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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를 찾아, 어느덧 9+1년
9와 숫자들을 만난 건 봄바람이 서늘하던 어느 초저녁. ‘선유도의 아침’을 흥얼거리며 우리는 선유도에서 만났고, 양화대교를 배경으로 ‘한강의 기적’을 되새기며 대화를 나눴다. 9와 숫자들의 서정적인 노래들은 수많은 도시로 우리를 초대한다. 서울, 제주, 인천부터 싱가포르, 투발루까지. 세계 곳곳을 노래하는 이들에게 도시란 무엇일까. 2019년에는 [서울시 여러분]으로 활동을 이어갈 성실한 숫자들, 9, 0, 3, 4를 만났다.
축하해요. 10주년! 소감이 어때요?
송재경(이하 ‘9’): 정말 오래됐구나…. 어느덧 중견 밴드네요(웃음).
유정목(이하 ‘0’): 밴드 이름이 9와 숫자들이어서 9주년에 의미가 컸어요. 작년 한 해 무척 바빴죠. 한 달에 한 번, 매달 9일에 ‘All 9 Party’라는 이름으로 자체 공연을 기획했고, 이 공연이 올해 1월에 마무리되었거든요. 끝남과 동시에 별다른 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10주년이라는 실감이 잘 안 나요. 이 인터뷰가 10주년 첫 공식 활동인 셈이네요.
유병덕(이하 ‘3’): 10년이나 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평상시엔 실감할 일이 거의 없어요. 누군가 “9와 숫자들이 얼마나 됐지?” 하고 화제를 꺼낼 때야 헤아리게 되죠. 어릴 땐 10년 된 밴드라고 하면 굉장한 베테랑 같았는데, 제 얘기가 되니까 기분이 좀 묘해요. 하던 걸 해왔을 뿐인데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꿀버섯(이하 ‘4’): 음악 활동을 하면서 세월의 흐름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앨범이 쌓이면서 전과 다르다고 느낀 적은 있지만, 시간은 실감할 일이 잘 없더라고요. 매일이 신인 같아요.
9주년 공연을 끝으로 2019년엔 소식이 뜸했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9: 9와 숫자들 작업엔 일종의 주기가 있어요. 언어를 정립하는 시기와 그 언어로 노래하며 이야기를 전하는 시기로 나누어지죠. 사실 언어라는 건 한 번 습득만 해두면 활용하는 건어렵지 않아요. 가지고 있는 언어로 이야기하거나 노래하는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그런데 이 주기를 한 바퀴 돌고 새로운 작업으로 넘어가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예요. 9주년까지는 한 번 습득한 언어를 비슷한 언어로 확장해나가며 작업해왔는데, 9주년 공연을 마치고 나니 완전히 새로운 걸 해보고싶더라고요. 결국 새로운 언어를 다시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이게 무척 어렵게 느껴져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시 쓰기 숙제를 받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불어로 시를 써야하는 거예요. 시 쓰기에 앞서 언어를 익힐 때 스스로에게 한계를 느껴요. 그렇지만 이 고통을 딛고 무언가 해보려는 노력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극복하면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폭발적으로 많아진다는 걸 경험해봐서 알고 있거든요. 생각해보면, 비슷한 시기에 음악을 시작한 다른 밴드들이 잘할 수 있는 것에 깊이를 더할 때 우리는 저변을 넓히는 데집중한 것 같아요. 근데 10년이 되니까 넓혀온 세계조차 갑갑하게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최근엔 전혀 다른 층위를 꿈꿔요. 완전히 반대편으로 가는 것까지도요.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거네요?
9: 도약이면 좋지만, 이젠 꼭 도약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변화, 도전, 그런 단어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예 새로운 걸 해보는 거죠. 헤비메탈 같은(웃음).
10주년 행보에 ‘성실’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아요. 꾸준히 곡 작업과 공연을 병행하면서 기획 공연에도 소홀한 적이 없죠.
