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둥글게 둥글게

길현희 — 얼스어스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는 바리스타의 케이크. 자신이 먹고 싶은 케이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꾸덕꾸덕 배부른, 그만의 특별한 케이크를 탄생시켰다. 제로 웨이스트 카페로 시작해 번거로운 포장법을 시작한 얼스어스의 현희는 케이크를 만들며 자기만의 소소한 신념을 담아 간다. 이 세상이 조금 더 나은 자리로 나아갔으면 하는 상냥한 마음. 작은 케이크 안에 담긴 의미는 점점 더 부풀어 올라 사람들의 일상에 가까이 닿아간다.

‘얼스어스’ 사장님이 요리를 해 주신다고 해서 기대했어요. 

잘 만들어야겠는데요(웃음). 오픈 샌드위치인데 얼스어스 메뉴 개발하면서 나왔던 레시피 중 하나예요. 이제 드셔 보실래요? 브리 치즈가 들어가서 더 맛있을 거예요. 

 

역시 맛있네요(웃음). 사과에 버무려진 소스 레시피를 알아가야겠어요. 얼마 전에 파리에 다녀오셨는데, 여행을 가서도 요리를 하시더라고요. 

여행 가선 오히려 일상처럼 지냈어요. 그동안 일상을 여행처럼 살았거든요. 코로나19가 시작하고 모두가 발이 묶여 있었잖아요.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데, 한동안 얼스어스 운영으로 바빠서 떠날 엄두도 못 내서 답답한 마음에 일상을 여행처럼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맛있는 것도 찾아다니고 좋은 공간도 골라서 가보고, 일상생활에 투자를 하다가 드디어 진짜 여행을 가게 된 거죠. 일정을 조금 길게 잡아서 그런지 매일 외식을 하긴 힘들겠더라고요. 집에서 하던 것처럼 똑같이 요리를 하는데 이상하게 낯설게 느껴졌어요. 공간만 달라진 것뿐인데 여행다운 뭔가를 애써 하지 않아도 새로운 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게 더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진짜 여행의 묘미구나, 깨달았던 것 같아요. 이건 조금 다른 얘기인데(웃음), 제 MBTI가 ENFP거든요. 그중에서도 극 P의 성향이라, 여행할 때도 거의 무계획으로 움직였어요. 그래서 마음이 더 편했던 것 같기도 해요. “어차피 내일 가고 싶은 곳은 내일의 나만이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인드로 다녔거든요. 

 

어느 정도로 계획이 없었는지 궁금해요. 

계획이 조금 틀어져서 긴 시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 일 자체가 저한테는 여행인 거예요. 어디에서 뭘 하든 여행의 한 순간으로 여겨서 어떤 일이 생겨도 받아들이는 편이죠. 생각해 보니 계획 세우기를 싫어하는 것 같네요(웃음). 순간순간 생기는 우연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얼스어스 운영은 어떻게 하고 계신 거죠(웃음)? 

모르겠어요. 기적이에요(웃음). 

 

평소에 요리할 땐 어떤 식재료를 써요? 얼스어스가 제로 웨이스트 카페이기도 하고 환경 이슈에 일가견이 있으시니 채식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채식은 평생의 숙제인 것 같아요. 채식을 하겠다고 정해 놓고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애초에 평소에 자주 쓰는 식재료에 고기가 꼭 포함되어 있지는 않아요. 동물복지, 탄소 배출량을 고려해서 식재료를 구매하는 편이고요. ‘어떻게 먹느냐’보다 ‘어떤 걸 사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식재료는 어떤 기준을 두고 사는 것이 좋을까요? 

요즘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데, 원래는 인터넷 배송을 아예 이용하지 않았어요. 쓰레기가 나오니까 최대한 지양했거든요. 요즘은 기업 차원에서 배송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해서 마켓컬리나 이마트 배송을 몇 번 사용해 봤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아예 친환경적인 선택은 아니더라고요. 속에는 비닐 포장이 되어 있고 겉에만 종이백으로 포장하는 식이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이런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언젠가 진정한 친환경 배송 방법을 고안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거든요. 마르쉐 시장의 온라인 버전이라고 할까요. 사실 마르쉐 시장은 조금 상징적인 마켓의 모습이 있잖아요. 일상적으로 자유롭게 이용하기엔 접근성에서 제약이 있으니까요. 연령대가 젊은 1인 가구들을 타깃으로, 접근성까지 좋은 친환경 식재료 마켓을 열어보고 싶어요. 

