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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하타 세이준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오밥 나무를 그리워한다. 가깝게는 지구 반대편 마다가스카르에, 조금 멀리는 어린왕자의 별 B612에 도착해야만 만질 수 있는 전설의 나무. 니시하타 세이준이라는 털보 남자를 알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구별을 돌며 희귀한 식물을 수집하는 사람, 플랜트 헌터. 그를 따라 상상 속 나무를 만나러 간다.
Interview
플랜트 헌터 니시하타 세이준 Nishihata Seijun
“식물과 일을 할 수 있는 지금의 인생,
그 모든 순간이 감동이에요.”
‘플랜트 헌터Plant Hunter’라는 용어가 굉장히 생소해요. 어떤 직업인가요?
플랜트 헌터라는 단어는 17세기경 유럽에서 처음 사용됐어요. 귀족이나 왕족들에게 고용되어 식·약용 식물이나 관상용 식물을 구하러 세계를 탐험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졌죠.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한 적이 있어요. 탐험가가 미지의 세계에서 희한한 식물을 발견해 명성을 쌓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실재하던 일이었네요.
사실 플랜트 헌팅의 시작은 4~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말 그대로 이국의 식물을 찾아 여행하는 일을 말했죠.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이 먹고 있는 곡물이나 채소, 과일은 모두 누군가에 의해 채집되어 재배종으로 개량·전파된 것들이에요. 토마토, 감자, 피망, 옥수수같이 너무나 흔한 식재료 역시 과거 중남미를 여행하던 유럽인들에 의해 전해졌죠. 플랜트 헌터가 인류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시대에 따라 역할이 조금씩 달라질 것 같아요. 당신의 플랜트 헌팅은 어떤가요?
저 역시 세계 곳곳의 왕족이나 부호, 기업이나 행정, 아티스트, 건축가, 꽃꽂이 종가 같은 여러 고객의 요구에 맞춰 식물을 고르고 보내는 일을 해요. 가령 이벤트 장소를 식물로 채우고 싶다든지, 도시 건설에 필요한 식물을 고른다든지 하는 일이죠. 시대에 따라 필요한 형태로 ‘식물을 보내는’ 게 플랜트 헌터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원래는 야구선수를 꿈꿨다고 들었어요. 꿈이 바뀐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나요?
21살 때의 일이에요. 호주에서 유학한 뒤 세계를 방랑하고 있었죠. 동남아시아와 폴리네시아의 섬들을 돌던 즈음 우연히 보르네오 섬의 키나발루 산에 오를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네펜데스 라자Nepenthes Rajah’라는 커다란 식충식물을 보게 된 거예요. ‘이게 뭐야!’ 벼락에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온 마음이 동요했고, 그때부터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식물을 좋아하게 됐죠. 그게 지금에 이르게 됐네요.
저도 그 사진을 봤어요. 굉장하더라고요. 어쩐지 함부로 만지면 안 될 것 같은 모양이었는데, 플랜트 헌터가 되기 위해서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궁금해요.
플랜트 헌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은 없어요. 하지만 플랜트 헌터라고 이름을 붙이려면 두 가지 조건을 갖출 필요는 있어요. ‘수요가 필요하다는 것’과 ‘밥벌이로 일하는 것’ 즉 식물을 찾는 고객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일로써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그저 취미로만 식물을 찾을 뿐이라면 직업이 아니라 아마추어라고 말하는 편이 맞겠죠.
그렇다면 프로의 안목으로 식물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무엇보다 고객의 필요에 의해 식물을 선택한다는 점이 가장 큰 기준인 것 같아요. 전시 장소나 이벤트의 콘셉트, 기획 철학에 맞춘 식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죠. ‘일반적인 경로로는 절대로 유통되지 않는 식물’을 찾아내 전에 없던 공개 방식으로 식물이 주인공이 되는 스토리를 만드는 거예요.
‘일반적이지 않은 식물’을 찾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누구보다 세계의 다양한 자연과 경치, 식물을 보아왔다고 자부하는데요. 필요에 의해 위험한 장소에 가야 할 일도 여럿 있었죠. 아랍에서는 기관총이 탑재된 차들 사이를 지나 식물을 찾으러 간 적도 있고, 동남아시아 정글에서 수많은 개미와 거머리 떼에 습격을 당하기도 했어요. 일본 겨울 산에서 조난을 당하거나 곰과 마주한 적도 있죠. 아주 높은 나무나 암벽을 올라 작업을 해야 했던 적도 있었지만, 식물에 관한 일이라면 저는 일종의 천재성이 있어서 괜찮았어요(웃음).