9: 이른바 인디밴드가 살아가는 방식엔 여러가지가 있어요. 일생일대의 명반 만들기, 히트곡 만들기, 연예 활동에 집중하기 등등. 꾸준한 활동은 할 수 있는 많은 방식 중 저희가 찾은 하나의 방법이었어요. 밴드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 이를테면 스스로 앨범을 만들고, 홍보하고, 공연을 기획하는 일에 성실히 임하는 게 우리의 길인 걸 깨달은 거죠. 그때부터 무조건 ‘열심히’ 했어요.
3: 혼자 하면 게을러지는 빈도가 확실히 많은데 함께할 땐 꾀를 부린 적이 거의 없어요. 멤버들과 함께 있으면 기댈 구석이 있다는 생각에 편안해져요. 태도부터가 달라지니까 게으름 피울 이유도 없어지는 거죠.
4: 고백하건대, 저는 갈수록 게을러지고 있어요(웃음). 혼자 있을 땐 연습하는 시간보다 넷플릭스 보고 고양이 은둥이랑 노는 시간이 훨씬 많아요. 어릴 땐 록 스피릿으로 열 시간 이상씩 연습하곤 했는데 요새는 이상하게 그게 잘 안 돼요. 하지만 합주할 땐 달라요. 그동안 해온 방식과 노하우가 있으니까요. 함께이기 때문에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성실하게 쌓아온 디스코그라피가 정말 많잖아요. 도시와 관련된 노래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데, 어떤 곡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3: ‘싱가포르’
0: ‘엘리스의 섬’
4: ‘서울 독수리’
9: ‘검은 돌’
노래 속에서 많은 지명, 도시, 장소를 찾았어요. 9와 숫자들 노래에 이렇게 많은 지명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나요?
9: 9와 숫자들 기획 공연 중에 음악을 읽는다는 콘셉트로 매년 진행하는 ‘읽는 콘서트’가 있어요. 문학과 영상, 그리고 음악이 결합된 스토리텔링형 공연이죠. 2018년 읽는 콘서트 테마가 여행이었거든요. 우리 노래 중에 여행과 엮을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까 살펴보는데, 지역에 관한 게 유난히 많더라고요. 구체적으로는 삼청동, 선유도, 한강, 인천, 서울부터 싱가포르, 투발루까지. 의도한 건 아닌데 모으고 보니 수많은 지명이 눈에 띄었어요.
1. 1집 [9와 숫자들
2. 2집 [보물섬]
3. 3집 [수렴과 발산]
작사·작곡은 대부분 9가 담당하고 있는데, 맴버들은 특히 공감 가거나 그렇지 않은 곡이 있을 것 같아요.
3: 저는 ‘싱가포르’에 마음이 많이 가요. 싱가포르에 사는 친구가 한국에 왔을 때 우리 멤버들과 만나 함께한 추억이 깃들어 있거든요. 그때 같이 한 일부터 함께 간 곳, 느낀 감정들까지 친구를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죠.
0: Song for Tuvalu란 부제를 가진 ‘엘리스의 섬’은 들을 때마다 공감 가는 곡이에요.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작은 나라 투발루를 위한 노래죠.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93년부터 투발루의 해수면이 9미터나 상승했는데, 지금은 투발루를 이루고 있는 섬 아홉 개 중 두 개가 물속에 잠겼어요. 아찔하지 않아요?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4: 저도 가장 공감 가는 곡은 ‘엘리스의 섬’이에요. 그런데 가장 공감이 안 되었던 곡도 ‘엘리스의 섬’이었어요. ‘엘리스의 섬’은 앨범에 수록되기 전에 또 다른 버전의 노랫말이 있었거든요. 초기 버전은 ‘전우’라는 단어로 진행돼서 분위기가 좀 거칠었어요. 가사를 바꾸느냐 마느냐로 의견이 갈렸는데, 긴 논의 끝에 일부분을 수정해서 지금의 ‘엘리스의 섬’이 되었죠.
