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미술 전문학교에서 만난 bon과 pon. 학원제가 끝난 후 뒤풀이를 하던 중,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bon은 끼고 있던 반지를 pon에게 건네며 고백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60대가 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 중이다.
나란한 그레이 헤어
pon은 52살에 흰머리 염색을 그만두었다. 머리에 염증이 생기고 머리카락이 하나둘 빠지기 시작했는데 의사가 말하길 ‘염색 때문’이란다. 그녀는 이른 나이에 백발을 택했지만 반려자 bon이 일찌감치 흰머리였기 때문에 크게 두렵지는 않았다. 그녀는 머리도 집에서 직접 자른다. 미용실에 다녀와도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손보곤 했기 때문에 직접 자르는 게 훨씬 편하다. bon과 pon은 새하얀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패턴이나 색상을 맞춘 옷을 나란히 입고는 카메라 앞에 선다.
우리가 입는 방식
pon이 입고 싶은 옷의 느낌을 결정하면 bon이 거기에 맞춰 어울릴 만한 옷을 고른다. 똑같은 옷을 입지는 않지만 소재나 패턴, 색상을 맞춰 조화를 이루는 식이다. 외출하기 전에 옷을 고르는 이 시간을 두고 이들은 말한다. “젊은 시절, 결혼 전의 설렘이 살짝 돌아온” 것 같다고. bon과 pon에게 이 설렘을 안겨준 건 딸이었다. 함께 외출할 때 분위기가 유독 다르던 아버지 bon에게 좀더 멋있어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것저것 요구하다 보니 함께 외출할 땐 같은 계열의 색상이나 비슷한 패턴의 옷을 선택하면서 분위기를 맞추게 됐다.
자연스러운 곁
머리색도 옷도 비슷해서일까, 하나부터 열까지 잘 맞는 부부처럼 보이지만 여느 커플과 마찬가지로 자주 다투고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쳐 왔다고. “처음부터 잘 맞는 부부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서로를 받아들이면서 지금의 관계가 만들어진 거죠.”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엮이기 전엔 그저 남이던 사람이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
bonpon의 규칙
가격 | 값비싸고 좋은 옷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저희는 연금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벌에 5천 엔(5만 원) 이하로 정해놓고 사고 있어요.
소재 | 다림질을 좋아하지 않아서 집에 다리미가 없어요. 그래서 다림질이 필요 없는 옷만 사고 있죠.
색상과 패턴 | 우리는 흑백, 파랑, 빨강 옷이 가장 잘 어울려요. 주로 선택하는 패턴은 깅엄체크나 도트, 또는 줄무늬죠.
양말 | 빨강, 파랑, 검정 세 가지 색에 한정해요. bon은 한 가지 더, 회색도 가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