 

궁금해요. 구체적으로 상상해 봤나요? 

혼자 식재료를 구매하면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작된 반찬통에 대파나 마늘, 양파 같은 재료들을 넣어서 배송하고 다시 수거하는 시스템을 상상하고 있어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사업이죠. 아마존도 프레쉬 배송 사업에서 손을 뗐잖아요. 그래도 꿈은 꿀 수 있으니까 혼자 생각해 보고 있어요. 얼스어스도 처음 문을 열 때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카페가 아니었다고 했으니까요.

처음 얼스어스가 오픈했을 때를 기억해요. 제로 웨이스트 카페가 한국에서는 최초라 운영이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너무 유명한 카페가 됐죠. 오픈했을 때 고민은 없었나요? 

제로 웨이스트라는 운영 방식에 관한 고민은 전혀 없었어요. 이미 정해진 당연한 조건이었어요. “난 꼭 이렇게 할 거야, 그러니까 하는 거야.” 하는 생각이었어요. 저는 어떤 일이든 무조건 열심히 하는 편인데 열심히 하면 할수록 이 세상이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얼스어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광고 회사에서 일했고 광고를 전공으로 택한 이유도 공익 광고를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그때 다회용 컵 사용이 좀더 일반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찍었던 홈카페 영상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얻게 된 거예요. 여기서 제가 열심히 의미를 두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고 확신했어요. 쓰레기 없는 카페를 열겠다는 시작은 아주 당연하고 확고했죠. 

 

얼스어스가 성장하면서 그 확신도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그동안 얼스어스를 통해 수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환경에 대한 가치관이 더 분명하게 자리 잡혔어요. 어떻게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하겠어요(웃음). 제가 뱉은 말과 다르지 않게 살아야죠. 

 

워낙 환경 이슈로 주목을 받아서 때로는 부담스러울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부담은 없어요. 그렇게 강박을 가지고 살지는 않아요. 본질을 생각하는 건데, 얼스어스에 담긴 의미가 ‘For Earth, For Us’, 곧 지구를 위한 일이 우리를 위한 일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조금 덜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저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내가 날 위해서 잠깐 눈 좀 감았는데 뭐(웃음), 잠깐 휴지 좀 썼어요. 네. 손수건 안 썼습니다. 네.” 하는 거죠. 제가 잠깐 덜 친환경적인 선택을 한다고 해서 누가 저한테 돌을 던질 수는 없죠. 얼스어스를 운영하면서 부담이라면… 제 실력에 대한 고민에 있어요. 카페를 운영하는 바리스타로서 커피와 디저트를 잘 만들고 싶어요. 제로 웨이스트는 당연한 조건이고, 커피와 디저트를 내어 드리면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요. 

 

환경에 대한 가치관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다고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아껴 쓰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랐어요. 아버지는 요즘도 가게에 오시면 낮인데 불을 왜 켜놓냐(웃음) 하시고, 할머니는 휴지로 물기를 닦으면 말려서 다시 쓰실 정도로 아끼는 생활에 익숙하신 어른이에요. 저도 당연하게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자란거죠. 어릴 때는 물이 흐르는 걸 보면 “이 흘러가는 물을 다시는 만날 수 없는데….” 하면서 매번 아쉬워했어요. 나무를 벤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했고요. 약간 사람과 이별하는 마음처럼(웃음) 자원을 그렇게 바라봤던 것 같아요. 

 

코로나19 이슈가 우릴 불행하게 했지만 환경 문제에서만큼은 경각심을 불어 와서 순기능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죠. 얼스어스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운영 방식과 가치관이 유행처럼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이제는 환경을 위하는 일이 대세가 됐잖아요. 지금은 이 유행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시시때때로 흐름이 변하는 사회인데 환경 이슈만큼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얼스어스가 이렇게 유명해진 데에는 커피와 친환경이라는 이슈가 있었지만 케이크가 큰 역할을 했어요. 