한때 차도남, 차도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도시는 차가운 이미지로 굳어져 있어요. 하지만 9와 숫자들의 노래는 도시를 테마로 했어도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이 들어요.
9: 도시를 어떻게 규정하고 바라보느냐가 반영된 결과 같아요. 도시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형성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낙후된 지방 도시여도 과거에는 필요에 따라 생겨났을 테고, 그땐 최첨단 도시였을지도 몰라요. 결국 사람들이 떠올리는 도시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건데, 그렇다면 보편적인 이미지는 사실 허상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지금 이 도시의 모습이 어떻든, 과거에 이 도시가 어땠든 사람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느끼느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우리가 노래한 인천, 제주, 투발루, 싱가포르 등 다양한 도시도 그저 제목으로 사용했을 뿐이지 큰 의미는 없어요. 그 속에서 어떤 사람들과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중요한 거예요.
사실 도시가 비인간적이기만 한 건 아닌데 어째서 냉정한 이미지로 정착된 걸까요.
3: 어떤 도시든 그 내용은 ‘사람 사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작업실도 집도 영등포 부근인데요. 지나다니다 보면 영등포시장 근처는 옛날 도시의 낙후된 느낌이 많아요. 70년대에는 강남, 압구정, 신사를 영동이라고 불렀대요. 그 당시에는 영등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영등포를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동네라 칭한 거죠. 저는 이런 사실이 생소할 만큼 지금의 영등포가 쇠퇴한 도시처럼 보이는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여전히 번화한 도시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9의 말처럼 도시는 상대적인 거니까요.
9: ‘도시’ 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타입 이미지는 도시화가 이루어지던 시절의 산물인 것 같아요. 조용필의 ‘꿈’ 같은 거죠.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하는. 그 당시만 해도 시골과 도시는 극명하게 달랐거든요.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도시에 가고싶어 했어요. 막상 도시에 오면 비정함과 냉정함에 당황하는게 다반사였고요.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라는 소설을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비정한 도시에 관한 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어요. 9와 숫자들이 ‘서울 독수리’에서 말한 서울이 바로 이런 이미지의 도시예요.
그렇다면 9와 숫자들이 생각하는 도시 이미지는 어때요?
0: 이 질문을 듣고 문득 도시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어요. “어디서 왔어요?” 했을 때 대전, 부산, 전주 등 도시 이름으로 답하지 “도시에서 왔어요.”라고 하진 않잖아요. 시골에서 왔다는 말은 일반적인데 도시는 그렇지 않아서 개론서 같은 데서나 나올 것 같아요. 일상적인 단어가 아니어서 그런지 이미지를 떠올리는 자체가 애매하더라고요.
3: 도시, 특히 서울의 이미지는 일종의 커다란 벽 같아요. 미묘한 진입장벽이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방에 살던 사람이 서울에 터전을 꾸리는 것은 제가 갑자기 LA에 살러 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엄청 많은 걸 포기하고 서울로 오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 아직까진 도시가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해요. 서울에 살기 위해 애쓰는 친구들이나여기서 힘들게 살아가는 친구들만 봐도 그렇죠.
‘선유도의 아침’ 때문에 오늘 인터뷰 장소를 선유도 공원으로 잡았는데, 검색해보니 군산에도 선유도가 있더라고요.
9: 어머니 고향이 군산이어서 나중에야 그 얘길 들었어요. ‘선유도의 아침’의 배경이 된 선유도는 여기예요. 하지만 어디든 어때요, 선유도 역시 그냥 제목일 뿐인걸요.
0: 여기, 신선들이 놀던 섬이라고 해서 선유도래요. 유래도 재밌지 않아요?
여기서 양화대교가 보여서 그런지 ‘한강의 기적’이 생각나요. 한강을 처음 본 친구의 감상을 토대로 만들었다던데, 이처럼 9와 숫자들 노래는 간접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곡이 많은 것 같아요.
