 날 친구와 인사동을 걷다 한 찻집에 들어갔는데, 사장님이 보이차를 계속 내어주셨어요. 앉아서 차를 홀짝이다 보니 가게를 나설 즈음엔 답답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집에 가서 뭐부터 해볼까?’ 하는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차 몇 잔에 답답한 마음이 걷혔다니, 그 시간이 강렬한 전환점이었나 봐요.
맞아요. 그날을 계기로 차를 평생 곁에 두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후 매일 아침 차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죠. 당시엔 자기만의 브랜드나 감각을 녹여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컸어요. ‘나도 저렇게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며 매일 차를 마시고 모닝 페이지를 썼는데요. 그 시간을 통해 깨달은 건, 내가 진정으로 기여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먼저 내가 무엇을 즐거워하고 어디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그전까지는 사회적 가치나 외부의 평가를 더 우선시했거든요. 차를 마시는 루틴 안에서 나만의 단서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차는 과하게 들뜨게 하지도, 지나치게 가라앉히지도 않으면서 정신을 또렷하게 해주는 음료거든요. 오늘 내가 가진 자원이 어느 정도인지, 지금의 나를 정직하게 바라보게 해줘요. 그 덕분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차분히 고민할 수 있었어요.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맥파이앤타이거를 만났던 기억이 나요. 저희 어라운드 부스 바로 옆이었죠(웃음). 차 브랜드가 도서전에 참여한다는 게 신선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졌는데, 수진 씨가 생각하는 책과 차의 접점은 어디에 있나요?
저희는 차를 소개할 때, 차가 놓인 구체적인 장면을 상상하곤 해요. 그중에서도 책 읽는 시간은 차와 가장 잘 어울리는 순간이죠. 팀원들 모두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브랜드 초기부터 ‘책과 차’라는 코너를 통해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발행해 왔어요. 도서전 참여를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았지만, 결국 책과 차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둘 사이의 닮은 점을 보여주기로 했어요. 책을 읽는 일에는 어떤 책을 고를지 고민하고, 읽을 자리를 준비해 펼치고, 몰입하고, 감상을 기록하는 전 과정이 포함되잖아요. 차도 마찬가지예요. 찻잎을 고르고, 물과 잔을 데우고, 차가 우러나는 시간을 기다려 마시는 모든 과정이 차를 즐기는 시간이죠. 무엇보다 책과 차 모두 나를 성찰하게 하고, 세계를 조금씩 확장해준다는 점에서 깊이 닮아 있다고 느껴요.
현장에서의 반응은 어땠어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맥파이앤타이거의 부스 앞에서는 어떤 표정이었을지 궁금해요.
반응은 정말 뜨거웠어요. 오픈부터 마감까지 줄이 끊이지 않아 나중에는 줄이 ‘ㄹ’자로 이어질 정도였죠. 저희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주신 것 같아서 참 감사했어요. 부스 한편에 ‘차와 닮은 삶의 태도’ 중 닮고 싶은 모습을 고르면 티백과 책갈피를 드리는 코너를 마련했는데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 그런지 텍스트가 꽤 길었는데도 하나하나 정성껏 읽고 고민하시더라고요. 그 차분한 뒷모습들이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요.
맥파이앤타이거의 다음 챕터도 궁금해요. 2026년 키워드를 ‘도전’으로 정하셨다고 들었는데, 올해는 어떤 풍경을 그려가고 있나요?
우선 북촌에 새로운 티하우스 오픈을 준비하고 있어요. 성수 티룸이 차를 ‘경험’하는 공간에 가까웠다면, 북촌은 직접 시음하고 다양한 차를 찬찬히 살피며 구매까지 이어지는 리테일 숍의 형태가 될 거예요. 근처에 공예박물관이 있어 브랜드의 결이나 분위기와도 참 잘 어우러질 것 같아 기대가 커요.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시선을 넓히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는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계획하고 있거든요. 샌디에이고와 뉴욕의 커피·차 박람회에 참가해 한국의 차를 세계에 소개할 예정이에요. 또 하나의 큰 도전은 매거진 《Tea & Life magazine》의 창간이에요. 다원과 농부님의 이야기처럼 제품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덜어내야 했던 뒷이야기들을 꼭 담아보고 싶었거든요. 차를 빚는 공예 작가, 차를 일상에서 즐기는 분들의 태도까지 엮어보려 해요. 차를 중심에 두되, 결국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잡지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1. 우전 with 연우제다
아티장 라인을 통해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선보였다. ‘우전’은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 전, 즉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비’가 내리기 전 이른 봄에 수확한 가장 어린 잎으로 만든 녹차다. 겨울 내내 응축한 영양분을 가득 머금은 찻잎은 떫거나 쓴맛이 거의 없으며, 고소하고 달콤한 청아한 향미를 자랑한다. 따뜻하게 데운 다관에 찻잎을 넣으면 달콤하게 익은 밤의 향이 피어나고, 은은한 해조류의 감칠맛이 기분 좋게 스쳐 지나간다.
2. 섬진홍 (청향 홍차/진향 홍차) with 섬진다원
생태연구원의 시선으로, 제다 공정의 가설과 검증을 거쳐 탄생시킨 하동 홍차 라인업. 세작 등급의 어린 잎으로 산화도와 열처리 방식에 변주를 주어 상반된 두 가지 매력을 구현했다. 산화도를 낮춘 ‘청향’은 75도의 낮은 온도에서 시작할 때 숲의 싱그러운 풍미와 회백색 꽃향기가 맑게 살아나며 깨끗한 여운을 남긴다. 반면 산화도를 높이고 정교한 열처리를 더한 ‘진향’은 캐러멜화 반응이 만들어낸 고소한 감칠맛과 단맛이 특징이다. 60도부터 시작해 점차 온도와 시간을 늘려가며 우려낼수록 둥글고 부드러운 달콤함이 겹쳐진다.
3. 일엽편주 항아리 숙성 잭살차 with 연우제다, 일엽편주
안동의 맑은 물과 쌀, 누룩으로 빚은 일엽편주 술 항아리에서 세 계절 동안 숙성한 잭살차. 한국적인 향을 찻잎에 더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전통주를 숙성하는 항아리를 떠올렸다고. 항아리는 기공이 커 술을 숙성하면 특유의 새콤달콤한 향이 스며드는데, 그 향이 찻잎에도 자연스럽게 배어든다. 잭살차 특유의 청토마토 같은 풋풋함과 군고구마의 달콤함 위로, 일엽편주의 싱그러운 복숭아 요거트 향이 겹쳐지는 이색적인 풍미가 특징이다.
에디터 황진아
포토그래퍼 강현욱 자료 제공 맥파이앤타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