맞아요. 처음에는 디저트를 만들어서 판매할 생각도 아니었어요. 커피에 더 집중했고 다른 베이커리에서 디저트를 들여올 계획이었어요. 케이크류는 최초 발주 분량이 따로 있더라고요. 한 번에 많은 양을 주문해야 하는데 카페 규모에 비해 큰 냉장고가 필요하겠더라고요. 들여오는 과정에 또 쓰레기가 생길 거잖아요. 여러 점을 고려했을 때 작게라도 혼자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개인적으로 디저트를 좋아하지도 않았거든요. 작고 비싼데 배도 부르지 않고 오히려 디저트에 반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왕 만들 거라면 넉넉하게, 한 번 먹으면 배가 불러서 그만 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꾸덕꾸덕하게 만들어 봐야지,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처음 만든 케이크는 지금처럼 종류가 다양하지도 않았고 장식도 없었어요. 원기둥에 크림과 딸기만 얹은 모양이었고, 처음에 열 개를 만들었는데 딱 세 개가 나갔어요(웃음). 그러다 세 개가 스무 개가 되고, 점점 더 잘 나가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손님분들이 포장을 해달라고 하셨는데 처음에 얼스어스는 포장을 아예 하지 않는 카페로 시작했잖아요. 포장은 어렵다고 안내해 드렸더니 어떤 손님분이 포장 용기를 가져오면 가능한지 여쭤보시더라고요. 그렇게 ‘번거로운 포장법’이 시작된 거예요. 지금이야 흔하지만 당시에는 상상도 어려웠던 포장법이었거든요.

케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큰 역할을 했네요. 모양도 유일무이했어요. 홀케이크가 아닌데, 그런 모양을 가진 케이크도 거의 없었잖아요. 

우연히 정한 모양이었어요. 일단 케이크를 굽게 되면 쓰레기가 나오니까 레어 케이크로 만들기로 마음 먹고 방산시장을 돌아다녔어요. 케이크 틀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스테인리스 틀을 아무거나 골라서 샀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스콘 만들 때 쓰는 틀이더라고요(웃음). 파티시에가 아니다 보니까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만들었어요. 한번은 얼스어스가 친환경 콘셉트를 가지고 있으니까 산 모양이 좋을까 해서 삼각형 틀에다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너무 구렸어요(웃음). 

 

삼각형이라니(웃음). 지금 선택이 최선이었네요. 얼스어스의 케이크 디자인을 모방하는 곳이 많은데 속상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이제는 거의 포기한 상태예요. 한참 손님분들의 제보를 많이 받을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디저트 디자인의 경우엔 허브 잎 하나만 다르게 올라가도 다른 디자인이 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한동안 많이 알아봤는데 방법이 없었어요. 지금은 그냥… 마음을 좋게 먹어야지 제 명에 좋으니까(웃음)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많이 무뎌졌는데, 가끔… 네이밍까지 따라 하는 곳도 있어서 그건 조금 화가 나긴 해요. 

 

아이고… 얼스어스는 케이크 이름도 개성 있게 짓고 있죠. 두 번째 케이크 이름이 ‘눈누난나 바나나 크림치즈 케이크’였어요(웃음). 

최근에 나온 옥수수 케이크는 ‘맛있어서 초당옥수러운 케이크’로 이름 지었어요. ‘요거요거요거봐라 블루베리 요거트 케이크’, ‘그래, 놀라지마 이거 케이크야’ 등등 많은 이름이 있죠. 그런 걸 워낙 좋아해요(웃음). 얼스어스만 보고 제 이미지를 차분하고 잔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저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거든요. 본래는 반대 성향인데 얼스어스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있다 보니까 가능하면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케이크 이름에서 제 본모습이 간접적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케이크 이름은 어떻게 지어요? 