9: 감각과 경험의 확장은 저만의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관계 맺음을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저와 관계를 맺는 누군가의 세계와 저의 세계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거죠. 9와 숫자들의 노래는 제가 직접 경험한 선명한 이미지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에 이입해서 만든 곡도 많아요. ‘싱가포르’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3의 친구가 주인공인 노래인데요. 그 친구의 행동 중 인상 깊었던 게, 저라면 대수롭지 않았을 것들을 모두 사진으로 기록하는 거였어요. 카페에서 내주는 과자, 편의점에서 받은 비닐봉투까지도요. 처음엔 그런 행동이 재밌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친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더라고요.
‘엘리스의 섬’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배경이 된 투발루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이 곡이 수록된 앨범 [수렴과 발산]의 영어 타이틀인 ‘Solitude and Solidarity(고독과 연대)’와 맞닿아 있는 곡이잖아요.
9: [수렴과 발산]이 발매된 2016년은 어느 때보다도 진한 연대가 일어난 시기였어요. 그 당시 아래서부터 터져 오르던 뜨거운 기운은 우리에게도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고, 동시에 ‘우리가 노래해야 할 것은 이거다!’라는 강한 생각이 들었죠.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음악을 만드는 것도 의미 있지만, 지금은 그런 걸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제를 찾다가 투발루 일화를 우연히 접하게 됐는데 연대의 필요성을 알리는 단적인 사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것도 아니고 땅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불쌍하다는 감상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모두가 당사자이자 이 상황을 유발한 장본인이라고 여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 보듯 해서는 안 되는 거죠.
3: 최근에 뉴질랜드 총기 난사 사건을 보면서 ‘엘리스의 섬’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그릇된 사람들이 만든 참사는 사건이 종결된 이후에 국회의원의 발언 같은 데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켰어요. 그들이 우리 노래를 알아들을 순 없겠지만, ‘엘리스의 섬’과 같은 맥락을 한 번이라도 이해했다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우리 노래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조금만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안타깝고 괴로워요. 무고한 사람이 많이 죽었잖아요.
9와 숫자들은 도시에 관련된 컴필레이션에도 참여했어요. 각각 서울, 인천에 관련된 앨범이었죠.
9: 서울 컴필레이션 [Seoul Seoul Seoul(서울 서울 서울)]은 1집과 그다음 EP [유예] 사이에 참여한 앨범이에요. 신인일 때라 제안이 들어오면 거절하는 일이 거의 없는 시기였죠. 9와 숫자들의 서울과 다른 밴드들의 서울을 비교하며 들어볼 수 있어 재밌었어요. 인천 컴필레이션 [인천-Sound of Incheon(Part 2)]은 3집 [수렴과 발산] 발매 후에 제안받은 앨범인데요. 컴필레이션 작업은 시기상 큰 작업을 끝낸 다음에 참여하는 게 가장 좋아요. 우리 앨범이 엄청난 집중력으로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완성하는 과정이라면, 컴필레이션 작업은 힘을 빼고 해보고 싶던 것에 도전하는 과정이거든요. 실험적인 접근도 가능하죠. 인천을 배경으로 한 ‘수도국(Water Dept.)’이 그런 곡이에요.
[Seoul Seoul Seoul]의 수록곡 ‘서울 독수리’는 [보물섬]에 수록된 ‘겨울 독수리’와 같은 곡이잖아요. 제목만 바꾼 셈인데, 서울과 겨울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나요?
9: 그렇다기보다는 이 노래에 담겨 있는 서울의 계절적 배경이 겨울이기 때문이에요. 노래 속 화자가 말 그대로 한겨울 속에 있는 거죠. 서울엔 봄도, 여름도, 가을도 있지만, 우리가 본 건 한겨울의 혹독한 서울이었어요. 앞서 이야기한 냉정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서울이죠.