천재성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먼저 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한 번도 한 적 없던 나무 오르기에 능숙했고요. 가지를 고르는 감식안 역시 남달랐죠.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이 슬로모션처럼 보일 때도 많아서, ‘아무래도 나는 다른 레벨의 인간이구나.’ 느낀 적이 많아요.
음…. 어떤 점이 당신을 슈퍼히어로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나요?
인생의 80퍼센트를 여행에 쏟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다고 생각해요. 위험을 능숙하게 피하는 능력이 몸에 익은 거죠.
좋아요. 다시 기술적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식물을 다른 장소로 옮기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해요. 제약이 있지는 않나요?
국경을 넘어 식물을 거래하는 건 엄격한 국제법을 통과해야 해요. 식물 무역장에서 엄격한 검사를 하는데, 세밀한 식물검역증명서 작성과 발행, 보호식물 워싱턴조약 규정에 따른 서류, 식물의 성질에 맞춰 시기와 거리 등을 고려한 운송 방법 등 여러 요소를 완료하고 나서야 비로소 1차 과정이 끝나게 되죠. 거기에 식물에 따라 흙이 조금이라도 묻어있으면 수입이 불가능하다든지, 뿌리를 전부 자르지 않으면 안 된다든지, 특정한 약제 처리를 해야 한다든지 하는 국가별로 다른 제약을 모두 완료해야 해요. 또한 운송 방법을 선박으로 할지 항공으로 할지, 어느 계절에 옮겨야 할지도 식물에 따라 다르죠. 방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해요.
한편에서는 플랜트 헌팅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고 들었어요.
비판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지 때때로 ‘식물을 여러 군데에서 일부러 가져오는 게 불쌍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요. 그렇지만 그건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본래 식물은 ‘순수한 여행자’로서 본능적으로 멀리 퍼지는 것을 원해요. 상상해보세요. 어째서 나무의 열매는 빨갛게 물들고, 민들레는 스스로 솜털을 만든 걸까요. 새나 바람에 의해 멀리 자손을 퍼뜨리고 자신들의 영토를 확대하려는 거예요. 식물에게 국경은 없죠.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정한 개념’일 뿐 자연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어우러지거나 도태되어 왔어요.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아주 간단히 답을 찾을 수 있죠.
스페인에서 말라가던 올리브나무를 일본으로 옮겨 다시 살려낸 사진을 봤어요. 감동적인 모습이었는데 모두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건 아니라고요. 어렵게 옮긴 식물이 새로운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다면 좀 슬플 것 같아요.
현지에서 말라 죽어가는 식물이나 개발 등으로 인해 잘려나갈 나무를 헌팅해서 되살리는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모든 일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죠. 식물을 자세히 관찰하며 모든 각도에서 조사하고 신중히 계획을 세운 후에야 식물을 옮겨요. 무리라는 판단이 선다면 절대로 실행하지 않죠. 일단 옮긴 후에는 축적된 지식과 경험으로 식물이 새로운 환경에 다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게 중요해요.
당신이 모아둔 희귀식물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도쿄에서는 요요기 빌리지Yoyogi Village와 에트레 에비스 ‘공중화원’Atre Ebisu ‘Kuchu-Kaen’, 파크시티 오사키Park City Osaki가 있고요. 그 외에도 고베의 인터내셔널 하우스 ‘소라가든’Kobe International House ‘Sora Garden’과 우베의 토키와 뮤지엄Tokiwa Museum, 일반인에게 공개는 하지 않지만 소라식물원Sora Botanical Garden의 농장 역시 전 세계에 유통되지 않는 희귀한 식물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특별한 공간이에요. 한국에서는 비스타 워커힐 호텔에서 볼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식물을 이야기해주세요.
벚꽃이에요.
의외의 대답이네요.
벚꽃에는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있거든요.
플랜트 헌팅을 통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요?
제가 발견한 식물로 굶어 죽는 사람을 줄인다든지, 약용식물을 옮겨오는 정도로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식물을 옮겨와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꾸거나 이런저런 깨달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좋겠네요. 지난 6년간 일본의 소라식물원을 통해 많은 건축가와 아티스트, 기업, 정부기관과 협업을 해왔어요. 한국에서도 다양한 작업을 함께하고 싶어요.
사진 속 당신은 종종 위험해 보여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소라식물원 SORA BOTANICAL GARDEN project
H. from-sora.com
에디터 김건태
사진 니시하타 세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