즉흥적으로 지어요. 얼스어스 식구 중에 ‘은우’라는 친구가 있는데, 주로 그 친구가 유쾌한 톤으로 이름을 잘 지어주고 있어요. 무화과 케이크 이름을 지을 땐 “이거 너무 맛있어서 화가 난다고 해도 될 것 같은데?”라고 말하면서 함께 지었어요. 바나나 크림치즈 케이크는, 은우가 케이크를 가만히 보더니 “눈누난나”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더라고요. 그렇게 정해졌어요(웃음). 초코체리 케이크를 ‘초코만한게 꽤 체리하네’라고 짓기도 했는데, 사실 생각나는 대로 막 짓는 편이에요. 

 

케이크 메뉴도 다양한데 얼스어스만의 일관성이 느껴져요.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나요? 

제가 지금 먹고 싶은 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면서 시작해요. 꾸덕꾸덕 진하게 만들어서 배가 부르게 하는 것도 중요한 점이고요. 어떤 디저트를 상상하고 그걸 구현하기 위해서 계속 만들어 보는 편인데, 시즌 메뉴 중에 ‘연잎 퐁당 케이크’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원래 빵 시트가 들어간 케이크를 안 좋아하는데, 입에 들어갔을 때 머랭처럼 사르륵 녹는 식감을 상상했거든요. 얼스어스에는 베이커인 ‘혜경’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혜경이는 제가 상상한 맛을 구현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리고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른 카페에서 먹어보지 못한 맛을 만들자는 생각에 있어요. 

 

얼스어스에도 어느새 6년이란 시간이 지났어요.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부산에도 얼스어스가 있었죠. 서촌 지점은 오픈한 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있고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네요. 점점 신경 쓰는 부분이 늘어가고 있어요. 작년 말까지 제가 직접 가게에서 일을 하다가 올해부터는 출근 일수를 줄이고 외부적인 일들을 맡아 하고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의 소통에 관한 고민이 생겼어요. 제 리더십에 관한 고민이기도 하죠. 앞에서 끌어주는 리더보다는 사이사이 함께하면서 섬세하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중이에요. 아무래도 얼스어스는 포장 매출이 다른 곳보다 확연히 적은데 가게 유지에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더 많아서 일하는 친구들의 고충이 클 테니까요. 무자비하게 바쁜 상황 속에서 얼스어스가 가진 가치관에 대한 자긍심이 없다면 일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얼스어스 규모가 커지면서 지금 함께하는 친구들과 같이 성장하고자 도모할 일들을 계획하기도 해요.

 

목표가 점점 높아지는 거네요. 

출근 일수가 적어지면서 시간적, 마음적, 체력적 여유가 생겼으니까요. 다양한 일을 구상해 볼 수 있는 힘이 더 생긴 거죠. 얼스어스 규모가 커지기 전에는 모든 상황에 만족해서 더이상 바랄 게 없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직원들 연차가 쌓이면서 전체적으로 더 성장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아요.

처음과 지금의 고민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가게가 잘되는 문제는 애초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저는 자기만족이 가장 중요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끌어가야 되는 식구들이 생겼잖아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의 성장과 얼스어스라는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걸 생각해요. 이제는 사업을 하는 사장의 마인드를 찾아가고 있는 거죠(웃음). 사실 저는 숫자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그땐 어리기도 했고 생각지도 못한 수익을 벌면서 무섭기도 했어요. 가게를 운영하면서 정말 체력적으로 힘든 일도 많았죠. 지금 버는 돈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해야만 벌 수 있는 거라면 너무 슬픈 일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조금 덜 벌더라도만족하면서 살고 싶고, 돈에 좌지우지되는 삶을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야무지게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조금 더 악착같이(웃음)? 

 

방금 눈빛이 희번득거렸어요(웃음). 

저 요즘 되게 반짝거려요. 

 

문득 과연 성공이란 뭘까, 하는 질문을 하고 싶어요. 성공이 뭐라고 생각해요? 

생각 안 해봤는데, 음… 반대로 묻고 싶어요.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오… 저도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요. 일단은… 먹고 싶은 거 먹고 갖고 싶은 거 별 고민 없이 가지는 거? 그러면서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정도. 제가 바라는 기준이 크지 않아서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저 갑자기 떠올랐어요. 저에게 성공은 부자 직원들을 많이 데리고 있는 것 같아요. 앞선 제 고민들과 함께 이어지는 답이기도 하네요. 