대전, 대구, 부산, 전주, 광주, 제주, 안동, 인천…. 10년 동안 공연과 투어로 정말 많은 도시에 다녀왔어요.
3: 도시마다 호응이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요. 부산 관객의 재밌는 점은 공연할 땐 무척 도도한데 공연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다는 거예요.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거나, 대화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걸 좋아하시죠. 반면, 광주 관객은 공연할 땐 아주 열렬한데 공연이 끝나면 곧장 공연장을 빠져나가요. 부산과 달리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고, 멤버들과 교류하는 것보다 노래나 공연에 집중하는 편이죠.
0: 옛날에는 열성적인 도시 하면 무조건 광주였어요. 그런 얘길 주변에 있는 뮤지션에게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대구가 가장 뜨거운 것 같아요. 사실 근래는 지방 공연이라고 해도 다른 지역에서 많이 와주시기 때문에 지역 간 격차도 사라지고 있어요. 부산에서 공연을 하더라도 대구, 대전, 서울 등 관객의 연고지가 다양하거든요. 교통편이 발달한 것도 이유일 테고, 저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져서일 수도 있겠죠. 감사한 일이에요.
4: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부산이에요. 관객도 그렇지만, 공연장 스태프들이 이른바 츤데레 같아요. 뭘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 가만 보면 아주 작은 부분까지 챙기고 있어요. 공연 중에 마실 물이라든지, 조명의 각도, 멤버들의 동선까지도요. 감사하다고 하면 대꾸도 않고 다른 화제로 돌려버리는 게 특징이죠(웃음).
5. [인천-Sound of Incheon (Part 2)]
4. [Seoul Seoul Seoul]
지방 공연 때마다 그 도시의 맛집을 방문하던데!
0: 제일 맛있는 건 광주에서 먹은 해물탕이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가게 이름이 ‘동해 해물탕’이죠(웃음). 현지인 추천으로 방문한 식당인데, 한 번 맛본 이후로 광주에 갈 때마다 들러요. 서울에서도 종종 생각나는 맛이죠.
3: 광주 해물탕! 진짜 맛있어요. 광주에 자주 가는 게 아니니까 오랜만에 왔으니 다른 걸 먹어볼까 싶다가도 결국엔 해물탕집으로 향하게 돼요.
4: 저는 거의 다 잘 먹어서 입에 잘 안 맞았던 것만 기억에 남아요. 광주 해물탕…(일동 웃음).
어떤 음악은 자주 듣던 시기나 특정한 상황을 소환해내기도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시간으로의 여행도 가능하게 하는 것 같아요.
4: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의 ‘1979’가 꼭 그런 곡이에요. 외국 음악에 관심 없던 사람이 팝을 찾아듣기까지는 분명한 장벽이 있어요. 저도 이 곡을 처음 들은 95년 이전엔 퀸 말고 아는 밴드가 거의 없었어요.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때라 외국 음악을 듣는 방법은 TV나 라디오뿐이어서 쉽게 들을 수도 없었죠. ‘1979’는 라디오에서 처음 듣게됐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나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한동안은 스매싱 펌킨스 앨범만 주야장천 들었어요. 음악도 그때부터 시작하게 됐죠.
0: 저에겐 9와 숫자들의 ‘착한 거짓말들’ 데모 버전이 그래요. 제가 9와 숫자들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인 곡이거든요. 데모 버전을 들은 건 1집이 채 나오기도 전이었는데, 9가 데모 파일을 보내며 피드백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착한 거짓말들.wma’이라고 적힌 파일을 재생하던 모니터 화면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때만 해도 저는 포스트 록에 빠져 있어서 모던 록엔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착한 거짓말들’은 듣자마자 ‘아 정말 좋구나….’ 하고 감탄했어요.
올해 새로 나올 앨범 제목이 [서울시 여러분]이라고 발표했어요. 서울 시민이 아니어서 그런지 시무룩해지던데요.
9: 서울시는 제목으로 사용된 단어이자 상징일 뿐이에요. 서울에 어떤 대표성이 있다는 걸 부인할 순 없잖아요. 대구, 부산, 전주, 인천… 제목은 우리나라면 그 어떤 도시여도 상관없어요. 우리가 서울시를 찬양하려고 이 앨범을 만드는 건 아니거든요. [서울시 여러분]에는 오늘날 도시를, 아니 ‘오늘날’이 아니고 ‘도시’가 아니어도 좋아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충을 담을 예정이에요. 그들의 고뇌를 알고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죠. 2019년 한 해 동안 2~3개의 노래를 파트별로 공개할 거예요. 뮤지컬로 만들고 싶던 곡들이어서 음악적으로도, 이야기 면에서도 새로워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서울시 여러분]은 언제 들어볼 수 있나요?
9: 5월에 첫 파트가 공개될 텐데요. ‘She’s International’이라는 이름 안에서 코스모폴리탄, 즉 이 도시에 살고 있지만 사실은 여러 곳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거예요. [서울시 여러분]의 첫 번째 스토리는 항상 해외여행을 꿈꾸고 자유롭게 호흡하는 사람들, 언제나 여행자 같은 마음을 지닌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0: 작년 한 해 활동을 ‘All 9 Party’라는 단어로 묶을 수 있다면, 올해를 관통할 키워드는 [서울시 여러분]일 거예요.
3: 얼마 전에 [서울시 여러분] 데모 파일을 받았는데 제가 생각하던 거랑 완전히 다른 음악이었어요. 이 프로젝트는 진짜 재밌을 거라고 확신했죠. 사람들이 생각하는 9와 숫자들의 이미지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무엇을 생각하든 [서울시 여러분]은 훨씬 흥미진진할 거예요.
우리나라는 모든 게 서울에 밀집돼 있어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기능이 다른 도시로 분산될 필요가 있죠. 도시를 만들게 된다면 역시 동해안 라인이 좋을 것 같아요. 꼭 동해안 쪽이 아니더라도 다른 도시와 조화를 이루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제일 먼저 복지와 편의를 확충하고, 교통과 일터…. 음, 할 게 많겠는데요?
기본적으로 쾌청한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반짝이는 많은 별이 있는 도시면 좋겠어요. 날씨가 보장되어야 어떤 환경에 놓이더라도 활력을 잃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간의 여행을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대자연이나 근사한 건축물이 있는 곳이 아니라 날씨가 좋은 날 머물던 곳이었어요. 제가 만드는 도시의 하늘은 언제나 쾌청하면 좋겠어요. 365일 내내 맑다면 지루하겠지만, 비가 내리더라도 맑은 비가 내리는 도시!
제가 만든 도시는 9의 유토피아와 비슷할 것 같은데, 도시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모든 기능이 확 떨어진 도시를 만들고 싶어요. 도시에만 집중된 것들이 다른 지역으로 확장되는 거죠. 도시와 시골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곳이 곧 유토피아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좀 나아졌다고 해도 대한민국은 무조건 서울이잖아요.
대기오염으로 더 이상 자연환경에서 숨쉬기 어려워집니다. 저는 도시 전체를 공기 청정 기능이 있는 돔으로 만들었습니다. 천장에는 액정 화면으로 하늘을 인공적이지 않게끔 조성했고, 사람들은 인조적으로 구성된 깨끗한 공기와 일조량을 보장받으며 살 수 있게 됩니다. 이곳은 오염을 일으키는 구형 자동차가 금지된 대신, 전자동 대중교통이 발달하여 더 이상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는 도시입니다. 거대한 돔은 내부뿐 아니라 외부 공기도 걸러주지만, 오염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돔 안의 사람들은 모두 필터를 만드는 산업에 종사하며 살아갑니다. 모두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에 만족하는 얼굴이군요. 두둥.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