 

좋은 오너네요. 하지만 때로는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 않아요? 

어쩔 수 없죠. 제가 쉬면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뭘 바라보고 달리겠어요. 책임감을 가져야죠. 그리고 의외로 부담은 없어요. 꼭 책임질 것이 많아져서 제가 움직이는 건 아니거든요. 책임질 게 있든 없든 저는 달렸을 거예요. 더 천천히 갈 수는 있었겠지만 함께하는 친구들 덕에 좀더 타이트하게 저 자신을 밀어보는 거죠. 

 

앞으로 얼스어스는 어떤 성장을 그리고 있는지 궁금해요. 

일단 새로운 지점 오픈을 구상 중이에요. 한동안 도산점을 생각했는데 건물세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도산은 힘들 것 같고(웃음), 여러 동네를 고민하고 있어요. 카페 이외에 얼스어스로 이어지는 다른 사업을 생각하기도 해요. 세컨 브랜드 개념인데, 얼스어스의 친환경 운영 방침의 문턱을 낮춰서 그 영향력을 더 넓혀갈 예정이에요. 얼스어스는 제로 웨이스트 카페잖아요. 말 그대로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엄격하고 놀라운 규칙을 가진 카페인데, 현실적으로 영향력을 넓히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같은 의식을 가진 자영업자분들이 따라가실 수 있게, 세컨 브랜드는 ‘레스 웨이스트 카페’를 생각하고 있어요. 기존의 얼스어스를 지지해 주시는 분들의 가치관의 범위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구상해 보고 있어요. 

 

얼스어스는 늘 선한 영향력을 담고 나아가겠네요. 이 모든 일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어려운 질문인데, 환경에 대한 가치관은 계속 전해오는 것이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예요. 저의 원동력은 손님분들의 피드백에서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애정 가득한 후기들이죠. 케이크라는 디저트에는 기쁜 날을 축하하는 의미가 있잖아요. 축하를 넘어서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계속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는데, 여자 손님 둘이서 얼스어스를 찾았던 후기였어요. 케이크를 기대하면서 도착했는데 하필 휴무여서 못 먹고 돌아가신 거예요. 다른 날 한 분이 케이크를 포장해서 친구 집 앞에 놓고 가셨는데,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모습이 정말 예뻐 보이더라고요. 얼스어스 케이크는 포장이 번거로워서 그 마음을 더 크게 전할 수 있어요. 케이크를 사 오는 과정을 생각하게 되니까요.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또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게 정말 값진 일이죠. 

 

얼스어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인 거죠. 꿈을 생각할 때 가장 에너지가 넘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얼스어스 너머에 현희 님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얼스어스를 빼놓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음… 예전엔 쉬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단 하루라도 얼스어스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으니까요. 출근을 하지 않아도 SNS 관리라든지, 작은 일들을 매일 체크해야 하거든요. 최근에 여행 갔을 때도 카페 한 군데라도 더 가서 배워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움직였어요. 얼스어스와 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어쩔 수 없는 동반자(웃음)? 결국엔 저를 움직이게 하는 건 얼스어스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목표를 찾자면, 그냥… 한 3킬로만 빼면 좋겠다(웃음). 진짜 조금만 빼보면 어때 현희야? 그거 뭐 어렵냐? 이런 거죠.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어서(웃음). 

 

다이어트(웃음)! 평생의 숙제죠. 새로 나올 얼스어스의 다음 디저트는 뭘까요? 

복숭아로 찾아올 예정이에요. 이름은 ‘피치못할 8월의 요거트케이크’랍니다. 기대해 주세요!

얼스어스 케이크를 포장하는 날엔 무척 아끼는 머그컵을 꺼낸다. 번거롭게 케이크를 포장해 주는 마음이 유독 소중해서 그렇다. 그렇게 들고 온 케이크를 한입 푹 찍어 먹을 땐 마음에 충만한 어떤 것이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현희의 선한 바람이 케이크 속에 담겨 그저 흘러갈 뻔한 나의 이 작은 순간을, 아주 풍요롭게 만들었다.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최모레